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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현, "담배사업법 위헌확인", 결정해설집 14집, , 2016, p.117
[결정해설 (결정해설집14집)]
본문

담배사업법 위헌 확인

- 담배의 제조 및 판매에 대하여 규정한 담배사업법이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 -

(헌재 2015. 4. 30. 2012헌마38 , 판례집 27-1하, 12)

류 지 현*1)

【판시사항】

1. 청구인이 심판절차 계속 중 사망하여 심판절차종료선언을 한 사례

2. 담배의 제조 및 판매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는 구 담배사업법(2010. 1. 18. 법률 제9932호로 개정되고, 2011. 6. 7. 법률 제107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담배사업법’이라고 한다)에 대하여 간접흡연자와 의료인의 자기관련성 인정 여부(소극)

3. 담배사업법이 국가의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청구인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담배사업법(2010. 1. 18. 법률 제9932호로 개정되고, 2011. 6. 7. 법률 제107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담배사업법’이라고만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담배사업법의 조항들은 모두 생략함.

【사건의 개요】

1. 심판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

가. 이 사건 심판청구 당시, 청구인 조○행, 이○는 흡연자로서 폐암 투병 중이었고, 청구인 김○정, 전○영은 임신 중이었으며, 청구인 우○리, 전○수는 만 19세의 미성년자, 청구인 이○희는 만 16세의 미성년자이었고, 청구인 박○갑, 명○권은 의료인으로서 흡연관련 질병을 치료하면서 금연운동 등을 전개하여 왔다.

나. 청구인들은, 국가는 흡연의 폐해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담배사업법을 통하여 담배의 제조 및 판매를 허용하고 보장하는 것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들의 주장

국가는 흡연의 폐해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함에도 담배사업법을 제정하여 담배의 제조 및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담배사업법은 청구인들의 보건권, 생명권,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다.

【결정요지】

1. 청구인 조○행은 이 사건 심판청구 이후인 2013. 1. 9. 사망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 청구인에 대한 심판절차는 청구인의 사망과 동시에 종료되었다.

2. 청구인 김○정, 전○영은 이 사건 심판청구 당시 임산부였던 자로서 간접흡연으로 인하여 자신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나, 간접흡연으로 인한 폐해는 담배의 제조 및 판매와는 간접적이고 사실적인 이해관계를 형성할 뿐, 직접적 혹은 법적인 이해관계를 형성하지는 못한다. 또한, 청구인 박○갑, 명○권은 의료인으로서 담배로 인한 질병을 치료하면서 그 폐해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되었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기본권침해 주장은 하지 않고 있고, 담배의 제조 및 판매가 허용되어 흡연이 가능하게 되었다

는 것만으로 위 청구인들에게 어떠한 기본권침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청구인 김○정, 전○영, 박○갑, 명○권의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

3. 담배사업법은 담배의 제조 및 판매 자체는 금지하고 있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흡연과 폐암 등의 질병 사이에 필연적인 관계가 있다거나 흡연자 스스로 흡연 여부를 결정할 수 없을 정도로 의존성이 높아서 국가가 개입하여 담배의 제조 및 판매 자체를 금지하여야만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담배사업법은 담배성분의 표시나 경고문구의 표시, 담배광고의 제한 등 여러 규제들을 통하여 직접흡연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담배사업법이 국가의 보호의무에 관한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청구인 김○정, 전○영의 심판청구에 대한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의 반대의견

비록 간접흡연으로 인한 기본권침해의 상황이 흡연자의 흡연행위를 매개로 하여 발생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담배의 제조 및 판매와 간접흡연자의 관계가 간접적이고 사실적인 이해관계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담배의 제조 및 판매로 인하여 직접흡연이 발생하는 이상 비흡연자들이 타인의 흡연행위로부터 완벽히 차단될 수 없다. 간접흡연자의 생명·신체의 안전이 위협을 받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담배사업법에 따라 담배가 제조되고 판매되기 때문이다. 결국, 간접흡연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모든 국민은 담배사업법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청구인 김○정, 전○수의 심판청구도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인정된다.

【해 설】

1. 사안의 쟁점

이 사건의 경우 본안 검토에 들어가기 전에 일부 청구인이 심판절차 계

속 중에 사망하여 심판절차가 종료되었는지 여부 및 일부 청구인에 대하여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인정되는지 여부, 청구기간을 준수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다음으로, 본안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제한되는 기본권과 심사기준, 직접흡연으로 인한 사안의 특수성,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되었다.

이하에서는, 청구인들이 제기한 심판청구의 적법성 여부를 먼저 검토한 다음, 기본권침해 여부에 대한 본안 판단을 하고자 한다.

2. 심판청구의 적법성 판단

가. 청구인 조○행의 청구

청구인들 대리인이 제출한 ‘청구인 사망 관련 소명서’에 의하면, 청구인 조○행은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심판절차가 계속중이던 2013. 1. 9. 사망한 사실이 인정된다. 청구인 조○행의 이 사건 심판청구의 요지는, 담배사업법이 위 청구인의 보건권, 생명권,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을 침해하였다는 것인데, 이러한 기본권은 성질상 일신전속적인 것으로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 승계되거나 상속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에 대한 심판절차 역시 수계될 수 없으므로, 청구인 조○행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위 청구인의 사망과 동시에 그 심판절차가 종료되었다.

