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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민,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 위헌확인", 결정해설집 13집, , 2015, p.55
[결정해설 (결정해설집13집)]

-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의 선거권제한 사건 -

(헌재 2014. 1. 28. 2012헌마409 ·510, 2013헌마167 (병합),판례집 26-1상, 136)

원 유 민*1)

【판시사항】

1. 집행유예기간 중인 자와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 공직선거법(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된 것) 제18조 제1항 제2호 중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이하 ‘수형자’라 한다)’에 관한 부분과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유예기간 중인 자(이하 ‘집행유예자’라 한다)’에 관한 부분 및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43조 제2항 중 수형자와 집행유예자의 ‘공법상의 선거권’에 관한 부분(이 조항들을 함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하고, 보통선거원칙에 위반하여 평등원칙에도 어긋나는지 여부(적극)

2. 심판대상조항 중 수형자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사례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① 공직선거법(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된 것) 제18조 제1항 제2호 중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에 관한 부분(이를 편의상 ‘수형자’라고 하고, 수형자는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형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 가석방된 사람으로서 잔형기가 경과되지 아니한 사람을 포함한다)과 ‘유기징역 또는 유

기금고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유예기간 중인 자’에 관한 부분(이를 편의상 ‘집행유예자’라 한다. 다만,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선거권이 제한되는 집행유예자는 제외한다) 및 ②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43조 제2항 중 수형자와 집행유예자의 ‘공법상의 선거권’에 관한 부분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제18조(선거권이 없는 자) ① 선거일 현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선거권이 없다.

2.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제43조(형의 선고와 자격상실, 자격정지) ②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판결을 받은 자는 그 형의 집행이 종료하거나 면제될 때까지 전항 제1호 내지 제3호에 기재된 자격이 정지된다.

【사건의 개요】

1. 심판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

청구인 구○현은 2011. 9. 15.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업무방해죄 등으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011. 12. 2. 그 판결이 확정되었고, 청구인 홍○석는 2011. 12. 22.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병역법위반죄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2011. 12. 30. 그 판결이 확정되었으며, 청구인 전○수은 2012. 2. 15.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병역법위반죄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2012. 2. 23.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청구인들은 2012. 4. 11. 실시된 제19대 국회의원선거 당시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선거권이 없는 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은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가 청구인들의 선거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2. 4. 2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012헌마409 사건).

2. 청구인들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집행유예자 및 수형자라는 이유로 획일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공직선거법,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의 입법목적이나 국민주권의 원리에 비추어 그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뿐만 아니라, 개개 범죄의 종류나 내용, 불법성의 정도 등이 선거권제한과 어떤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지 세심히 살피지 아니한 채 과실범, 가석방자, 집행유예자, 경미한 범죄로 단기 자유형을 받은 사람들까지 포함하여 획일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어 피해최소성도 갖추지 못하였다. 또한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이로 인해 침해되는 공익과 사익이 더 크므로 법익균형성도 상실한 조항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선거권,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결정요지】

1. 심판대상조항은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에 대하여 전면적·획일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보더라도, 구체적인 범죄의 종류나 내용 및 불법성의 정도 등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범죄자가 저지른 범죄의 경중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형자와 집행유예자 모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어긋난다. 특히 집행유예자는 집행유예 선고가 실효되거나 취소되지 않는 한 교정시설에 구금되지 않고 일반인과 동일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므로, 그들의 선거권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하고, 보통선거원칙에 위반하여 집행유예자와 수형자를 차별취급하는 것이므로 평등원칙에도 어긋난다.

2. 심판대상조항 중 수형자에 관한 부분의 위헌성은 지나치게 전면적·획일적으로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한다는 데 있다. 그런데 그 위헌성을 제거하고 수형자에게 헌법합치적으로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속하므로 심판대상조항 중 수형자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한다.

재판관 이진성의 집행유예자 부분에 대한 별개의견 및 수형자 부분에대한 위헌의견

범죄를 저지른 대가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제재라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지 않다. 수형자에 대해 응보적 기능으로서 일정한 제재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제재가 참정권 중 가장 기본적 권리인 선거권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발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의 정당성과 준법의무는 모든 시민이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으로부터 직접 도출되는바, 수형자와 집행유예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준법의식을 강화한다고 볼 수 없어 그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제한은 헌법재판소가 단순위헌결정을 통하여 선거권에 대한 침해를 제거함으로써 합헌성이 회복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 전체에 대하여 단순위헌을 선언하여야 한다.

재판관 안창호의 수형자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불법성이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안에 있어 정상을 참작 받아 교정시설에 구금되지 않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가능한 집행유예자의 경우와 달리, 수형자는 그 범행의 불법성이 크다고 보아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아직 종료되지 않은 자로서 공동체로부터 격리되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진 경우이다. 그들에 대해 격리된 기간 동안 공동체의 운용을 주도하는 통치조직의 구성과 공동체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짓는 선거권을 정지시키는 것은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벗어난 과도한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 중 수형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해 설】

1.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의 선거권제한의 개관

가. 입법연혁

1948. 3. 17. 최초로 제정된 구 국회의원선거법(군정법령 제175호) 제2조 제3호에서 “자유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 중에 있거나 또는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는 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하였다가, 1950. 4. 12. 법률 제121호로 폐지·제정된 구 국회의원선거법 제4조 제2호에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집행 중에 있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는 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하였다. 그 후 1960. 6. 23. 법률 제551호로 제정된 국회의원선거법 제12조 제2호에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로 자구표현이 바뀐 후로는 현행 공직선거법까지 조문의 위치만 바뀌었을 뿐 그 내용이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형법 제43조 제2항형법이 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후 개정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형법이 제정될 당시 1951. 4. 13. 국회에 제출된 정부형법안(법전편찬위원회 초안 및 정부초안)에 의하면 현행 제43조 제2항과 같은 규정은 없었다.2)1952. 8. 29. 법제사법위원회는 정부안을 심사한 후 수정안을 첨부하여 본회의에 보고하면서, 제43조 제2항을 신설하였다. 1953. 6. 27. 제16회 국회임시회의속기록 제11호에 의하면 엄상섭 법제사법위원장대리는 신설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이 법제사법위원회의 수정안이 나온 것은 이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판결을 받고 아직 형이 집행 중에 있거나 또는 집행유예 중에 있거나 이럴 적에는 역시 제1항에서 1호부터 4호3)까지 둔 그런 자격에 취임할 수 없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이것을 [넣은]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사실상에 있어

