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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3. 10. 30. 선고 2002헌마758 결정문 [불기소처분취소]
[결정문] [전원재판부]
사건

2002헌마758 불기소처분취소

청구인

최 ○ 옥 외 1인

청구인들의 국선대리인 변호사 권 기 학

피청구인

수원지방검찰청 검사

주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수원지방검찰청 2001년 형제113294호 불기소사건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청구인 최○옥, 같은 한○호는 부부로서, 1994. 5. 30.경부터 수원시 팔달구 매탄2동 소재 상가주택 일부를 청구외 어○우로부터 임차하여 사용해 오던 자들이다.

나. 청구인 최○옥은 2001. 11. 15. 수원지방검찰청에 청구외(피고소인) 문○우, 같은 강○구를 사기죄로 고소하였는바, 그 고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소인 문○우는 경비원으로 일하는 자이고, 같은 강○구는 공인중개사인바, 2000. 3. 2.경 피고소인 문○우가 당시 경매 중이던 수원시 팔달구 매탄2동 소재 상가주택을 낙찰받았는데, 그 배당절차에서 소액임차보증금 800만원만을 배당받게 된 청구인이 위 주택이 지나치게 저평가되어 경매되었음을 이유로 위 낙찰허가결정에

대한 항고를 하였다가 기각결정을 받고 다시 재항고를 하자, 피고소인들은 공모하여 같은 해 8. 중순경 사실은 청구인이 재항고를 취하하더라도 청구인으로 하여금 위 주택에 오래 살게 해 주고 위 어○우로부터 돈을 받아 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소인 강○구가 청구인에게 “재항고를 취하해 주면 재계약하여 오래 살게 해 주고, 전 집주인에게서 1,00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청구인으로 하여금 재항고를 취하하게 한 다음 피고소인 문○우 명의로 위 주택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고 위 약속을 지키지 않아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이다.

다. 이 고소사건을 수사한 피청구인은 2002. 1. 30. 피고소인들에 대하여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라. 이에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의 위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들의 평등권 및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청구인 최○옥은 검찰청법에 정하여진 절차에 따라 항고·재항고를 거쳐, 같은 한○호는 별도의 고소나 항고·재항고를 함이 없이 바로, 2002. 11. 2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단

이 사건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아도, 피청구인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였거나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판단에 있어서 불기소처분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을 범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청구인의 위 불기소처분으로 말미암아 청구인들 주장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결론

따라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김영일의 아래 4.와 같은 각하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4. 재판관 김영일의 각하의견

다수의견은 이 사건 사기죄의 피해자라는 청구인 한○호의 경우에도 피의자를 상대로 별도 고소나 항고·재항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청구인의 혐의없음 불기소처분결정에 대하여 그 취소를 구하면서 우리 헌법재판소에 막바로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적법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은 위법·부당한 결론이라고 생각되므로 이에 각하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로 하여금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고, 한편으로 형사소송법 제223조에서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이하 ‘범죄피해자’라 한다)는 고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두 규정의 의미를 해석해 볼 때, 공권력행사의 일종인 검사의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 기본권이 침해되었다 함은 범죄피해자가 고소를 하여 공소권행사를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재판절차진술권 등의 기본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비록 범죄피해자라 하더라도 고소를 하지 아니하였다면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있다 한들 그것은 범죄피해자의 공소권행사요구에 대한 처분이라 할 수 없고, 따라서 고소권을 행사하지 않은 한에 있어서는 ‘해당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서는’ 헌법상의 어떠한 기본권도 침해받은 것이 아니므로 결과적으로 당해 불기소처분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청구인적격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나. 다수의견의 논리적 근거와 문제점

첫째, 다수의견에 의하면 “수사와 처분이 종결된 상태에서 별도로 고소장을 제출하고 그 처리결과에 대하여 항고 및 재항고를 모두 거친 다음 심판청구를 요구하는 것은 권리구제면에서나 국가기능의 효율적인 면에서 실익이 없다.”는 것이나, 오히려

범죄피해자가 새로 고소를 한 경우에는 증거자료가 추가되어 실체적 진실발견이 보다 더 용이하게 될 수 있어, 그 사건에 대한 검사의 과거의 판단이 변경될 여지가 있고, 또한 항고 및 재항고 절차에서는 불기소처분이 위법한 경우뿐 아니라 부당한 경우에도 범죄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있지만,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는 기본권침해가 있는 경우에만 구제받을 수 있는 것이므로 고소 또는 항고·재항고 절차가 권리구제를 위하여 더욱 실효적이고 직접적인 수단이라 할 수 있으며, 나아가 그와 같은 절차에 의하여 권리구제를 받도록 하는 것이 무용한 헌법소송의 남용을 막을 수 있어 결과적으로 국가기능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오히려 더 바람직한 것이다.