헌법재판소도 청구인 조○행에 대한 심판절차는 청구인의 사망과 동시에 종료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나. 청구인 김○정, 전○영, 박○갑, 명○권의 청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면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청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라 함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자기의 기본권이 현재 그리고 직접적으로 침해받은 자를 의미하며 단순히 간접적, 사실적 또는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있을 뿐인 제3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법률에 의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경우에는 법률에 의하여 직접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자만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제3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본권침해에 직접 관련되었다고 볼 수 없다.

(1) 청구인 김○정, 전○영의 청구

청구인 김○정, 전○영은 이 사건 심판청구 당시 임신 중이었던 임산부로서, 담배사업법으로 인하여 일반 국민들이 담배를 구입하여 피우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임산부인 자신들이 ‘간접흡연’을 하게 되어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간접흡연자의 심판청구에 대하여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을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이에 대하여 법정의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김○정, 전○의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부정된다고 판단한 반면에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은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긍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가) 자기관련성 부정설

간접흡연으로 인한 폐해는 담배의 제조 및 판매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라 흡연자의 흡연행위로 인한 것이고, 이는 담배사업법의 규율영역과는 무관하다. 즉, 간접흡연으로 인한 폐해는 타인의 흡연으로 인하여 발생한 담배연기를 수동적으로 흡입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므로, 금연구역의 확대나 건물 내에서의 흡연 금지 등 흡연자의 흡연행위 자체를 규제하여 타인의 흡연으로 인한 비자발적인 담배연기의 흡입을 방지함으로써 저지할 수 있다. 간접흡연의 폐해까지 담배사업법으로 인한 기본권침해라고 본다면 결국은 비흡연자들 모두 담배사업법으로 인한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을 가지게 되는데, 이는 구체적인 이해관계에 대한 해명 없이 막연한 위험성만으로 비흡연자들의 법적 관련성을 인정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담배사업법에 따른 담배의 제조 및 판매는 비흡연자들이 간접흡연을 하게 되는 데 있어 간접적이고 2차적인 원인이 된 것에 불과하다. 이처럼 담배의 제조 및 판매와 비흡연자의 관계는 간접적이고 사실적인 이해관계를 형성할 뿐, 직접적 혹은 법적인 이해관계를 형성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청구인 김○정, 전○영의 심판청구는 담배의 제조 및 판매에 관하여 규율하는 담배사업법에 대해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

(나) 자기관련성 긍정설

담배사업법은 원칙적으로 담배제조업이나 판매업에 종사하는 자를 수범자로 하고 있어, 담배제조업이나 판매업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 국민은 그 직접적인 수범자가 아니라는 점에 있어서 직접흡연자이든 간접흡연자이든 다를 바가 없다. 또한, ‘담배의 제조 및 판매’와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침해’라는 위험상황 사이에 흡연행위가 매개된다는 점에 있어서도 직접흡연자이든 간접흡연자이든 같다. 그럼에도 담배사업법에 대하여 직접흡연자와 간접흡연자의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을 달리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

간접흡연의 경우 타인의 흡연행위라는 것을 매개로 이루어지지만, 담배사업법은 원래 흡연자의 흡연행위를 전제로 하여 담배의 제조 및 판매를 규율하는 법이므로 흡연자의 흡연행위가 규범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타인의 흡연행위에 노출되는 것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타인의 흡연행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아무리 본인이 노력하고 국가에서 이를 규제한다 하더라도 간접흡연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흡연자 주변에서 직접 담배연기를 맡음으로써 이루어지는 2차 흡연뿐만 아니라 직접 담배연기를 맡는 것은 아니지만 2차 흡연자의 머리카락이나 의류, 신체 등에 묻어 있는 담배 유해물질에 접촉함으로써 이루어지는 3차 흡연도 문제가 되고 있다. 설령 눈앞에서 흡연행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간접흡연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비록 간접흡연으로 인한 기본권침해의 상황이 흡연자의 흡연행위를 매개로 하여 발생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담배의 제조 및 판매와 간접흡연자의 관계가 간접적이고 사실적인 이해관계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담배의 제조 및 판매로 인하여 직접흡연이 발생하는 이상 비흡연자들이 타인의 흡연행위로부터 완벽히 차단될 수 없어 간접흡연을 막을 길이 없으므로 국민건강증진법 등의 규율대상인 금연구역의 확대나 흡연행위의 규제만으로는 간접흡연이 저지될 수 없다. 간접흡연자의 생명·신체의 안전이 위협을 받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담배사업법에 따라 담배가 제조되고 판매되기 때문이다. 결국, 간접흡연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모든 국민은 담배사업법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2) 청구인 박○갑, 명○권의 청구에 대한 판단

청구인 박○갑, 명○권은 의료인으로서, 담배로 인한 질병을 치료하면서 담배 폐해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되었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기본권침해 주장은 하지 않고 있고, 담배의 제조 및 판매가 허용되어 흡연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 위 청구인들에게 어떠한 기본권침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청구인 박○갑, 명○권의 심판청구도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도 청구인 박○갑, 명○권의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부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다. 청구인 이○, 우○리, 전○수의 청구에 대한 판단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은 그 법률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법률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법률이 시행된 날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하고, 법률이 시행된 뒤에 비로소 그 법률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청구인 이○, 우○리, 전○수의 심판청구는 모두 청구기간을 도과하였다고 판단하였다.

(1) 청구인 이○의 청구에 대한 판단

담배사업법은 2010. 3. 19.부터 시행되었고, 청구인 이○는 담배사업법이 시행되기 전인 2001년경부터 2011. 8.경까지 흡연을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2. 1. 11.에야 비로소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는바, 이는 담배사업법이 시행된 날부터 1년이 경과하였음이 명백하다. 따라서 청구인 이○의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하였다.