서 각 특별법에서 이렇게 되어 있는 것을 따라 정리해서 [넣은]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이의 없이 가결되었다.4)형법 제43조 제2항에 의해 집행유예자도 선거권이 제한되는지 논의가 있는데, 위와 같은 입법과정으로 보아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당시 형법 제43조 제2항에 의해 집행유예자의 선거권이 제한된다는 의사는 분명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집행유예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던 구 국회의원선거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나. 선거권제한의 범위5)

(1) 선거권이 없는 자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 중 전단부분에 의하여 선거권이 제한되는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란 형의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자나 가석방된 자로서 잔여형기를 경과하지 아니한 자를 말한다.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 중 중 후단부분에 의하여 선거권이 제한되는 ‘형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란 형의 집행유예 기간 중인 자나 형의 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자를 말한다.6)7)상소권회복청구 중인 자로서 상소권회복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하여 선거권이 없다.8)

형벌이 아닌 자유박탈형 보안처분을 받은 자의 선거권도 제한되고 있다. 치료감호법 제47조에 의하면 피치료감호자에 대하여 형법 제42조 제2항과 비슷한 규정을 두어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구 사회보호법이 폐지되기 전에 보호감호판결이 확정되어 현재 감호 중인 자는 부칙 제2조에 따라 종전의 사회보호법이 적용되어 구 사회보호법 제38조에 의하여 선거권이 제한되고 있었다.9)

(2) 선거권이 있는 자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자, 상소하여 공판계속 중인 자(미결수용자), 집행유예기간이 도과한 자는 선거권이 있고,10)특별사면된 자도 선거권이 있다.11)

(3) 선거권제한 현황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선거권이 제한된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수감 중인 수형자, 가석방중인 자의 수는 다음 표와 같다.12)13)14)

집행유예자
수감 중인 수형자
가석방자
2010. 6. 2. 제5회 지방선거
160,908명
30,164명
2,118명
2012. 4. 11. 제19대 국회의원선거
125,909명
28,922명
1,813명
2012. 12. 19. 제18대 대통령선거
122,042명
29,666명
1,409명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는 비율에 관하여 살펴보면 2011년에 처리된 제1심 형사공판사건 278,169건 중에서 생명형 1건(0.00%), 자유형(실형) 42,186건(15.17%), 집행유예 61,891건(22.25%)이 선고되어 총 104,078건(37.42%) 정도가 선거권이 제한되는 형을 선고받았다.15)

다. 국내 입법론상 논의

2005년 법무부는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것을 발표하였고, 이를 위해 형법에서 자격상실·정지를 형벌의 종류에서 삭제하고, 개별 특별법에 자격요건을 규정하며, 공직선거법은 수형자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범죄유형 또는 박탈하는 권리의 범위 등 구체적인 방안을 연구하여 개정하겠다고 하였다.16)

2011. 3. 14.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가 2010. 10. 25. 입법예고한 ‘형법 일부 개정 법률안’17)제42조 제1항 제2호, 동조 제2항(현행법과 동일)에 대하여 “선거권의 의의 및 선거권제한의 한계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수형자의 선거권제한에 대한 외국의 입법례, 유럽인권재판소의 견해 등을 고

려할 때, 범죄의 경중, 형기의 장단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획일적으로 범죄자에 대한 선거권을 제한하는 개정안 제42조 제1항 제2호, 동조 제2항(이에 의하여 준용되는 제1항 제2호 포함)은, 헌법 제24조(선거권) 및 제37조 제2항,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5조에 위반될 우려가 있으므로, 수형자 일부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는 의견표명을 하였다.

2. 각국의 입법례 및 국제인권법

수형자 및 집행유예자의 선거권제한에 관한 각국의 입법례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고,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지, 허용하는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입법례를 보는 것은 무의미하고, 각국에서 어떠한 기준으로 선거권을제한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아야 한다. 선거권제한의 유형을 분류해보면, ①모든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국가(멕시코, 브라질, 일본, 영국, 러시아),② 선고형의 기간을 기준으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국가(호주, 이탈리아), ③ 범죄의 성격을 기준으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국가(미국), ④ 개별적인 판결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국가(독일, 스페인, 프랑스, 오스트리아), ⑤ 모든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국가(스웨덴, 이스라엘, 캐나다, 남아공)가 있다.

※[표] 각국의 수형자의 선거권제한18)

