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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정당법 제41조 제4항 위헌확인", 결정해설집 13집, , 2015, p.87
[결정해설 (결정해설집13집)]
본문

정당법 제41조 제4항 위헌확인 등

-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하여 의석을 얻지 못하고 일정 비율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정당에 대한 등록취소를 규정하고 있는 정당법 제44조 제1항 제3호 및 위 조항에 의하여 등록취소된 정당의 명칭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정당법 제41조 제4항제44조 제1항 제3호에 관한 부분이 청구인들의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

(헌재 2014. 1. 28. 2012헌마431 , 2012헌가19 (병합), 판례집 26-1상, 155)

정 유 진*1)

【판시사항】

1. 정당설립의 자유의 내용

2. 정당의 헌법적 기능과 기본권 제한의 한계

3. 국회의원선거에 참여하여 의석을 얻지 못하고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정당에 대해 그 등록을 취소하도록 한 정당법(2005. 8. 4. 법률 제7683호로 개정된 것) 제44조 제1항 제3호(이하 ‘정당등록취소조항’이라 한다)가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4. 정당등록취소조항에 의하여 등록취소된 정당의 명칭과 같은 명칭을등록취소된 날부터 최초로 실시하는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선거의 선거일까지 정당의 명칭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정당법(2005. 8. 4. 법률 제7683호로 개정된 것) 제41조 제4항제44조 제1항 제3호에 관한 부분(이하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이라 한다)이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정당법(2005. 8. 4. 법률 제7683호로 개정된 것) 제41조 제4항제44조 제1항 제3호에 관한 부분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2012헌마431 ) 및 정당법(2005. 8. 4. 법률 제7683호로 개정된 것) 제44조 제1항 제3호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2012헌가19 )이다.

제41조(유사명칭 등의 사용금지) ④ 제44조(등록의 취소)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등록취소된 정당의 명칭과 같은 명칭은 등록취소된 날부터 최초로 실시하는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선거의 선거일까지 정당의 명칭으로 사용할 수 없다.

제44조(등록의 취소) ① 정당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당해 선거관리위원회는 그 등록을 취소한다.

3.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선거에 참여하여 의석을 얻지 못하고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때

【사건의 개요】

1. 심판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

가. 청구인 겸 제청신청인(이하 ‘청구인’이라 한다)들은 등록취소된 정당 및 그 대표자들이다.

나. 청구인 진보신당·녹색당 및 청년당은 제19대 국회의원선거에 참여하였으나, 의석을 얻지 못하고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하여 정당법 제44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정당등록이 취소되었다. 한편, 청구인들은 등록취소된 정당의 명칭과 동일한 명칭을 일정 기간 정당의 명칭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정당법 제41조 제4항에 의하여, ‘진보신당’·‘녹색당’ 및 ‘청년당’을 정당의 명칭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다. 이에 청구인들은 정당법 제41조 제4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2012헌마431 ), 각 등록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한 후 그 소송 계속 중 정당법 제44조 제1항 제3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는바, 법원은 위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

하였다( 2012헌가19 ).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법원의 위헌제청이유

가. 청구인들의 주장( 2012헌마431 )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은 입법목적이 불분명하고, 군소정당의 난립 방지를 통한 국민의 선거권 보장을 그 입법목적으로 보더라도 위 조항은 등록취소된 정당의 명칭과 동일한 명칭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을 뿐 유사한 명칭의 사용을 금지하지 아니하여 입법목적 달성에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정당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당의 등록요건 및 등록취소요건 등에 의하여 군소정당의 난립 방지라는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음에도 위 조항이 등록취소된 정당의 명칭과 동일한 명칭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정당의 존립에 치명적인 불이익을 가하여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반되고, 위 조항은 등록취소된 정당의 명칭 변경을 강제함으로써 국민이 그 정당을 식별할 수 없도록 하여 정당정치의 발전을 저해한다. 따라서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은 청구인들의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이유(2012헌가19)