(2) 청구인 우○리, 전○수의 청구에 대한 판단

청구인 우○리는 1992. 12. 4. 생이고, 청구인 전○수는 1992. 12. 14.생인데, 이들은 모두 만 19세가 된 해의 1. 1.인 2011. 1. 1.부터 담배를 구매할 수 있었음에도(청소년보호법 제28조 제1항, 제2조 제1호, 제4호)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2. 1. 11.에야 비로소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는바, 이는 기본권침해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이 경과하였음이 명백하다. 따라서 위 청구인들의 헌법소원심판청구도 청구기간을 도과하였다.

3. 본안 판단

가. 제한되는 기본권과 심사기준 등

(1) 제한되는 기본권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여,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 주체임을 천명하고, 국가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을 금지함은 물론 이에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이를 실현할 의무가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또한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권리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권일 뿐만 아니라, 헌법제36조 제3항에서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이 질병 등으로부터 위협받거나 받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 국가는 그 위험의 원인과 정도에 따라 사회·경제적인 여건 및 재정사정 등을 감안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에 필요한 적절하고 효율적인 입법·행정상의 조치를 취하여 그 침해의 위험을 방지하고 이를 유지할 포괄적인 의무를 진다(헌재 2008. 12. 26. 2008헌마419 등).

이 사건에서는 담배사업법에 따라 담배의 제조 및 판매가 이루어짐으로써 담배를 구매하여 직접 흡연하는 일반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 즉 직접흡연으로 인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이 위협받거나 받게 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제한되는 기본권

은 국가의 보호의무에 상응하는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권리이다.

이 외에도 청구인 이○희는 생명권, 행복추구권 및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도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나, 생명권은 이미 위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권리에 포함되어 있는 권리이므로 이에 대하여 별도로 판단할 필요가 없고, 행복추구권은 다른 기본권에 대한 보충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그 침해 여부에 대하여 별도로 판단할 필요가 없으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인간의 존엄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물질적인 생활의 유지에 필요한 급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므로 국가의 국민에 대한 생명·신체 보호의무가 문제되는 이 사건에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기로 하였다.

(2) 심사기준

국가가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하더라도 국가의 보호의무를 입법자 또는 그로부터 위임받은 집행자가 어떻게 실현하여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권력분립과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국민에 의하여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고 자신의 결정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입법자의 책임범위에 속하므로, 헌법재판소는 단지 제한적으로만 입법자 또는 그로부터 위임받은 집행자에 의한 보호의무의 이행을 심사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가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심사할 때에는 국가가 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적어도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하였는가 하는 이른바 ‘과소보호금지 원칙’의 위반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국가가 아무런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든지 아니면 취한 조치가 법익을 보호하기에 전적으로 부적합하거나 매우 불충분한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국가의 보호의무의 위반을 확인하여야 한다(헌재 2008. 12. 26. 2008헌마419 등).

(3) 이 사건에서의 위험상황 및 이에 상응하는 보호조치의 특성

이 사건에서는 담배의 제조 및 판매에 대하여 규율하고 있는 담배사업법이 직접흡연으로 인한 폐해라는 위험상황으로부터 소비자인 국민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적절하고도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는지가 문제된다.

그런데 ‘직접흡연으로 인한 생명·신체의 침해’라는 위험상황에는 담배의 제조 및 판매와 담배의 구매 및 흡연, 그리고 이로 인한 폐암 등의 발생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존재한다. 이처럼 흡연자 자신의 행동이 매개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위험상황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보호조치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담배의 유해성이 흡연자의 생명·신체를 중대하게 침해하여 국가가 담배의 제조 및 판매 자체를 금지하여야만 하는지, 만약 그 정도는 아니라면 어느 수준의 보호조치가 필요한지가 검토되어야 한다.

(4)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보호조치에 관한 국제기준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규제에 대한 전 세계적인 공동 전략을 마련하고자 2차례의 실무회의와 6차례의 협상회의를 거쳐 2003. 5. 21. 제53회 보건총회(World Health Assembly)에서 192개 WHO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담배규제기본협약(Framework Convention on Tabacco Control)을 통과시켰다.

우리나라는 2005년 2월 말부터 발효한 WHO 담배규제기본협약의 비준국으로서(2005. 5. 비준, 2005. 8. 발효), 동 협약 상의 각종 담배규제 및 금연정책을 준수일정에 따라 법제화하여 추진하여야 할 국제법상의 의무를 부담한다. 담배규제기본협약은 담배규제를 위해 제조, 생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에 있어서 각종 규제장치의 입법화를 비준국에게 일정한 타임스케쥴 하에서 요구하고 있다.