입법례
국가
관련 판례 및 비고
모든 수형자의 선거권제한
멕시코, 브라질, 러시아, 터키
헌법으로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음
모든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러시아, 터키에 대해 2013년 유럽인권재판소의 선거권 침해 결정이 있었음
일본
심판대상조항과 가장 유사함
영국
모든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입법에 대하여 2005년 유럽인권재판소의 선거권 침해 결정이 있었음
선고형을 기준으로 선거권제한
호주
종전에는 모든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였으나, 2007년 호주 대법원의 위헌 판결로 현재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음
이탈리아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자는 영구히, 3년 이상 5년 미만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자는 5년 동안 선거권을 제한하는 법에 대해 선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유럽인권재판소의 결정이 있음
범죄의 성격을 기준으로 선거권제한
미국
주별로 선거권제한의 범위를 다르게 규율함
1974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합헌 판결이 있음
개별적인 판결로 선거권제한
독일, 스페인
프랑스
공무원범죄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의 선거권을 5년 동안 제한하는 법률에 대해 2010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음
오스트리아
종전에는 고의로 범죄를 범하여 1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은 자의 선거권을 제한하였고 이에 대해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있었으나, 2010년 유럽인권재판소의 선거권 침해 결정으로 개정되었음
모든 수형자에게 선거권 부여
스웨덴
이스라엘
이스라엘 총리의 살해범에 대하여 선거권 박탈 논란이 있었으나, 모든 시민에게 선거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1996년 대법원 판결이 있음
캐나다
모든 수형자들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규정에 대하여 1993년 대법원의 위헌결정 이후, 2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규정에 대하여도 2002년 대법원의 위헌결정이 있었음. 현재 모든 수형자의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음
모든 수형자에게 선거권 부여
남아공
수형자들의 선거인명부 등록절차가 없는 것에 대하여 1999년 남아공 헌법재판소의 선거권 침해 결정 이후, 2004년 헌법재판소는 수형자의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는 선거법 규정이 위헌이라고 판시함.

가. 모든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국가

멕시코 헌법 제38조는 형사법에 의해 유죄선고를 받은 자의 선거권이 제한된다고 밝히고 있고,19)브라질 헌법 제15조는 수감 중인 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20)

일본의 공직선거법 제11조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다만, 형의 집행유예 중인 자는 제외)는 선거권을 갖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외에도 공직 재직 중 수뢰죄 및 알선죄를 범한 자로서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받은 날로부터 5년을 경과하지 아니하거나 그 형의 집행유예 중인 자, 선거범죄로 인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의 집행유예 중인 자, 공직선거법상 선거범죄로 형을 선고받은 경우 재판확정시부터 5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선거권이 없다.21)

영국의 1983년 국민대표법(Representation of the People Act 1983) 제3조 제1항은 “유죄판결을 받은 자는 그 형의 선고에 따라 구금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동안에는 법적으로 의회의 의원선거 또는 지방선거에서 투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22)2005년 유럽인권재판소는 12 : 5의 견해로

이 규정이 “체약당사국들은, 입법부의 선택에 따라 국민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건들 하에서, 합리적 기간 내에 비밀투표에 의한 자유선거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는 유럽인권협약 제1의정서 제3조를 위반한다고 판단하였다.23)이에 따라 영국법의 영향을 받은 아일랜드와 키프로스(Cyprus)는 각각 2006년에 자국법을 개정하였다. 영국에서는 법 개정작업이 지연되고 있는데, 유럽이사회는 2010년 6월 영국에게 3개월 내에법을 개정하라는 최종명령을 하였다. 유럽인권재판소는 2010. 11. 23. Greensand M.T. 사건에서 영국법의 선거권 침해를 재차 확인하였고,24)2014. 8. 12.Firth and others 사건과 2015. 2. 10. McHugh and Others 사건에서도 선거권 침해를 확인하였다.25)

러시아의 경우 헌법 제31조 제2항의 규정에서 모든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럽인권재판소는 2013. 7. 4. 영국 Hirst 사건에서와 마찬가지의 논리로 자동적·포괄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유럽인권협약 제1의정서 제3조를 위반하였다고 판시하였다.26)이 사건에서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의 수형자 선거권제한은 헌법규정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Hirst 사건과 다르다고 주장하였지만, 유럽인권재판소는 문제되는 제한조치의 성격에 관계없이 모든 국가의 행위는 인권협약의 심사대상이 된다

고 보아 러시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터키에서는 헌법 제67조, 선거기본법령과 선거인명부에 관한 법률 제7조및 형법 제53조에 의해 교도소에 수감된 수형자의 선거권이 제한되고 있었다. 수표부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업자가 수감기간 중과 가석방기간 중에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사안에서, 유럽인권재판소는 2013. 9. 17. 터키에서의 수형자 선거권제한이 자동적이고 무차별적이며, 범죄의 성격이나 중대성, 선고형, 개인의 행위나 환경을 고려하지 않아 유럽인권협약 제1의정서 제3조를 위반하였다고 판시하였다.27)유럽인권재판소는 2014. 10. 21. 터키 공화국 초대대통령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투르크의 조각상에 페인트를 부은 죄로 13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선거권이 제한된 사안에서 표현의 자유에 관한 유럽인권협약 제10조와 더불어 선거권을 규정한 유럽인권협약 제1의정서 제3조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확인하였다.28)

나. 선고형을 기준으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국가

호주 연방선거법(Commonwealth Electoral Act) 제93조는 제8AA항에서 수형자의 선거권제한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29)2004년 개정으로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었는데, 2006년 개정으로 모든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였다. 강도죄와 경찰로부터 추격받는 도중 교통사고로 1명에게 가한 중상해죄로 4년 가석방 금지 기간이 포함된 총 6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선거권이 제한된 사안에서, 호주 대법원은 2007. 8. 30. 4 : 2의 의견으로 모든 수형자의 선거권을 박탈하고 있는 연방선거법(Commonwealth Electoral Act)의 2006년 개정 사항은 무효이고, 3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수형자들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개정 전의 규율이 유효하다고 선고(Order)하였고, 2007. 9. 26. 그 이유를 선고(Publication of Reasons)하였다.30)현재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수형자의 선

거권을 제한하고 있다.31)