정당등록취소조항은 국회의원선거에서의 결과적 성공이라는 우연한 사정에 기초하여 정당을 소멸시킴으로써 정당의 존속을 불가능하게 하고, 신생정당들을 정치생활의 영역으로부터 축출하여 소수의견의 정치적 결집을 봉쇄하고 기성의 정당체제를 고착화시키며,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정당설립의 자유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려는 헌법 제8조 제4항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 또한, 정당법 제44조 제1항 제3호의 내용을 고려하면, 정당등록취소조항은 군소정당으로 하여금 등록취소를 면하기 위해 임기만료에 의한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원 및 장의 선거에만 참여하고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선거에는 불참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크고, 결국 군소정당의 국회의원선거 참여를 사실상 제한함으로써 정당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

【결정요지】

1. 헌법 제8조 제1항 전단은 단지 정당설립의 자유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정당의 설립만이 보장될 뿐 설립된 정당이 언제든지 해산될 수 있거나 정당의 활동이 임의로 제한될 수 있다면 정당설립의 자유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므로, 정당설립의 자유는 당연히 정당존속의 자유와 정당활동의 자유를 포함하는 것이다. 한편, 정당의 명칭은 그 정당의 정책과 정치적 신념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표지에 해당하므로, 정당설립의 자유는 자신들이 원하는 명칭을 사용하여 정당을 설립하거나 정당활동을 할 자유도 포함한다.

2. 정당은 국민과 국가의 중개자로서 정치적 도관(導管)의 기능을 수행하여 주체적·능동적으로 국민의 다원적 정치의사를 유도·통합함으로써 국가정책의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있다. 오늘날 대의민주주의에서 차지하는 정당의 이러한 의의와 기능을 고려하여, 헌법 제8조 제1항은 국민 누구나가 원칙적으로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정당을 설립할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함과 아울러 복수정당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입법자는 정당설립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입법하여야 하고, 헌법재판소는 정당설립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의 합헌성을 심사할 때에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엄격한 비례심사를 하여야 한다.

3. 실질적으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정당을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서 배제함으로써 정당제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한도에서 정당등록취소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등록의 취소는 정당의 존속 자체를 박탈하여 모든 형태의 정당 활동을 불가능하게 하므로, 그에 대한 입법은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일정 기간 동안 공직선거에 참여할 기회를 수 회 부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등록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등 덜 기본권 제한적인 방법을 상정할 수 있고, 정당법에서 법정의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 정당이나 일정 기간 국회의원선거 등에 참여하지 아니한 정당의 등록을 취소하도록 하는 등 현재의

법체계 아래에서도 입법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다른 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정당등록취소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나아가, 정당등록취소조항은 어느 정당이 대통령선거나 지방자치선거에서 아무리 좋은 성과를 올리더라도 국회의원선거에서 일정 수준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면 등록이 취소될 수밖에 없어 불합리하고, 신생·군소정당으로 하여금 국회의원선거에의 참여 자체를 포기하게 할 우려도 있어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 따라서 정당등록취소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들의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한다.

4.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은 정당등록취소조항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이유에서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한다.

【해 설】

1. 사안의 쟁점

이 사건은 등록취소된 정당의 명칭과 동일한 명칭의 사용을 일정 기간 금지하고 있는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의 기본권 침해 여부가 쟁점이 된 2012헌마431 사건에 국회의원선거에 참여하여 의석을 얻지 못하고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정당에 대하여 그 등록을 취소하도록 한 정당등록취소조항의 위헌 여부가 쟁점이 된 2012헌가19 사건이 병합된 사건이다.2)

적법요건에 관하여서는, 등록취소된 정당이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다툴 청구인능력이 있는지 여부 및 위 조항이 직접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본안에 관하여서는, 정당등록취소조항 및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이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2.등록취소된 정당이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의 위헌성을 다툴 청구인능력이 있는지 여부

녹색당, 진보신당, 청년당은 2012. 4. 12. 정당등록취소조항에 의하여 등록이 취소되었는바,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을 다투기 위한 위 청구인들의 청구인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정당법의 규정상 정당은 등록취소로써 그 존재가 소멸하고 이는 자연인의 사망과 유사하므로 등록취소된 정당은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위 청구인들이 적법하게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의 위헌성을 다툴 청구인능력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본안 판단에 나아갔다.

