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1헌마502 국적법 제10조 제1항 등 위헌확인
청구인
[별지 1] 청구인 명단과 같음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우리
담당변호사 현경대, 정상수, 이원표, 김정철
선고일
2014.06.26
주문
청구인 김○남의 심판청구를 기각하고, 나머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 사단법인 ○○ 유권자 총연합회(이하 ‘청구인 총연합회’라 한다)는 2009. 5. 14. 재외국민의 참정권 확대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청구인 김○남은 심판청구 당시 만 69세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1984. 6. 6. 미국 영주권을 취득한 자이다.
청구인 설○혁은 1960. 3. 17., 청구인 이○창은 1947. 12. 10., 청구인 최○선은 1951. 3. 5., 청구인 최○종은 1948. 7. 19. 출생한 대한민국 국적보유자였다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였다.
청구인 김○남은 국적법 제15조 제1항, 청구인 설○혁, 이○창, 최○선, 최○종(이하 ‘설○혁등’이라 한다)은 국적법 제10조 제1항, 제2항 제4호, 청구인 총연합회는 위 모든 조항들이 원칙적으로 복수국적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자신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2011. 9. 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국적법(2010. 5. 4. 법률 제10275호로 개정된 것) 제10조 제1항, 제2항 제4호, 국적법(2008. 3. 14. 법률 제8892호로 개정된 것) 제15조 제1항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의 내용은 [별지 2] 기재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10조(국적 취득자의 외국 국적 포기의무) ①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으로서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자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날부터 1년 내에 그 외국 국적을 포기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날부터 1년 내에 외국 국적을 포기하거나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아니하겠다는 뜻을 법무부장관에게 서약하여야 한다.
4. 외국에서 거주하다가 영주할 목적으로 만 65세 이후에 입국하여 제9조에 따라 국적회복허가를 받은 자
제15조(외국 국적 취득에 따른 국적 상실) 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자진하여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는 그 외국 국적을 취득한 때에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청구인 설○혁등
(1) 국적법 제10조 제1항은 미국 시민권자인 청구인 설○혁등이 미국 시민권을 일정기간 내에 포기하지 않고는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위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 재산권, 거주·이전의 자유, 참정권을 침해한다.
(2) 국적법 제10조 제2항 제4호는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외국인으로서 만 65세 이후에 입국하여 국적회복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외국인으로서 만 65세 미만인 청구인 설○혁등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나. 청구인 김○남
대한민국 국민이 자진하여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도록 한 국적법 제15조 제1항은 미국 영주권을 취득한 후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지 아니한 채 27년간 살아왔고 심판청구 당시 만 69세였던 청구인 김○남으로 하여금 대한민국 국적 상실 없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청구인 김○남의 재산권, 거주·이전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국적법 제10조 제2항 제4호에 따라 복수국적이 허용되는 만 65세 이상의 외국인과의 사이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하고 있어 평등권을 침해한다.
다. 청구인 총연합회
청구인 총연합회는 구성원인 재외국민의 참정권 실현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인
바, 심판대상조항들은 복수국적을 허용하지 아니하여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고, 그 결과 청구인 총연합회의 정치적 영향력도 제한받게 되어 그 목적 달성이 어려워지므로 위 청구인의 참정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4.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청구인 총연합회의 심판청구
살피건대, 심판대상조항들은 국적 포기 내지 상실에 관한 규정들로서 그 규율대상이 개인이고 청구인 총연합회는 규율대상이 아니므로, 청구인 총연합회의 심판청구는 나머지 청구인들을 위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것에 지나지 아니한다. 따라서 청구인 총연합회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자기관련성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청구인 설○혁등의 심판청구
(1) 국적법 제10조 제1항
청구인 설○혁등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에게 그 취득일로부터 1년 내에 자신의 외국 국적을 포기하도록 한 국적법 제10조 제1항이 청구인 설○혁등의 재산권, 거주·이전의 자유, 참정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참정권에 대한 외국인의 기본권주체성은 인정되지 아니하고, 이 사건에
서 청구인 설○혁등이 주장하는 거주·이전의 자유는 입국의 자유에 관한 것이므로 이에 대해서도 외국인의 기본권주체성은 인정되지 아니한다(헌재 2011. 9. 29. 2009헌마351 ; 헌재 2011. 9. 29. 2007헌마1083 등 참조).