이탈리아의 형법 제29조에 의하면 무기징역형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자는 공무담임권이 영구히 박탈되고,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자는 5년 동안 공무담임권이 제한된다. 1967년 3월 20일자 대통령령 제223호 제2조에 의하면 공무담임권이 제한된 자는 선거권이 제한된다. 이에 대하여 이탈리아 대법원은 선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탈리아에서의 수형자 선거권제한은 유럽인권재판소에서도 문제되었다. 아내를 살인하고 아들에게 상해를 입힌 죄로 30년 형을 선고받은 Franco Scoppola는 유럽인권재판소에 자신의 선거권이 침해되었다고 소를 제기하였다. 유럽인권재판소 소재판부(Chamber)는 2011. 1. 18. 선거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으나 이탈리아는 이의를 제기하였고, 2011. 6. 20. 대재판부(Grand Chamber)에 회부되었다. 이 사건에 영국이 제3자로 소송에 참여하였고, 대재판부는 2012. 5. 22. 16 : 1의 견해로 청구인의 선거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시하였다.32)유럽인권재판소는 Hirst 사건에서 선거권 제한조치가 일반적, 자동적, 무차별적이어서는 안된다고 판시하였던 원칙을 재확인하였다. 다만 이탈리아에서는 국가나 사법제도에 반하는 범죄 또는 적어도 3년 이상의 형이 선고되는 범죄에 대해서만 선거권을 제한하므로 자동적이고 무차별적인 제한조치에 해당하지 않고, 형집행 종료 3년 후에는 선거권을 회복하는 절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유럽인권협약 제1의정서 제3조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시하였다.

다. 범죄의 성격을 기준으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국가: 미국33)

미국 수정헌법 제14조 제2항 단서는 “미연방 대통령·부통령, 국회 대표, 주 정부의 행정·사법 공무원 및 입법자를 선출하는 선거에서 21세 이상의 미연방시민권자로서 해당 주에 거주하는 남성에게 반란(rebellion) 및 기타 범죄에 가담한 경우를 제외하고 선거권을 제한하는 경우 그러한 곳의 대표

선출권은 전체 21세 이상 남성 수에서 비례하여 축소된다”34)고 규정하여 주 정부에게 일정한 경우 선거권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있다.35)이 조항은 미국의 독특한 역사의 산물로, 인종으로 인한 선거권제한을 금지하는 연방수정헌법 제15조와 함께 미국 남북전쟁 이후 인종차별을 금지하기 위하여 재건기에 제정된 것이다.36)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4년 중범죄(felony)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는 선거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으며,37)대다수의 주는 중범죄, 불명예스러운 범죄(infamous crime), 부도덕한 범죄(crime of moral turpitude) 등으로 유죄선고를 받은 자를 선거권 결격사유로 규정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연방대법원은 경범죄(misdemeanor)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판시한다.38)선거권제한 사유가 되는 중범죄는 주에 따라 다르게 해석이 되나, 일반적으로 반역(treason), 살인(murder, manslaughter), 상해(mayhem), 강간(rape), 방화(arson), 주거침입절도(burglary), 강도(robbery), 절도(larceny) 등을 중범죄(felony)로 본다.39)

주 선거법에서 중범죄로 인한 선거권 박탈의 문제는 인종차별의 목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위헌이 되며, 이는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이 된다.40)

현재 46개주의 헌법이 명시적으로 중범죄자에 대한 선거권제한 근거 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 중 메사추세츠주41)와 유타주42)는 최근에 이러한 근거 규정을 삽입하였다. 주 헌법으로 중범죄자에 대한 선거권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4개 주 중 오클라호마주43)와 펜실베니아주44)는 컬럼비아 특별구와 마찬가지로 중범죄자에 대한 선거권제한에 결정권자의 넓은 재량을 인정하고 있으며, 메인주45)와 버먼트주46)만이 선거사범에 관하여만 선거권을 제한한다.47)

라. 개별적인 판결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국가

독일 연방선거법(Bundeswahlgesetz) 제13조 제1호는 법원의 판결에 의한 선거권 상실을 선거권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48)연방선거법 시행령 제64조는 사회병리치료시설 또는 교도소에 대하여 행정당국은 그 시설물 내에 수용되어 있는 선거권자로서 그 투표구에 유효한 선거권을 소지한 자에 대해 이동투표선거위원회에 선거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 형법 제45조는 선거권 등 자격의 박탈을 독립된 형벌이 아니라 유죄판결에 부수한 효과로 규정하고 있다. 제45조 제2항, 제5항에 의하면 법원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유죄판결을 받은 자에게

부가적인 제재로 일정 기간(2년에서 5년)을 정하여 선거권제한을 선고할 수 있다. 어느 범죄에 대하여 선거권제한을 선고할 수 있는지는 형법 각칙의 개별 범죄구성요건에서 규정하고 있다.

스페인 선거법(Ley Orgánica 5/1985, del Régimen Electoral General) 제3조 제1항 제1호는 법원의 확정판결에 의해 주형 또는 부가형으로 선거권박탈 선고를 받은 자로 그 형이 유효한 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으나,49)선거권박탈 선고는 매우 드문 편이다.

프랑스 선거법(Code Electoral) 제6조는 법원의 재판에 의해 정해진 기간 동안 투표 및 선거권을 제한받은 자를 선거권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 선거법 제7조는 공무원범죄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는 최종 법원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5년 동안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2008년 헌법개정으로 새로 도입된 사후적 규범통제제도에 의하여 프랑스 대법원(Cour de cassation, 파기원)은 선거법 제7조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QPC)을 하였고, 헌법재판소(Conseil Constitutionnel)는 2010. 6. 11. 형벌의 개인책임원칙 위반으로 위헌결정을 내려 현재 위 조항은 삭제되었다.50)51)

종래 오스트리아 하원선거법(National Assembly Election Act) 제22조는 고의로 범죄를 범한 자 중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었다. 형법 제44조 제2항에 의하면 법관은 주된 형벌과 독립적으로 부수적 형벌에 대하여 조건을 정하여 부과할 수 있었고, 개별적인 정