정당설립의 자유는 그 성질상 등록된 정당뿐만 아니라 등록된 정당은 아니지만 권리능력 없는 사단의 실체를 갖춘 정치적 결사에게도 인정되는 기본권이고, 정당이 등록취소된 경우라 하더라도 ‘권리능력 없는 사단’으로서의 실질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에는 청구인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바(헌재 2006. 3. 30. 2004헌마246 , 판례집 18-1상, 402, 410 참조), 녹색당, 진보신당 및 청년당은 등록취소된 이후에도 법원에 등록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그 소송 계속 중 정당등록취소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는 등 등록정당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회복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권리능력 없는 사단’으로서의 실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은 정당설립의 자유를 제한하므로, 이 사건에서도 위 조항의 위헌성을 다투기 위한 위 청구인들의 청구인능력이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3.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이 직접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여부

가. 견해의 대립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에 대하여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서는 다음과 같이 견해의 대립이 있다.

(1) 직접성 부정설(헌법재판소의 선례)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정당등록취소조항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던구 정당법(2000. 2. 16. 법률 제6269호로 개정되고 2005. 8. 4. 법률 제76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8조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정당의 등록이 취소되고,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을 포함하는 정당법 제41조 제4항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던 구 정당법 제43조 제4항에 의하여 등록취소된 정당의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사회당의 등록취소 전 대표였던 청구인이 위 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2004헌마562 사건에서, 구 정당법 제38조 제1항 제3호에 의하여 해당 정당이 소멸하여 그 결과 청구인 주장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정당이 위 조항 소정의 등록취소사유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심사 및 그에 이은 등록취소라는 집행행위에 의하여 비로소 해당 정당이 소멸하게 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등록취소처분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됨은 명백하며, 그 소송절차에서 얼마든지 위 규정에 대한 위헌 여부의 제청을 구할 수 있고 달리 그러한 절차경유가 곤란하거나 부당하다고 볼 사정 또는 그러한 절차의 경유가 실효성이 없다고 볼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 조항은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없다고 하였다.

구 정당법 제43조 제4항에 대하여서도 위 조항 자체에 의하여 바로 해당 정당이 그 정당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당등록취소라는 집행행위가 있을 때 비로소 그 금지효과가 발생한다고 보아 위 조항 역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없다고 하여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각하하였다(헌재 2006. 4. 27. 2004헌마562 , 판례집 18-1, 574, 579-581 참조).3)

이 사건의 경우에도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에 의한 기본권 침해는 집행행위인 ‘정당에 대한 등록취소처분’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발생하므로 위 선례와 마찬가지로 위 조항이 직접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가사 위 선례와는 달리 위 조항이 ‘정당에 대한 등록취소처분이 이루어진이후’에 비로소 적용된다고 보더라도, ‘등록취소된 정당의 명칭과 동일한 명칭의정당등록신청에 대한 선거관리위원회의 등록거부처분’이라는 집행행위를 예정할 수 있으므로, 위 조항이 기본권을 직접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2) 직접성 긍정설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에 의한 명칭사용금지의무는 정당등록취소조항에 의하여 정당등록이 취소되면 다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확정적으로 발생한다.

위 선례에서는 ‘정당에 대한 등록취소처분’을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의 집행행위로 보아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부정하였으나, 위 조항은 ‘정당에 대한 등록취소처분이 이루어진 이후’에 비로소 적용된다는 점에서 의문이다.

한편, ‘등록취소된 정당과 동일한 명칭의 정당등록신청에 대한 등록거부처분’을 위 조항이 예정하고 있는 집행행위로 보더라도, 헌법재판소는 다수의판례를 통하여 법규범이 집행행위를 예정하고 있더라도 법규범의 내용이 집행행위 이전에 이미 국민의 권리관계를 직접 변동시키거나 국민의 법적 지위를 결정적으로 정하는 것이어서 국민의 권리관계가 집행행위의 유무나 내용에 의하여 좌우될 수 없을 정도로 확정된 상태라면 그 법규범의 권리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된다는 법리를 확립하였는바(헌재 1995. 2. 23. 90헌마214 , 판례집 7-1, 245, 254-255; 헌재 2003. 12. 18. 2001헌마543 , 판례집 15-2하, 581, 593 등 참조),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은 일의적·확정적으로 등록취소된 정당의 명칭과 동일한 명칭의 사용을 일정 기간 금지하고 있으므로 등록취소된 정당의 명칭과 동일한 명칭의 정당등록신청을 하여 선거관

