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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연고 시신을 생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해부용 시체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한 법률 규정의 위헌 여부 -
(헌재 2015. 11. 26. 2012헌마940 , 판례집 27-2 하, 335)
서 인 선*1)
【판시사항】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생전의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해부용 시체로 제공될 수 있도록 규정하는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2012. 10. 22. 법률 제11519호로 개정된 것) 제12조 제1항 본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적극)
【심판대상】
제12조 (인수자가 없는 시체의 제공 등) ①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은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시체의 부패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고 의과대학의 장에게 통지하여야 하며, 의과대학의 장이 의학의 교육 또는 연구를 위하여 시체를 제공할 것을 요청할 때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
다. 다만, 14세 미만으로 인정되는 시체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루푸스라는 질병을2)앓고 있는 1962년생의 미혼 여성으로, 부(父), 모(母), 오빠는 각 사망하였고, 언니(1950년생), 남동생(1967년생)은 현재 모두 생존해 있기는 하나 청구인의 주장에 따르면 그들과는 약 30여년 간 서로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고 한다.
청구인은 2012. 5. 30.자 헤럴드경제의 「가족 없는 노숙자가 죽었을 때는 해부용으로?」라는 기사를 통해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2012. 10. 22. 법률 제11519호로 개정된 것) 제12조 제1항 본문에 의하여 청구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청구인 사망 후 인수자가 없으면 그 시체가 의과대학에 해부용으로 제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2012. 8. 24. 국선대리인 선임신청을 하고 2012. 11. 23. 위 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결정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해부용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인(死因)의 조사와 병리학적·해부학적 연구의 기초가 되는 해부용 시체의 공급을 원활하게 하여 국민 보건을 향상시키고 의학의 교육 및 연구에 기여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
최근 5년간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해부용으로 제공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하고, 실제로 의과대학이 필요로 하는
해부용 시체는 대부분 시신기증에 의존하고 있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아니더라도 의과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해부용 시체는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공급될 수 있다.
그런데 시신 자체의 제공과는 구별되는 장기나 인체조직에 있어서는 본인이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경우에는 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식·채취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본인이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된 이후 해부용 시체로 제공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명시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하지 않고,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생전의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해부용 시체로 제공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고, 실제로 해부용 시체로 제공된 사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이 사후 자신의 시체가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해부용 시체로 제공됨으로써 침해되는 사익보다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시체 처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해 설】
1. 사안의 쟁점
이 사건 법률조항은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은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지체없이 그 시체의 부패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고 의과대학의 장에게 통지하여야 하며, 의과대학의 장이 의학의 교육 또는 연구를 위하여 시체를 제공할 것을 요청할 때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본안 검토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청구인이 아직 사망하지 아니하였고, 향후 청구인이 사망하더라도 가족관계등록부상 형제자매가 있으므로 청구인이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뿐만 아니라 청구인이 장래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된다 하더라도 본인의 반대 의사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그 시체가 해부용으로 제공될 것인지 여부 등과 관련하여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에 대한 자기관련성과 현재성 인정 여부가 문제된다.
다음으로 본안 판단을 함에 있어서, 생전에 본인이 시체 제공에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지 아니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 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적법요건으로서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과 현재성에 관한 검토를 한 다음 이 사건 법률조항의 연혁과 입법례 등을 살펴보고, 이어 본안에 대한 판단을 하고자 한다.
2. 적법요건과 관련한 쟁점
가. 기본권침해가능성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자신의 기본권을 현재 직접적으로 침해당한 자만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자의 법적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애당초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이나 위험성이 없으므로 그 공권력의 행사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헌재 1999. 5. 27. 97헌마368 , 판례집 11-1, 667, 671).
(1) 부정설
사람은 생존하는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는 것이므로(민법 제3조), 사망한 후에는 그 주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인격권 내지 자기결정권은 그 주체의 인격에 전속하여 그 주체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므로, 재산권과는 달리 양도나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따라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 귀속주체가 사망함에 따라 소멸한다고 보아야 한다. 사자(死者)의 ‘기본권적 보호의 필요성’과 ‘기본권의 주체성’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민법상 사람의 시체는 물건에 해당하며, 다만 그에 대한 소유권은 보통의 소유권처럼 사용·수익·처분할 수 없고 오직 매장·제사·공양 등을 할 수 있는 권능과 의무가 따르는 특수한 소유권이라는 것이 학계 다수의 견해이다. 즉 사람의 유체·유골은 매장·관리·제사·공양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유체물로써 이에 대한 권리는 제사 주재자에게 속하는 것이고, 망인이 생전에 자신의 시체의 처리방법 등에 대하여 한 의사표시를 존중해야 하는 의무는 도의적인 것에 그치고,3)망인이 생전에 향유하는 인격권 또는 자기결정권이 사후에까지 미친다고도 볼 수 없다.