황을 고려하여 선거권제한을 조건부로 유예할 수도 있었다. 수형자의 선거권제한에 대하여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는 2003. 11. 27. 합헌결정(B669/02)을 내렸다. 2005년 유럽인권재판소의 Hirst 결정이 있은 이후 헌법재판소는 다시 하원선거법 제22조를 심사하였으나, 2007. 9. 27. Hirst 결정에서 문제된 영국의 선거법은 범죄의 종류와 경중 내지는 개인적인 환경에 관계없이 모든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였으나, 오스트리아 선거법은 고의로 범죄를 범하여 1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은 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고, 1년 미만의 징역형 및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자의 선거권을 제한하지 않으며, 형법 제44조 제2항에 의하면 법관은 판결을 선고하면서 선거권을 제한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개인적인 환경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되고 있다고 보아 합헌결정(B1842/06)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유럽인권재판소는 2010. 4. 8. 6 : 1의 견해로 오스트리아 하원선거법 제22조로 인한 선거권제한이 법관의 재판으로 선고되지 않고, 선거권제한의 제재와 범죄 사이의 연계성이 충분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럽인권협약 제1의정서 제3조를 위반하였다고 보았으며, Hirst 결정보다 더 나아가 선거권을 제한하는모든 형벌은 범죄의 개인적인 정황에 근거하여 법관의 판단으로 선고되어야한다는 것을 명시하였다.52)이후 오스트리아는 대재판부(Grand Chamber)에 회부를 신청하였으나, 2010. 10. 4. 기각되어 이 결정은 확정되었다.53)

마. 모든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국가

스웨덴 선거법 제1장 제2조는 선거일 현재 18세 이상의 국내 거주국민과 과거 스웨덴에 주민으로 등록되었던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결격사유로는 금치산자 및 후견 하에 있는 자를 두고 있다.54)

선거권제한입법에 대해 선거권을 침해한다고 본 판결은 아니지만, 국가질서를 위협하였던 범죄자에 대하여 선거권을 인정하였던 사례로 이스라엘

의 판결을 고려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모든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는데,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이츠하크 라빈(Yitzak Rabin) 총리가 1995년 유대극우파 이스라엘인인 이갈 아미르(Yigal Amir)에게 사살당하자, 라빈 총리의 후임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아미르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시민권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스라엘 국적법(Law of Citizenship) 제11조b에 의하면 내무부장관은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한 자의 국적(Citizenship)을 박탈하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당시 내무부장관이 아미르의 국적을 박탈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제3자가 대법원의 위 내무부장관의 결정을 심사할 것을 제소하였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1996년 그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아미르가 아니라 이스라엘 민주주의에 해가 될 것이며, 그의 형벌은 징역형이고, 선거권 박탈은 모든 기본권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판시하였고, 이에 따라 아미르는 선거에 참여하였다.55)

1993년 캐나다 대법원(Supreme Court of Canada)은 모든 수감자에 대해 형의 기간과 관계없이 선거권을 박탈하는 포괄적인 금지(blanket ban) 규정을 만장일치로 위헌이라고 선언하였다.56)그 후 법률이 개정되어 캐나다 선거법(Canada Elections Act) 제4조 (c)는 징역 2년 이상의 수감자의 선거권을 제한하였으나57), 2002년 대법원은 Sauvé v. Canada 사건에서 5 : 4의 의견으로 이 규정에 대해서도 ‘권리와 자유에 관한 캐나다 헌장’ 제1조와 제3조에 위반되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선언하였다.58)이 판결로 위 규정은 효력을 상실하여 2004년 첫 선거 이후 모든 수형자들이 선거권을 행사하고 있다. 선거법 제5절(제244조-제262조)에서 수감된 선거인의 선거권 행사와 관련하여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59)60)

남아공 헌법재판소는 1999년 수형자들의 선거인명부에 등록하는 절차가 없는 것이 선거권을 침해한다고 선언하면서 선거위원회는 수형자들이 선거인명부에 등록하고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모든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라는 명하는 결정을 내렸다.61)이 결정 이후 선거법이 개정되어 명시적으로 노역장 유치자들을 제외한 모든 수형자들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자,62)2004년 남아공 헌법재판소는 국가교정국(NICRO)과 두 수형자들이 신청한 사건에서 9 : 2로 선거법 규정이 헌법63)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선언하였다.64)

바. 국제인권조약상 선거권 보호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5조65)는 모든 시민의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다.66)인권이사회(Human Rights Committee)가 1996년 제57차 회기에서 채택한 참정권 및 선거권 등에 관한 일반의견 제25호에

의하면 “당사국들은 보고서에서 시민들로부터 투표권을 박탈하는 법규정을 제시하고 설명해야 한다. 그러한 박탈의 근거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만약, 범죄에 대한 유죄판결이 투표권을 정지시키는 근거가 된다면, 정지 기간은 범죄와 형량에 대하여 비례해야 한다. 자유를 박탈당했지만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투표권의 행사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67)1995년 홍콩(당시는 영국령)에 대하여 이루어진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상 정부보고서 검토에서 인권이사회는 유죄 확정자에게 최고 10년까지 선거권을 박탈하는 홍콩의 관련 법률은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위 규약 제25조가 보장하는 정치적 참여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68)인권이사회는 2011. 3. 21. 개인통보사건에서 모든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러시아가 개인의 선거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징역형의 기간 동안 모든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박탈하고 있는 당사국은 선거권제한이 개별적인 사안에서 국제규약상 요구되는 합리성 기준을 어떻게 충족하는지 설명하지 않았기에, 인권이사회는 러시아에 대하여 위 국제규약 제25조 위반을 인정하였다.69)

‘법을 통한 민주주의 유럽위원회’(“베니스 위원회”)는 2002년 7월 제51차 회기에서 “바람직한 선거를 위한 지침(Code of Good Practice in ElectoralMatters)”을 채택하여 2002. 11. 6. 유럽평의회 의회(Parliamentary Assemblyof Council of Europe)에 제출하였다. 베니스 위원회는 이 지침에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상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70)

그 외에도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0조 제1항은 수형자의 처우에 관하여 보호하고 있고, 1955년 UN의 범죄방지 및 범죄인처우에 관한 회의에서 채택된 피구금자처우최저기준규칙도 제57조 및 제58조에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71)

3. 헌법재판소의 선례

헌법재판소는 수형자의 선거권제한에 대해 헌재 2004. 3. 25. 2002헌마411 결정에서 8(합헌) : 1(위헌)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1994. 3. 16. 법률 제4739호로 제정된 것) 제18조 제1항 제2호 전단부분72)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이하 ‘2004년 선례’라고 한다).

