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청구인을 비롯한 혈우병 환자의 HIV 집단감염사건과 관련하여 구 국립보건원(2003. 12. 18. 질병관리본부로 개편됨)이 위촉한 위원으로 구성된 혈액제제에이즈감염조사위원회(이하 ‘이 사건 조사위원회’라 한다)가 염기서열조사분석을 실시하지 않고 역학조사를 실행한 것(이하 ‘이 사건 역학조사’라 한다)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의 적법 여부(소극)
결정요지
이 사건 역학조사는, 1990년대 초 국내 혈우환자의 집단적 HIV 감염이 문제되어 구 국립보건원에서 혈액제제 안전성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역학조사를 한 것에 이어, 그 당시 혈우환자의 HIV 검사결과 국내 혈액응고제제에 의한 감염이라고 주장하는 국내학자의 외국잡지에 실린 논문이 2002. 9.경 신문에 보도되면서 사회문제가 되자 피청구인이 구성한 이 사건 조사위원회에 의하여 2002. 9.부터 2004. 2.의 기간 동안 실시된 것으로서, 이는 국산 혈액제제 투여로 인한 혈우병 환자의 에이즈 감염 사실 여부와 감염경로 혹은 감염원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활동이다. 위와 같은 이 사건 역학조사의 경위, 이 사건 조사위원회의 구성 및 조사활동방법 등을 고려해 볼 때 이 사건 역학조사는 피청구인이 우월적인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참조조문
참조판례
헌재 1993. 7. 29. 89헌마31 , 판례집 5-2, 87, 105
헌재 1994. 5. 6. 89헌마35 , 판례집 6-1, 462, 485
헌재 1994. 5. 6. 89헌마35 , 판례집 6-1, 462, 485-486
당사자
청 구 인 장○식
대리인 변호사 전현희 외 2인
피청구인 질병관리본부장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혈우병 환자로서 1986년부터 1992년까지 청구외 주식회사 녹십자가 제조한 제9인자혈액제제인 훽나인을 투여받고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이하 ‘HIV’라고 한다)에 감염되었고, 이 무렵 청구인 이외에도 다수의 혈우병 환자들이 위 훽나인을 투여받고 HIV에 감염된 바 있다고 주장한다.
(2)이러한 HIV 집단감염사건과 관련하여, 구 국립보건원(2003. 12. 18. 대통령령 제18163호로 보건복지부와 그 소속기관직제가 개정되면서 질병관리본부로 개편됨)은 1994년에 이어 2002년 9월 제2차로 혈액제제에이즈감염조사위원회(이하 ‘이 사건 조사위원회’라 한다)를 구성하여 역학조사를 시행하였다.
청구인은 이 사건 조사위원회가 이러한 역학조사를 함에 있어 이 사건의 감염원인에 관한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정확한 방법인 감염원과 혈우병 환자들의 염기서열에 대한 조사분석연구를 시행하지 않았으며, 위와 같은 부실한 역학조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 알 권리, 평등권, 보건권 등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며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2002. 9. 피청구인이 위촉한 위원으로 구성된 이 사
건 조사위원회가 청구인을 비롯한 혈우병 환자들의 집단 HIV감염사건과 관련하여 염기서열조사분석연구를 시행하지 아니한 채 역학조사를 실행한 것(이하 ‘이 사건 역학조사’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
HIV에 오염된 제9인자혈액제제의 투여로 인해 청구인에게 불치의 질병이 발병하였음이 분명하며, 이 사건의 감염원인에 관한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정확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감염원과 혈우병 환자들의 염기서열에 대한 조사분석연구를 하여야 함에도 피청구인은 이를 실시하지 아니한 부실한 역학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로 인해 청구인은 그 감염경로조차 알 수 없게 되어 손해배상청구를 통한 피해를 보전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었다. 또한 피청구인은 청구인과 관련된 역학조사에서 현저한 하자를 내포한 역학조사를 실시하여 다른 적절한 역학조사를 받은 국민들에 비하여 청구인을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함으로써 헌법상 재산권 및 평등권 등을 침해하였다.
나. 피청구인의 의견
(1)이 사건 조사위원회는 보건복지부장관 소속기관인 피청구인이 혈우병 환자의 에이즈감염과 혈액제제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하여 학계 전문가등으로 구성한 임시 자문위원회에 해당하므로 공권력을 행사 또는 불행사할 수 있는 행정청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위 조사위원회의 결정은 행정작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헌법소원의 대상인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각하되어야 한다.
(2)이 사건 조사위원회는 적절한 조사방법에 대하여 논의하고 일차적으로 혈우 HIV 감염자의 모든 의무기록 검토와 면접조사, 그리고 확보되어 있는 염기서열자료를 활용하여 환자들의 감염시점, 감염경로를 추정하기로 하였고, 추가로 염기서열에 대한 연구사업이 필요한지는 일차결과가 나온 후 논의하기로 하는 등 충분한 조사를 다하였다는 점에서 하자있는 역학조사로 인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3. 판 단
이 사건 심판청구가 적법한지에 관하여 본다.