따라서 청구인은 현재 살아있는 자연인으로서 인격권이나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향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사후의 자신의 시체에 대하여 어떠한 기본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2) 긍정설
사람의 신체는 그의 본질적 속성이다. 그리고 신체는 가장 뚜렷한 ‘내 것’으로서, 내가 소유하는 어떠한 물건보다도 더욱 현저하게 나에게 속하며 나의 의사에 의하여 지배된다.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는 인격권의 핵심으로서 당사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물론 그 사후에도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며, 자신의 사후 시체의 처리에 관한 한 ‘사후적 인격보호’의 한 내용으로서 법적 효력을 가진다고 하여야 한다.4)
사람이 사망한 후에는 더 이상의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현행법의 일반원칙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권리능력을 상실하기 전에 생전행위 또는 유언으로 자기 신체의 처분에 관한 의사표시를 한 경우 그 의사표시의 효력을 사후에까지 유지시켜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는 것까지
부정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살아있는 자가 생전에 시체의 처분에 대하여 표시한 의사를 존중하는 것은 살아있을 때 지니고 있던 인격권 내지 자기결정권을 사후에도 존중하여 준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인간이 보유하고 있는 기본권에 대한 존중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시체해부법 제4조 제1항 제1호는 시체의 해부에 관하여 민법 제1060조에 의한 유언이 있는 때에는 유족의 의사에 우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사자가 생전에 유언의 형식으로 표시한 자신의 시체에 대한 처분의사를 존중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할 것이다. 만일 자신의 사후에 시체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처리될 수 있다고 한다면 기본권 주체인 살아있는 자의 인격권 내지 자기결정권이 보장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5)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이 현재 살아 있으면서 보유하고 있는 인격권 내지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해설
이에 대하여 재판관들은 결정문에는 명시하지 않았으나 긍정설에 입각하여 살아있는 자가 생전에 시체의 처분에 대하여 표시한 의사에 대하여 살아있을 때 지니고 있던 인격권 내지 자기결정권을 사후에도 적극적으로 존중하고자 하였다.
나. 자기관련성
청구인은 법령에 의하여 자신이 스스로 법적으로 관련되어야 한다. 원칙적으로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자만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제3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본권침해에 직접 관련되었다고 볼 수 없다(헌재 1997. 3. 27. 94헌마277 , 판례집 9-1, 404, 409).
청구인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스스로 법적으로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려면 먼저 청구인이 장래 사망할 경우 ‘인수자가 없는 시체’에
해당하여야 한다. 또한 청구인이 장래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된다 하더라도, 본인의 반대 의사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그 시체가 해부용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1) ‘인수자가 없는 시체’ 해당 여부
(가) 시체해부법은 ‘인수자’의 개념에 대하여 명확한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다만 제4조 제3항에서 “시체의 인수자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방법·절차 등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으며, 시체 인수자의 확인 방법 및 절차와 관련하여 법 시행령 제3조는 “사망자의 신분증·유류물품 등에 의하여 사망자의 신원과 연고자를 탐문·조사하여 시체의 인수자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법 시행령 제5조 제3항은 시장 등이 의과대학의 장으로부터 시체 교부 요청을 받은 때 공고하여야 할 사항에 대하여
1. 다음 각목의 사항과 시체의 인수(연고)자를 찾는다는 내용
3. 유족 기타 사망자와 상당한 관계가 있는 자가 시체의 인도 등을 요구하는 때에는 시체를 인도하겠다는 내용
등을 공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3호에 의하면 ‘유족 기타 사망자와 상당한 관계가 있는 자’를 인수자로 볼 수 있을 것이고, 위 1호에 의하면 인수자와 연고자는 같은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나, 법과 시행령 모두 ‘연고자’의 개념에 대하여도 명확한 정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나) 한편 ‘연고자’에 대하여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6호에서 다음과 같이 그 개념을 규정하고 있다.
“연고자란 사망한 자와 다음 각 목의 관계에 있던 자를 말하며, 연고자의 권리·의무는 다음 각 목의 순서로 행사한다. 다만, 순위가 같은 자녀 또는 직계비속이 2명 이상이면 최근친(最近親)의 연장자가 우선 순위를 갖는다.
가. 배우자
나. 자녀
다. 부모
라. 자녀 외의 직계비속
마. 부모 외의 직계존속
바. 형제·자매
사. 사망하기 전에 치료·보호 또는 관리하고 있었던 행정기관 또는 치료·보호기관의 장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
아. 가목부터 사목까지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자로서 시신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
(다) 자기관련성 인정 여부
1) 긍정설
보건복지부가 밝힌 통계에 의하면 최근 3년간(2009년 ~ 2011년) 발생한 인수자가 없는 시체는 총 1,912구였는데, 그 중에서도 연고자가 없거나 사망자의 신원이 확보되지 않아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시체가 1,300구이고, 연고자가 있음에도 사회적·경제적 능력 부족 및 가족관계 단절 등을 이유로 시체 인수를 거부하여 무연고로 처리한 시체가 612구였다고 한다.6)
청구인의 경우 가족관계등록부상 언니와 남동생이 존재하고 있으나 청구인의 주장에 의하면 30여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것이므로, 장래 청구인 사망시 행정당국이 청구인의 언니와 남동생에게 연락을 취하고자 하더라도 연락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설사 연락이 되더라도 청구인의 시체를 인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할 것이므로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
2) 부정설
청구인의 언니와 남동생이 청구인의 주장대로 30여 년간 청구인과 연락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 하더라도, 그들이 청구인의 시체를 인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시하였다는 증빙자료도 없고, 향후 청구인이 사망할 경우 청구인의 시체를 인수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의사를 확인한 바도 없다. 따라서 현재 상태에서는 청구인이 실제 사망하였을 때 청구인의 시체를 인수
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고 청구인이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될 것인지 여부가 확실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자기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소결
실제 형제자매 등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도 그 시체를 인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고, 그러한 경우 실무상으로는 인수자가 없는 시체로 처리하는 점, 이 사건 청구인의 경우에도 비록 가족관계등록부상으로는 형제자매가 생존해 있다 하더라도 수십 년간 연락이 두절된 채 지내온 점 등에 비추어 청구인은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볼 수 있다. 비록 결정문에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재판관들은 위와 같은 점들을 고려하여 긍정설에 입각하여 적극적으로 자기관련성을 인정하였다.
