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게임제공업자에 대하여 게임물을 이용하여 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아니할 것을 규정한 구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32조 제2호 및 이에 대한 위반행위 시의 처벌규정인 법 제49조 제1항 제2호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소극)
나. 게임제공업자에 대하여 금지되는 경품제공행위와 관련하여 경품의 종류 및 제공방식을 문화광부장관의 고시에 위임한 법 제32조 제3호의 위임형식이 헌법에 반하는지 여부(소극)
다. 법 제32조 제2호가 포괄위임금지의 원칙 및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소극)
라. 법 제32조 제3호에 대한 위반행위 시 처벌규정인 법 제50조 제3호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및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반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 법 제32조 제2호의 사행행위는 일반적으로 ‘우연한 사정에 기하여 행위자에게 금전적인 손실 또는 이익을 가져오고 그와 같은 결과가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하여 행위자에게 사행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의미하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수범자라면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고 볼 수 없으며,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란 게임장에서 게임물을 이용하여 사행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이를 방조하거나 방치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이 문언 그 자체로 명백하므로 법 제32조 제2항 및 이에 대한 처벌규정인 법 제49조 제1항 제2호는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의심을 가질 정도로 불명확하여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다. 경품제공행위에 관한 내용은 전문적ㆍ기술적 사항으로서 법률에서 직접 모두 규정하기보다는 전체적인 기준 및 개요를 법률에 정한 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사항은 변동 상황에 따른 탄력적 혹은 기술적 대응을 위하여 하위법에서 정하게 할 필요성이 인정되고, 문화관광부장관의 고시에 위임된 것은 경품의 종류와 경품제공방법에 관한 것으로 그 적용대상과 기준은 법 제32조 제3호에서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으며, 법규의 목적과 게임물의 종류와 기능, 게임관련 산업의 현실을 종합하여 보면, 법 제32조 제3호에 따라 문화관광부고시로 정하여질 내용은 게임물의 사행성 조장과 청소년 유해성을 억제하기 위하여 게임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품의 종류를 한정하거나 경품제공이 불가능한 게임물에 관한 일반적 기준의 정립이 그 내용이 될 것이라는 점이 충분히 예측될 수 있으므로 법 제32조 제3호는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이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라. 게임제공업소의 사행성, 나아가 청소년유해성이 증가되고, 그로 인해 가정과 사회에 끼쳐진 폐해의 심각성에 비추어, 법 제32조 제3호에 따른 문화관광부장관의 고시에 위반하는 행위가 법 제50조 각 호에 규정된 다른 행위보다 일반적으로 불법성이 경미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법 제50조 제3호가 입법재량권을 일탈하여 형벌과 책임 간의 비례원칙 또는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고, 또한 게임제공업은 사행행위가 될 위험성이 크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특별한 규제의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게임제공업자와 비디오물 감상실업자, 비디오물 소극장업자 등을 다르게 규제하는 것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한 것이라 볼 수 없다.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의 반대의견
우리 헌법 제40조가 국회입법의 원칙을 천명하면서 헌법 제75조, 제95조, 제108조, 제113조 제2항, 제114조 제6항에서 법률의 위임을 받아 발할 수 있는 법규명령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이상, 법률로써 그와 다른 종류의 법규명령을 창설할 수 없고 더구나 그러한 법규사항을 행정규칙 기타 비법규명령에 위임하여서는 아니 된다. 결국 법률이 행정규칙 등에 위임할 수 있는 사항은 집행명령(헌법 제75조 후단)에 의하여 규정할 수 있는 사항 또는 법률의 의미를 구체화하는 사항에 한정되어야 하는 것이고, 새로운 입법사항이나 국민의 새로운 권리ㆍ의무에 관한 사항이 되어서는 아니 됨에도, 법 제32조 제3호는 권리ㆍ의무에 관한 법규적 사항을 헌법상 열거된 법규명령이 아닌 ‘문화관광부장관의 고시’에 직접 위임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이에 대한 처벌규정인 법 제50조 제3호 역시 헌법에 위반된다.