협약의 본문은 11개의 장과 38개의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요 내용은 담배규제를 위한 담배수요 감소 조치와 담배공급 감소 조치이다. 담배수요 감소 조치로는 가격 및 조세정책(제6조), 간접흡연 노출로부터의 보호정책(제8조), 담배제품 및 그 배출물의 성분에 관한 규제(제9조), 담배제품 및 그 배출물 성분의 공개에 관한 규제(제10조), 담배제품의 포장 및 라벨 규제(제11조), 담배광고·판촉·후원 규제(제13조), 금연 교육·홍보 및 금연 프로그램의 활성화(제12조) 등이며, 담배공급 감소 조치로는 담배제품의

불법거래 금지(제15조), 미성년자 담배판매 금지(제16조), 담배산업 종사자에 대한 대체활동 지원(제17조) 등이다. 이외에도 환경보호, 담배회사의 책임, 정보교류 및 협력, 협약 당사국의 재정 및 행정규칙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나. 과소보호금지 원칙 위반 여부

(1) 담배의 유해성(위험상황)

(가) 담배연기를 구성하는 성분

담배는 비교적 저산소 환경에서 섭씨 850∼900도로 연소된다. 담뱃잎, 종이, 첨가물 등으로 구성된 권련(cigarette)은 흡연 시 그 중심온도가 섭씨 900도 가량 되고, 이러한 고온에서 유기물질이 열분해, 열합성, 증류, 수소화, 산화 등 과정을 거쳐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이 생성되는바, 토양, 대기조건, 포장지, 습윤제, 건조방법 및 첨가제 등으로 그 성분은 더 다양해질 수 있다.

담배연기 중 필터를 통하여 흡연자의 체내에 흡입되는 주류연(main-stream,공기 중으로 확산되는 연기를 제외한 흡연자의 체내로 흡입되는 연기)은 1㎖당 백만 개 이상의 입자(직경 0.1∼1.0㎛, 평균 0.2㎛)로 이루어진 연무질(기체에 액체 또는 미세한 입자가 섞여 있는 혼합체)로서, 약 4,000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주류연의 물리화학적 특성은 담배와 담배종이의 가공·처리방법, 필터의 종류 및 흡연방법 등에 따라 달라지나, 대체로 그 중 90% 이상이 질소,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시안화수소(hydrogen cyanide), 벤젠 등 약 500가지의 기체상 물질이고, 나머지가 약 3,500가지의 입자상 물질이다.

이 중 입자성분에는 니코틴, 물, 타르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 니코틴

니코틴은 담배를 비롯한 가지과 식물에 들어있는 염기성 유기화합물로서 담뱃잎 속에 유기산과 결합된 형태로 존재하는 천연 알칼로이드이다. 니코틴은 흡연에 의하여 인체에 흡입되고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도파민 분비를 활성화시킴으로써 각성효과, 스트레스 및 불안 감소 등의 효과를 나타내지만, 니코틴 자체는 발암물질로 확인되지 않았다.

2) 타르

담배연기에서 추출되어 나온 입자상 물질들 중에서 물과 니코틴을 뺀 나머지 물질들의 혼합물이 타르이다.

담배연기에 함유되어 있다고 알려진 발암물질은 대부분 타르에 포함되어 있다. 국제암연구기구(International Agency of Research on Cancer, 이하 ‘IARC’)에 의하여 1군으로 분류된 발암물질 중 카드뮴, 크롬, 비소, 베릴륨, 니켈 등 유해금속과 2개의 방향족 아민류(2-naphthylamine과 4-aminobiphenyl)가 타르에 포함되어 있고, 그 외 IARC 분류 2군 발암물질에 해당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물(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 이하 ‘PAHs’라고 한다)과 니트로사민류 물질 등도 타르에 포함되어 있다. 흡연자들이 흡연 시 노출될 수 있는 중금속 성분은 구리, 납, 니켈, 망간, 베릴리움, 비소, 셀레니움, 수은, 아연, 철, 카드뮴, 크롬 등이고, 그 중 니켈, 납, 베릴리움, 비소, 카드뮴, 크롬은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금속은 토양이나 담배 경작에 사용되는 농약으로부터 유래한다. PAHs는 방향족 탄화수소로서, 각종 탄소화합물이 불완전연소되거나 열분해될 때 발생하고, 환경 및 인체에 대한 중요한 오염원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100가지 이상의 PAH가 존재하는데, 그 중 벤조피렌과 같은 몇 가지 물질은 동물실험 결과 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확인되었다. PAHs는 방향족 유기화합물을 함유한 물질이 불완전연소될 때 발생하는 물질이다. 담배연기, 매연, 석탄연소 배출물, 자동차 배기가스, 폐자동차 오일에서 발견되며, 불에 직접 구운 고기나 곡류, 콩류, 커피와 그 가공품에서도 발견된다. 발생량은 유기물질의 종류와 양, 연소할 때의 산소공급상태, 연소열 등에 따라 달라진다. 니트로사민(Nitrosamine)은 담배 속의 아민(amine)과 질산염(nitrate)에 의해 만들어진다. 니트로사민은 담배연기 외에도 기름에 튀긴 베이컨, 염장한 생선이나 고기, 맥주, 무지방 분유, 위액, 고무제품, 금속제품, 일부 화장품에서 발견된다.

3) 기타 유해성 물질들

다이옥신(Dioxins)은 담배 속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담배연기에서만 발견되는데, 담배연기 속의 여러 가지 다이옥신의 총 농도는 대략 5.0㎍/㎥이다. 담배를 매일 20개비 피우면 대략 체중 1kg당 4.3pg의 다이옥신을 섭취하게 되는데, 이는 몇몇 국가에서 유해물질의 1일 허용 섭취량으로 정한 매일

체중 1kg당 1∼5pg과 유사하다.

