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2헌바262, 374(병합) 형법 제35조 등 위헌소원
청구인
1. 정○완(2012헌바262)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재복
2. 김○식( 2012헌바374 )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오섭
당해사건
1.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2고단358 사기(2012헌바262)
2. 수원지방법원 2012노3675 절도 등( 2012헌바374 )
주문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35조 제1항, 제2항 및 형법(2005. 7. 29. 법률 제7623호로 개정된 것) 제62조 제1항 단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2012헌바262 사건
(2) 2012헌바374 사건
청구인 김○식은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절도죄 등으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아 2010. 10. 10.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된 때로부터 3년 이내에 횡령죄, 사기죄, 재물손괴죄 등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고[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2고단15, 158(병합), 352(병합)], 항소심(수원지방법원 2012노3675) 계속 중 형법 제35조 제2항, 제62조 제1항 단서 등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 법률조항들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2. 9. 20. 기각되자(수원지방법원 2012초기2256), 2012. 10. 1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 정○완은 형법 제35조 및 제62조 제1항 단서에 대하여, 청구인 김○식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중 ‘단체나 다중의 위력으로써 또는 단체나 집단을 가장하여 위력을 보임으로써’에 관한 부분, 형법 제35조 제2항, 제62조 제1항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에 관한 부분은 위 청구인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위 청구인에게 적용된 조항은 위 법률 제3조 제1항 중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에 관한 부분이어서 당해사건 재판에 적용된 조항도 아니므로, 위 법률 제3조 제1항 중 ‘단체나 다중의 위력으로써 또는 단체나 집단을 가장하여 위력을 보임으로써’에 관한 부분은 이 사건 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함이 타당하다. 또한 청구인 김○식은 형법 제62조 제1항 전체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집행유예 결격사유에 대하여만 다투고 있으므로,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만을 이 사건 심판의 대상으로 한정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35조 제1항, 제2항(이하 ‘누범조항’이라 한다) 및 형법(2005. 7. 29. 법률 제7623호로 개정된 것) 제62조 제1항 단서(이하 ‘집행유예 결격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35조(누범) ①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를 받은 후 3년 내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는 누범으로 처벌한다.
② 누범의 형은 그 죄에 정한 형의 장기의 2배까지 가중한다.
제62조(집행유예의 요건) 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다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관련조항]
제51조(양형의 조건)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 피해자에 대한 관계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 범행 후의 정황
2.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가. 2012헌바262 사건
누범조항은 전범 후에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가중처벌을 하는 것이어서 일사부재리원칙,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침해한다.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는 예외 없이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명확성원칙에 위배되고 평등권, 재판청구권,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침해한다.
나. 2012헌바374 사건
(1) 누범조항은 종전에 이미 처벌받은 범죄로 인하여 현재 범죄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이중처벌을 받게 할 뿐만 아니라, 실형의 집행을 마치고 출소한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가중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은 일사부재리원칙, 책임주의원칙,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평등권,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
(2)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
행을 종료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는 예외 없이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바, 참작해야 할 정상이 있어 집행유예를 선고함이 마땅하더라도 실형을 선고받을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는 것은 행복추구권, 평등권, 신체의 자유, 재판청구권,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침해한다.
3. 판단
가. 누범조항에 관한 판단
(1) 입법취지
누범조항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후 3년 내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를 누범으로 규정하고 그 죄에 정한 형의 장기의 2배까지 가중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누범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범죄인이 전범에 대한 형벌에 의하여 주어진 경고기능을 무시하고 후범의 실현을 통하여 범죄추진력이 보다 강화되어 행위책임이 가중되기 때문이고, 나아가 재범예방이라는 형사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즉 책임은 행위자가 합법을 결의하고 행동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을 결의하고 행하였다고 하는 의사형성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의미하므로, ‘전 판결의 경고기능 무시’나 ‘범죄추진력의 강화’는 행위책임의 가중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행위자가 전범에 대한 형벌을 통하여 자신의 범죄행위의 위법성과 그에 대한 비난을 인식하고 체험하였다면 불법을 회피하고 합법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범죄억제동기가 형성되었을 것인데, 이러한 전 판결의 경고를 무시하고 다시 실형을 선고받을 만한 범행을 하였다면 그 행위에 대한 비난가능성, 즉 행위책임이 증대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행위책임의 증대 외에도,
(2) 헌법재판소의 선례
『(가) 일사부재리원칙 위배 여부
누범조항이 누범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전범에 대하여 형벌을 받았음에도 그 형벌의 경고기능을 무시하고 다시 범행을 하였다는 데 있는 것이지, 전범에 대하여 처벌을 받았음에도 다시 범행을 하는 경우 전범도 후범과 일괄하여 다시 처벌한다는 것은 아님이 명백하다. 누범조항의 누범은 전범에 대하여 처벌을 받은 후 다시 범죄를 저지른 모든 경우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요건, 즉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후 3년 내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만으로 제한되고, 그 형도 장기만을 가중하고 단기는 가중하지 아니하므로 전범은 양형에 있어 불리하게 작용하는 요소일 뿐, 전범 자체가 심판의 대상이 되어 다시 처벌받기 때문에 형이 가중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누범조항이 일사부재리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나) 평등원칙 위배 여부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평등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므로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 또는 불평등은 평등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누범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전범에 대한 형벌의 경고적 기능을 무시하고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누범에 대한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고, 누범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여 범죄예방 및 사회방위의 형사정책적 고려에 기인한 것이어서 합리적 근거 있는 차별이라 볼 것이다.
