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2헌바357 민법 제847조 제1항 위헌소원
청구인
한○조
대리인 법무법인 대성
담당변호사 이남진
당해사건
의정부지방법원 2012르173 친생자부존재확인
선고일
2015.03.26
주문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47조 제1항 중 “부(夫)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내”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청구인(夫)은 2003. 5. 14. 청구외 김○정(妻)과 혼인신고를 한 자인바, 김○정은 청구인과 혼인신고를 마친 때로부터 200일 이상이 지난 2003. 12. 27. 청구외 한○진(子)을 출산하였다.
청구인은 2004. 7. 20. 김○정을 상대로 이혼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김○정은 청구인을 상대로 이혼 등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으며, 법원은 2005. 6. 29. 조
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하여 2005. 7. 20. 확정되었다.
청구인과 김○정은 2005. 11.경 한○진에 대하여 ○○대학교 법의학연구소에 유전자검사 방법에 의한 친생자확인을 위한 감정을 의뢰하였고, 같은 달 위 감정에 따른 유전자검사결과 ‘청구인이 한○진의 친부일 가능성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으며, 청구인은 그 무렵 위 감정결과에 따라 한○진이 자신의 친생자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청구인은 2005. 12. 27. 김○정을 상대로 한○진의 친생부인 및 손해배상금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가(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05드합641), 2006. 11. 30. 친생부인을 구하는 부분을 취하하였다.
이후 청구인은 2010. 10. 28. 한○진을 피고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2. 1. 17. 각하되자(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1드단5930), 2012. 3. 6. 항소하면서 친생부인의 소를 주위적 청구로 추가하였다(의정부지방법원 2012르173).
청구인은 위 항소심 계속 중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 2년은 지나치게 단기간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민법 제847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2. 8. 23. 기각되자(의정부지방법원 2012즈기183), 2012. 9. 28.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민법 제847조 제1항 전체에 대하여 심판청구를 제기하고 있으나, 당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는 부분은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 부분이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을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47조 제1항 중 “부(夫)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내”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로 한정한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847조(친생부인의 소) ① 친생부인(親生否認)의 소(訴)는부(夫)또는 처(妻)가다른 일방 또는 자(子)를 상대로 하여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이를 제기하여야 한다.
[관련조항]
제847조(친생부인의 소) ① 부인의 소는 자 또는 친권자인 모를 상대로 하여 그 출생을 안 날로부터 1년 내에 제기하여야 한다.
3. 청구인의 주장요지
친생자로 추정되는 자에 대하여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도록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혼인기간 중에는 정절이 지켜진다는 전통관념을 배경으로 한 규정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여성의 사회적 활동의 증가와 가치관념의 혼돈 및 윤리의식의 이완으로 전통관념에 많은 변화가 생겼고, 또한 출산과정도 병원 등 전문기관에서 많은 아이들이 반복적으로 출산되고 있어 서로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등 사회 현실 여건도 달라져서 진정한 친자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할 가능성이 많아지게 되었다. 따라서 부에게 친생부인권을 부여할 필요성은 오히려 증가하는 반면,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는 혈통을 중시하고 혈연에 각별한 애착을 가지는 전통관습을 유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친생부
인의 소의 제척기간을 2년으로 규정한 것은 부로 하여금 진실한 혈연관계에 반하는 부자관계를 부인할 수 있는 기회를 극단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보장한 헌법 제10조 및 혼인과 가족생활의 권리침해금지를 보장한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제한되는 기본권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로써 모든 국민은 그의 존엄한 인격권을 바탕으로 하여 자율적으로 자신의 생활 영역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자신의 혈통에 입각한 친자관계의 형성은 개인의 인격발현을 위한 자율영역 보장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을 규정함으로써 혈연진실에 반하는 친자관계를 부인할 기회를 제약하고 있으므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친자관계를 부인하고자 하는 부(夫)의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을 제한한다(헌재 1997. 3. 27. 95헌가14 등 참조).
또한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하여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는 개인의 자율적 의사와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자유로운 형성을 국가가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부(夫)에게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하지 아니하고 당사자가 원하지도 아니하는 친자관계를 강요하고 있으므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제한한다(헌재 1997. 3. 27. 95헌가14 등 참조).
나. 입법재량 및 한계
친생부인의 소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제척기간을 둘 것인가의 문제는 부(夫) 뿐만 아니라 모(母) 및 자(子)의 법적 지위와 관계되므로, ‘법률적인 친자관계를 진실에 부합시키고자 하는 부(夫)의 이익’과 ‘친자관계의 신속한 확정을 통하여 법적 안정을 찾고자 하는 자(子)의 이익’을 어떻게 그 사회의 실정과 전통적 관념에 맞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관한 문제는 이해관계인들의 기본권적 지위와 혼인 및 가족생활에 관한 헌법적 결단을 고려하여 결정할 문제로서, 원칙적으로 입법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친생부인의 소에 관하여 제척기간을 두는 것 자체를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민법 제844조에 의하여 인정되는 친생자 추정의 효력은 법률에서 인정하는 다른 추정에 비하여 대단히 강력한 것이므로, 친생자 추정이 유지되는 한 생부(生父)가 자(子)를 혼인 외의 출생자로 인지하는 것이나 자(子)가 생부(生父)를 상대로 인지를 청구하는 것 모두 허용되지 아니하며, 일단 제척기간이 경과된 경우에는 나중에 그 추정이 진실에 반하는 것임이 명백하여졌다고 하더라도 누구도 그 추정을 번복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그 결과 친자관계를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된 부(夫)로서는 진실에 반하는 친자관계를 그 의사에 반하여 강요당하게 된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보장한 헌법 제10조나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호를 규정한 헌법 제36조에 위반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친생부인의 소에 대한 제척기간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로서 원칙적으로 입법재량에 속한다 하더라도, 그 제척기간 자체가 지나치게 단기간이거나 불합리하여 친생을 부인하고자 하는 부(夫)로 하여금 제소를 현저히 곤란하
게 하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여 진실한 혈연관계에 반하는 친자관계를 부인할 수 있는 기회를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라면 이는 입법재량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위헌이라 아니할 수 없다(헌재 1997. 3. 27. 95헌가14 등 참조).