담뱃잎에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과 마찬가지로 미량의 자연방사성물질(Pb-210, Po-210 등)이 존재한다. 그 중 Po-210은 알파선을 방출하고, Pb-210은 베타선을 방출한다. 담배에 축적된 Pb-210, Po-210 등은 토양과 공기에서 유래한다. 공기 중에 존재하는 Pb-210, Po-210 등이 담뱃잎 표면에 붙거나, 지표에 존재하는 Pb-210, Po-210 등이 뿌리를 통하여 담뱃잎에 축적된다. 현재까지 담배 내에 있는 미량의 방사능에 의한 피폭량이 자연피폭량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 폐암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나) 직접흡연으로 인한 건강 침해의 내용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직접흡연으로 인한 건강 침해에서 문제되는 것은 주로 타르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여러 종류의 발암물질로 인한 폐암 등의 발병 가능성과 주로 니코틴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내용이라고 할 것인바, 그 유해성의 구체적 내용과 정도에 대하여 검토한다.

1) 타르의 작용(폐암 발병과의 인과관계)

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타르에는 다양한 종류의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으며, 미국, 영국, 일본 및 우리나라에서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직접흡연과 폐암은 역학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8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즉, ① 흡연이 폐암, 후두암의 발생보다 시기적으로 앞서는 점(temporal relationship), ② 동물실험 결과 담배연기가 호흡기에 암을 유발하는 점(biological relationship), ③ 환자-대조군 연구에서 일관되게 흡연과 폐암의 관련성이 보고되고 있는 점(consistency), ④ 코호트연구2)결과에 의하면 흡연자의 사망위험도가 비흡연자에 비해 10배 가량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 점(strength), ⑤ 흡연량이 많을수록, 흡연시작 연령이 빠를수록 폐암 발병 및 사망비율이 증가하는 점(dose-response relationship), ⑥ 흡연과 다른 종류의 암(폐암, 후두암을 제외한)과의 관련성이 현저히 낮은 점

(specificity), ⑦ 금연하는 경우 폐암이나 후두암의 발병률 혹은 사망률이 계속 흡연하는 경우에 비해 현저히 낮아지는 점(reversibility), ⑧ 폐암 사망은 남자에게서 높은데 흡연율도 남자에게서 높고, 폐암 사망률이 높은 인구 집단에서 흡연율도 높으며, 연도에 따라 폐암 사망률이 증가하는 양상과 흡연율이 증가하는 양상이 같이 관찰된다는 사실에 비추어 폐암의 기존 과학적 지식과 잘 부합하는 점(coherence)이 인정되므로, 흡연과 폐암 사이의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나) 다만, 가설 요인과 질병 사이의 통계적 관련성을 기초로 인정되는 역학적 인과관계는 집단 수준에서의 질병과 해당 요인과의 일반적 관련성의 정도를 나타내고, 조사대상이 된 요인 이외의 요인에 대하여는 조사 대상 집단이나 대조집단 모두 동일한 조건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에 가설 요인과 다른 요인들 사이의 관계나 기여비율 등은 밝히지 않는다. 역학은 질병 발생에 관여하는 위험인자를 규명하고 질병 발생을 예방하고자 하는 목적 하에 집단에서 질병의 빈도 분포를 연구하고 그 원인을 규명하는 학문으로서, 폐결핵, 콜레라 등과 같이 특정 병인에 의해 발생하고 원인과 결과가 명확히 대응하는 이른바 특이성 질환을 연구대상으로 발전해 왔는바, 유전, 소질 등의 선천적 요인, 음주, 연령, 식습관, 직업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는 비특이성 질환에 있어서는 동일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다.

2) 니코틴의 작용(의존성)

가) 중독성과 의존성

‘중독(addiction)’은 대상에 대한 집착, 심리적 혹은 신체적 위해가 있음에도 강박적으로 사용하려는 경향, 중단하려는 노력에도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상황 등을 설명하는 일반적인 개념이다. 중독에는 물질을 매개로 한 것과 ‘도박중독’, ‘인터넷중독’, ‘쇼핑중독’, ‘일중독’, ‘운동중독’ 등과 같이 물질의 매개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있다. 물질 사용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행동적 중독도 물질사용으로 인한 화학적 중독과 동일한 신경화학적 및 신경해부학적 보상회로를 통하여 발생한다.

근래에는 ‘중독’이라는 표현이 쉽게 혼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의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3)의존은 신체적 또는 생리

적 의존(physical or physiological dependence, 이하 ‘신체적 의존’이라 한다)과 심리적 의존(psychological dependence)으로 나뉜다. 전자는 금단증상을 예방하거나 경감하기 위해 약물을 계속 섭취하는 것이고, 후자는 만족감과 쾌감을 지속시키고자 하는 습관성(habituation)과 유사한 개념이다.

나) 니코틴의 생리적 작용

니코틴은 다른 의존성 물질과 마찬가지로 중추신경계 내에서 도파민 농도를 높임으로써 보상효과를 나타낸다. 니코틴을 포함한 물질 의존은 해당되는 신경원의 활성도를 변화시키는 분자생물학적 상호작용에서부터 시작되어, 점차 각 신경세포와 신경회로에 이상을 일으켜 내성, 민감화(sensitization), 갈망(craving)과 같은 다양한 행동양상을 나타낸다.

니코틴은 중추신경계 내에서 급성 양성 강화반응과 신경적응 및 니코틴 사용에 관한 학습효과를 통해 의존성을 나타낸다. 니코틴의 급성 양성 강화반응은 신경전달물질이 대뇌변연계 도파민 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도파민 분비를 활성화시킴으로써 나타난다. 인체에 흡입된 니코틴은 폐의 모세혈관과 동맥을 통하여 10여 초 정도 후에 뇌에 도달하고, 중추신경계에 위치한 니코틴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통해 중추 및 말초신경계의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킨다. 니코틴에 의한 급성 양성 강화반응에는 경도의 다행감, 에너지 증가, 각성효과, 스트레스 및 불안의 감소, 식욕저하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급성 양성 강화반응 때문에 흡연자들은 니코틴을 추구하는 행동을 보이게 된다.

