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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1. 5. 8. 선고 2000헌라1 판례집 [국회의장등과 국회의원간의 권한쟁의]
[판례집13권 1집 1218~1232]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권한쟁의심판절차에 소의 취하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239조가 준용되는지 여부(적극)

2.권한쟁의심판의 공익적 성격만을 이유로 심판청구의 취하를 배제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절차에 관하여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의 규정을 준용한다. 이 경우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권한쟁의심판 및 헌법소원심판의 경우에는 행정소송법을 함께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 후단의 경우에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 또는 행정소송법이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과 저촉될 때에는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은 준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법이나 행정소송법에 권한쟁의심판청구의 취하와 이에 대한 피청구인의 동의나 그 효력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이 없으므로, 소의 취하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239조는 이 사건과 같은 권한쟁의심판절차에 준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2.비록 권한쟁의심판이 개인의 주관적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헌법적 가치질서를 보호하는 객관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고, 특히 국회의원의 법률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의 침해 여부가 다투어진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의 경우에는 국

회의원의 객관적 권한을 보호함으로써 헌법적 가치질서를 수호·유지하기 위한 쟁송으로서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고는 할 것이다. 그러나 법률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의 행사 여부가 국회의원 스스로의 판단에 맡겨져 있는 사항일 뿐만 아니라, 그러한 심의·표결권이 침해당한 경우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인지 여부도 국회의원의 판단에 맡겨져 있어서 심판청구의 자유가 인정되고 있는 만큼, 권한쟁의심판의 공익적 성격만을 이유로 이미 제기한 심판청구를 스스로의 의사에 기하여 자유롭게 철회할 수 있는 심판청구의 취하를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재판관 권성,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에 대하여는 이미 실체적 심리가 다 마쳐져 더 이상의 심리가 필요하지 아니한 단계에 이른 이후에야 비로소 이 사건 심판청구가 취하되었으며, 그 때까지 심리한 내용만을 토대로 판단하더라도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은 향후 우리나라 국회, 특히 상임위원회가 준수하여야 할 의사절차의 기준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으로서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일 뿐만 아니라, 그 해명이 헌법적으로 특히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경우에는 비록 청구인들이 심판청구를 취하하였다 하더라도 소의 취하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239조의 규정의 준용은 예외적으로 배제되어야 하고, 따라서 위 심판청구의 취하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심판절차는 종료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헌법재판소법 제40조(준용규정)①헌법재판소의 심판절차에 관하여는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의 규정을 준용한다. 이 경우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권한쟁의심판 및 헌법소원심판의 경우에는 행정소송법을 함께 준용한다.

②제1항 후단의 경우에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 또는 행정소송법이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과 저촉될 때에는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은 준용하지 아니한다.

민사소송법 제239조(소의 취하)①소는 판결의 확정에 이르기까지 그 전부나 일부를 취하할 수 있다.

②소의 취하는 상대방이 본안에 관한 준비서면을 제출하거나 준비절차에서 진술하거나 변론을 한 후에는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면 그 효력이 없다.

③소의 취하는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 다만, 변론 또는 준비절차에서 구술로써 할 수 있다.

④ 소장을 송달한 후에는 취하의 서면을 상대방에 송달하여야 한다.

⑤제3항 단서의 경우에 상대방이 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변론 또는 준비절차의 조서의 등본을 송달하여야 한다.

⑥소취하의 서면이 송달된 날로부터 2주일내에 상대방이 이의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취하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 제3항 단서의 경우에 상대방이 기일에 출석한 때에는 소취하한 날로부터, 상대방이 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제5항의 등본의 송달이 있는 날로부터 2주일내에 상대방이 이의하지 아니한 때에도 같다

참조판례

1. 2. 헌재 1995. 12. 15. 95헌마221 등, 판례집 7-2, 697

당사자

청 구 인 강○재 외 132인

대리인 변호사 엄호성 외 32인

피청구인 1. 국회의장

위 대리인 법무법인 광 명

담당변호사 한기찬

2. 국회 운영위원회

대표자 위원장 이상수

3.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장

4. 국회의원 정○환

5. 국회의원 천○배

피청구인 2. 내지 5.의 대리인 변호사 문○호 외 15인

주문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절차는 청구인들의 심판청구의 취하로 2001. 5. 8. 종료되었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새천년민주당 소속 운영위원회 간사인 피청구인 국회의원 천○배는 2000. 7. 24. 14:28경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 피청구인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장(당시 위원장은 피청구인 정○환이었음)의 직무를 대리하여 제213회 임시국회 운영위원회를 개의하여 국회법중개정법률안을 상정하고 그 가결을 선포하였다.