둘째, 다수의견은 검찰청법상의 항고·재항고가 고소·고발 사건에 대하여만 적용되는 제도이므로 고소하지 않은 범죄피해자에 대하여는 헌법소원의 요건인 보충성원칙의 예외를 인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하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 규정의 해석상 불기소처분취소의 헌법소원심판청구사건에서 보충성요건의 대상이 되는 사전구제절차란 검찰청법상의 항고와 재항고 절차만을 가리키는 것이지, ‘고소’는 항고나 재항고와는 달리 보충성요건의 대상인 사전구제절차 그 자체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고소하지 않은 범죄피해자가 제기한 불기소처분취소의 헌법소원심판청구에 대하여 ‘자기관련성’의 예외를 인정할지의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보충성원칙’의 예외로 삼아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논거는 그 이론구성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검사의 불기소처분은 재판이 아니므로 확정력 특히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따라서 범죄피해자가 고소하지 않고 있는 동안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있는 경우에 그 피해자는 언제든지 해당 범죄사건에 대하여 새로이 고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다시 불기소처분을 하면 항고·재항고의 사전구제절차를 거쳐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제기하도록 하는 것이 헌법형사소송법의 규정취지와 불기소처분의 효력에 관한 해석론에 더욱 부합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고소하지 않은 범죄피해자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청구인적격을 무조건적으로 인정하게 되면 사실상 고발사건을 제외한 모든 불기소사건의 모든 범죄피해자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청구인적격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도대체 어느 범위의 범죄피해자에게까지 고소가 없는 상태에서 불기소처분취소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청구인적격을 부여할지 여부에 대하여 일률적인 기준을 세울 수도 없거니와 매 사건마다 일일이 기준을 세운다 한들 구체적·개별적 기준의 설정문제에 있어 실로 적지 않은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또한 고소하지 않은 범죄피해자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청구인적격을 무조건 인정하게 되면 예를 들어 고소를 제기하였다가 불기소처분결정이 있은 후 미처 검찰청법상의 사전구제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범죄피해자의 경우와 비교하여 볼 때, 형평성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즉, 수인의 범죄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 일부만 고소를 제기하고 나머지는 고소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기소처분결정이 있었고, 이에 대하여 이미 고소를 제기하였던 범죄피해자와 고소를 제기하지 않은 범죄피해자가 항고·재항고 절차의 경유없이 불기소처분취소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함께 제기한 경우를 상정하여 볼 때, 다수의견에 따르면 막상 고소권을 성실하게 행사하였던 범죄피해자의 헌법소원은 사전구제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보충성요건의 흠결을 이유로 부적법각하하여야 하는 반면, 애초부터 고소권행사조차 게을리하였던 범죄피해자에게는 청구인적격이 부여되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범죄피해자의 기본권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다수의견의 의도는 좋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헌법형사소송법의 틀 안에서 합법적·합리적으로 정할 문제이다. 헌법재판소라고 하여 해당 형사소송법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용하지 않고 임의로 그 형사소송법규정을 무시하는 예외적 형사소송행위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민법이나 상법과 같은 민사실체법에는 법률의 규정 외에 관습법이나 조리(條理)도 법원(法源)으로 쓸 수 있음이 법률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형사소송법에는 그것이 절차법이어서 그러한 명문의 규정도 없으며 절차법에서는 법률에 규정된 내용에 따라 소송행위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하물며 형사소송절차에서 법률의 규정의 흠결도 아닌 그 운영실태에 다소간의 흠결이 있는 것과 같은 상태가 보인다 하여 이내 우리 헌법재판소가 임의로 법률의 규정에 어긋나는 적용을 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수의견의 주장과 같이 범죄피해자라거나 또는 범죄피해자임을 주장한다고 해서 고소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깨뜨리면서까지 굳이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청구인적격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범죄피해자의 경우와 비교하여 볼 때, 우리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법을 위반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나는 소송행위를 함은 물론, 그것은 마치 우리 헌법재판소가 입법기능을 대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결과가 되기도 한다.

현행제도의 운영실태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현행법 아래에서도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범죄피해자를 위하여 당해사건과 같은 사건이 고소사건으로 되게끔 적절한 방법을 강구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이 비록 사기죄의 피해자라 하더라도 피의자를 상대로 고소를 제기하지 않고 사전구제절차도 경유하지 않은 이상, 적어도 이 사건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는 헌법상의 어떠한 기본권도 침해받은 것이 아니므로, 청구인이 이 사건과 별도로 피의자를 상대로 고소를 제기하여 공소권행사를 요구하고,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있다면 검찰청법에 정한 사전구제절차를 경유한 후 헌법소원심판을 새로이 청구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결국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요건 중 하

나인 공권력행사(불기소처분)에 대한 자기관련성요건을 흠결한 부적법한 청구로서 이를 각하함이 상당하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나는 다수의견에 반대하여 각하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2003. 10. 30.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영일

재판관 권성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김경일

주심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

재판관 전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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