리위원회로부터 등록거부처분을 받더라도 이는 확인적 의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등록거부처분을 집행행위로 보아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부정할 경우, 위 조항의 위헌성을 다투고자 하는 청구인으로서는 등록취소된 정당의 명칭과 동일한 명칭으로 정당등록신청을 하여 거부처분을 받고 그 거부처분을 다투는 과정에서 위 조항의 위헌성을 다투어야 하는바, 이는 청구인에게 실질적으로 불필요한 우회절차를 강요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선거가 4년 주기로 실시되는 점을 고려하면 위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되더라도 효과적인 권리구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에 대하여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함이 타당하다.

나.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청구인들의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에 대한 심판청구가 적법요건을 충족함을 전제로 본안 판단에 나아갔으나, 구 정당법 제43조 제4항에 대하여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부정한 위 2004헌마562 결정을 변경하여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에 대하여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한 것인지 여부를 결정문에 명시하지는 아니하였다.

다만, 정당등록취소조항에 의하여 정당의 등록이 취소되면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에 의한 명칭사용금지 의무가 자동적으로 발생하므로 정당등록취소조항과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은 체계적으로 밀접불가분의 관계를 이루고 있는바, 헌법재판소는 재판의 전제성이 있는 부분과 체계적으로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그 법률조항도 심판대상에 포함시켜 위헌제청된 법률조항과 함께 그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므로(헌재 2005. 2. 3. 2001헌가9 등, 판례집 17-2, 1, 12 참조), 이 사건은 위 선례를 변경하지 아니하더라도 이 사건 위헌제청의 심판대상을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까지 확장하여 판단하는 것이 가능한 사안이었다.

한편, 정당등록취소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선고될 경우 위 조항을 전제로 적용되는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은 독자적인 규범적 의미를 잃게 되는바, 이러한 경우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법 제45조 단서에 따라 이 사건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에 대하여서까지 부수적 위헌결정을 할 수 있으므로(헌재 1989. 11. 20. 89헌가102 , 판례집 1, 329, 342; 헌재 2001. 7. 19. 2000헌마91 등, 판례집 13-2, 77, 100-101 참조),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가 정당등록취소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하는 이상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에 대하여 부수적 위헌결정을 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서 위헌제청의 대상이 된 정당등록취소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하면서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에 대하여서도 본안 판단에 나아가 위헌결정을 한 것은 결론적으로 타당하나, 결정의 근거를 명확하게 밝히지 아니하였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4. 정당등록 및 등록취소제도 개관

가. 정당등록제도의 의의, 정당등록요건 및 등록신청의 심사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광역시·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도당으로 구성되고(정당법 제3조), 중앙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함으로써 성립한다(정당법 제4조 제1항). 이와 같이 정당등록은 정당의 성립요건이므로, 어떠한 정치적 결사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정당으로서 활동하고자 하더라도 중앙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되지 않는 한 정당법상의 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한편, 정당등록제도는 어떤 정치적 결사가 정당에 해당되는지의 여부를 쉽게확인할 수 있게 해 주고, 이에 따라 정당에게 부여되는 법률상의 권리·의무관계도 비교적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법적 안정성과 확실성에 기여한다(헌재 2006. 3. 30. 2004헌마246 , 판례집 18-1상, 402, 413 참조).

정당법상 정당으로 등록하기 위하여서는 5 이상의 시·도당을 가져야 하고, 각 시·도당은 당해 시·도당의 관할구역 안에 주소를 두고 있는 1천명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한다(정당법 제4조 제2항, 제17조제18조). 정당등록신청을 받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는 형식적 요건을 구비하는 한 이를 거부하지 못하고, 형식적 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때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보완을 명하며, 2회 이상 보완을 명하여도 응하지 아니할 때에는 그 신청을 각하할 수 있다(정당법 제15조).