(2)이에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은 같은 날 피청구인들이 헌법국회법의 규정을 위반하여 위 개정법률안을 가결시킴으로써 독립된 헌법기관인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권한침해의 확인과 아울러 위 가결선포행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2000. 7. 24. 14:28경 개의된 운영위원

회(이하 “이 사건 운영위원회”라고 한다)에서 국회법중개정법률안(이하 “이 사건 법률안”이라 한다)을 가결선포한 행위(이하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라고 한다)가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의 권한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와 그로 인하여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가 위헌으로서 무효인지 여부이다.

2.청구인들의 청구이유와 피청구인들의 답변의 요지

가. 청구이유의 요지

피청구인 천○배는 위원장으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운영위원회 의사를 진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안을 위원회에 적법하게 상정조차 하지 아니하였고, 그 의결과정에서도 성원의 확인·보고, 제안설명, 대체토론, 이의유무의 확인 내지 표결 등 국회법이 정한 심사절차를 전혀 밟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는 국회의원으로서 독립된 헌법기관인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며, 또 위와 같은 의결과정에서의 흠에 비추어 볼 때 위 가결선포행위는 헌법 제40조, 제41조, 제49조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서 부존재이거나 당연무효이다.

나. 답변의 요지

(1) 피청구인 국회의장의 답변 요지

(가) 청구인들 중 운영위원회에 소속되지 아니한 국회의원들은 운영위원회에서의 심의·표결권이 없으므로 청구인적격이 없다.

(나)피청구인 국회의장은 운영위원회 소속이 아니고, 이 사건 법률안의 의결절차에 관여한 사실이 없으며, 또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는 국회의장의 처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피청구인 국회

의장은 피청구인적격이 없다.

(다)운영위원회는 상임위원회의 하나로서 국회의 내부기관이자 예비적 심사기관에 불과하고 그 의결이 본회의를 구속하는 효력을 갖지 아니하며, 국회의 최종적·대외적 의사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운영위원회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는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 아니다.

(라)이 사건 법률안은 그 가결선포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에 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나 본회의 회부 등 후속절차가 속행되지 아니함으로써 청구인들이 이 사건 심판청구로써 구하는 목적이 사실상 달성되었고, 또한 2000. 10. 5. 이루어진 여·야간 총무회담에서 원내총무들 사이에 이 사건 법률안을 운영위원회로 환원하여 다시 심의하고 이 사건 심판청구 및 관련 가처분신청사건을 취하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가 성립하였으며, 청구인들은 의원총회에서 위와 같은 합의를 승인하였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유지할 이익은 이미 소멸하였다.

(마)피청구인 천○배는 국회법 제50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적법하게 위원장의 직무를 대리하여 의사를 진행하였으므로, 그의 의사진행은 적법하고, 한편, 상임위원회의 의안에 대한 심사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국회법 제58조는 강행규정이 아닐 뿐만 아니라, 청구인들을 비롯한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운영위원회 개의를 실력으로 저지하여 위 조항에 따른 정상적인 심사절차를 밟을 수 없는 부득이한 상황이었음을 아울러 감안하면, 위 조항이 규정한 심사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하여 곧바로 의결행위 자체가 무효가 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비록 운영위원회 회

의록에 기재사항 일부가 누락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장내소란으로 인하여 속기사가 일부 발언내용을 기록하지 못한 것에 불과하고 의결행위 자체의 효력을 부인할 사유가 되지 아니한다. 나아가 의안의 처리과정에 대한 사실인정의 기준이 되는 회의록에도 청구인들이 안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다는 기재가 없으므로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는 적법하다.