헌법재판소는 헌재 2009. 10. 29. 2007헌마1462 결정에서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중 제2호 전단부분에 대하여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등 5인이 위헌의견을, 재판관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이동흡 등 3인이 기각의견을, 재판관 이강국1인이 각하의견을 표시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이 다수이기는 하나,위헌정족수에 이르지 못하여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이하 ‘2009년 선례’라고한다).

2009년 선례에서 5인의 다수의견은 2004년 선례에서 설시한 수형자의 선거권제한의 목적에 대해 2004년 선례 이후 수형자의 교정시설 내에서의 처우에 관한 법적 규율에 변화가 생겼고, 몇 가지 논거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 없는 점이 있다며 각각의 논거를 비판하였다. 첫째, “구 행형법 하에서 수형자는 타인과의 접견, 서신 왕래, 전화통화, 신문 또는 도서의 구매 및 열람, 라디오 청취 및 텔레비전 시청이 제한된 상항에서 선거와 관련된 정보자료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여 적정한 투표가 가능한지 의문스럽다.”는 논거에 대해서, 국가는 수형자에게 합리적인 선거권 행사를 위하여 선거에 관한 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하여야 할 의무를 지고,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수형자는 종전 구 행형법 아래에서의 처우에 비하여 선거 관련 정보획득의 주요 매체라 할 수 있는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에의 접근이 더욱 자유롭게 되어 선거권 행사에 필요한 정보획득의 기회는 충분히 제공되어 있으며, 신문 등의 구독이나 라디오 청취 및 텔레비전의 시청을 통한 정보획득의 기회에 있어서 수형자와 미결수용자의 처우는 동일하다는 점을 들어 반박하였다. 둘째, “수형자의 선거권 행사는 부재자투표에 의하여야 할 것인데, 교정시설 내에서 부재자투표를 인정하면 교정시설 관리자의 영향력에 의하여 수형자의 정치적 의사형성이 왜곡될 수밖에 없어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논거에 관하여, 국가는 교정시설 관리자가 수형자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 예방조치를 취하고, 이를 위반한 교정시설 관리자를 징계하거나 처벌하는 등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지, 이러한 노력을 뒤로 한 채 그러한 선거부정행위의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수형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여 수형자의 선거권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셋째, “수형자가 부재자투표를 기화로 부재자투표 봉투에 개인적 서신을 넣어 발송함으로써 외부에 있는 공범자 등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어 실효적인 형벌집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거에 관하여, 이는 교정시설 내 부재자투표 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예방하여야 할 문제일 뿐만 아니라, 부재자투표의 봉투는 일반 서신의 봉투와 명백히 구별되고 그 수신지는 선거관리사무소이므로 수형자가 부재자투표 봉투를 이용하여 공범자와 연락을 취할 기술적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도 명백하

지 않다고 반박하였다. 마지막으로, “수형자는 반사회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고 처벌을 받는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을 품고 있어 그의 정치적 의사가 정당하게 형성되지 않을 개연성이 있는데,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이기는 하나 근소한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에 수형자들이 결정권(casting vote)을 행사할 수도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논거에 관하여, 보통선거의 원칙은 선거권자의 능력, 재산, 사회적 지위 등의 실질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일정 연령에 도달한 국민이면 누구라도 당연히 선거권을 가진다는 원칙으로, 일정 연령에 도달한 국민인 이상 누구든지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보통선거원칙의 이념적 전제인 동시에 필연적 귀결인바,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은 보통선거원칙에 어긋나는 부적절한 주장이라고 판시하였다. 2004년 선례의 합헌결정의 논거가 어떻게 극복되어 가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는 부분으로, 이 사건 결정에서 위헌 및 헌법불합치결정이 선고되는 데 그 밑바탕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4. 이 사건의 쟁점과 심판대상의 범위

가. 심판대상에 포함되는 사람들

이 사건 심판대상에 포함되는 사람은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하는 수형자와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유예기간 중인 자’가 있다. 수형자는 형 집행 중에 있는 수용자와 가석방된 사람으로서 잔형기가 경과되지 않은 사람을 포함한다. 즉, 이 사건 심판대상에는 형 집행 중인 수용자, 가석방자, 집행유예기간 중인 자가 포함되고, 이 사건 쟁점은 수형자 및 집행유예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나. 심판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들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공직선거법 제18조제1항 제2호의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는 해당하나, 형법

43조 제2항의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판결을 받은 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 사건 결정은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를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의 선고를 받은 사람’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사형,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심판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집행유예자와 관련하여서는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3호 중 ‘선거범 등의 죄를 범한 자로서, 형의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10년을 경과하지 않은 자’와 규범영역상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 선거범 등 제18조 제1항 제3호에서 예시하는 죄명으로 형의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고 확정된 후 집행유예기간 중인 자는 제18조 제1항 제2호에 해당되기도 하고, 제18조 제1항 제3호에 의하여도 선거권이 제한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심판대상은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선거권이 제한되는 집행유예자를 제외하고 있으므로, 위 사람들은 이 사건 쟁점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편,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의 후단인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에는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외에 형의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자가 있다. 형의 선고를 받은 자는 시효의 완성으로 인하여 그 집행이 면제되고(형법 제77조), 형을 선고하는 재판이 확정된 후 그 집행을 받음이 없이 형법 제78조가 정한 기간을 경과하면 시효가 완성된다. 형의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사람은 형의 선고를 받고 집행을 받지 아니한 사람을 말하는바, 구금되어 있지는 않지만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과 달리 볼 필요가 있고, 집행이 되지 않은 사람이므로 집행 중에 있는 사람의 선거권제한과도 달리 판단할 여지가 있다. 이 사건 결정은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 후단부분 중에서 ‘집행유예자’만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함으로써 형의 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 자를 제외하였다.