따라서 누범조항이 자의적이고 불균형한 처벌로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다)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배 여부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다만,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함으로써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 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법정형을 규정한 법률조항은 헌법에 반한다고 보아야 하는데, 누범조항은 경미한 범죄
에 대해서는 누범가중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전범과 후범이 모두 법정형이 아닌 선고형으로서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일 것을 요구하고 있고, 전범에 대해서는 형의 선고가 있었던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형의 집행종료 또는 면제까지 요구하는 한편, 전범과 후범 사이의 시간적 간격을 ‘3년’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형의 장기만을 2배 가중하는 형태로 법정형의 폭을 넓히고 있을 뿐 양형실무에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형의 단기는 가중하지 아니하고 있다.
따라서 법원은 후범이 경미한 범죄인 경우에는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고 이 경우 누범조항은 적용되지 아니하며, 또한 형의 단기는 그대로 둔 채 장기만을 가중하고 있으므로 비록 후범이 형식적으로는 누범조항 소정의 누범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심리결과 실질적으로는 전 판결의 경고를 무시하고 범죄추진력이 강화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사안의 경우에는 얼마든지 원래 형의 최하한을 선고할 수 있다.
또한, 과실범도 사회생활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하였을 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형벌이 과해지는 범죄로서 후범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증대되기는 고의범과 마찬가지이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누범조항이 누범가중의 요건과 정도를 제한하고 있어 후범이 경미한 과실범이라면 법원이 벌금형을 선택함으로써 누범조항에 의한 가중처벌의 문제는 생기지 아니할 것이므로, 전범에 대한 형 집행종료나 면제로부터 3년 내에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을 정도로 주의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후범의 형의 장기를 2배 가중한 후 그 형기범위 내에서 최종 선고형을 결정하도록 하였다고 하여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에 반하는 과잉형벌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결국, 누범조항은 법관으로 하여금 후범의 보호법익과 죄질, 전범과의 연관성
등 구체적인 정상에 따라 그에 알맞은 적정한 선고형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누범가중의 요건과 정도를 적절히 제한하고 있으므로, 과도하게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자의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없다.』
(3) 선례 변경의 필요성 여부
헌법재판소의 위와 같은 견해는 그대로 타당하고, 그와 달리 판단해야 할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다고 판단되므로, 이 사건에서도 위 견해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
따라서 누범조항은 일사부재리원칙이나 평등원칙,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4) 청구인들의 나머지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청구인들은 법관이 피고인의 정상을 참작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함이 마땅한데도 누범조항으로 말미암아 실형을 선고받을 수밖에 없도록 함으로써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법관이 피고인의 책임에 부합하는 형벌을 선고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에 포함되는데, 누범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청구인 김○식은 누범조항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누범조항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으면 징역형이나 금고형의 장기가 2배로 가중된다는 점에서 신체의 자유라는 기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나,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은 형벌과 관련된 과잉금지원칙의 특화된 표현이라 할 수 있는데, 누범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집행유예 결격조항에 관한 판단
(1) 입법취지 및 연혁
집행유예란 형을 선고함에 있어서 일정한 기간 동안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의 효력을 잃게 하는 제도이며, 단기자유형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피고인에게 형을 집행하지 않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우리 형법은 1953년 현행 형법 제정시부터 집행유예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여 왔고,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제정시부터 큰 변화가 없었으나, 2005. 7. 29. 법률 제7623호로 집행유예 결격사유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아 집행을 종료한 후 또는 집행이 면제된 후 5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였던 것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라고 하여 그 결격사유 판단시점을 ‘판결선고시점’에서 ‘범행시점’으로 변경하고, 결격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여 결격사유를 완화시켰다.