(2) 나머지 피청구인들의 답변 요지

(가)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는 운영위원회 위원장에게 인정되는 자율적 의사진행권한의 범위 내에 속하는 국회 내부의 자율에 관한 문제에 해당하므로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이 될 수 없다.

(나) 2000. 10. 5. 여·야간 총무회담에 의하여 이 사건 법률안을 운영위원회로 환원하여 다시 심의하기로 합의하였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의 당사자들 사이에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가 무효임이 확인된 것이고, 이로써 이 사건 심판청구의 목적이 달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위 합의에 의하여 이 사건 심판청구를 취하하기로 하는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어느 모로 보나 권리보호의 이익이 소멸하였다.

3. 판 단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절차에 관하여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의 규정을 준용한다. 이 경우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권한쟁의심판 및 헌법소원심판의 경우에는 행정소송법을 함께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 후단의 경우에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 또는 행정소송법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과 저촉될 때에는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은 준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법이나 행정소송법에 권한쟁의심판청구의 취하와 이에 대한 피청구인의 동의나 그 효력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이 없으므로, 소의 취하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239조는 이 사건과 같은 권한쟁의심판절차에 준용된다고 보아야 한다(헌법소원심판절차에 관한 헌재 1995. 12. 15. 95헌마221 등, 판례집 7-2, 697, 747 참조).

비록 권한쟁의심판이 개인의 주관적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헌법적 가치질서를 보호하는 객관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고, 특히 국회의원의 법률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의 침해 여부가 다투어진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의 경우에는 국회의원의 객관적 권한을 보호함으로써 헌법적 가치질서를 수호·유지하기 위한 쟁송으로서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고는 할 것이다. 그렇지만 법률안에 대한 심의·표결권 자체의 행사 여부가 국회의원 스스로의 판단에 맡겨져 있는 사항일 뿐만 아니라, 그러한 심의·표결권이 침해당한 경우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인지 여부 또한 국회의원의 판단에 맡겨져 있어서 심판청구의 자유가 인정되고 있는 만큼, 위에서 본 권한쟁의심판의 공익적 성격만을 이유로 이미 제기한 심판청구를 스스로의 의사에 기하여 자유롭게 철회할 수 있는 심판청구의 취하를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들의 대리인인 변호사 정인봉, 변호사 이주영이 2001. 4. 24. 서면으로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청구를 모두 취하하였고, 이미 본안에 관하여 답변서를 제출한 피청구인들의 대리인들이 같은 달 25. 위 심판청구의 취하에 모두 동의하였으

며, 같은 해 5. 8. 이 사건 심판청구를 취하한 대리인인 변호사 정인봉에게 심판청구 취하를 위한 특별수권이 이루어졌음이 명백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절차는 청구인들의 심판청구의 취하로 2001. 5. 8. 종료되었음이 명백하므로, 헌법재판소로서는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청구가 적법한 것인지 여부와 이유가 있는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더 이상 판단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청구인들의 심판청구 취하로 인하여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절차가 종료되었다고 보는 다수의견에 대하여, 재판관 권성, 재판관 주선회의 아래 4.항에 기재된 바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으므로,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절차가 이미 종료되었음을 명확하게 선언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4. 재판관 권성,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우리는 청구인들이 이 사건 심판청구를 취하함으로써 민사소송법 제239조의 준용에 따라 이 사건 심판절차가 종료되었다는 다수의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

가. 다수의견의 요지

다수의견의 요지는, 헌법재판소법이나 행정소송법에 권한쟁의심판청구의 취하와 이에 대한 피청구인의 동의나 그 효력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이 없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에 따라 소의 취하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239조가 이 사건과 같은 권한쟁의심판절차에 준용되고, 따라서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이 민사소송법 제239조의 규정에 따라 심판청구를 취하한 이상,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절차는 종료되었다는 것이다.