(2) 시체 해부의 대상 여부
(가) 설령 장래 청구인이 사망하였을 때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된다 하더라도, 자기관련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청구인이 생전에 반대의 의사표시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청구인의 시체가 해부용으로 제공되어야 한다.7)
물론 청구인의 반대 의사에도 불구하고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해부용 시체로 제공되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일 것이다.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생전에 본인이 명시적으로 반대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절차가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시체가 해부용으로 제공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시체가 해부용으로 제공되는 것인지, 자신의 시체가 해부용으로 제공되는 것에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인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8)
(나) 유언으로 반대 의사표시가 가능한지 여부
시체해부법 제4조 제1항은 시체의 해부와 유족의 승낙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시체를 해부하려면 그 유족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시체의 해부에 관하여 민법 제1060조에 따른 유언이 있을 때
2. 사망을 확인한 후 60일이 지나도 그 시체의 인수자가 없을 때
3. 2명 이상의 의사(치과의사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가 진료하던 환자가 사망한 경우 진료에 종사하던 의사 전원이 사인(死因)을 조사하기 위하여 특히 해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또한 그 유족이 있는 곳을 알 수 없어 유족의 승낙 여부가 판명될 때까지 기다려서는 해부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이하 생략)
실제 사후 시신기증 의사를 전달받는 방법을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민법상 엄격한 유언의 형식을 제대로 갖춘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결과 전국 28개 의과대학이 45가지의 방법으로 기증의사를 전달받고 있었는데, ‘본인이 직접 작성·제출하는 대학 소정양식의 유언’이 26개교로서 전체 중 92.9%를 차지했고, ‘타인 또는 우편으로 제출하는 대학 소정양식의 유언’이 11개교로 39.3%, ‘본인이 제출하는 자필증서 유언’이 5개교로 17.9%였으며, ‘타인 또는 우편으로 제출하는 자필증서 유언’이 2개교, ‘녹음된 유언’이 1개교가 있었다고 한다. 이에 비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이나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을 통해 사후 시신기증 의사를 전달받은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9)
이와 관련하여, 생전에 유언으로서 해부용 시체로 제공되는 것에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견해가 나뉠 수 있다.
1) 부정설
시체의 해부에 관하여 민법 제1060조에 따른 유언이 있는 경우라 함은 유언으로 자신의 사후에 시체를 기증하여 해부할 수 있도록 동의한 경우를 의미한다.
유언과 관련한 위 제4조 제1항 단서 및 위 1호의 의미와 관련하여, 문언의 1차적 해석에 의하면 시체를 해부하려면 원칙적으로 유족의 승낙이 있어야 하나, 본인이 생전에 시체의 해부에 관하여 동의하는 내용의 유언을 한 경우에는 유족의 승낙이 없더라도 시체를 해부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 즉, 단서의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유족의 승낙을 요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호, 3호와의 관계를 보아서도 이러한 해석이 논리적·체계적 법률해석이라 할 것이다.
한편 본인이 생전에 시체 해부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언을 한 경우에는 유족의 승낙이 있더라도 시체를 해부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나, 이러한 해석이 위 단서 및 제1호에 근거하여 가능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다. 1호의 문언상 유언이 시체 해부에 대한 동의의 내용인지 반대의 내용인지 여부를 특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1호의 문언 자체로서는 일견 둘 다 가능한 것으로 보이나, 2호, 3호를 포함한 1항 전체의 의미와 관계를 고려하면 “그러하지 아니하다”의 의미에서 정반대로 “유족의 승낙이 있더라도 본인이 생전에 시체 해부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언을 한 경우에는 시체를 해부할 수 없다”는 의미까지 해석하는 것은 법률해석의 한계를 넘어선 확장해석이라 할 것이다.
2) 긍정설
본인이 생전에 시체 해부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언을 한 경우에는 시체를 해부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그러나 부정설과 같이 그 문언에만 치우쳐 엄격한 문리해석에 치중한다면 청구인이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될
경우 시체 해부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언을 할 수 없게 되어 심히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법률을 해석함에 있어 법질서에서 객관적으로 요구되어지는 이성적인 목적에 따라서 법규의 의미를 찾는 목적론적·객관적 해석방법이 필요하게 된다.