5. 이 사건 결정의 내용 및 해설

가. 다수의견

다수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이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의 선거권을 전면적·획일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은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에 대하여 전면적·획일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보더라도, 구체적인 범죄의 종류나 내용 및 불법성의 정도 등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범죄자가 저지른 범죄의 경중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형자와 집행유예자 모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어긋난다. 특히 집행유예자는 집행유예 선고가 실효되거나 취소되지 않는 한 교정시설에 구금되지 않고 일반인과 동일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므로, 그들의 선거권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하고, 보통선거원칙에 위반하여 집행유예자와 수형자를 차별취급하는 것이므로 평등원칙에도 어긋난다.』

다수의견은 먼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에 대하여 범죄자에 대해 가해지는 형사적 제재의 연장으로서 범죄에 대한 응보적 기능과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제재의 역할(형사적·사회적 제재)과 또한 시민으로서의 책임성을 함양하고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의식을 제고하는 데 기여하는 역할(준법의식 강화)을 인정하였고, 선거권제한은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임을 인정하였다. 다수의견이 심판대상을 위헌으로 본 주된 이유는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의 선거권을 전면적·획일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그 선거권제한이 침해의 최소성원칙에 위반된다는 점이었다. 선거권을 제한하더라도 구체적인 범죄의 종류나 내용 및 불법성의 정도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심판대상조항은 범죄의 경중을 고려하지 않고 수형자와 집행유예자 모두의 선거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지나친 제한이라고 보았다. 특히 집행유예자의 경우 선거권제한의 필요성이 크지 않고 일정한 경우에는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보다 더 긴 시간동안 선거권이 제한된다는 불합리가 발생한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나. 재판관 이진성의 위헌의견

다수의견은 집행유예자에 대해서는 위헌, 수형자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를 선언하였는데, 이에 반해 재판관 이진성은 집행유예자와 수형자 모두에 대해 위헌을 선언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범죄를 저지른 대가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제재라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지 않다. 수형자에 대해 응보적 기능으로서 일정한 제재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제재가 참정권 중 가장 기본적 권리인 선거권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발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의 정당성과 준법의무는 모든 시민이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으로부터 직접 도출되는바, 수형자와 집행유예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준법의식을 강화한다고 볼 수 없어 그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에 대한 선거권제한은 헌법재판소가 단순위헌결정을 통하여 선거권에 대한 침해를 제거함으로써 합헌성이 회복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 전체에 대하여 단순위헌을 선언하여야 한다.』

재판관 이진성의 의견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부터 부인한다는 점에서 다수의견과 논의의 출발점을 달리한다. 수형자에 대한 기본권제한조치는 재사회화의 목적에 부응하여야만 정당화될 수 있는데, 실정법을 위반한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재사회화의 목적에 부응하는 것이 아니므로 사회적 제재의 목적을 부인하였다. 선거권은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근간이 되는 권리로, 주권의 행사와 형사책임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선거권제한의 응보적 기능 역시 부인하였다. 마지막 준법의식의 강화에 대해서도 오히려 수형자와 집행유예자에게 선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재사회화 목적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준법의식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재판관 이진성은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는 의견으로, 심판대상조항 전체에 대해 단순위헌을 선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 재판관 안창호의 수형자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재판관 안창호는 수형자 부분에 대해 반대의견을 밝혔는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불법성이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안에 있어 정상을 참작 받아 교정시설에 구금되지 않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가능한 집행유예자의 경우와 달리, 수형자는 그 범행의 불법성이 크다고 보아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아직 종료되지 않은 자로서 공동체로부터

격리되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진 경우이다. 그들에 대해 격리된 기간 동안 공동체의 운용을 주도하는 통치조직의 구성과 공동체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짓는 선거권을 정지시키는 것은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벗어난 과도한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 중 수형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안창호는 집행유예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지만,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합헌이라는 의견이다.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선고받은 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불법성이 인정된 경우로, 선거권제한의 기간을 형사책임에 비례하여 선고된 구금기간 동안으로 제한하는 것은 책임원칙에 반하지 않으며, 수형자로 선거권제한범위를 한정하는 것은 포괄적이고 획일적인 과잉입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이다. 또한 입법례를 보더라도 자국의 전통과 실정에 맞게 수형자의 선거권제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원용하였다. 이에 따라 수형자에 대해 구금기간 동안 선거권을 제한한다고 해서 보통선거원칙을 위반한다거나 입법자의 재량범위를 일탈하여 현저히 불합리 또는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재판관 안창호의 의견은 수형자의 선거권제한을 합헌으로 보았던 2004년 선례 및 2009년 선례의 결론과 같은 입장이다.

6. 수형자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한 분석

가.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에서 집행유예자에 대해서는 단순 위헌을 선고하여 선고 즉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였고, 수형자에 대해서는 잠정적용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면서 2015. 12. 31.까지 개선입법을 해야 하고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2016. 1. 1.부터 효력을 상실하도록 하였다.