나. 정당등록취소사유, 등록취소의 절차 및 효과4)

정당법 제44조 제1항은 정당이 (i) 정당법 제17조제18조의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게 된 경우, (ii) 최근 4년간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선거 또는 임기만료에 의한 지방자치단체의 장선거나 시·도의회의원선거에 참여하지 아니한 경우 및 (iii)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선거에 참여하여 의석을 얻지 못하고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경우 당해 선거관리위원회가 해당 정당의 등록을 취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의 등록을 취소한 때에는 지체 없이 그 뜻을 공고하여야 하며(정당법 제44조 제2항), 등록이 취소된 정당은 정당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다. 즉, 등록취소된 정당은 더 이상 헌법 제8조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단지 헌법 제21조에 의하여 보호되는 정치적 결사로 남게 된다.5)

등록취소된 정당의 잔여재산은 당헌이 정하는 바에 따라 처분하되, 당헌에 따라 처분되지 아니한 정당의 잔여재산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고에 귀속한다(정당법 제48조 제1항 및 제2항). 정치자금법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받은 정당의 등록이 취소된 경우에는 해당 정당은 지체 없이 보조금의 지출내역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하고 그 잔액이 있는 때에는 이를 반환하여야 한다(정치자금법 제30조 제1항).

한편, 등록취소된 정당의 강령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으로 대체정당을 설립할 수 있으나, 등록취소된 정당의 명칭과 동일한 명칭은 등록취소된 날부터 최초로 실시하는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선거의 선거일까지 정당의 명칭으로 사용할 수 없다(정당법 제41조 제4항).6)

5. 심판대상조항들의 위헌 여부

가. 제한되는 기본권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에서 다음과 같이 헌법 제8조 제1항 전단이 헌법 제21조 제1항의 결사의 자유의 특별규정으로서 기본권인 정당설립의 자유의 직접적인 근거 규정이 된다는 점 및 정당설립의 자유에는 정당존속의 자유 및 정당활동의 자유가 포함된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정당설립의 자유에 자신들이 원하는 명칭을 사용하여 정당을 설립하거나 정당활동을 할 자유가 포함된다는 점을 최초로 밝혔다.

「정당설립의 자유는 헌법 제8조 제1항 전단에 규정되어 있지만, 국민 개인과정당 그리고 ‘권리능력 없는 사단’의 실체를 가지고 있는 등록취소된 정당에게 인정되는 ‘기본권’이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에 의해 제한되는 기본권은 헌법 제21조 제1항의 ‘결사의 자유’의 특별규정으로서 헌법 제8조 제1항 전단의 ‘정당설립의 자유’이다(헌재 2006. 3. 30. 2004헌마246 참조).

헌법 제8조 제1항 전단은 단지 정당설립의 자유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있지만, 정당의 설립만이 보장될 뿐 설립된 정당이 언제든지 해산될 수 있거나정당의 활동이 임의로 제한될 수 있다면 정당설립의 자유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므로, 정당설립의 자유는 당연히 정당존속의 자유와정당활동의 자유를 포함하는 것이다. 한편, 정당의 명칭은 그 정당의 정책과정치적신념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표지에 해당하므로, 정당설립의 자유는 자신들이 원하는 명칭을 사용하여 정당을 설립하거나 정당활동을 할 자유도 포함한다.

이 사건의 경우, 정당등록취소조항은 국회의원선거에 참여하여 의석을

얻지 못하고 일정 수준의 득표를 하지 못한 정당인 진보신당·녹색당 및 청년당의 으로 하는 정당설립의 자유를 제한하고,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은 청구인들이 등록을 취소함으로써 청구인들의 정당존속 및 정당활동의 자유를 내용등록취소된 정당인 진보신당·녹색당 및 청년당의 명칭과 동일한 명칭을 정당의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정당설립의 자유를 제한한다.」

나. 정당의 헌법적 기능과 기본권 제한의 한계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에서 다음과 같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을 담당·매개하는 정당의 헌법적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당설립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의 합헌성을 심사함에 있어서는 엄격한 비례심사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헌법 제8조 제2항은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정당법 제2조는 “이 법에서 정당이라 함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은 국민과 국가의 중개자로서 정치적 도관(導管)의 기능을 수행하여주체적·능동적으로 국민의 다원적 정치의사를 유도·통합함으로써 국가정책의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있다.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의 담당자이며 매개자이자 민주주의에 있어서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에, 정당의 자유로운 설립과 활동은 민주주의 실현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헌재 2004. 3. 25. 2001헌마710 참조).