즉 시체해부법 제4조 제1항을 해석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해당 조항 전체를 하나의 구조로 파악함으로써 제1항 단서의 “그러하지 아니하다”를 유족의 승낙이 필요 없는 경우로 한정하여 엄격한 문리해석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제1항 제1호는 “시체의 해부에 관하여 민법 제1060조에 따른 유언이 있을 때”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문언상 유언의 내용을 동의 또는 반대로 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시체의 해부에 대하여 동의하는 유언 뿐만 아니라 반대하는 내용의 유언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해석된다.
위와 같이 해석함으로써 청구인은 장래에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된다 하더라도 위 1호에 의하여 반대하는 내용의 유언을 함으로써 해부용 시체로 제공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3) 소결
긍정설은 다소 무리한 문리해석에 근거한 것으로, 통상적으로 일반 국민들이나 소관 행정부서에서 긍정설에 입각하여 반대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 ‘특별한 사유’ 해당 여부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은 시장 등이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의과대학 장의 시체 제공 요청에 따르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이 생전에 명시적으로 시체 해부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였다면 여기서의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시체 해부에 반대하는 의사는 본인이 서명한 문서 또는 유언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밝힐 수 있고, 이를 평소 소지하거나, 지인에게 맡겨서 관할 행정기관에 알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실무상 시체를 해부용으로 제공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에는 유족의 승낙이 있다 하더라도 시체를 해부하지 않으며, 시장 등의 재량으로 시체의 제공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의과대학 장의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한다.10)
그러나 인수자가 없는 시체 중에서 생전에 시체 해부에 대한 반대의 의사표시가 있는 경우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일단 시장 등은 의과대학 장에 통지를 하여야 하고, 그에 대하여 의과대학 장이 시체 제공 요청을 하였을 때 비로소 반대의 의사표시가 있었음을 특별한 사유로써 주장하여 그 요청에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불과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특별한 사유’에 본인이 반대하는 경우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본인이 반대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절차를 예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현재성
청구인은 원칙적으로 공권력작용과 현재 관련이 있어야 하며, 장래 어느 때인가 관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만으로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족하지 않다. 다만, 기본권침해가 장래에 발생하더라도 그 침해가 틀림없을 것으로 현재 확실히 예측되는 경우에는 기본권 구제의 실효성을 위하여 침해의 현재성이 인정될 수 있다(헌재 1992. 10. 1. 92헌마68 등, 판례집 4, 659, 669)
(1) 긍정설
청구인의 경우 언니와 남동생이 생존해 있으나 30여 년간 서로 연락 없이 지내왔으므로 장래의 알 수 없는 어느 시기에 청구인이 사망하더라도 그들과 연락이 되지 않거나 연락이 되더라도 청구인의 시체를 인수하기를 거절할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기본권 침해의 현재성을 인정할 수 있다.
(2) 부정설
현재 상태에서 장래 언젠가 청구인이 사망하였을 때 그들이 시체 인수를 거절할 것이 확실히 예측된다고 인정할 수 있는 자료는 없다. 청구인이 ‘인
수자가 없는 시체’가 되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기본권 침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다. 따라서 장래에 기본권 침해가 확실히 예측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기본권 침해의 현재성을 인정할 수 없다.
(3) 소결
비록 가족관계등록부상 청구인에게 형제자매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더라도 그들과 연락하지 않고 지낸 지가 수십 년이 지났다고 하는 점에 비추어 향후 청구인이 사망하더라도 그들이 청구인의 시체를 인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장래에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가 거의 확실히 예측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직접성
법률조항 자체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려면 그 법률조항에 의하여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직접 기본권을 침해받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란 집행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률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긴 경우를 뜻한다(헌재 1992. 11. 12. 91헌마192 , 판례집 4, 813, 823).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에 있어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법령은 일반적으로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매개로 하여 비로소 기본권을 침해하게 되므로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개인은 먼저 일반 쟁송의 방법으로 집행행위를 대상으로 하여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절차를 밟는 것이 헌법소원의 성격상 요청되기 때문이다.
구체적 집행행위가 존재한다고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집행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구제절차가 없거나 구제절차가 있다 하더라도 권리구제의 기대가능성이 없고 다만 기본권침해를 당한 청구인에게 불필요한 우회절차를 강요하는 것밖에 되지 않을 경우에는 당해 법률을 직접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헌재 1997. 8. 21. 96헌마48 , 판례집 9-2, 295, 303).
이 사건 법률조항에 있어 시장 등의 시체 제공 행위는 의과대학의 장의 요청이 없으면 이루어지지 않고(2009년부터 3년간 인수자가 없는 시체
1,912구 중 의과대학 장이 요청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고, 2012년~2013년 2년간 해부용 시체 제공은 1건에 불과하였다), 의과대학 장의 요청이 있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그 요청에 따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어서 별도의 구체적 집행행위가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장 등의 시체 제공 행위가 이루어지는 시점은 청구인이 사망한 이후로, 청구인이 그에 대한 구제절차를 이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므로 예외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있다.
마. 보충성
법령 자체에 의한 직접적인 기본권 침해가 문제될 때에는 그 법령 자체의 효력을 직접 다투는 것을 소송물로 하여 일반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길이 없어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가 아니므로 곧바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헌재 1996. 10. 4. 94헌마68 등, 공보 18, 590).
