사건
2011헌마233 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 등 위헌확인
청구인
이○제
국선대리인 변호사 전철우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1994. 3. 28. ○○ 주식회사(이하 ‘청구외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근로자로 재직하여 오다가, 2010. 8. 19. 상해 및 공무집행방해죄로 징역 4월 등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 받아 확정되었다(창원지방법원 2010노1501). 청구인이 ○○교도소에 수용되어 있던 중 2010. 8. 27. 청구외 회사로부터 청구인이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하는 확정판결을 받았으므로 회사의 인사규정 제23조 제5호 및 취업규칙 제77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2010. 8. 20.자로 당연면직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2) 청구인은 2010. 10. 21. 형기가 만료되어 출소한 후 2010. 12. 7. 경남지방노
동위원회에 위 당연면직이 부당해고에 해당된다고 하여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2011. 1. 25. 위 노동위원회로부터 구제신청이 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에서 정한 구제신청기간이 도과하여 행하여졌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받았고, 이에 2011. 4. 28. 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2조가 청구인의 근로의 권리,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2조를 심판의 대상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2조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기간을 규정한 것으로서 청구인의 주장과는 관련이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사용자의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신청기간을 규정한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개정된 것) 제28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으로 한정하기로 한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28조(부당해고등의 구제신청) ② 제1항에 따른 구제신청은 부당해고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
[관련조항]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제28조(부당해고등의 구제신청) ①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부당해고등을 하면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제30조(구제명령 등) ① 노동위원회는 제29조에 따른 심문을 끝내고 부당해고등이 성립한다고 판정하면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을 하여야 하며, 부당해고등이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정하면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판정, 구제명령 및 기각결정은 사용자와 근로자에게 각각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③ 노동위원회는 제1항에 따른 구제명령(해고에 대한 구제명령만을 말한다)을 할 때에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아니하면 원직복직을 명하는 대신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
제31조(구제명령 등의 확정) ① 「노동위원회법」에 따른 지방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이나 기각결정에 불복하는 사용자나 근로자는 구제명령서나 기각결정서를 통지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에 대하여 사용자나 근로자는 재심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행정소송법」의 규정에 따라 소(訴)를 제기할 수 있다.
③ 제1항과 제2항에 따른 기간 이내에 재심을 신청하지 아니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하면 그 구제명령, 기각결정 또는 재심판정은 확정된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청구외 회사로부터 당연면직처분을 받은 이후 일정 기간동안 교도소에 수용 중이었고, 수용기간 중에는 현실적으로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은 해고가 있었던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하여야 하도록 규정하고 그 기간이 도과하면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청구인이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 및 근로의 권리, 사회국가의 원리 등을 침해하고, 사용자를 유리하게 처우하는 결과가 되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3. 판단
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제도에 대한 개관
(1) 부당해고 구제신청제도의 취지
과거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질서 하에서 사용자는 기업의 합리적 경영을 위하여 근로자와의 근로계약의 체결 및 해지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가 마음대로 근로계약을 해지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근로조건의 악화, 부의 불균형, 자본의 지배, 사회분배 구조의 모순 등을 초래하여 사회의 커다란 불안과 갈등을 야기하여 왔다. 그리하여 오늘날 독일이나 영국 등 선진 국가에서는 입법정책적으로 해고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근로자에 대한 부당해고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한 별도의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함과 동시에 노‧사간의 분쟁을 조기에 해결하여 국가 경제 전체의 안정과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서도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 등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예외적으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등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정리해고’를 인정하고 있는 등(근로기준법 제24조) 사용자의 해고에 대하여 일반사법관계에서보다 강화된 제한을 가하는 한편,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부당한 해고를 당하였을 경우 노동위원회를 통하여 신속‧간이하고 경제적으로 구제 받을 수 있는 별도의 행정절차를 두어(근로기준법 제28조 내지 제33조) 사용자의 부당한 해고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2) 부당해고 구제신청제도의 내용
사용자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는 부당해고 등이 있었던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사용자를 피신청인으로 하여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28조). 구제신청을 받은 노동위원회는 지체 없이 증인신문 등 필요한 조사를 하거나 관계 당사자를 심문하여야 하고(근로기준법 제29조), 노동위원회는 조사결과에 따라 사용자에게 원직복직 또는 임금상당액 이상의 지급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내리거나, 근로자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여야 한다(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 및 제3항). 사용자가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2천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의 제재를 받게 된다(근로기준법 제33조 제1항 및 제111조).