재산권 및 행복추구권은 외국인도 그 주체가 될 수 있으나, 외국인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자신의 외국 국적을 포기한다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재산권 행사가 직접 제한되지 않고, 일반적으로 외국인이 특정한 국가의 국적을 선택할 권리가 자연권으로서 또는 우리 헌법상 당연히 인정될 수는 없는 것이어서(헌재 2006. 3. 30. 2003헌마806 ) 외국인이 복수국적을 누릴 자유가 우리 헌법상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기본권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국적법 제10조 제1항에 의하여 청구인 설○혁등의 재산권, 행복추구권이 침해될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청구인 설○혁등의 국적법 제10조 제1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외국인의 기본권주체성 내지 기본권침해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어 부적법하다.
(2) 국적법 제10조 제2항 제4호
위 조항은 대한민국에 영주할 목적으로 입국하여 국적회복허가를 받은 자에게 비로소 적용되는 조항인데, 청구인 설○혁등은 대한민국에 영주할 목적으로 입국하여 국적회복허가를 받은 상태도 아니고, 이러한 국적회복허가를 신청한 바도 없다.
따라서 청구인 설○혁등의 국적법 제10조 제2항 제4호에 대한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 내지 현재성을 인정할 수 없어 부적법하다.
5. 본안에 대한 판단
가. 국적법 제15조 제1항의 입법연혁
대한민국의 국민이 자진하여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는 조
항은 1948. 12. 20. 제정된 국적법 제12조 제4호에서 처음 규정된 이래, 국적법이 1997. 12. 13. 전부개정되면서 조문의 위치가 제15조 제1항으로 바뀌었지만, 내용에 큰 변화 없이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다.
나. 쟁점
국적법 제15조 제1항에 의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할 경우 대한민국에서의 체류가 제한되는 등 거주·이전의 자유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고, 국민이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는 것은 행복추구의 실질적인 전제조건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국적법 제15조 제1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 김○남의 거주·이전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다.
청구인 김○남은 국적법 제15조 제1항이 재산권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위 조항은 재산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다른 법령에서 외국인의 재산권 취득 및 행사에 제한을 가한다 하더라도 이는 다른 법령에 의한 제한일 뿐 국적법 제15조 제1항에 의한 제한은 아니다. 따라서 위 조항에 의하여 청구인 김○남의 재산권이 침해될 가능성은 없다.
또한 청구인 김○남은 국적법 제15조 제1항이 복수국적 보유가 허용되는 국적법 제10조 제2항 제4호의 적용을 받는 자들과의 사이에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을 함으로써 자신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적법 제15조 제1항의 규율대상은 외국 국적을 자진하여 취득한 대한민국 국민이고, 국적법 제10조 제2항 제4호의 규율대상은 외국에서 거주하다가 영주할 목적으로 입국하여 국적법 제9조에 따라 국적회복허가를 받은 외국인인바, 두 집단은 평등권을 논함에 있어서 비교의 대상이 되는 동일한 집단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국적법 제15조 제1항에 의해 청
구인 김○남이 주장하는 평등권이 침해될 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다.