바. 청구기간 및 그 외 적법요건
이 사건의 경우 장래에 발생할 기본권 침해 여부가 문제되는 것이므로 청구기간 도과의 문제나 권리보호의 이익의 문제는 발생하지 아니하고, 변호사가 국선대리인으로 선임되었으며, 기타 적법요건은 문제되지 아니한다.
3. 입법연혁과 입법례 등
가. 입법연혁
우리나라에서 해부용 시신의 수집, 보관, 처리에 관한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1910년경 경성부사의 ‘행려환자이송에 관한 사항’에 의하면 서울 관내에서 행려병자가 사망하면 의학생 해부 실습용으로 교부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11)12)해부학 실습은 대부분 일제시대 전후 경제적 빈곤 시기에
아무런 연고 없이 길거리에서 죽은 행려 사망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이후에도 우리나라는 시신 훼손을 금기시하고 화장을 꺼리는 오랜 전통적 유교적 관습에서 비롯된 매장문화로 인해 해부용 시신의 확보는 대부분 행려병자나 무연고 시체에 의존해야 했고 그 수도 부족하였다. 그러던 중 1962. 2. 법률 제1021호로 제정된 시체해부보존법에 따라 제11조(인수자가 없는 시체), 제12조(시체교부증명서), 제13조(시체의 인도), 제16조(시체의 보존) 등에 의거하여 무연고자의 시체가 시, 군, 구청장 등이 발행하는 시체교부증명서에 의해 합법적으로 의과대학에 인도되었다.13)
1980년대 이후 국내 의과대학의 계속적 증설로 1992.경에는 41개교에 이르고 학생 수는 5배 이상 증가하여 해부용 시신의 수가 차츰 부족해지게 되자 1992. 7. 서울시는 행려 사망자들의 시신을 해부용으로 의과대학에 교부할 수 있도록 각 구청에 지침을 내려 보냈던 적도 있다고 한다.14)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국민의 생활 및 복지 수준 향상과 주민등록 시스템의 전산화, 각종 대중매체 등의 발달에 따라 무연고자나 행려병자의 급격한 감소를 초래하였고 이로 인해 해부용 시신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에 시체해부보존법은 1995. 1. 5. 법률 제4915호로 전부 개
정되면서 법 명칭을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여, 시장 등은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발생하면 의과대학장에게 통보하여야 하고, 의과대학장의 요청이 있는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응하도록 함으로써 의과대학이 더 많은 해부용 시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후 2012. 10. 22.에 이르기까지 14차례의 개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15)
그러나 경제발전에 의한 환경 및 위생상태의 개선으로 인해 행려 사망자들의 수는 갈수록 줄어들어 사후에 자신의 몸을 의과대학에 기증하는 시신기증의 필요성이 날로 증가하게 되었고, 오늘날에는 오히려 대부분의 해부용 시신이 기증에 의존하고 있다.16)17)2015. 3. 현재 국내 대학 중 가장 시신기증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가톨릭대학교의 경우 매년 수백 명의 시신기증 신청자가 몰려 시신보관소(냉동고)가 부족할 정도라고 한다.18)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는 본인의 동의가 없어도 무연고 시체에 대한 해부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자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관련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2013. 6. 7. 민주통합당
이학영 의원이 대표발의로 제안되었고, 정부(보건복지부)도 2015. 1. 19. 이 사건 법률조항 등이 “무연고자인 사망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으며, 2011년부터 3년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의과대학으로 교부된 무연고자 시체가 1구에 불과하는 등 실제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이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마련하였다.
나. 무연고 시신 내지 인수자가 없는 시체의 처리절차
무연고 시체의 처리 절차에 대해서는 기본법인 ‘장사 등에 관한 법률’과 시체해부법이 규율하고 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무연고 시신의 처리) 제1항은 “시장 등은 관할 구역 안에 있는 시신으로서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시신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매장하거나 화장하여 봉안하여야 한다. 다만,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시체해부법 제4조 제1항 제2호는 ‘사망을 확인한 후 60일이 지나도 그 시체의 인수자가 없을 때’에는 유족의 승낙을 받지 않더라도 시체를 해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의학 교육 또는 연구를 위해 의과대학 장이 요청하는 경우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인수자가 없는 시체는 1차적으로 의과대학 장의 요청이 있는 경우 해부용으로 제공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장사 등에 대한 법률’에 의해 일정 기간(10년) 매장하거나 화장하여 봉안된다. 매장 또는 봉안의 기간이 끝났을 때에는 일정한 장소에 집단으로 매장하거나 자연장하여야 한다. 이 경우 무연고 시체 등을 화장하지 아니하고 매장 또는 봉안한 경우에는 화장을 하여야 한다(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9조).
사인을 알 수 없는 시체(변사체) 중 인수자가 없는 시체 또는 신원이 판명되지 않은 시체는 시체가 현존하는 지역의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인도하여 위와 같은 절차로 처리하게 된다[범죄수사규칙(2014. 12. 24. 개정 경찰청 훈령 제750호) 제37조 제1항].
다. 인체기증의 종류 및 절차
인체기증은 사람의 몸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질병의 치료나 연구 등에 사
용하도록 기증하는 것을 총칭하는 것으로 넓은 의미로는 난자나 정자, 혈액이나 조혈모세포의 세포 단위의 기증에서부터 장기기증, 뼈나 피부와 같은 조직의 기증 등을 포함한다.