한편,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에 대한 구제명령은 사용자에게 이에 복종하여야 할 공법상의 의무를 부담시킬 뿐 직접 노사 간의 사법상의 법률관계를 발생 또는 변
경시키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근로자는 위 구제명령신청과는 별도로 민사소송인 해고무효확인의 소 등을 제기하여 구제를 받을 수도 있다.
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법적 성격
부당해고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행정적 구제절차는 민사소송을 통한 통상적인 권리구제방법에 따른 소송절차의 번잡성, 절차의 지연, 과다한 비용부담 등의 폐해를 지양하고 신속‧간이하며 경제적이고 탄력적인 구제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고, 이러한 신속‧간이한 행정적 구제절차로서의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근로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부당해고가 있었던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위와 같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제도의 목적 등에 비추어 구제신청기간은 제척기간이라 할 것이고 그 기간이 경과하면 그로써 행정적 구제를 신청할 권리는 소멸한다(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누5926 판결 참조).
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기본권 침해 여부
(1) 제한되는 기본권
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근로의 권리 및 직업의 자유 등이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나, 노동위원회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제도는 사용자의 부당해고로부터 근로자가 신속‧간이하게 권리를 구제받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서 일반 사법절차를 보완하는 성격을 가질 뿐만 아니라,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의 구제절차에 불복이 있는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부당해고 구제신청기간 내에 구제신청을 하지 아니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어 행정소송에 의한 구제의 길이 차단되는바(근로기준법 제31조 제1항 및 제2항), 그렇
다면 이러한 부당해고 구제신청기간을 단기의 제척기간으로 규정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과 관련하여 사안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고 침해 정도가 가장 큰 기본권은 청구인의 권리구제를 위한 법원에의 접근권, 즉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이라 할 것이다.
한편, 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사용자에 비해 근로자인 청구인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용자의 부당해고로부터 신속하게 근로자의 권리를 구제하려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의미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그 추구하는 이익이 서로 대립‧상충되는 사용자와 근로자를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사용자와 청구인은 평등의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과 관련하여 평등권 침해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하에서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해서만 살펴본다.
(2)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
(가)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하여 임명되고 물적 독립과 인적 독립이 보장된 법관에 의하여 합헌적인 법률이 정한 내용과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헌재 2002. 2. 28. 2001헌가18 , 판례집 14-1, 98, 103-104 참조).
한편,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을 받을 권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제한될 수 없는 절대적 권리는 아니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요건 하에 법률로 제한될 수 있는
것인데, 다만제소기간이나 신청기간등과 같은 소송법상의 제도를 정하는 것은 입법자가 그 입법형성재량에 기초한 정책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므로 그것이 합리적인 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거나 형해화할 정도로 입법재량을 현저히 불합리하게 또는 자의적으로 행사하였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헌재 1996. 10. 4. 95헌바11 , 판례집 8-2, 354, 358-359; 헌재 2002. 5. 30. 2001헌바28 , 판례집 14-1, 490, 496 등 참조).
(나) 그런데 근로자의 노동위원회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제도는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노동위원회의 행정적 구제절차에 의하여 신속‧간이하게 권리를 구제받도록 하면서 노‧사간의 법률적 분쟁을 조속히 확정시켜 국가 경제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로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구제신청기간을 일정한 기간으로 제한할 수밖에 없고, 이에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그 기간을 부당해고 등이 있었던 날로부터 3개월로 제한하고 있는 바, 이러한 기간 설정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기간을 3개월로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2조 제2항 및 기간제 근로자 등의 차별처우시정신청기간을 3개월로 규정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등의 예에 비추어 근로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재판청구권의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지나치게 짧은 기간이라고는 볼 수 없다.
(다) 다만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그 기간 도과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부당해고 등이 있었던 날로부터 3개월이 도과하면 더 이상 구제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제도의 취지와 구제신청은 서면으로도 가능하고, 위 기간 내에 직접 구제신청을 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등과 같은 가족을 통하여 구제신청을 하거나 대리인을 별도로 선임하여 구제신청을 할 수 있는 것이며(노동위원회규칙 제36조 제1항에서도 이를 확인하고 있다), 나아가 구제신청기간의 도과로 그 신청이 각하되더라도 해고무효확인의 소 등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부당해고에 대하여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하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점들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구제신청기간을 정당한 사유의 유무와 관계없이 부당해고가 있었던 날로부터 3개월로 정하였다고 하여 이것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현저히 벗어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라)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2. 2. 23.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