참조판례
가. 헌재 2001. 1. 18. 99헌바112 , 판례집 13-1, 85, 94
대법원 2002. 4. 12.선고 2001도5802판결(공2002상, 1193)
나. 헌재 2008. 11. 27. 2005헌마161 , 공보146, 1758, 1765
당사자
청 구 인 1. 김○배(2005헌바94)
대리인 법무법인 일월
담당변호사 김정욱
2. 조○덕( 2006헌바30 )
대리인 법무법인 바로세움
담당변호사 강희정
당해사건1.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05고정382 음반ㆍ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위반(2005헌바94)
2.의정부지방법원 2005노743 음반ㆍ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위반(일부 인정된 죄명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위반 방조)( 2006헌바30 )
주문
구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2001. 5. 24. 법률 제6473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32조 제2호, 제3호, 제49조 제1항 제2호, 제50조 제3호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2005헌바94
청구인 김○배는 포항시에서 ‘○○게임장’이라는 상호로 일반게임장을 경영하는 자로서, 2005. 5. 10.경부터 같은 달 16.까지 경품구매대장을 비치하지 않고 경품으로 여가스포츠문화상품권을 제공함으로써 유통관련업자 준수사항을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서 재판을 받던 중,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50조 제3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2005. 10. 12. 기각되자, 문화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품을 제공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법 제50조 제3호에 대해 2005. 11. 1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2006헌바30
청구인 조○덕은 성인게임장에서 경품으로 제공되는 ‘○○리치’ 문화상품권을 발행하는 ‘(주)○○리치’의 대표이사로서, 게임제공업자가 게임물을 이용하여 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하게하거나 이를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을 금지하는 법 제32조 제2호, 문화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품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같은 법 제32조 제3호를 위반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기소되어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항소하여 재판 계속중 법 제32조 제2호, 제3호, 제49조 제1항 제2호, 제50조 제3호에 대한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06. 2. 16. 기각되자, 2006. 4. 3. 위 조항들에 대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런데 청구인들이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법률조항들은 2001. 5. 24. 법률 제6473호로 법이 전부 개정될 때부터 같은 내용으로 존재하여 왔던 규정들로 2006. 4. 28. 법률 제7943호로 법이 폐지될 때까지 유지되었으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2001. 5. 24. 법률 제6473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32조 제2호ㆍ제3호, 제49조 제1항 제2호, 제50조 제3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라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2001. 5. 24. 법률 제6473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32조(유통관련업자의 준수사항) 제2조 제8호 내지 제12호의 규정에 의한 영업(복합유통·제공업의 경우에는 제8호 내지 제11호에 해당하는 영업이 포함된 영업에 한한다)을 영위하는 자(이하 “유통관련업자”라 한다)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지켜야 한다.
2.게임제공업자는 게임물을 이용하여 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아니할 것
3.게임제공업자는 사행성을 조장하거나 청소년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경품제공행위를 하지 아니할 것
가.문화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종류외의 경품을 제공하는 행위
나.문화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품을 제공하는 행위
제49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제32조 제2호의 규정에 위반한 자
제50조(벌칙)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제32조 제3호의 규정에 위반한 자
2. 청구인들의 주장, 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 이유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요지
가.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1) 2005헌바94
(가) 법 제50조 제3호는 범죄구성요건의 전부를 문화관광부장관이 정한 고시에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으로 구성요건 행위의 태양이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으며, 동법상의 다른 관련규정들을 종합하더라도 고시에 어떠한 내용의 범죄구성요건이 구체적으로 정해질지 예측불가능하므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규정한 헌법 제75조와 제95조,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1항, 제13조 제1항에 위반된다.
(나) 법 제50조 제3호는 ‘경품제공행위의 방법’이라는 추상적이고 범위를 특정할 수 없는 광범위한 포괄적 구성요건을 설정한 다음 이에 위반할 경우 같은 법의 법정형 가운데 가장 무거운 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형벌과 책임 간 비례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비디오물 감상실업자, 비디오물 소극장업자, 노래연습장업자, 멀티미디어 설비제공업자 등과 게임제공업자를 차별하
여 형벌체계상의 불균형의 문제가 있다.