인체기증은 크게 장기기증, 인체조직기증, 시신기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장기기증은 장·간장·췌장·심장·폐 등 장기를 이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기증하는 것으로 이에 대하여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규율하고 있다. 인체조직기증은 뼈·연골·피부·인대·혈관 등 장기 이외의 조직을 이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기증하는 하는 것으로 이에 대하여는 ‘인체조직안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규율하고 있다. 한편 시신기증은 시신을 병리학적·해부학적 연구 및 교육을 위해 기증하는 것으로 이에 대하여는 시체해부법이 규율하고 있다.
장기와 인체조직을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적출·채취하는 것은 본인이 동의한 경우에만 가능하며, 뇌사자 또는 사망한 자로부터 적출·채취하는 것은 본인이 뇌사 또는 사망하기 전에 동의하였거나, 본인의 의사가 확인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가족 또는 유족이 동의한 경우에 한한다(‘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22조, ‘인체조직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동의의 방식은 본인이 서명한 문서에 의한 동의 또는 민법의 유언에 관한 규정에 따른 유언의 방식으로 한 동의 모두 가능하다(‘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항, ‘인체조직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
그러나 시체의 경우, 의과대학의 해부학·병리학 또는 법의학을 전공한 교수·부교수 또는 조교수가 직접 해부하거나 의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 하여금 자신의 지도하에 해부하게 하는 경우, 제6조에 의거하여 보건복지부장관·국방부장관 등의 시체해부명령이 있는 경우, 형사소송법에 따른 해부, 검역법상의 해부, 기타 시장 등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해부할 수 있다(시체해부법 제2조). 시체를 해부하려면 원칙적으로 유족의 승낙을 받아야 하며, 예외적으로 본인이 민법에 따른 유언으로 동의한 경우, 사망을 확인한 후 60일이 지나도 시체의 인수자가 없는 경우, 2명 이상의 의사가 진료하던 환자가 사망한 경우 진료에 종사하던 의사 전원이 사인을 조사하기 위하여 특히 해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또한 그 유족이 있는 곳을 알 수 없어 유족의 승낙 여부가 판명될 때까지 기다려서는 해부의 목적
을 달성할 수 없을 때에는 유족의 승낙 없이도 시체를 해부할 수 있다(시체해부법 제4조).
라. 외국의 입법례
(1) 미국
미국에서 무연고 시체의 해부에 대하여는 주법에 의해 관리된다. 오하이오, 알칸소, 델라웨어 등의 주에서는 의학의 교육 및 연구를 위하여 무연고 시체를 의료기관 또는 의학교육기관이 기증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텍사스, 콜로라도, 플로리다 주를 포함한 대부분의 주에서는 주 정부 소속 또는 의료 및 의학교육기관협회에서 운영하는 위원회에서 무연고 시체의 처리방안(주로 어느 교육기관에 어느 순서로 시체를 배정할 것인지 여부)을 결정한다.
뉴욕, 캘리포니아, 네바다, 조지아 등 일부 주에서는 무연고 시체가 발생하더라도 교육 또는 연구 목적으로 시체를 해부하지 않고 정부의 예산으로 매장 또는 화장하고 있다.
주로 인구는 많은데 의학기관이 적은 주는 무연고 시체의 사용을 지양하며(예, 로드아일랜드주), 인구는 적지만 많은 의학시설을 유치한 경우에는 무연고 시체의 사용을 허용한다(예, 오리건주).
한편 사체의 기증과 관련하여 미국 보통법은 사체에 대한 권리를 재산권에 준하는 권리로 보아왔다. 그러나 장기이식 등 현대의학이 발달함에 따라 사체의 처리에 대한 결정권을 법률로 인정하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뉴욕주, 플로리다주, 펜실베니아주를 제외한 47개 주와 워싱턴 특별자치구는 표준장기기증법(Uniform Anatomical Gift Act, UAGA)을 채택하고 있다. UAGA는 자신의 사체를 처리할 권리를 법률로 인정하며, 무연고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사체를 처리할 의사표시를 할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한다. 사체기증을 거부하는 의사표시가 있는 경우 그 사체는 기증될 수 없으며, 사체의 기증을 거부하는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에 유족 등은 사체를 기증할 수 있다.
(2) 독일
독일에서 장사에 관한 사항은 각 주법으로 정한다. 장사의 방식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생존 당시에 작성한 장사에 관한 사전의향서에 의하는데, 통상 유서와는 별도의 문서형태로 남기게 된다. 장사의향서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매장의 유형과 실시에 관하여 가족 중 장사의무를 지는 자가 결정하게 된다.
특히 바덴뷰어템베르그 주 장사법의 경우 신원불명의 시체를 해부학 연구소에 학문적 목적으로 기증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두고 있다. 신원불명자의 경우, 매장하거나 시체를 기증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검사나 구법원의 서면승인을 요한다. 그러나 유족들은 본인의 동의 없이 시체를 기증할 수 없다.
(3) 일본
일본의 시체 해부 관련 법제는 우리나라의 시체해부법과 유사한 목적과 기능을 가진 ‘사체해부보존법’이 있다. 특히 교육 목적을 위한 시체 기증에 관하여는 ‘의학 및 치학의 교육을 위한 헌체에 관한 법률’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다.
