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헌재 2004. 9. 23. 선고 2002헌가26 판례집 [구 증권거래법 제209조 제7호 위헌제청]
[판례집16권 2집 394~403]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증권감독위원회의 명령을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한 구 증권거래법(1998. 1. 8. 법률 제54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5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준용하는 제209조 제7호 중 제54조에 관한 부분이 죄형법정주의,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위임입법이 필요한 분야라고 하더라도 입법권의 위임은 법치주의의 원칙과 의회민주주의의 원칙, 권력분립의 원칙에 비추어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하는 경우만 허용된다. 더구나 처벌규정의 위임은 처벌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일 것이라고 이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을 명백히 규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적 내용을 증권관리위원회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증권회사에 대하여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여 그 구체적인 내용을 포괄적·전면적으로 하위명령에 위임하고 있다. 따라서 수권조항에서는 대통령령에 규정될 구성요건적 요소가 어떠한 것일 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즉 법 제54조는 구체적 구성요건적 요소를 규정할 대통령령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전혀 정하지 않은 채 곧바로 위임함으로써 실질적인 백지위임을 하고 있다.

또한 증권관리위원회의 명령제정에 있어서의 과도한 투기거래의 방지와 공익 또는 투자자의 보호라는 제한적 개념요소를 고려하더라도 법관의 보충해석만으로 그 한계를 정하기가 어렵고, 결국 행정부의 자의적인 입법을 가능케 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도 반한다.

심판대상조문

구 증권거래법(1998. 1. 8. 법률 제54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9조(벌칙)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6. 생략

7. 제54조……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한 자

8., 9. 생략

구 증권거래법(1998. 1. 8. 법률 제54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5조(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207조의2 내지 제212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

구 증권거래법(1998. 1. 8. 법률 제54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4조(위원회의 명령권) 위원회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과도한 투기거래의 방지와 공익 또는 투자자의 보호를 위하여 증권회사에 대하여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

참조조문
참조판례

헌재 1995. 10. 26. 93헌바62 , 판례집 7-2, 419, 429

헌재 1996. 2. 29. 94헌마213 , 판례집 8-1, 147, 158-159

헌재 1991. 7. 8. 91헌가4 . 판례집 3, 336, 341

당사자

제청법원 서울고등법원

당해사건서울고등법원 99노1548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등

주문

구 증권거래법(1998. 1. 8. 법률 제54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5조에서 위 조항이 준용하는 제209조 제7호 중 제54조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김○산은 ○○증권 주식회사(이하 “○○증권”이라 한다)를 포함한 10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의 회장인바, 증권관리위원회에서 제정한 재무건전성 준칙에 따라 증권회사는 특수관계인인 계열사에게 금전을 대여하거나 신용을 공여하여서는 아니됨에도 불구하고 ○○증권의 대표이사인 김○종과 공모하여 1997. 6. 10.부터 같은 해 12. 6.까지 ○○증권이 ○○그룹의 계열사인 ○○종합건설 주식회사, ○○건설 주식회사, ○○팩토링 주식회사 등에게 14회에 걸쳐 합계 1,442억 원의 어음지급보증, 예금담보제공 및 직접 단기자금대여를 하도록 함으로써 과도한 투기거래의 방지와 공익 또는 투자자의 보호를 위하여 증권관리위원회에서 제정한 위 명령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었다.

(2)김○산은 1999. 5. 21. 서울지방법원에서 위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여 그 소송 계속 중 증권관리위원회의 명령위반에 대한 처벌규정인 구 증권거래법 제209조 제7호는 포괄위임금지의 원칙,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위 조항에 대한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고, 위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제청에 이르렀다.

나. 심판의 대상

제청법원은 구 증권거래법(1998. 1. 8. 법률 제54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209조 제7호 중 ‘제54조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한 자’ 부분의 위헌여부에 관하여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을 하였다. 그러나 법 제54조는 증권회사만을 수범자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 제209조 제7호 중 ‘제54조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한 자’라는 부분은 증권회사만이 그 적용대상이 된다. 증권회사의 임직원 또는 그 공범으로서 법 제54조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한 경우는 위 조항에 대한 양벌규정인 법 제215조에 의하여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비록 제청법원이 ‘법 제209조 제7호 중 법 제54조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한 자’라는 부분의 위헌여부에 관하여 제청을 하였더라도 당해사건에서 적용될 조항은 법 제215조임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법 제215조에서 위 조항이 준용하는 제209조 제7호 중 제54조에 관한 부분(즉, ‘법인의 대표자,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법 제209조 제7호 중 법 제54조에 의한 명령을 위반 한 때’라는 부분,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라고 할 것이다.