반복적으로 니코틴과 같은 의존성 물질에 노출되면, 비정상적인 자극에 대한 항상성 반응으로 신경적응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만성적으로 니코틴에 노출될 때 니코틴 아세틸콜린 수용체의 수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니코틴 아세틸콜린 수용체의 민감성 저하로 인한 항상성 반응이다.

니코틴은 뇌의 쾌락중추에서 도파민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코카인, 암페타민과 유사하지만, 그 작용 기전은 코카인이나 암페타민과 다르다. 코카인과 암페타민은 도파민의 분해소실을 억제하여 도파민이 작용하는 부위에

서 상당기간 고농도를 유지하는 직접적 작용을 하는 반면, 니코틴은 간접적으로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작용하여 2차적으로 도파민의 분비를 자극하고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도파민 효과를 유지시킨다. 그러므로 통상적인 용량의 니코틴을 사용한 경우, 코카인과 헤로인에서와 같은 급성중독증상이나 정신독성은 나타나지 않는다.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이하 ‘APA’라 한다)의 진단 및 통계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s, 이하 ‘DSM’이라 한다)도 니코틴의 경우에는 의존(dependence)만 인정할 뿐, 약물 기타 물질을 사회상규를 벗어나는 형태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남용(abuse)은 인정하지 않는다.

다) 니코틴 의존성에 관한 공식적 인정

미국 질병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는 1964년에 발행한 보건총감보고서(Report of Surgeon General)에서 흡연을 ‘습관’으로 규정하였고, 1979년에는 니코틴 의존성의 가능성만 제시하면서 이를 확인하지 못하다가, 1988년에 이르러 흡연의 니코틴 의존성을 공식적으로 보고하였다.

APA는 1994년에 발간한 DSM 제4판(이하 ‘DSM-IV’이라 한다)에서 알코올, 카페인, 암페타민, 코카인 등과 함께 니코틴 의존을 물질관련장애로 분류하여 질병의 범주에 포함시켰고, WHO도 1992년에 발간한 국제질병분류 제10판(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 the 10th edition, 이하 ‘ICD-10’이라 한다)에서 정신적 행동적 장애 중 하나로 담배의존증후군(Tobacco dependence syndrome)을 분류하고 있다.

니코틴 의존증의 DSM-IV 진단기준에 의하면 ① 내성(원하는 효과에 도달하기 위해 흡연량 증가, 같은 양 담배로 효과 감소), ② 금단증상(우울, 불면, 불안, 집중력 저하 등), ③ 의도한 것보다 훨씬 긴 기간 동안 혹은 많은 양을 흡연하는 행위, ④ 금연 노력이 실패하고 지속적으로 담배를 피우려는 욕망의 존재, ⑤ 담배를 얻거나 흡연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냄, ⑥ 담배 때문에 사회적, 직업적 혹은 여가 활동을 포기하거나 손해 보게 됨, ⑦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는 것을 알고도 흡연을 계속함 등 7가지 중 3가지 이상의 증상이나 행태를 12개월 내에 보일 때 니코틴 의존증상이 있다고 보나, 그 진단은 임상교육을 받고 진단 경험이 있는 사람의 인터뷰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DSM-IV 진단기준에 의하면 니코틴은 물질관련 장애 13가지 중 의존과 금단의 증상이 있으나, 다른 물질들과 달리 급성중독, 치매, 수면장애, 불안장애 등의 증상은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라) 신체적 의존과 심리적 의존

신체적 의존은 ‘반복된 물질 사용에 의하여 변화된 신체적 상태, 즉 신경적응상태’를 의미하고, 심리적 의존은 ‘약물이 주는 만족스러운 느낌과 쾌감이 중단되었을 때의 불편을 피하기 위하여, 약물을 계속적·정기적으로 투여하려는 심리적 욕구상태’를 말한다.

니코틴 의존은 신체적·심리적 양면에서 나타난다. 미국보건총감보고서(1988년판)는 “니코틴 껌의 사용이 흡연을 억제하고 금연에 따른 육체적 증상을 덜어줄 수 있지만, 흡연욕구에 대해서 거의 효과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흡연욕구가 니코틴 부족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생리적 변화와 행위상황의 변화 및 다양한 약리학적·환경적 자극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많은 흡연자들이 금연을 하지 못하는 여러 요인 중 심리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된다. 흡연행위는 학습된 행동이고, 담배를 피우는 것이 흡연자에게는 하나의 특정 사건과 연관된 일상 행동이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식사를 마치고 난 후’ 또는 ‘화장실에 갈 때’처럼 특정 사건이 있을 때, 흡연욕구가 생긴다고 한다. 또한, 흡연자들은 분노나 불안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나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서 흡연하기도 한다고 보고된다.

마) 금단증상

금단(withdrawal)증상이란 ‘어떤 물질을 지속적으로 과다사용해 온 사람이 갑자기 투약을 중지하거나 용량을 줄였을 때 혈액이나 신체조직 내의 농도가 떨어져서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금단의 징후와 증상은 사용되는 물질에 따라 다양하다. 대부분은 그 물질의 중독증상과 반대의 증상을 보인다. 급성중독효과가 수면량 증가에 있는 수면제의 경우, 금단하게 되면 불면증이 나타난다. 급성중독의 경우에 각성효과와 쾌감이 발생한다면, 금단할 때는 졸림과 불쾌감이 온다. 금단증상에는 신체적인 것도 있고, 심리적인 것도 있다.