(2) 2006헌바30
(가) 법 제32조 제2호, 제49조 제1항 제2호는 그 구성요건 자체가 교사 또는 방조범의 성격을 가지며, 그 내용에 관한 예측가능성이 없으므로 명확성원칙에 반한다. 한편 게임제공업자가 아닌 문화상품권 발행을 업으로 하는 자를 위 규정에 의하여 처벌하는 것은 방조의 방조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나) 법 제32조 제3호, 제50조 제3호에 관하여는 위 2005헌바94사건과 유사하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 이유요지
(1) 2005헌바94
법 제50조 제3호를 위헌이라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
(2) 2006헌바30
(가) 법 제32조 제2호, 제49조 제1항 제2호
법 제32조 제2호의 ‘사행행위’는 ‘우연한 사정에 기하여 행위자에게 금전적인 손실 또는 이익을 가져오고 그와 같은 결과가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하여 행위자에게 사행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 행위 유형이 매우 다양하여 입법자가 법률에 그 구체적인 행위 태양을 일일이 규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입법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사회구성원들의 일반적 관념 등에 기초한 규범적 해석을 통하여 그 처벌의 범위가 설정되도록 한 것에 불과하므로 일반국민이 처벌의 대상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성인오락실업주들이나 환전상들이 성인오락실에서 경품으로 지급된 문화상품권을 환전해 주는 방법으로 게임물을 도박 또는 사행행위에 제공하는 불법행위를 한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상품권을 발행하고 성인오락실에 공급하여 실제로 그 상품권이 성인오락실에서 소위 ‘도박칩’ 또는 ‘돈표’ 역할을 함으로써 위와 같은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 경우에 한하여 위 조항의 방조범으로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나) 법 제32조 제3호, 제50조 제3호
법 제32조 제3호의 법률규정 자체로부터 사행성을 조장하거나 청소년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품제공행위가 금지됨을 누구나 인식할 수 있고, 허용되는 경품제공행위의 범위에 대해서도 대강의 예측이 가능하다고 보이며, 게임물 산업의 발전 추세에 대한 신속한 대응 필요성과 경품제공방법의 다양한 변화 등 업무의 성질상 문화관광부장관에게 그 기준을 고시로 정하도록 위임하는 것이 필요한 면이 있으므로, 위 조항 및 문화관광부장관의 고시는 포괄위임입법금지를 선언한 헌법 제95조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이해관계인의 의견요지
(1) 2005헌바94
(가)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장대리의 의견요지
법 제32조 제3호는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적용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 여부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 명확성원칙 및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또한 위 조항은 경품의 제공 및 방법을 제한함으로써 사행행위를 방지하고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그 처벌규정은 준수사항을 부과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며, 게임제공업자 중 경품을 제공하는 자에 대해서만 경품취급기준에 따라 이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최소한의 규제라 할 것이고, 경품취급기준의 준수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익과 이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을 고려할 때 법익균형성도 인정된다.
한편 경품제공방법 위반행위는 사행행위를 조장하고 청소년보호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법 제50조 각 호에 규정된 다른 행위보다 위반의 정도가 약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며, 게임제공업은 이용자들에 의한 단기간의 반복이용 및 그에 대한 반대급부의 제공으로 인하여 사행행위가 될 위험성이 크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비디오물 감상실업자와 비디오물 소극장업자, 노래연습장업자 등 다른 업자와는 구별되므로 이들을 서로 다르게 규제하는 것이 형평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
(나) 구 문화관광부 장관의 의견요지
법 제32조 제3호의 ‘사행성’, ‘조장’, ‘해로운 영향’ 등의 용어는 사물의 변별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들로서 그 의미를 달리 해석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단지 위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위 조항은 제공될 수 있는 경품의 종류와 제공방법만을 이 사건 고시에 위임하고 있고, 그 내용을 음비게법 자체에 규정한다는 것은 입법기술상으로도 적절치 아니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한편 법 제50조 제3호는 게임의 사행행위성을 방지하고 건전한 게임문화를 조성하여 게임오락을 통해 국
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 할 수 없으며, 경품제공방법위반이 경미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
(2) 2006헌바30 (구 문화관광부 장관의 의견요지)
법 제32조 제2호가 사용하고 있는 ‘사행행위’,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 등의 용어는 사물의 변별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들로서 그 의미를 달리 해석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단순히 위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법 제32조 제3호, 제50조 제3호 부분에 관하여는 2005헌바94사건과 같다.
3. 판 단
가. 법 제32조 제2호, 제49조 제1항 제2호에 관한 판단
(1)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는 것은 그 법률을 적용하는 단계에서 가치판단을 전혀 배제한 무색투명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되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입법자의 입법의도가 건전한 일반상식을 가진 자에 의하여 일의적으로 파악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헌재 2007. 4. 26. 2003헌바71 , 판례집 19-1, 390, 395). 따라서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헌재 1989. 12. 22. 88헌가13 , 판례집 1, 357, 383;헌재 2000. 6. 29. 98헌가10 , 판례집 12-1, 741, 748).