가. 이 사건 역학조사의 경위
1992년 국내 혈액응고제제를 사용하고 있는 B형 혈우병 환자 11명에서 집단적으로 HIV 감염이 발견되어 국내 혈액응고제제의 안전성에 관한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당시 보건사회부에서는 구 국립보건원에 혈액제제 안전성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관련 학계와 함께 이에 대한 조사를 시행한 바 있는데, 1994년 그 조사 결과 감염원인은 수혈에 의한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되며 혈액제제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나 원인제품의 규명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 후 울산의대 교수가 2001년 외국잡지에 1990년대 초 혈우병 환자의 HIV 검사결과 국내 혈액응고제제에 의한 감염이라고 발표한 내용을 2002. 9. 일간 신문에서 인용·보도하여 사회적인 문제가 되자, 국산 혈액제제 투여로 인한 혈우병 환자의 에이즈 감염 사실 여부와 감염경로 혹은 감염원을 규명하기 위하여 2002. 9. 이 사건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이 사건 조사위원회는 의료계, 약학계, 소비자 및 관련단체의 전문인사 15명을 위원으로 구성되었으며, 2002. 9. 15. 1차 회의를 개최한 이후 2004. 2. 4. 회의를 끝으로 연구결과 최종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이 사건 조사위원회에서는 1987-1995년 기간 동안 국내 혈우병 환자에서 발생한 25명의 HIV 감염사례에 대해 역학적, 분자생물학적 연관성 조사를 통해 당시의 감염원 및 감염경로를 규명하기 위해 약 1년 여에 걸쳐 조사활동을 하였다.
나.이 사건 역학조사가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
(1)우선 이 사건 역학조사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은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 관계가 있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고, 상대방 또는 기타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대법원 1999. 10. 22. 98두18435, 공1999하, 1523 참조). 그렇다면 이 사건 역학조사는 청구인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의 부담을 명하는 것과 같이 청구인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는 행위가 아니어서 이를 두고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고, 그것은 이 사건 조사위원회가 국내 혈우병 환자의 HIV 감염과 관련하여 감염원 및 감염경로 등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활동을 한 것으로서 행정상의 사실행위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2)다음으로 이 사건 역학조사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
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살펴본다.
(가)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제기하는 권리구제수단이므로, 공권력의 행사를 대상으로 하는 헌법소원에 있어서는 적어도 기본권침해의 원인이 되는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여야 할 것인바, 행정상 사실행위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이기 위해서는 행정청이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하여야 한다(헌재 1993. 7. 29. 89헌마31 , 판례집 5-2, 87, 105; 1994. 5. 6. 89헌마35 , 판례집 6-1, 462, 485 참조).
그리고 일반적으로 어떤 행정상 사실행위가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행정주체와 상대방과의 관계, 그 사실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의사관여 정도, 그 사실행위의 목적경위, 법령에 의한 명령강제수단의 발동 가부 등 그 행위가 행하여질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1994. 5. 6. 89헌마35 , 판례집 6-1, 462, 485- 486).
(나)청구인은 이 사건 조사위원회가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이 사건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청구인을 비롯한 이 사건 혈우병 환자들의 역학조사 참여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는 상태에서 당사자인 환자들과 그 보호자들은 조사의 시행 여부나 그 취지조차 전혀 모르면서 비전문가에 의해 실시되는 조사의 객체로서 이용당할 뿐이어서 이 사건 역학조사가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사건 역학조사는, 1990년대 초 국내 혈우병 환자의 집단적 HIV 감염이 문제되어 구 국립보건원에서 혈액제제 안전성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역학조사를 한 것에 이어, 그 당시 혈우병 환자의 HIV 검사결과 국내 혈액응고제제에 의한 감염이라고 주장하는 국내학자의 외국잡지에 실린 논문이 2002. 9.경 신문에 보도되면서 사회문제가 되자 피청구인이 구성한 이 사건 조사위원회에 의하여 2002. 9.부터 2004. 2.의 기간 동안 실시된 것으로서, 이는 국산 혈액제제 투여로 인한 혈우병 환자의 에이즈 감염 사실 여부와 감염경로 혹은 감염원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활동이다. 위와 같은 이 사건 역학조사의 경위, 이 사건 역학조사위원회의 구성 및 조사활동방법 등을 고려해 볼 때 이 사건 역학조사는 피청구인이 우월적인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인 ‘공권력의 행사’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하여 직접적인 법률효과를 발생시켜야 하고 청구인의 법적 지위를 그에게 불
리하게 변화시키기에 적합해야 하며, 공권력의 행사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면 청구인에게 아무런 부담을 가할 수 없으므로 청구인은 기본권의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사건 역학조사는 국산 혈액제제 투여로 인한 혈우병 환자의 에이즈 감염 사실 여부를 밝히기 위한 사실행위로서 직접적으로 청구인의 권리의무에 법률효과를 발생시킨다고 볼 여지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역학조사는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이 될 수 있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4. 결 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주선회 전효숙(주심) 이상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