나. 권한쟁의심판절차와 소의 취하

(1) 권한쟁의심판의 의의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발생한 경우에 헌법재판소가 이를 유권적으로 심판하는 제도로서(헌법 제111조 제1항 제4호, 헌법재판소법 제61조 제1항), 각 기관에게 주어진 권한을 보호함과 동시에 객관적 권한질서의 유지를 통하여 국가기능의 수행을 원활히 하고, 아울러 수평적 및 수직적 권력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시켜 헌법적 가치질서 및 헌법의 규범적 효력을 보호하는 데 그 목적과 의의를 둔다고 할 수 있다.

(2) 소의 취하의 의의

민사소송법상 소의 취하라 함은 원고가 제기한 소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철회하는 소송행위로서, 판결에 의하지 아니한 소송종료원인의 하나에 해당한다.

개인의 권리관계에 대한 분쟁을 다루는 것을 그 본질로 하는 민사소송은 사적자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영역으로서 개인적 처분에 맡길 수 있는 재산관계를 그 주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른 특질은 민사소송법에도 반영되어, 법원의 심판은 당사자의 신청이 있어야 개시되고,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개시된 소송에 있어서도 반드시 판결로서만 분쟁을 종결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며, 소의 취하(제239조), 청구의 포기, 인락 또는 화해(제206조)등으로, 당사자가 자기책임하에 자유로이 분쟁을 해결하여 소송을 종료시킬 수 있는 권능들이 주어지는바, 이러한 내용들이 넓은 의미에서의 변론주의로 이해되고 있는 이른

바 처분권주의를 이루는 것이다.

(3) 민사소송과 권한쟁의심판의 비교

민사소송과 권한쟁의심판을 법적 성질의 측면에서 간략히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민사소송은 사적자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재산관계를 주된 대상으로 삼아 개인의 권리관계에 대한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로서 결국 개인의 주관적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삼고 있는 반면,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를 대상으로 삼아 이에 관한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로서 궁극적으로는 헌법적 가치질서 및 헌법의 규범적 효력을 보호하는 객관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둘째, 민사소송에 있어서는 개인의 권리관계에 대한 분쟁을 해결하는 쟁송절차라는 점에서 판결의 기판력은 소송수행상의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당사자에게만 미치는 것이 원칙인 반면(민사소송법 제204조 제1항),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는 헌법적 가치질서 및 헌법의 규범적 효력을 보호하는 객관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권한쟁의심판청구를 인용하는 결정은 이른바 일반적 기속력을 가지게 되어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헌법재판소법 제67조 제1항).

(4)소의 취하에 관한 규정을 권한쟁의심판에 준용할 것인지 여부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이 권한쟁의심판절차를 포함한 헌법재판소의 심판절차에 관하여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소의 취하에 관한 규정도 원칙적으

로는 권한쟁의심판절차에 준용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준용’이라 함은 아무런 제한 없이 모든 경우에 준용된다는 것은 아니고, 권한쟁의심판절차의 본질 및 당해 사건의 내용에 비추어 당해 법령을 준용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준용을 배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본 바에 따르면, 민사소송법상 소의 취하를 인정하는 이유는 분쟁의 대상 자체가 사적자치의 원칙이 적용되는 재산관계이므로 그 해결을 위한 소송절차에서도 원칙적으로 처분권주의가 인정된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권한쟁의심판의 경우에 있어서는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가 분쟁의 대상이고, 그러한 분쟁은 우리가 수호·유지하여야 할 헌법적 가치질서의 틀 아래에서 해결되어야 할 것이므로 그 심판절차에서 반드시 민사소송에서 인정되는 것과 같은 내용과 정도의 처분권주의를 인정하여야만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이는 우리가 잘 알 듯이 민사소송과는 달리 사적자치의 원칙이 지배한다고 볼 수 없는 행정소송이나 형사소송절차에서는 소송의 공익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처분권주의가 제한된 범위 안에서 인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뒷받침된다 할 것이다. 또한 민사소송에 있어서는 판결의 기판력이 원칙적으로 소송당사자에게만 미치므로 당사자의 임의적 의사에 기하여 소송을 종료시킨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권리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이상, 이를 막아야 할 별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지만,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는 인용결정이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는 일반적 기속력을 가지게 되므로 민사소송의 경우