오늘날 대의민주주의에서 차지하는 정당의 이러한 의의와 기능을 고려하여, 헌법은 정당설립의 자유를 일반적인 결사의 자유로부터 분리하여 제8조 제1항에 독자적으로 규율함으로써 정당설립의 자유의 특별한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헌법 제8조 제1항은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라고 규정하여, 국민 누구나가 원칙적으로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정당을 설립할 권리를 기본권으로서 보장하면서, 아울러 정당

설립의 자유를 보장한 것의 당연한 법적 산물인 복수정당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헌재 1999. 12. 23. 99헌마135 참조).

이러한 정당 관련 헌법과 법률의 규정과 정당의 중요성을 참작하여 볼 때, 한편으로 입법자는 정당설립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입법하여야 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 헌법재판소는 정당설립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의 합헌성을 심사할 때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엄격한 비례심사를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정당설립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법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고 불가피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그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으며, 그 경우에도 정당설립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종전에 정당설립의 자유의 침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과잉금지원칙을 적용하면서도 그 심사의 강도에 관하여서는 일관되지 아니한 입장을 보여 왔으나,7)이 사건 결정에서 정당설립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의 합헌성을 심사하는 경우 그 심사의 강도가 엄격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정당의 설립 및 존속을 보장하는 전제 하에 정당활동의 내용과 한계를 형성함과 동시에 제한하는 법률에 대하여 완화된 심사를 할 수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자유로운 정당설립 또는 설립된 정당의 존속 그 자체를 제한하는 법률에 대하여서는 엄격한 심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다. 심판대상조항들에 대한 판단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에서 다음과 같이 실질적으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할 의사나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국가에 매개할 능력이 없는 정당을 배제함으로써 정당제 민주주의에 기여하고자 하는 한도에서 정당등록취소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국회의원선거에서원내 진출 및 일정 수준의 득표에 실패한 정당에 대해 등록을 취소하는 것은입법목적 달성에 유효한 수단이나, 단 한 번의 국회의원선거에서 의석을 얻지 못하고 일정 수준의 득표를 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정당의 등록을 취소하여 그 존속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정당등록취소조항은 정당설립의 자유를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고,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은 정당등록취소조항을 전제로 적용되는 조항으로서 같은 이유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1) 정당등록취소조항에 대한 판단

(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정당등록취소조항은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과 함께 국가보위입법회의에 의하여 1980. 11. 25. 법률 제3263호로 개정된 정당법에서 신설되었다. 정당등록취소조항이 처음 도입될 당시는 물론 이후 국회에서 이루어진 정당법개정과정에서의 회의록을 살펴보아도, 그 조항의 입법 취지를 찾을 수 없다.

헌법 제8조 제1항은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정당 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정치적 다양성 및 정치과정의 개방성

을 보장하고 있으며, 헌법 제8조 제4항은 그 목적이나 활동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제거하려는 정당까지도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한 ‘정당설립의 자유’의 보호를 받는 정당으로 보고 오로지 헌법재판소가 그의 위헌성을 확인한 경우에만 정치생활의 영역으로부터 축출될 수 있음을 규정하여 정당설립의 자유를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 헌법 제8조 제1항의 정당설립의 자유와 헌법 제8조 제4항의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볼 때, 입법자가 정당으로 하여금 헌법상 부여된 기능을 이행하도록 하기 위하여 그에 필요한 절차적·형식적 요건을 규정함으로써 정당설립의 자유를 구체적으로 형성하고 동시에 제한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정당설립에 대한 국가의 간섭이나 침해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헌재 1999. 12. 23. 99헌마135 참조). 따라서 단지 국민으로부터 일정 수준의 정치적 지지를 얻지 못한 군소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을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서 배제하기 위한 입법은 헌법상 허용될 수 없다.