이와 관련된 법률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 제209조(벌칙)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6. 생략

7. 제54조……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한 자

8., 9. 생략

법 제215조(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207조의2 내지 제212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

법 제54조(위원회의 명령권) 위원회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과도한 투기거래의 방지와 공익 또는 투자자의 보호를 위하여 증권회사에 대하여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

법 시행령(1998. 2. 24 대통령령 제156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7조(증권회사에 대한 명령) 위원회는 법 제54조의 규정에 의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하여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

1. 증권회사의 자산운용에 관한 사항

2.증권회사의 고객으로부터 예탁 받은 금전·유가증권과 위탁증거금 및 신용거래보증금의 보관·관리에 관한 사항

3. 증권회사의 경영 및 업무개선에 관한 사항

4.법 제202조의 규정에 의한 쟁의 조정기관의 조정안의 이행에 관한 사항

5.제1호 내지 제4호 이외의 사항으로서 재정경제원장관의 승인을 얻은사항

증권회사의 재무건전성 준칙 제25조(특수관계인 발행증권 등의 소유한도 등) ①, ②, ④ 생략

③증권회사는 특수관계인에게 금전을 대여하거나 신용을 공여하지 못한다. 다만 임원에 대하여 연간 보수범위 내에서 금전을 대여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이유와 관계기관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제청이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의 구성요건을 법 제54조에 의한 증권감독위원회의 명령위반으로 하여 구성요건 전부를 위 명령에 위임하고, 증권감독위원회

가 명령을 발할 수 있는 사항은 법 제54조에 의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과도한 투기거래의 방지와 공익 또는 투자자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과도한 투기거래의 방지와 공익 또는 투자자의 보호’는 그 개념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여 실제로 증권감독위원회의 활동영역 전부에 미친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만으로는 증권감독위원회가 과연 어떠한 사항에 관하여 명령을 내리고 결과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될지를 예측하기 어렵다. 더구나 법 제54조에서 위임한 대통령령은 증권감독위원회가 명령할 수 있는 사항으로 ‘증권회사의 자산운용에 관한 사항, 증권회사의 고객으로부터 예탁받은 금전·유가증권과 위탁증거금 및 신용거래보증금의 보관·관리에 관한 사항, 증권회사의 경영 및 업무개선에 관한 사항’ 등에다가 심지어 ‘그 이외의 사항으로서 재정경제원장관의 승인을 얻은 사항’까지 포함하고 있어서, 법률뿐만 아니라 대통령령을 보아도 범죄의 구성요건이 대강이나마 어떠하리라고 짐작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처벌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인지 예측할 수 있는 기준과 범위를 정함이 없이 범죄의 구성요건을 하위법규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이어서 죄형법정주의와 위임입법의 한계를 규정한 헌법에 위반된다.

나. 재정경제부장관의 의견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은 원칙적으로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정하여져야 하는 것이나 사회현상의 복잡화로 현대국가의 기능이 증대되고 있는 반면 입법부는 전문적·기술적 분야에 한계를 보임에 따라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이라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법률에 근거를 두고 하위규범에 위임하는 것이 가능하다.

증권시장은 기업에게는 투자자금의 조달을 가능하게 하고 투자자에게는 건전한 재산형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금융과 경제의 심장이며, 증권회사는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자원의 재분배를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증권회사의 재무상태가 부실하게 되면 증권시장의 부실, 나아가 금융시장 전체의 부실로 이어져 기업과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 증권회사의 불건전한 영업행위나 재무부실화를 초래하는 자산운용행위 등은 증권거래의 복잡성으로 부단히 변경되고 있어 그 행위 형태나 규제기준도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어야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법률에 근거한 하위규범에 처벌법규를 일부 위임한 것은 정당하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항이 아니고 증권거래법상 증권업의 허가를 받은 증권회사와 그 임직원 등 전문적이고 높은 수준의 준법정신을 필요로 하는 자를 수범자로 하는 것인바, 위 수범자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부터 처벌대상이 되는 행위의 내용을 쉽사리 예측할 수 있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하위규범에의 위임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부터 처벌대상이 되는 행위의 내용을 예측할 수 있으므로 위헌이 아니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위임입법의 필요성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라는 말로 표현되는 죄형법정주의는 이미 제정된 정의로운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되지 아니한다는 원칙으로서 이는 무엇이 처벌될 행위인가를 국민이 예측가능한 형식으로 정하도록 하여 개인의 법적 안정성을 보호하고 성문의 형벌법규에 의한 실정법질서를 확립하여 국가형벌권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국가 형법의 기본원칙이다. 우리 헌법제12조 제1항 후단에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3조 제1항 전단에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라고 규정하여 죄형법정주의를 천명하였다.