이하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부(夫)가 진실한 혈연관계에 반하는 친자관계를 부인할 수 있는 기회를 지나치게 제한하여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청구인의 인격권, 행복추구권,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다. 판단
(1)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개정되기 이전의 구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47조 제1항은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을 그 출생을 안 날로부터 1년 내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었다. 그 결과 부(夫)가 자(子)의 출생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그 자(子)가 자신의 친생자가 아님을 알게 되더라도, 이미 제척기간이 도과되어 친생추정을 부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1997. 3. 27. 구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47조 제1항 중 “그 출생을 안 날로부터 1년 내” 부분을 헌법불합치로 결정하였는데, 그 결정의 취지는 ‘친자관계는 원래 자연적인 혈연관계를 바탕으로 성립되는 것이기 때문에 법률상의 친자관계를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시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제도의 원칙이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척기간을 두어 친생부인의 기회를 제한하려면 친생자관계의 존부에 관하여 알고 있거나 의심을 가진 부(夫)에게 상당한 정도의 숙려기간을 주고 이를 부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
를 부여하는 경우에만 그 정당성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라는 것이다(헌재 1997. 3. 27. 95헌가14 등 참조).
그런데 위 헌법불합치결정 이후에 개정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을 “부(夫)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내”로 규정하고 있는 바,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을 그 기산점으로 삼음으로써 부(夫)가 자(子)에 대한 혈연관계의 진실을 인식할 때까지 제척기간의 진행을 유보하고 있고, 나아가 ‘그로부터 2년’을 그 제척기간으로 삼음으로써 진실한 혈연관계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친자관계의 유지 여부를 진지하게 숙려할 상당한 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에 따라 부(夫)에게 자(子)와의 진실한 혈연관계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친생추정을 부인할 실질적 기회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물론 친자관계는 자연적인 혈연관계를 바탕으로 성립되는 것이 원칙적인 모습이고, 최근 과학적 친자감정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유전자 검사를 통한 친자관계에 관한 증명이 거의 100% 확실해지게 되었음을 고려할 때, 불확실한 개연성에 기반을 둔 기존의 친생추정 및 친생부인 제한이 오늘날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적 친자감정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하는 숙려기간의 의미는 오히려 더 중요하게 되었다. 과학적으로 혈연관계의 증명이 한결 용이해진 오늘날에는 부(夫)가 그 사실을 알고 난 후에 어떠한 태도를 취하는가가 과거에 비하여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학적 친자감정으로 자(子)와의 혈연관계 진실을 명확히 안 날부터 2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면 부(夫)에게는 혈연
진실에 반하는 친자관계의 유지 여부를 진지하게 숙려할 상당한 기간이 제공된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夫)가 그 기간 동안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기존에 추정된 친자관계를 법률상 친자관계로 받아들이거나 또는 자신의 친생부인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묵시적 의사로 볼 수 있다. 특히 법률상 친자관계는 생물학적 혈연관계에 기초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오늘날에는 그 혈연 자체뿐만 아니라 부모ㆍ자식으로서의 사회생활상 관계에도 중요한 가치가 있으므로, 부(夫)가 혈연진실을 명확히 안 날로부터 2년간 친생부인권을 행사하지 아니하여 사회생활상 친자관계가 상당히 성숙되었다면, 그 사회생활상 친자관계에 대한 신뢰를 당사자 일방이 함부로 복멸할 수 없도록 제한할 필요성도 존재한다.
(3) 자(子)에 대한 신분법적 규율은 첫째로 ‘자(子)의 복리향상’에 그 목적을 두어야 하고, 둘째로 가능한 ‘친자관계 당사자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어야 하므로(헌재 2005. 2. 3. 2001헌가9 등 참조),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부(夫)의 기본권은 자(子)의 복리를 위하여 합리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에 관하여 독일의 경우에는 친생부인의 사유를 안 날로부터 2년, 프랑스의 경우에는 자녀의 출생으로부터 5년, 스위스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친생부인의 사유를 안 날로부터 1년 및 자녀의 출생으로부터 5년 등으로 비교적 짧게 규정되어 있는데, 이렇게 다수의 국가에서 비교적 단기간으로 친생부인의 소를 제한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자(子)를 불안정한 법적 지위에 불필요하게 오래 두는 것은 자(子)의 복리에 반한다는 취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을 부(夫)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내’로 제한한 것은, 친자관계의 당사자인 부(夫)의
친생부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함과 동시에 그 상대방인 자(子)의 법적 지위에 대한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제한이라 할 것이다.
(4)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률적인 친자관계를 진실에 부합시키고자 하는 부(夫)의 이익’과 ‘친자관계의 신속한 확정을 통하여 법적 안정을 찾고자 하는 자(子)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친생부인의 소의 제척기간에 관한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워, 부(夫)가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행복추구권 및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론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