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교통사고로 치상케 한 후 도주한 사고운전자에 대한 법정형을 1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으로규정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2호의 위헌 여부(소극, 종전의 견해를 변경할 특별한 사정이 없으므로 선례를 따른 사례)
결정요지
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2호는 입법자가 교통현실과 동 조항의 입법목적, 보호법익, 죄질 등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적 차원에서 상해죄나 중상해죄보다 법정형을 무겁게 정한 것으로 형벌체계상의 정당성이나 균형 등을 상실하였다고 할 수 없으며,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해한다고 할 수 없다.
나. 동 조항이 법정형을 1년이상의 유기징역형만으로 규정하여 벌금형을 선택하여 선고할 수 없도록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헌법 제12조 제1항의 실질적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거나 법관의 양형에 관한 결정권을 극도로 제한하여 헌법 제103조의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참조판례
헌재 1997. 7. 16. 95헌바2 등, 판례집 9-2, 32
청 구 인 심 ○ 보
대리인 변호사 박 은 수 외 2인
당해사건 대구지방법원 97고단3045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 차량)
호(1984. 8. 4. 법률 제3744호로 개정된 것)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시지하철건설본부 소속 공무원으로서 1997. 5. 2.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청구외 이○숙 운전의 자동차를 추돌하여 위 이○숙으로 하여금 요치 약 2주간의 경추부좌상 등의 상해를 입게하고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였다는 범죄사실로 대구지방법원에 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중 공소장에 기재된 적용법조로서 그 재판의 전제가 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2호에 대하여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97초1682)을 하였다가 그 제청신청이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2호(1984. 8. 4. 법률 제3744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도주차량운전자의 가중처벌) ① 도로교통법 제2조에 규정된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 또는 궤도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당해 차량의 운전자(이하 ‘‘사고운전자’’라 한다)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는 다음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생략)
2. 피해자를 치상한 때에는 1년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생략)
2. 청구인의 주장과 이해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실로 교통사고를 내어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운전자가 도주한 경우에 형법상의 업무상과실치상죄에 도주라는 요건을 추가하여 가중처벌을 하고 있는 것이다.
(2) 그런데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상죄의 경우는 물론 고의범인 상해죄의 경우에도 징역형외에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한 범죄는 도주의 경위, 부상정도, 사고후의 정황 등 여러 가지 사정에 따라 죄질이 천차만별임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일률적으로 1년 이상의 유기
징역형으로만 처하도록 하여 벌금형을 선택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고의범인 상해죄 등 다른 범죄의 법정형과 비교하여 지나치게 무겁고 행위의 불법내용과 책임의 정도사이에 비례관계를 유지할 수 없어 형벌 체계상 균형을 잃은 것일 뿐만 아니라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극도로 제한한 것으로서 헌법 제11조 제1항(평등권), 제12조 제1항(죄형법정주의), 제37조 제2항(과잉입법금지의 원칙), 제103조(사법권의 독립)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 이유
청구인이 주장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문제점은 기소권의 적정한 행사나 양형과정에서 고려되어 해결될 수 있다고 보여지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청구인이 주장하는 위헌요소가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다. 대구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
(1)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경우 피해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고, 민사적 피해보상의 곤란으로 피해자의 치료와 생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도주행위 자체의 도덕적 비난가능성이 높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입법된 것이다.
(2) 도주차량 운전자에게 위와 같이 형을 가중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상해 등 형사범의 법정형과 비교하여 형평에 어긋나지 아니하고, 징역형이외에 벌금형에 대한 법정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하여 위헌이 된다고 할 수 없다.
3. 판 단
가. 헌법재판소는 1997. 7. 16.에 95헌바2 , 97헌바27 (병합)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2호(1984. 8. 4. 법률 제3744호로 개정된 것) 위헌소원사건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한 바 있는데, 그 결정이유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1) 근래 우리 사회가 고도산업사회로 발전하면서 자동차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이에 따라 교통사고 또한 격증하게 되어 교통질서가 사회질서의 기본적인 문제의 하나로 부각되기에 이르렀음에도, 아직 바람직한 교통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건전한 교통질서가 확립되지 못하여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교통사고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사고후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도주하는 이른바 ‘뺑소니’ 사범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
정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와 같은 현실속에서 자동차운전자가 교통사고 후 도주하는 행위는 강한 윤리적 비난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하여 엄히 가중처벌하겠다는 국가형벌권의 의지를 표명하여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주려는 일반예방적효과를 기대하고 아울러 피해자 구호의무를 확보하여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려는 보호법익의 복합성을 입법정책적으로 고려하여 제정된 것이다.
(2) 한편, 이 사건 범죄는 업무상과실치상이라는 과실범과 도주라는 고의범의 두가지 성질의 구성요건이 결합된 형태의 범죄유형이다. 그리고 이 사건 범죄의 죄질을 보면 상해의 결과발생은 비록 과실에 의하여 발생하였으나 상해를 입고 위험에 빠진 사람을 고의로 방치한 채 도주한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크고, 사고 즉시 구호조치를 취하였으면 구할 수 있었을 생명이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 사건 범죄중에는 상해죄는 물론 중상해죄 보다 죄질이 더 중한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심지어는 살인죄의 죄질에 비견될 수 있는 사례도 없지 않다 할 것이다.
(3) 그런데 범죄행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형종과 형량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의 성격에 대한 고려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시대적 상황과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및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부가 결정하는 사항으로서 기본적으로 국가의 입법정책에 속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그 내용이 형벌의 목적과 기능에 본질적으로 배치된다든가 또는 평등의 기본원리인 합리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닌 한 이를 쉽사리 헌법에 위배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입법자가 위에서 본 우리의 교통현실과 동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이 사건 범죄의 복합적 보호법익과 중한 죄질 등을 감안하여 입법정책적 차원에서 이 사건 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고의범인 상해죄나 중상해죄 등의 경우보다 더 무겁게 정하였다고 하여 이를 가지고 형벌체계상의 정당성이나 균형 등을 상실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 또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해한다고 할 수 없다.
나. 위 결정의 판시이유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다고 할 것이고, 위 결정의 선고이후에 그 견해를 변경할 특별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그리고 위 결정이유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였거나 평등의 원칙이나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 아닌 이상 법정형을 1년이상의 유기징역형만으로 규정하여 벌금형을 선택하여 선고할 수 없도록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헌법 제12조 제1항의 실질적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거나 법관의 양형에 관한 결정권을 극도로 제한하여 헌법 제103조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
나는 주문표시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2호(……)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로 함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재판소가 1995. 10. 26. 선고한 92헌바45 군형법 제75조 제1항 제1호 위헌소원, 93헌바62 구주택건설촉진법 제52조 제1항 제3호 등 위헌소원, 94헌바7 ·8(병합) 구 조세감면규제법 제62조 제3항 위헌소원, 95헌바22 징발재산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 제20조 제1항 위헌소원, 94헌바28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위헌소원의 각 사건 결정시에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 제47조 소정의 기속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합헌결정을 굳이 할 필요가 없으며, 이 사건의 경우는 국민이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심판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그 뜻을 받아 들일 수 없는 결론 즉 합헌이라면 굳이 아무런 실효도 없이 국민이 청구한 바도 없는 “합헌”임을 주문에 표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 용 준
재판관 김 문 희
재판관 이 재 화
재판관 조 승 형
재판관 정 경 식
주 심 재판관 고 중 석
재판관 신 창 언
재판관 이 영 모
재판관 한 대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