사체해부보존법 제12조는 인수자가 없는 시체는 소재지 시정촌장이 의학에 관한 대학의 장으로부터 의학의 교육 또는 연구를 위한 교부의 요구가 있는 때에는 그 시체 확인 후 교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3조부터 제16조까지는 그 절차를 규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유족의 승낙이나 생전 유언에 관한 조항은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4. 제한되는 기본권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기본권이 무엇인가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자기결정권이라는 견해, 인격권이라는 견해로 나뉠 수 있다.
가. 자기결정권이라는 견해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자기결정권이 제한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기결정권은 원칙적으로 살아있는 사람만 누리는 것이기 때문에 사자(死者)의 경우에도 그 의사가 존중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권리의 주체가 되는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사자(死者)는 권리의 주체가 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살아있는 자가 생전에 시체의 처분에 대하여 표시한 의사를 존중하는 것은 살아있을 때 행한 자기결정권을 사후에도 존중하여 준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인간이 보유하고 있는 기본적 권리인 자기결정권에 대한 존중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시체해부법 제4조 제1항 제1호가 시체의 해부에 관하여 민법 제1060조에 의한 유언이 있는 때에는 유족의 의사에 우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사자가 생전에 유언의 형식으로 표시한 자신의 시체에 대한 처분의사를 존중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할 것이다. 만일 자신의 사후에 시체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처리될 수 있다고 한다면 기본권 주체인 살아있는 자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19)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보장되는 청구인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
나. 인격권이라는 견해
헌법 제10조는 모든 기본권 보장의 종국적 목적(기본이념)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의 본질이며 고유한 가치인 개인의 인격권을 보장하고 있다.
한편 인격권의 전제가 되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은 기본권 주체의 사적 영역에서의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국가의 간섭 없이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인데, 사후의 시체의 처리가 기본권 주체의 사적 영역이라고 보기는 어렵
다. 자기결정권은 자기가 결정한 대로 추진할 수 있는 권능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예컨대, 다른 사람의 물건을 내 마음대로 사용하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자기결정권의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 민법상 시체는 물건성을 갖고 있고, 시체에 대한 권리는 제사 주재자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학계 다수 및 대법원의 견해이므로, 생전에 자신의 시체에 대하여 자기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이 ‘죽은 뒤’ 자기 시신이 청구인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처리됨으로써 ‘현재’ 청구인의 인격발현의 기본조건인 인격권에 제한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 소결
이에 대하여 재판관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기본권을 “청구인의 시체의 처분에 대한 자기결정권”으로 보고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만일 자신의 사후에 시체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처리될 수 있다고 한다면 기본권 주체인 살아있는 자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본인의 생전 의사에 관계없이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해부용으로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시체의 처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할 것이다.'⌈
5.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
가. 위헌론
재판관들은 다음과 같이 전원이 일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하였다.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해부용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인(死因)의 조사와 병리학적·해부학적 연구의 기초가 되는 해부용 시체의 공급을 원활하게 하여, 국민 보건을 향상시키고 의학의 교육 및 연구에 기여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우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해부용으로 제공하는 사례가 거의 없어져 그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발생한 인수자가 없는 시체 중 의과대학에 통지된 것은 2건, 그 중 실제로 의과대학에 해부용으로 제공된 시체는 단 1건에 불과했다.
또한 의과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해부용 시체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공급될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에 따라 시신기증이 활발히 이루어져 현재 해부용 시체의 공급은 대부분 시신기증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시신의 훼손이나 화장을 꺼리는 장제 문화의 변화, 적절한 홍보활동, 기증자와 그 유가족의 숭고한 뜻이 존중될 수 있는 적절한 예우 등을 통해 시신기증을 활성화함으로써 해부용 시체의 공급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현행 법령은 시체 자체의 제공과는 구별되는 장기나 인체조직에 있어서는 본인이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경우에는 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식·채취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신장·간장·심장·안구·골수 등의 적출·이식과 관련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22조는 뇌사자와 사망한 자의 장기에 대하여는 생전에 본인이 동의하였거나(본인이 동의하였더라도 가족 또는 유족이 거부하는 경우는 제외), 생전에 본인이 동의 또는 반대한 사실이 확인되지 아니한 경우로서 가족 또는 유족이 동의한 경우에만 장기 등의 적출·이식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12조는 본인이 서명한 문서에 의한 동의 또는 민법의 유언에 관한 규정에 따른 유언의 방식으로 한 동의만을 동의로서 인정하고 있다. 뼈·피부·혈관·인대 등의 채취에 관한 ‘인체조직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서도 마찬가지이다(제7조, 제8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본인이 자신의 시체의 인수자가 없는 경우 생전에 본인의 시체가 해부용으로 제공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명시적으로 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지 않아, 생전의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본인의 시체가 해부용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체해부법 제4조 제1항 제1호는 “시체를 해부하려면 그 유족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시체의 해부에 관하여 민법 제1060조에 따른 유언이 있을 때”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시체의 해부에 대해 생전에 본인이 민법 제1060조에 따른 유언에 의하여 동의한 때에는 별도로 유족의 승낙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일 뿐, 생전에 본인이 민법에 따른 유언으로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는 내용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상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보면, 본인의 시체가 해부용으로 제공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명시적으로 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여 본인이 반대하면 그의 시체를 해부용으로 제공할 수 없도록 하든지, 또는 아예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해부용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다른 방안이 있음에도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생전의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해부용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