(2) 평등원칙 위배 여부
(가) 헌법재판소의 선례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집행유예제도는 형사정책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로서, 그 집행유예의 결격사유를 어떻게 규정하느냐 하는 문제는 범죄자에 대한 교정처우의 실태, 범죄발생의 추이 및 범죄억제를 위한 형사정책적 판단, 형벌법규에 규정된 법정형의 내용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사항으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이다. 그런데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재범자를 초범자에 비하여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재범방지의 한 방법이 된다는 판단하에 초범자나 과거의 범죄일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날 때까지 재범을 하지 아니한 자에 한하여 집행유예를 할 수 있게 규정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합리적이므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집행유예 결격조항이 2005. 7. 29. 법률 제7623호로 개정되기 전에도 일괄 기소할 수 있는 수개의 범행이 분할 기소된 경우에 먼저 재판이 종료된 사건에서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아 확정된 때에는 뒤에 진행되는 사건의 재판에서 다시 집행유예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대법원 1989. 9. 12. 선고 87도236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또한, 형의 선고는 선고당시까지 현출되는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형의 종류, 형기의 장단, 벌금액의 고하, 형의 감경·가중, 형의 병과, 집행유예 여부, 선고유예 여부 등을 선택하고 재량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비록 유예기간이 도과되었다 하여도 다른 양형조건을 고려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고, 유예기간중이라도 다른 양형조건의 참작하에 형의 종류나 형기의 선택에 있어 더욱 유리한 조치를 받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결국 형의 양정은 집행유예가 되느냐 안되느냐의 문제만으로 그 합리성의 유무를 따질 수는 없는 것이므로,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평등원
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선례 변경의 필요성 여부
위와 같은 선례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고,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2005. 7. 29. 법률 제7623호로 집행유예 결격사유의 판단시점을 종전의 ‘판결 선고시점’에서 ‘범행시점’으로 변경하고 그 결격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함으로써, 형사사건의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개정되었으므로, 달리 위 선례를 변경할 사정이 없다.
따라서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3) 책임주의원칙 위반 여부
(가) 집행유예제도는 단기자유형의 폐단을 막고 범죄인의 자발적 개선을 통하여 재범을 방지하고 적정한 형벌권 행사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초범자나 과거의 범죄일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난 자에 한하여 집행유예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은 입법자의 입법재량 내에 있다고 할 것이다.
(나)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결격사유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로 정함으로써 전범이 비교적 무겁지 아니한 자격상실 이하의 형을 선고받은 때에는 후에 행한 범죄에 대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정 전의 집행유예 결격조항이 집행유예를 선고하려고 하는 범죄의 범행시기와 관계없이 판결선고시를 기준으로 집행유예 결격사유 해당여부를 판단하였던 반면에, 현행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집행유예를 선고하려고 하는 범죄의 범행시기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로부터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후에 행한 범죄’로 한정함으로써, 단기자유형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피고인에게 형을
집행하지 않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집행유예제도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다) 한편 집행유예제도는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어 일정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제도이므로 형법 제51조에서 정하는 사유를 참작하여 형의 집행을 유예하면 되는 것이지, 후범이 전범의 집행종료 또는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경우에는 집행유예를 하지 못하도록 정한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 내에 금고형 이상에 해당하는 범죄를 범한 것이라면 ‘판결 후 재범방지’라는 경고적 기능을 무시한 것으로서, 이러한 경우에는 다시 형의 집행을 유예하지 못하도록 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법자의 형사정책적 결단은 기본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과를 피고인이 그 이후에 행한 범죄에 관한 형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지 후에 행한 범죄에 대한 형의 집행을 유예하지 못하는 요소로 작용시킬 뿐이므로, 피고인이 후에 행한 범죄와 관련한 책임주의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도 없다.
(라) 따라서 집행유예 결격조항이 책임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제재를 규정하여 책임주의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4) 청구인들의 나머지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청구인들은 피고인의 정상을 참작할 때 집행유예를 함이 마땅한데도 집행유예 결격사유에 해당하여 실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것은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는 집행유예를 할 사정이 있음에도 금고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전력 때문에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는 것이 과연 책임주의에 부합하느냐의 문제와 다르지 아니한데, 집행유예 결격조항이 책임주의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청구인들은 집행유예 결격조항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재판청구권은 재판이라는 국가적 행위를 청구할 수 있는 적극적 측면과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이 아닌 자에 의한 재판이나 법률에 의하지 아니한 재판을 받지 아니하는 소극적 측면을 아울러 가지고 있는 것으로, 법관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민사ㆍ행정ㆍ선거ㆍ가사사건에 관한 재판은 물론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아니할 권리를 보장한 것으로(헌재 1998. 5. 28. 96헌바4 , 판례집 10-1, 610, 618) 집행유예 결격조항의 위헌 여부와 관련성이 있다고 할 수 없는 이상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청구인 정○완은 집행유예 결격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지만, 그 주장 내용은 평등원칙, 책임주의원칙과 관련될 것일 뿐이고, 명확성원칙에 고유한 구체적 주장을 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라) 청구인 김○식은 집행유예 결격조항이 행복추구권과 신체의 자유 침해를 주장한다.
살피건대, 행복추구권은 다른 기본권에 대한 보충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지니므로(헌재 2000. 12. 14. 99헌마112 등, 판례집 12-2, 399, 408 참조), 이 사건에서 평등원칙 등의 위반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는 이상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집행유예 결격조항에서 정하는 결격사유가 있으면 실형을 선고받게 된
다는 점에서 집행유예 결격조항이 신체의 자유라는 기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책임주의원칙이나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원칙은 형벌과 관련된 과잉금지원칙의 특화된 표현이라 할 수 있는데, 집행유예 결격조항이 책임주의원칙을 위반하지 아니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따라서 누범조항과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3. 9. 26.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