니코틴 금단증상도 신체적 증상과 심리적 증상으로 나눌 수 있다. 신체

적 증상으로 위장계통의 징후, 식욕증가와 체중증가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심리적 증상으로 우울감, 불쾌감, 흥분감, 불안, 좌절감, 자극 민감성, 주의력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금연에 따른 금단효과는 동물에게서 강화인자(약물 이외의 것, 예컨대 음식)를 박탈한 경우에 나타나는 반응들(불안, 화를 잘 내고 공격적으로 변화, 음식 섭취량 증가 등)과 유사하다는 보고가 있고, 이를 토대로 금연 시 나타나는 일부 금단증상들을 니코틴 부족이라기보다 욕구불만으로 인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1982년 내지 2000년 사이에 발간된 미국보건총감보고서에 의하면 흡연자 중 아무런 도움 없이 금연에 성공하는 비율이 90∼95%에 이른다고 보고되고 있다.

바) 내성(tolerance)

내성이란 ‘반복 사용하였을 때 동일 용량에서 획득하는 효과가 감소하거나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용량을 증가시켜야 하는 현상’을 말한다.

내성이 생기는 정도는 사용물질에 따라 차이가 있다. 아편류나 각성제의 경우에는 보통 사람에게 치명적인 용량에 이르기까지 내성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니코틴의 경우는 장기 흡연자라 하더라도 흡연량이 제한 없이 증가하지 않고(이른바 ‘천정효과’) 흡연량 증가도 미미하다. 또한, 장기간 흡연한 사람의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의 상향조절 상태는 금연 후 12주가량 경과하면 비흡연자 수준으로 하향 조절된다.

사) 소결(니코틴의 작용과 의존성의 정도)

이상을 종합하면, 니코틴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경도의 다행감, 에너지 증가, 각성효과, 스트레스 및 불안의 감소, 식욕저하 등의 급성 양성 강화반응을 나타내지만, 남용, 수면장애, 환각, 심각한 행동장애 등을 유발하지는 아니한다. 니코틴의 의존성은 신경적응현상에 따른 생리적 또는 신체적 의존이 존재하지만, 상당한 부분이 심리적인 것이고 아편류, 암페타민 등에 비하여 신체적 의존의 정도가 약하다. 또한, 니코틴의 경우 금단증상이 우울, 불쾌감, 불안, 주의력 감소 등 주로 심리적 증상으로 나타나며, 내성의 정도가 아편이나 각성제류와 달리 흡연량이 제한 없이 증가하는 수준은 아니다.

(다) 담배의 유해성의 정도

직접흡연자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위험상황으로서 과학적으로 밝혀진 담배의 유해성의 정도는 일응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담배연기의 성분 중 인체에 유해하다고 알려진 것은 니코틴과 타르이고, 이 중 니코틴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점이, 타르는 여러 종류의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점이 문제된다.

2) 타르에는 여러 종류의 발암물질이 함유되어 있고, 흡연과 폐암 사이에는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다만, 이러한 인과관계는 역학적으로 검증된 것에 그치며, 아직까지는 담배연기의 성분과 관련하여 어느 정도 계량화가 가능할 정도로 밝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3) 니코틴은 신체적 또는 생리적 의존성과 심리적 의존성을 모두 가지고 있으나, 주된 것은 심리적 의존성이고 신체적 의존성은 마약류 등에 비하여 미약하며, 금단증상이나 내성 등의 정도도 이와 같다. 그러므로 담배의 의존성은 직접흡연자로 하여금 구체적인 상황에서 흡연을 할지 여부, 또는 흡연행위를 지속할지 여부를 ‘자유의사’에 따라 선택하는 데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치지만, 마약류와 달리 이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어렵게 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4) 한편, 니코틴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내용은 주로 각성효과나 스트레스 감소 등 흡연자의 사적인 영역에 관련된 것이고, 마약류와 달리 남용의 위험이나 환각 또는 행동장애 등 사적 영역을 넘어설 수 있는 행동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

(2) 담배사업법의 규제 내용(보호조치)

(가) 담배 제조 및 판매 금지의 필요성

담배사업법에서는 담배의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하고 있지 않다. 국가가 인체에 유해한 물질의 ‘제조 및 판매’에 대하여 어떤 규제를 가해야 하는지는, 그 물질이 가진 유해성의 내용과 정도, 그리고 일반적인 유통 및 사용의 방법 등을 고려하여 그러한 물질의 ‘사용’에 대한 규제와 함께 종합적으로 그 적정성 여부를 살펴야 할 문제이다.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라 하더라도 그 유해성은 상대적인 경우가 많고, 해당 물질의 판매조건이나 사용 등

에 대한 규제가 적절하다면 그 제조 및 판매를 허용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바로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국가의 보호의무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현재로서는 흡연과 폐암 등의 질병 사이에 필연적인 관계가 있다거나 흡연자 스스로 흡연 여부를 결정할 수 없을 정도로 의존성이 높아서 국가가 개입하여 담배의 제조 및 판매 자체를 금지하여야만 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따라서 담배의 제조 및 판매를 전면 금지하지 않는다고 하여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을 갖추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더욱이 담배사업법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담배의 유해성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하고자 일련의 장치들을 두고 있다.