나. 합헌론
이 사건에서 재판관들은 전원 일치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하였으나, 참고적으로 합헌론을 다음과 같이 부기하기로 한다.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인(死因)의 조사와 병리학적·해부학적 연구의 기초가 되는 해부용 시체의 공급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국민 보건을 향상시키고 의학의 교육 및 연구에 기여하기 위한 것으로,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
하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인수자가 없는 시체의 경우에는 시장 등의 통지로 의과대학의 장이 시체의 교부를 요청하게 하고 그러한 요청에 대하여 시체를 교부하도록 하는 것은, 의과대학의 해부용 시체의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방법이 되므로 위와 같은 입법목적에 대한 적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최근에 시신 기증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대부분의 의과대학에서 해부용 시체를 시신기증에 의해 제공받고 있다고는 하나 이는 최근 몇 년 간의 현상에 불과하고, 향후 사회인식의 변화 기타 다른 요인으로 인해 시신기증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 침해의 최소성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은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확인하는 방법을 엄격히 규정하고, 인수자가 없는 시체로 판명된 경우에도 이를 해부용 시체로 제공하는 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함으로써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발생한 경우 시장 등은 지체없이 그 시체의 부패방지를 위하여 냉동보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사망자의 옷·소지품 등 유류물품의 사진을 촬영하여 이를 3년간 보존하여야 하고(법 시행령 제6조의2), 사망자의 신분증·유류물품 등에 의하여 사망자의 신원과 연고자를 탐문·조사하여 시체의 인수자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법 시행령 제3조).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발생하여 의과대학의 장이 시체 제공을 요청한 경우에도 시장 등이 시체를 교부하려면 일간 신문에 2회 이상 사망자의 신체적 특징, 발견 경위 및 사망원인, 시체 교부·보존 계획 뿐만 아니라 유족 기타 사망자와 상당한 관계가 있는 자가 시체의 인도 등을 요구하는 때에는 시체를 인도하겠다는 내용까지 포함하여 공고하여야 한다(법 시행령 제5조). 시체를 교부받은 의과대학의 장은 연고자 확인 등을 위하여 시체를 교부받은 날부터 5일 이내에 시체 얼굴과 전신 등 신체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부위의 사진을 촬영하여 각 1매는 시장 등에게 교부하고, 각 1매는 3년간 자체 보존하여야 한다(법 시행령 제6조). 위와 같이 제공된 시체는 사망이 확인된 날부터 60일이 지나기 전에는 해부할 수 없다(법 제12조 제3항).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해부용으로 제공함에 있어 사망자의 생전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하나, 생전에 충분히 본인이 반대의 의사표시를 하여 해부용 시체로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 우선 법 제4조 제1항은 시체의 해부에 있어서 유언에 의한 사망자 본인의 의사를 가장 우선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러한 취지에 의하면 유언으로써 자기의 시체가 해부용으로 제공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현실적으로 시신기증은 엄격한 유언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시신기증에 반대하는 의사도 유언 외의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표시할 수 있다. 미국의 UAGA 제7조에서 정하는 바와 같이 본인 또는 본인의 지시를 수행하는 사람에 의하여 서명된 기록에 의하거나, 2명 이상의 증인이 있는 녹음 또는 동영상 기타 모든 형태의 의사표현에 의하거나, 그 외에도 생전에 지인에게 반대의사를 알려 두거나 행정관청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거부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는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여 시체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법률조항 최소침해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3) 법익 균형성
해부 실습과정이 의학교육 및 의학발전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질병으로부터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해부용 시체로 제공하는 것이 과도한 자기결정권의 침해라고 볼 수 없다.
6. 결정의 의의
가. 이 사건은 사후에 무연고 시신이 되더라도 해부용 시체로 제공되는 것에 반대한 경우에는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서 해부용 시체로 제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나. 먼저 이 사건에서는 청구인은 생존한 상태이고, 공부상 형제자매가
생존해 있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후의 시체의 처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과연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자기관련성이나 침해의 현재성을 부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여부가 문제되었으나, 비록 청구인이 지금 생존한 상태이고 형제자매가 있다 하더라도 향후 청구인이 사망할 경우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점에 비추어 기본권침해가능성, 자기관련성, 현재성 등을 넓게 인정하고 적법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하여 본안 판단에 나아갔다.
다. 다음으로 과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청구인의 기본권이 무엇인지가 쟁점이 되었다. 이 사건 결정에서는 만일 자신의 사후에 시체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처리될 수 있다고 한다면 기본권 주체인 살아있는 자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생전에 자신의 시체의 처분에 대한 의사표시를 존중하여 이를 자기결정권이라는 기본권으로 인정하였다. 그리하여 본인의 생전 의사에 관계없이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해부용으로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시체의 처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라. 헌법재판소의 이 사건 결정 이후 국회는 시체해부법을 개정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비롯하여 인수자가 없는 시체의 제공과 관련한 조항들을 모두 삭제하였다(2016. 6. 30. 법률 제1365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