(나) 법 제32조 제2호가 명확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
법 제32조 제2호는 ‘게임제공업자는 게임물을 이용하여 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아니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사행행위’의 의미에 관하여 법은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나, 다른 법률인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상 사행행위가 ‘다수인으로부터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모아 우연적 방법에 의하여 득실을 결정하여 재산상의 이익 또는 손실을 주는 행위’로 규정되고 있는 점, 법 제32조 제2호가 사행행위의 전형적인 예로서 도박, 즉 참여한 당사자가 재물을 걸고 우연한 승부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다투는 행위(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1도5802판결)를 들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사행행위는 일반적으로 ‘우연한 사정에 기하여 행위자에게 금전적인 손실 또는 이익을 가져오고 그와 같은 결과가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하여 행위자에게 사행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의미함을 알 수 있고, 위 조항이 가지는 약간의 불명확성은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작용에 의하여 보완될 수 있으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수범자라면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사행행위의 구체적 행위태양을 모두 규정하도록 하는 것은 그 특질에 비추어 사실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관련산업의 진흥을 촉진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법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바람직하지도 않다.
한편 청구인 조○덕은 법 제32조 제2호의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란 표현에 대해서도 불명확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란 게임장에서 게임물을 이용하여 사행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이를 방조하거나 방치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이 문언 그 자체로 명백하다.
결국 위 조항은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의심을 가질 정도로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한 내용인 형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
(2) 그 밖의 청구인 조○덕의 주장에 관한 판단
청구인 조○덕은 법 제32조 제2호, 제49조 제1항 제2호에 해당하는 행위의 방조를 인정하는 것은 결과적
으로 ‘교사 또는 방조의 방조’가 성립하도록 하여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위 조항들의 위헌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종범에 관한 형법 제32조 제1항의 해석과 관계된 것으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에 대한 주장이 아니므로 나아가 살피지 아니한다.
나. 법 제32조 제3호, 제50조 제3호에 관한 판단
법 제32조 제3호는 게임제공업자에 대해서 “사행성을 조장하거나 청소년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정한 태양’의 경품제공행위를 하지 아니할 것”을 명하면서, 그 태양으로 “문화관광부장관이 고시하는 종류 외의 경품을 제공하는 행위”와 “문화관광부장관이 고시하는 방법에 의하지 아니한 경품제공행위”를 규정하고 있고, 법 제50조 제3호는 이를 위반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1) 법 제32조 제3호가 취한 위임 형식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
(가) 오늘날 의회의 입법독점주의에서 입법중심주의로 전환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행정입법을 허용하게 된 동기가 사회적 변화에 대응한 입법수요의 급증과 종래의 형식적 권력분립주의로는 현대사회에 대응할 수 없다는 기능적 권력분립론에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헌법 제40조와 헌법 제75조, 제95조의 의미를 살펴보면, 국회입법에 의한 수권이 입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에게 법률 등으로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위임한 사항에 관하여는 당해 행정기관이 법정립의 권한을 갖게 되고, 입법자가 규율의 형식도 선택할 수도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위임입법의 형식은 예시적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그것은 법률이 행정규칙에 위임하더라도 그 행정규칙은 위임된 사항만을 규율할 수 있으므로 국회입법의 원칙과 상치되지도 않는다. 다만 형식의 선택에 있어서 규율의 밀도와 규율영역의 특성이 개별적으로 고찰되어야 할 것이고, 그에 따라 입법자에게 상세한 규율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영역이라면 행정부에게 필요한 보충을 할 책임이 인정되고 극히 전문적인 식견에 좌우되는 영역에서는 행정기관에 의한 구체화의 우위가 불가피하게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영역에서 행정규칙에 대한 위임입법이 제한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헌재 2004. 10. 28. 99헌바91 , 판례집 16-2하, 104, 119 참조).
(나) 이 사건에서 살피건대, 법 제32조 제3호는 사행성 조장이나 청소년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경품제공행위를 막기 위하여 게임제공업자가 게임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경품의 종류와 경품제공방식을 규율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종류의 경품을 어떠한 방식으로 어느 정도 제공하는 것이 사행성을 조장하거나 청소년에게 유해한지에 관하여 이를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곤란하고, 그 판단을 하려면 관련행정기관과의 협의 또는 관련연구기관에서 축적한 전문지식의 활용이 필요하며, 국가의 경제적ㆍ사회적 정책을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사행성 조장이나 청소년 유해성의 판단근거가 되는 ‘경품의 종류 및 경품제공방식’이라는 사항은 어느 정도 전문적ㆍ기술적인 것으로 그 규율영역의 특성상 소관부처인 문화관광부의 고시로 위임함이 요구되는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헌재 2008. 11. 27. 2005헌마161 , 공보 146, 1758, 1765).