그런데 고도로 복잡다양하고 급속히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이라도 모두 입법부에서 제정한 법률만으로 다 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입법권비위임 또는 권한위임금지의 원칙은 더 이상 그 엄격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전문기술적인 사항이나 급변하는 상황과 연관된 사항에 대하여는 법률의 하위규범인 행정부의 명령을 통하여 신속하고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형벌법규에 대하여도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서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수권법률(위임법률)이 구성요건의 점에서 처벌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일 거라고 이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한다면 이러한 위임입법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헌재 1995. 10. 26. 93헌바62 , 판례집 7-2, 419, 429; 1996. 2. 29. 94헌마213 , 판례집 8-1, 147, 158-159등 참조).

나. 위임입법의 한계

그러나 헌법상 국회입법의 원칙에 따라 입법권은 법률의 유보가 적용되는 범위 내에서 국회의 배타적인 권한이므로 위임입법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보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아니하고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위임을 허용한다면 이는 사실상 입법권을 백지위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의회입법의 원칙이나 법치주의를 부인하는 것이 되고 행정권의 부당한 자의와 기본권 행사에 대한 무제한적인 침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헌법 제75조는 “법률에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일반적인 위임입법의 근거와 아울러 그 범위 및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헌법 제75조는 처벌법규에도 당연히 적용되는 것이지만 법률에 의한 처벌법규의 위임은, 헌법이 특히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죄형법정주의와 적법절차를 규정하고, 법률에 의한 처벌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기본권보장 우위사상에 비추어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므로, 그 요건과 범위가 보다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처벌법규의 위임은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고 이러한 경우일지라도 법률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은 처벌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일 것이라고 이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을 명백히 규정하여야 한다(헌재 1991. 7. 8. 91헌가4 . 판례집 3, 336, 341 참조).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검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대통령령이 정한 바에 의하여 증권관리위원회가 내린 명령에 위반한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수권규정으로 처벌의 대상이 되는 구성요건적 행위에 대하여 행정입법에 위임하고 있다. 증권거래법은 유가증권의 발행과 매매 기타의 거래를 공정하게 하여 유가증권의 유통을 원활히 하고 투자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바(법 제1조), 유가증권의 발행과 매매, 기타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증권회사이다. 왜냐하면 증권회사는 전문가로서 발행시장에서는 발행회사와 투자자 사이에서 발행회사의 자금조달을 돕는 한편 투자자에게는 알맞은 투자대상을 제공함으로써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돕고, 유통시장에서는 투자자 사이의 증권거래를 중개함으로써 증권의 유통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며,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투자자가 증권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증권

회사를 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권시장은 그 자체가 가지는 사용가치는 없고 그것이 표창하는 권리의 가치에 따라 평가되는 유가증권을 거래의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발행시장, 유통시장 모두 고도로 복잡다양하고 급속히 변화하며 전문화, 세계화되어 있어 이와 관련된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모두 국회에서 정하는 것은 국회의 기술적·전문적 능력이나 시간적 적응능력의 한계를 벗어난다. 따라서 증권시장에서의 증권회사의 행위를 규제하기 위하여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행정부에 법규제정을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위임입법이 필요한 분야라고 하더라도 입법권의 위임은 법치주의의 원칙과 의회민주주의의 원칙, 권력분립의 원칙에 비추어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하는 경우만 허용된다. 더구나 처벌규정의 위임은 처벌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일 것이라고 이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을 명백히 규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적 내용을 증권관리위원회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증권회사에 대하여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여 그 구체적인 내용을 포괄적·전면적으로 하위명령에 위임하고 있다. 따라서 수권조항에서는 대통령령에 규정될 구성요건적 요소가 어떠한 것일 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즉 법 제54조는 구체적 구성요건적 요소를 규정할 대통령령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전혀 정하지 않은 채 곧바로 위임함으로서 실질적인 백지위임을 하고 있다. 이는 증권관리위원회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의 범위 내에서 ‘과도한 투기거래의 방지와 공익 또는 투자자의 보호를 위하여’ 증권회사에 대하여 명령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성요건적 요소의 설정에 있어서 다소 제한적인 요소를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법 제54조의 ‘과도한 투기거래의 방지와 공익 또는 투자자의 보호를 위하여’ 부분은 문언 구조상 증권관리위원회가 대통령령의 범위 내에서 명령을 할 경우 명령권 행사의 제한적 요소로서 기능하고 있고, 가사 이를 행정부가 대통령령을 제정할 경우 구성요건설정에 있어서 제한적 요소로서 위임입법의 구체성, 명확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준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위 내용은 그 개념에 있어서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여 증권거래법의 목적인 ‘공정한 거래, 유가증권유통의 원활, 투자자 보호,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함’ 등과 동어반복에 가까울 정도이고, 실제에 있어서도 증권관리위원회의 모든 활동 영역에 미치는 것으로서 위