다만, 대의민주주의에서 정당의 가장 본질적인 존재의 의의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바, 실질적으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할 의사가 없거나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집약·결집하여 국가에 매개할 능력이 없는 정당을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서 배제함으로써 정당제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한도에서 정당등록취소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될 수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선거에서의 의석 확보 여부 및 득표율은 정당이 실질적으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할 진지한 의사와 역량을 갖추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표지가 되므로, 국회의원선거에서 원내 진출 및 일정 수준의 득표에 실패한 정당에 대해 등록을 취소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 달성에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당등록취소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갖추고 있다.

(나)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① 정당설립의 자유를 법률로써 제한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에서 정당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특히 정당등록의 취소는 정당의 존속 자체를 박탈함으로써 모든 형태의 정당 활동을 불가능하게 하므로, 그에 대한 입법은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이

루어져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정당이 해산된 경우와는 달리, 정당등록취소조항에 의해 정당등록이 취소된 경우에는 대체정당의 설립이 가능하고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등록취소된 정당의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정당법 제40조, 제41조 제4항 참조), 입법자로서는 보다 덜 제한적인 방법이 있는 때에는 입법목적 달성에 지장이 없는 한 이를 채택하여야 한다. 그런데 입법목적 달성에 지장이 없으면서도 정당등록취소조항에서 정한 방법보다 덜 제한적인 방법을 상정할 수 있다. 예컨대, 단 한번만의 국회의원선거 결과로 정당을 취소할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 동안 국회의원선거 등 공직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수회 더 부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등록취소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신생정당의 경우 처음부터 전국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여 국회의원선거에서 후보자를 추천한 선거구의 개수와 분포 및 그 선거구에서의 득표율 등을 종합하여 등록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할 진지한 의사나 능력을 갖추지 못한 정당을 배제시키면서도 정당으로 하여금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획득할 수 있는 정책 개발에 더욱 매진하도록 할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등록취소조항이 단 한 번의 국회의원선거에서 의석을 얻지 못하고 일정 수준의 득표를 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정당등록을 취소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정당법 제44조 제1항은 정당이 정당법 제17조(법정시·도당수) 및 제18조(시·도당의 법정 당원수)의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게 된 경우(제1호)와 최근 4년간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선거 또는 임기만료에 의한 지방자치단체의 장선거나 시·도의회의원선거에 참여하지 아니한 경우(제2호)를 정당등록취소사유로 규정하여,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할 진지한 의사나 능력을 갖추지 못한 정당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정치자금법 제27조는 정당의 국회의원 의석수 또는 국회의원선거 등에서의 득표수 비율을 기준으로 정당에 지급되는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을 차등지급하도록 규정하여 국회의원선거 등에서 일정 수준의 정치적 지지를 얻지 못한 정당에 대한 국고 지원을 배제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현재의 법체계 아래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인 정당등록취소조항이 없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할 진지한 의사나 능력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자연스럽게 배제할 수 있는 장치들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선거에서의 의석 확보 여부나 득표율은 정당의 선거 참여나 정당에 대한 국고 지원 등을 허용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 정당의 존립 여부 자체를 결정하는 요소로 기능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③ 정당등록취소조항은 단 한 번의 국회의원선거에서 부진한 결과를 얻었다는 이유만으로 즉시 정당등록을 취소하는바, 어느 정당이 대통령선거나 지방자치선거에서 아무리 좋은 성과를 올리더라도 국회의원선거에서 일정 수준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할 경우 정당등록이 취소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신생·군소정당의 경우 등록취소에 대한 우려로 국회의원선거에의 참여 자체를 포기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의사를 객관적으로 표명하고 자신의 존재와 정책을 효과적으로 알릴 기회를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그 결과 정당등록취소조항은 신생·군소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할 진지한 의사를 가지고 계속적으로 정당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여 보다 굳건한 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소수의견의 정치적 결집을 봉쇄하고 정치적 다양성과 정치과정의 개방성을훼손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정당등록취소조항이 헌법 제8조 제1항 후단에서제도적으로 보장된 복수정당제를 훼손하고 정당제 민주주의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것은, 위 조항이 입법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를 벗어나는 과도한 제한을 가하고 있음으로 인한 결과이다.