(나) 담배제조·판매업에 대한 규제

담배사업법상 담배제조업은 엄격한 허가제로 규율되고 있고(제11조), 그 허가의 기준은 담배의 제조 및 품질관리에 필요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력이나 기술력의 구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바(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이를 통하여 군소제조업체의 난립이나 저질의 제품이 생산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담배의 유통과 관련하여,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담배의 수입판매업이나 도매업의 경우 등록제도를 도입하였고, 소매인 지정을 받은 소매인만이 소비자에게 담배를 판매할 수 있도록 제한하면서(제12조 제1, 2항, 제13조 제1항, 제16조 제1항), 소매인은 소비자에게 우편판매나 전자거래의 방법으로 판매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제12조 제4항). 이처럼 담배의 유통단계에서도 행정관청이 개입하여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고, 담배를 쉽게 사고 팔 수 없도록 하여 담배의 과도한 소비를 억제하고 있다.

(다) 담배의 판매조건에 대한 규제

담배사업법은 담배의 판매조건들로 담배의 판매가격 규제, 담배성분의 표시, 경고문구 표시의 강제, 광고의 제한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들 조건은 주로 담배의 구매 및 흡연의 동기를 약화하고 담배의 유해성에 관한 정보를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데에 초점이 있다. 이는 직접흡연자의

경우 건강에 대한 위험이 자신의 의사에 따른 담배의 구매와 흡연행위가 매개되어 발생한다는 점에서 일응 적절한 보호조치로 보인다.

1) 담배 판매가격에 대한 규제

담배사업법은 담배 제조업자 또는 수입판매업자가 담배 판매가격을 결정하여 행정 당국에 신고하게 하고, 이를 일간신문이나 인터넷 등 소비자가 잘 알 수 있는 방법으로 공고하며, 소매인은 공고된 판매가격으로 담배를 판매하도록 하면서(제18조 제1항, 제3항 내지 제5항), 이를 위반한 경우 일정한 과태료나 영업정지의 처분을 할 수 있게 하였다(제28조 제1항 제2호, 제2항 제1호, 제17조 제2항 제1의2호).

담배가격을 국가에서 직접 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국가는 담배에 부과하는 세금 인상 및 면세 담배 폐지를 통한 가격 정책을 실시하여 담배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 담배에는 담배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폐기물부담금 등의 조세와 부담금이 부과되고 있는데, 이를 통하여 담배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담배수요 감소에 이바지하는 면이 있고, 특히 청소년 흡연율 감소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조치는 담배제품에 대하여 조세정책과 가격정책을 시행하도록 하고, 국제 여행객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면세·무관세 담배제품의 판매·수입을 금지 또는 규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담배규제기본협약 제6조에도 부합한다.

2) 담배성분의 표시

담배사업법은 담배 1개비의 연기 중에 포함된 주요 성분과 그 함유량을 담배의 갑포장지 등에 표시하도록 규정하면서(제25조의2 제1항), 그 위반에 대하여는 형사처벌(제27조의2 제5호) 또는 일정한 행정명령(제25조의2 제4항, 제25조 제3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담배사업법이 담배연기의 구성 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조치는 담배규제기본협약 제9조 및 제10조에도 부합한다.

3) 경고문구의 표시

담배사업법은 담배의 갑포장지, 소매인 영업소에 부착하는 스티커 또는 포스터에 의한 광고 및 잡지광고 등에 ‘흡연은 건강에 해롭다’는 내용의 경고문구를 표시하도록 하면서(제25조 제1항, 법 시행령 제8조), 그 경고문구

의 크기, 색상, 위치 등의 표시방법에 관하여는 법 시행규칙에서 자세히 규정하고 있고(법 시행규칙 제15조 제1항), 이를 위반한 제조업자 또는 수입업자에 대하여는 형사처벌 또는 시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7조의2 제3호, 제25조 제3항).

담배의 갑포장지 등에 경고문구를 표시하도록 한 것은 흡연자로 하여금 흡연 여부를 결정할 때 흡연으로 인하여 건강 침해의 우려가 있음을 진지하게 고려하도록 하는 기능을 하고, 이는 담배규제기본협약 제11조의 권고에도 부합한다.

4) 담배광고의 제한 및 금품제공의 금지

담배사업법은 담배에 관한 광고를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있고(제25조 제2항), 담배판매 촉진을 위한 금품제공 등의 금지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는바(제25조의4, 법 시행령 제10조), 이는 담배 구매동기를 유발하는 광고나 판촉 등을 제한함으로써 담배수요를 억제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규율내용은 담배에 대한 광고·판촉·후원의 포괄적 금지 또는 제한과 이에 필요한 법적 행정적 조치를 실시하도록 명시하고 있는 담배규제기본협약 제13조에도 부합한다.

(3) 소결

담배사업법은 담배의 제조 및 판매 자체는 허용하지만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여러 규제들을 통하여 직접흡연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담배사업법이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에 관한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도 담배사업법이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에 관한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였다.

4. 결정의 의의

가. 이 사건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담배사업법과 관련하여, 직접흡연으로 인한 생명·신체의 침해 정도 및 보호의 필요성에 대하여 판단한 최초의 결

정이다.

나. 이 사건 결정에서는 담배의 제조 및 판매에 대하여 간접흡연자는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흡연과 질병 사이에 필연적인 관계가 있다거나 흡연자 스스로 흡연 여부를 결정할 수 없을 정도로 의존성이 높아서 국가가 개입하여 담배의 제조 및 판매 자체를 금지하여야만 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국가가 담배의 제조 및 판매를 전면 금지하지 않는다고 하여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을 갖추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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