와 같은 요소만으로는 대통령령에 어떠한 행위가 처벌의 대상으로 규정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한편 증권거래법의 목적, 증권관리위원회의 구성, 역할 등 관련 법률조항을 유기적, 체계적으로 살펴보더라도 어떠한 사항이 구성요건적 내용으로 정해질 지를 예견하기 어렵다. 증권관리위원회는 공익 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유가증권신고의 신고인, 발행인, 인수인, 기타 관계인에 대하여 자료의 제출을 명하거나(법 제19조 제1항), 일정한 경우에 유가증권의 발행·모집, 매출 기타 거래를 정지 또는 금지시킬 수 있고(법 제20조), 공개매수의 경우 공익 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법 제27조), 증권관리위원회 산하의 증권감독원은 증권회사의 건전영업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부채비율유지의무(법 제39조), 자기계약의 금지(법 제44조), 신용공여한도 설정(법 제49조) 등 각종 규제(법 제5장 제2절)의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증권회사의 업무와 재산에 관하여 검사를 할 수 있으나, 위와 같은 규제조항은 유가증권의 발행과 매매 기타 거래를 공정하게 하여 유가증권의 유통을 원활히 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증권거래법의 입법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증권관리위원회의 권한을 구체적으로 정한 것으로서 이러한 내용만으로는 증권관리위원회가 증권회사에 대하여 어떠한 내용에 대하여 어떻게 규제를 할지 곧바로 예측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위와 같은 개별적 규정들이 모두 과도한 투기거래의 방지나 공익 또는 투자자 보호라는 법 제54조의 규제범위 속에 포함되므로 이들 내용만으로는 법 제54조가 규제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나머지 부분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실상 증권거래법의 목적에만 부합하면 행정부는 법 제54조를 근거로 형사처벌대상이 되는 행위를 자의적으로 선정할 수 있게 된다.

실질적인 면에서 살펴보아도, 이 사건 법률조항을 수권조항으로 하는 대통령령은 증권회사의 자산운용에 관한 사항에서부터 경영, 업무개선에 관한 사항을 비롯하여 심지어는 재정경제원장관의 승인을 얻은 사항까지 증권관리위원회가 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어 법률상으로는 재정경제원장관도 형사처벌을 위한 구성요건적 행위를 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법 제54조는 형사처벌의 근거조항일 뿐만 아니라 각종 행정제재의 근거조항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 하위규정은 행정상의 제재로 충분한 경미한 사항뿐만 아니라 법률에서 대강의 범위를 정해 형사처벌을 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사항에 이르기까지 모두 망라되어 있다. 따라서 법 제54조는 실질적인 면에서도

가벼운 위반행위에서 중대한 위반행위에 이르기까지 모두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으므로 수범자인 증권회사 또는 그 임직원이 과연 어떠한 내용의 행위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지 곧바로 예측할 수 없다.

나아가 수범자가 증권회사 또는 증권회사의 대표자, 대리인, 사용인 기타 종업원 등 증권시장이나 증권관리위원회의 역할에 대하여 평균인 이상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백지식 위임의 경우는 대통령령에서 어떠한 내용이 정해질 지 예측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포괄적 위임은, 증권관리위원회의 명령제정에 있어서의 과도한 투기거래의 방지와 공익 또는 투자자의 보호라는 제한적 개념요소를 고려하더라도 법관의 보충해석만으로 그 한계를 정하기가 어렵고, 결국 행정부의 자의적인 입법을 가능케 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도 반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포괄적인 위임입법을 금지한 헌법 제75조 등에 위반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주심)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상경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