와 반드시 같게 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민사소송절차에서 인정되는 정도의 처분권주의를 권한쟁의심판절차에서도 똑같이 인정하여야만 할 이론적 근거나 필요성을 찾을 수 없다면, 권한쟁의심판절차에서는 처분권주의에 바탕을 둔 민사소송법상 소의 취하에 관한 규정의 준용을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고, 결국 소의 취하에 관한 규정을 권한쟁의심판절차에 준용할 것인지 여부는 권한쟁의심판을 관장하는 헌법재판소가 구체적인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 당해 심판청구 취하의 효력을 인정함으로써 분쟁의 자율적 해결을 도모할 수 있다는 측면과 심판청구의 취하에도 불구하고 당해 심판청구에 대하여 심판을 함으로써 헌법적 가치질서를 수호·유지할 수 있다는 측면을 교량하여 판단·결정하여야 할 문제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만약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으로서 그 해명이 헌법적으로 특히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예외적으로 당해 권한쟁의사건에 대하여는 처분권주의를 제한하여 소의 취하에 관한 규정의 준용을 배제할 수 있다 할 것이다.

특히 당해 권한쟁의심판 사건에 대한 실체적 심리가 이미 종결되어 더 이상의 심리가 필요하지 아니한 단계에 이르고, 그 때까지 심리한 내용을 토대로 당해 사건이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으로서 그 해명이 헌법적으로 특히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면, 헌법재판소는 소의 취하에 관한 규정의 준용을 배제하여 심판청구의 취하에도 불구하고 심판절차가 종료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

이다.

다.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청구사건에 대하여 우리 재판소는 2001. 3. 8. 및 같은 해 4. 12. 두 번에 걸쳐 변론기일을 열어 심리를 진행한 다음 변론을 종결하였고, 우리 재판소는 2001. 4. 12. 평의를 진행하여 평결까지 마쳤으며, 선고할 결정문의 초고마저 완성되어 전체 재판관회의에서 이를 확정한 후 선고기일을 같은 달 26. 14:00로 지정하여 당사자들에게 통지하였다. 그런데 선고기일을 불과 이틀 앞둔 같은 달 24. 청구인들 대리인 중 변호사 정인봉 및 변호사 이주영 명의로 된 취하서가 접수되었고, 같은 달 25. 피청구인들의 대리인들이 동의서를 제출하였으며, 같은 해 5. 8.심판청구 취하를 위한 특별수권을 수여하는 취지의 보정서가 제출되었다.

한편, 이 사건에 관한 우리 재판소의 최종 평결결과는 재판관 7인의 찬성으로 청구인들 중 국회 운영위원회에 소속인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청구인들의 피청구인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권한침해확인청구 및 무효확인청구를 모두 인용하고, 나머지 당사자들 사이의 심판청구 부분은 각하하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국회 상임위원회의 하나인 운영위원회에서의 의사절차가 문제된 최초의 권한쟁의사건으로서 운영위원회 의사절차가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와 함께 그러한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 당사자 적격의 문제가 처음으로 대두된 사건이고, 그 평결결과에 있어서도 법률안 심의·표결권의 침해를 확인하고, 나아가 권한쟁의심판 사상 처음으로 의안에 대한 가결선포행위가

헌법상 다수결원리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그 무효를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에 대하여는 이미 실체적 심리가 다 마쳐져 더 이상의 심리가 필요하지 아니한 단계에 이른 이후에야 비로소 이 사건 심판청구가 취하되었으며, 그 때까지 심리한 내용만을 토대로 판단하더라도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은 향후 우리나라 국회, 특히 상임위원회가 준수하여야 할 의사절차의 기준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으로서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일 뿐만 아니라, 그 해명이 헌법적으로 특히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경우에는 비록 청구인들이 심판청구를 취하하였다 하더라도 소의 취하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239조의 규정의 준용은 예외적으로 배제되어야 하고, 따라서 위 심판청구의 취하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심판절차는 종료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므로, 헌법재판소로서는 재판부에서 평의한 대로 결정을 선고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라. 이상과 같은 이유로 우리는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바이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주심) 주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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