다. 국적법 제15조 제1항의 거주·이전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 침해 여부
국적은 국가와 그의 구성원 간의 법적 유대(法的 紐帶)이고 보호와 복종관계를 뜻하는바(헌재 2000. 8. 31. 97헌가12 ), 국적법 제15조 제1항은 이러한 보호와 복종관계를 복수의 국가가 함께 가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 곧, 출입국·체류관리의 문제, 국민으로서의 의무 면탈, 외교적 보호권의 중첩 등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자진하여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하여금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도록 하는 것으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국적에 관한 사항은 국가의 주권자의 범위를 확정하는 고도의 정치적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당해 국가가 역사적 전통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할 문제이다. 헌법 제2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한다”고 하여 기본권의 주체인 국민에 관한 내용을 입법자가 형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국적의 ‘취득’뿐만 아니라 국적의 유지, 상실을 둘러싼 전반적인 법률관계를 법률에 규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런데 국가의 구성요소인 국민, 주권, 영토는 일반적으로 복수의 국가가 공유하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외국 국적을 추가로 취득하는 자는 그 외국법의 지배에 복종하고 보호를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여 그 외국 구성원의 지위를 취득하는 것인데, 이러한 보호와 복종관계를 복수의 국가에게 인정하는 경우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즉, 자발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에게 대한민국 국적도 함께 보유할 수 있게 허용한다면, 출입국·체류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고, 각 나라에서 권리만 행사하고 병역·납세와 같은 의무는 기피하는 등 복수국적을 악용할 우려가 있다. 또한, 복수국
적자로 인한 섭외적 법률분쟁 또는 국제공간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어느 나라 국민으로 취급할 것인지, 어느 나라의 외교적 보호권이 우선하는지 등이 불명확해지고, 이로 인해 국제적 분쟁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물론 인권으로서의 국적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여 국적의 문제가 배타적인 국내관할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국제사회에서 점차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 주된 목적은 무국적자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주로 국적을 취득할 권리를 인정하고 국적을 박탈당하면 무국적자가 되는 경우에는 국적박탈을 금지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과 같이 하나의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본래의 국적을 상실하는 경우와는 구별된다.
한편, 우리 국적법은 복수국적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바, 출생, 인지 등 국적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과 외국 국적을 함께 가지게 된 복수국적자에 대하여, 만 20세가 되기 전에 복수국적자가 된 자는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만 20세가 된 후에 복수국적자가 된 자는 그 때부터 2년 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함으로써(제12조 제1항) 일정한 기간 동안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있고, 위 조항에 따라 국적을 선택하는 경우에도 대한민국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아니하겠다는 뜻을 서약하고 법무부장관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한다는 뜻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제13조 제1항) 일정한 경우에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국적법 제15조 제1항에 의해 국적을 상실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외국인은 국적법 제9조에 따라 국적회복허가의 방식을 통해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할 수 있고, 이때 청구인 김○남과 같은 만 65세 이상의 사람이 영주의 목적으로 국적회복허가신청을 하여 받아들여질 경우에는 국적법 제10조 제2항 제4호에 따라 복수국
적이 허용된다.
따라서 비록 국적법 제15조 제1항이 자발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원칙적으로 복수국적을 허용하지 아니함으로써, 청구인의 거주·이전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을 제한하는 면이 있겠으나, 입법자가 위와 같이 예외적으로 복수국적을 허용함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외국인에 대해서는 국적회복허가라는 별도의 용이한 절차를 통해 국적을 회복시켜주는 길을 열어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국적법 제15조 제1항이 청구인의 거주·이전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후천적 복수국적을 제한 없이 허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의무 면탈 등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한 공익이 침해되는 사익보다 훨씬 크므로, 국적법 제15조 제1항이 법익의 균형성을 위반하였다고도 볼 수 없다.
따라서 국적법 제15조 제1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 김○남의 거주·이전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6.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 김○남의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고, 나머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별지
[별지 1]
청구인 명단
1. 사단법인 ○○ 유권자 총연합회
대표자 이사 배○철
2. 김○남
3. 설○혁
4. 이○창
5. 최○선
6. 최○종
[별지 2]
관련 조항
제9조(국적회복에 의한 국적 취득) ①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외국인은 법무부장관의 국적회복허가(國籍回復許可)를 받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② 법무부장관은 국적회복허가 신청을 받으면 심사한 후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국적회복을 허가하지 아니한다.
1. 국가나 사회에 위해(危害)를 끼친 사실이 있는 자
2.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
3.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였거나 이탈하였던 자
4.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법무부장관이 국적회복을 허가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자
제12조(복수국적자의 국적선택의무) ① 만 20세가 되기 전에 복수국적자가 된 자는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만 20세가 된 후에 복수국적자가 된 자는 그 때부터 2년 내에 제13조와 제14조에 따라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여야 한다. 다만, 제10조 제2항에 따라 법무부장관에게 대한민국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아니하겠다는 뜻을 서약한 복수국적자는 제외한다.
제13조(대한민국 국적의 선택 절차) ① 복수국적자로서 제12조 제1항 본문에 규정된 기간 내에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하려는 자는 외국 국적을 포기하거나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아니하겠다는 뜻을 서약하
고 법무부장관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한다는 뜻을 신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