④ 입법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은 기본권 제한의 정도와 비례관계를 유지하여야 한다. 정당등록취소조항에 의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은 실질적으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정당을 배제함으로써 정당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보더라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위 조항이 그러한 공익의 실현에 기여하는 효과는 불분명한 반면, 위 조항으로 인해 침해되는 정당설립의 자유의 공익적 가치는 매우 크다 할 것이므로, 위 조항으로 인해 얻는 공익적 성과와 그로부터 초

래되는 부정적인 효과는 합리적인 비례관계를 현저하게 일탈하고 있다.

⑤ 따라서 정당등록취소조항이 단 한 번의 국회의원선거에서 의석을 얻지 못하고 일정 수준의 득표를 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정당의 등록을 취소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다) 소결

이와 같이 정당등록취소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될 수 있지만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한다.

(2)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에 대한 판단

정당명칭사용금지조항은 정당등록취소조항에 의하여 등록이 취소된 정당의 명칭을 등록취소된 날부터 최초로 실시하는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선거의 선거일까지 정당의 명칭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조항인바, 이는 앞서 본 정당등록취소조항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같은 이유에서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한다.」

라. 비판적 검토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에서 정당등록취소조항에 대하여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되나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정당등록취소조항은 그 입법과정을 살펴보아도 입법목적이 무엇인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결정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정당등록취소조항의 입법목적을 실질적으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할 의사나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국가에 매개할 능력이 없는 정당을 배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더라도, 정당 간의 경쟁과 정치적 다양성 및 정치적 과정의 개방성을 의도하고 있는 헌법 제8조 제1항 및 정당은 오로지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에 의하여서만 정치생활의 영역으로부터 축출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8조 제4항에 비추어 볼 때, 헌법 제8조 제4항이 규정하고 있는 정당해산의 사유 이외의 사유로 적법하게 설립된 정당을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과정에서 배제하기 위한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다소 의문이다.

한편, 이 사건 결정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정당등록취소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궁극적으로 정당제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한도에서 인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선거에서의 의석 확보 여부 및 득표율은 어떤 정치적 결사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 과정에 참여하고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집약·결집하여 국가에 매개’한다는 정당의 헌법적 과제를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드러내는 하나의 표지일 수는 있으나, 그것만으로 어느 정당이 이러한 의사나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일의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고, ‘국회의원선거’의 결과만을 기준으로 등록을 취소하도록 함으로써 대통령선거나 지방자치선거의 결과가 전혀 고려되지 아니하여 불합리하다는 점은 이 사건 결정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정당법은 등록취소된 정당의 강령 또는 기본정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대체정당의 설립을 금지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정당등록취소조항에 의하여 어느 정당의 등록이 취소되었다 하더라도 사실상 위 조항에 의한 등록취소의 효과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나아가, 신생·군소정당의 경우 아무리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할 진지한 의사를 가지고 있더라도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장기간 계속적인 노력을 경주하여야 하는바, 등록취소라는 수단은 신생·군소정당이 성장·발전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함으로써 복수정당제를 훼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당등록취소조항에 의한 등록취소가 입법목적에 기여할 수 있는 적합한 수단인지에 대하여도 의문이 든다.

이 사건 결정에서 적절히 언급한 바와 같이 정당법상의 다른 등록취소사유나 정치자금법상 보조금의 차등지급 등을 통하여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할 진지한 의사나 능력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자연스럽게 배제할 수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향후 국민으로부터 일정 수준의 정치적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당의 등록을 취소하는 입법이 다시 이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나,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결정에서정당등록취소조항에 대하여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정치적 지지를 얻지 못한 정당에 대한 등록취소 자체는

헌법상 허용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 것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6. 결정의 의의

가.이 사건 결정은 정당이 국회의원선거에 1회 참여하여 원내 의석 확보및 일정 수준의 득표에 실패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정당의 등록을 취소하는 것은 정당설립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을 최초로 밝힌 결정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

나. 이 사건 결정은 정당설립의 자유가 헌법 제8조 제1항 전단으로부터 직접 도출되는 기본권이고, 정당설립의 자유에 정당존속 및 활동의 자유가 포함된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한편, 정당설립의 자유에 원하는 명칭을 사용하여 정당을 설립하거나 정당활동을 할 자유가 포함된다는 점을 최초로 밝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에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의 담당자이며 매개자인 정당의 헌법적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정당설립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의 합헌성을 심사함에 있어서는 엄격한 비례심사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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