자유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통해 자유권에 대한 침해를 제거함으로써 합헌성을 회복할 수 있으므로, 위헌결정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헌법재판소가 집행유예자부분에 대해 위헌결정을 한 것은 즉시 선거권침해를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한편, 권력분립의 원

칙과 민주주의원칙의 관점에서 입법자에게 위헌적인 상태를 제거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헌법재판소는 자유권이 침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입법자의 형성권을 존중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서 수형자 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것은 입법자의 형성재량을 존중하여 현재의 위헌성을 제거하고 수형자에게 헌법합치적으로 선거권을 부여하도록 하기 위함이다.73)이 결정 다수의견에 의하면 수형자 부분의 위헌성은 전면적·획일적으로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한다는 데 있으므로, 합리적인 기준을 정하여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합헌적인 제한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입법자가 헌법합치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 수형자의 선거권제한 기준

각국의 입법례에서도 나타나듯이 선거권이 제한되는 수형자의 범위를 설정하는 기준으로는 개별 범죄의 성격, 선고형, 법관의 개별적인 판단, 고의범으로 한정 등 여러 가지의 입법방안이 가능하고,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74)첫째, 범죄의 성격을 기준으로 제한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면, 중범죄(felony)의 경우 선거권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지만(미국), 우리나라에서는 중범죄와 경범죄를 나누고 있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범죄의 보호

법익에 따라 국가적·사회적·개인적 법익에 관한 죄로 나누고 있어 국가적·사회적 법익을 침해한 범죄만 선거권이 제한되어야 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 법익을 침해한 범죄도 매우 심각한 중범죄가 있으므로, 보호법익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반드시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또한 형법에는 자격정지형을 선택형이나 병과형으로 규정한 범죄가 있어 이 범죄만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지만,75)이러한 범죄의 형사처벌에 선거권제한이 필수적이라는 점이 전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둘째, 법관이 형사재판과정에서 수형자 개인의 개별적인 사정 및 범죄와의 관련성 등을 판단하여 판결로 선거권제한을 선고하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선거권제한은 법령규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법관의 판결에 의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 형사법체계상 법관의 개별적인 판결로 선거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입법자의 입법형성이 필요하다. 자격정지형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조항과 같이 개별적인 형사처벌조항에 선거권제한이라는 부수형의 근거를 두거나, 징역형을 선고하는 경우 판사가 선거권제한이라는 자격정지형을 병과할 수 있다는 일반적 규정을 새로 두어야 한다. 셋째, 법정형을 기준으로 일부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법정형이 ‘단기 ○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법정형의 단기가 ○년 미만인 범죄를 저지른 수형자의 선거권은 제한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처벌조항 법정형은 상대적으로 넓은 폭으로 규정되어 있어 수형자의 구체적인 사정을 반영하지 못하고, 비교적 위법성이 크지 않은 경우 등도 선거권을 제한하게 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넷째, 선고형을 기준으로 선거권제한 범위를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비록 개별적인 범죄와 선거권행사와의 관련성이 선고형에 반영되지는 않더라도, 선고형에는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의 양형조건이 참작되므로 선고형은 중대한 범죄를 나누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참고로 2013년 사법연감에 의하면, 2012년 제1심 형사공판사건에서 자유형을 선고한 사건의 선고형 분포도는 다음 표와 같다.76)77)

자유형
무기
10년이상
5년이상
3년이상
1년이상
1년미만
집행유예
부정기형
2012
102,513명
(100.0%)
23명
(0.0%)
535명
(0.5%)
2,067명
(2.0%)
4,554명
(4.4%)
17,637명
(17.3%)
16,269명
(15.9%)
60,624명
(59.1%)
804명
(0.8%)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에서 선거권이 제한되는 수형자의 범위를 범죄의 종류나 침해된 법익을 기준으로 일반적으로 정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곤란하다고 밝히면서, 공직선거법이 선거범의 경우 선거권제한을 구체적·개별적으로 정하고 있는 것과 같이, 개별적인 범죄 유형별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해당 법률에서 별도로 마련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아울러 일반적으로 선거권이 제한되는 수형자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선고형이 중대한 범죄를 나누는 합리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입법자는 범죄의 중대성과 선고형의 관계, 선거의 주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거권제한의 기준이 되는 선고형을 정하고, 일정한 형기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형의 집행 중에 있는 수형자의 경우에만 선

거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입법할 것을 권고하였다.

7. 결정의 의의

헌법재판소는 수형자의 선거권제한에 대해 2004년과 2009년에 두 차례 합헌을 선언한 바 있었는데, 이 결정에서 판례를 변경하여 헌법불합치를 선언하였다. 집행유예자의 선거권제한에 대해서는 이 사건에서 처음으로 위헌을 선언하였다.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의 선거권제한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본 이 결정은 선거권제한의 의미가 역사적 흐름에 따라 변하였다고 본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20세기 이전까지도 참정권이란능력, 재산, 사회적 지위, 성별, 인종 등을 기준으로 하여 일부의 시민에게만주어지는 권리로서, 누구에게 그 자격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공동체의 순수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인식되었지만, 보통선거원칙이 확립된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이제는 더 이상 ‘시민으로서의 지위 박탈’은 현대의 시민권 개념과 조화되기 어렵다. 이 사상의 근저에 전제된 ‘어떤 사람들은 선거를 할 자격이 없다’는 개념은 우리 헌법상 인정되는 보통선거원칙과 세계관의 다원주의에서 당연히 인정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주권자의 범위를 제한하였던 사유 중에서 성별, 인종, 사회적 지위, 재산 등의 사유는 모두 철폐되었고, 범죄자, 나이, 국적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는데, 과연 범죄자에게 선거권을 박탈당할 만큼 주권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수형자와 집행유예자의 반사회적인 가치관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공동체의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에서 수형자와 집행유예자를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결정으로 집행유예자들은 바로 선거권을 행사가능하게 되었다. 집행유예기간 중인 사람은 2014. 1. 27. 기준 11만 523 명으로, 이들은 2014. 6. 4. 실시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공직선거법(2015. 8. 13. 법률 제13497호로 개정된 것) 제18조 제1항 제2호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사람. 다만, 그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은 제외한다.”로 개

정되었고 2016. 1. 1. 시행예정이다. 이로써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의 선거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수형자에 대해서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선거권을 제한하도록 개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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