(2)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및 명확성의 원칙의 위배 여부
(가)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함과 아울러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를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에 대한 입법권한의 위임에 관한 규정이지만, 국무총리나 행정 각부의 장으로 하여금 법률의 위임에 따라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헌법 제95조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입법자는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기만 한다면 대통령령뿐만 아니라 부령에 입법사항을 위임할 수도 있음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위 헌법 규정에서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라 함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임입법의 위와 같은 구체성 내지 예측가능성의 요구정도는 규제대상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달라질 것인데, 특히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침해할 소지가 있는 처벌법규 등에서는 그 위임의 요건과 범위가 보다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규정되어야 할 것이나 그 예측가능성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헌재 1998. 2. 27. 97헌마64 , 판례집 10-1, 187, 194-195 참조).
그리고 헌법 제12조 제1항 제2문과 제13조 제1항 전단에서 도출되는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해져야 함을 의미하며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할 것을 의미한다(헌재 2000. 6. 29. 98헌가10 , 판례집 12-1, 741, 748 참조).
이와 같이 범죄와 형벌에 관한 사항에 대한 위임입법의 한계와 관련된 요구는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의 요구와 경합된다고 할 수 있다(헌재 2002. 5. 30. 2001헌바5 , 판례집 14-1, 478, 487 참조).
(나) 법 제32조 제2호의 위임입법 규정은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 등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및 기기(법 제2조 제3호 참조)의 제공업과 결합된 경품제공행위에 관한 것인데,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로 경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게임물의 기능과 종류가 급속하게 발달ㆍ증가하고, 이에 발맞추어 게임이용자에게 경품으로 제공되는 유ㆍ무형의 재화 또한 빠른 속도로 변모와 증가를 거듭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그러한 경품제공행위에 관한 내용은 전문적ㆍ기술적 사항으로서 법률에서 직접 모두 규정하기보다는 전체적인 기준 및 개요를 법률에 정한 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사항은 변동 상황에 따른 탄력적 혹은 기술적 대응을 위하여 하위법에서 정하게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8. 11. 27. 2005헌마161 , 공보 146, 1758, 1765).
또한 문화관광부고시에 위임된 것은 경품의 종류와 경품제공방법에 관한 것이며, 그 적용대상(게임제공업자)과 기준(사행성을 조장하거나 청소년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품제공행위)은 법 제32조 제3호에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헌재 2008. 11. 27. 2005헌마161 , 공보 146, 1758, 1766).
한편 법 제32조 제3호의 경품제공행위에 대한 제한은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게임제공업자의 영업수행방식을 적절하게 규제함으로써 게임물이 사행성을 조장하거나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법규의 목적과 게임물의 종류와 기능, 경품의 종류가 급속히 변모ㆍ증가하는 게임관련산업의 현실을 종합하여 보면, 법 제32조 제3호에 따라 문화관광부고시로 정하여질 내용은 게임물의 사행성 조장과 청소년 유해성을 억제하기 위하여 게임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품의 종류를 한정하거나 경품제공이 불가능한 게임물에 관한 일반적 기준의 정립이 그 내용이 될 것이라는 점이 충분히 예측될 수 있다(헌재 2008. 11. 27. 2005헌마161 , 공보 146, 1758, 1766).
결국 법 제32조 제3호는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게임제공업소의 경품취급기준의 내용을 문화관광부고시에 위임하고 있는 것이므로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이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3)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 및 형벌체계상 균형 위배 여부
(가)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재 1995. 4. 20. 91헌바11 , 판례집 7-1, 478, 487;헌재 1998. 5. 28. 97헌바68 , 판례집 10-1, 640, 648).
(나) 법 제50조는 제3호에서 이 사건 고시가 정하고 있는 ‘경품제공행위의 방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부정한 방법으로 등급분류를 받은 경우(제1호),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을 한 경우(제2호), 영업정지명령에 위반하여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제7호)와 마찬가지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경미한 행위에 대하여 과중한 형벌을 규정한 것이 아닌지 문제된다.
그러나 게임제공업소의 사행성, 나아가 청소년유해성이 증가되고, 그로 인해 가정과 사회에 끼쳐진 폐해의 심각성에 비추어, 경품의 환전이나 환전알선, 재매입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고시가 경품의 구매일
자, 종류, 단가, 수량, 구입처 등이 기재된 경품구매대장을 일정기간 보관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며, 그에 위반하는 행위가 법 제50조 각 호에 규정된 다른 행위보다 일반적으로 불법성이 경미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법 제50조 제3호가 입법재량권을 일탈하여 형벌과 책임 간 비례원칙 또는 형벌체계상의 균형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다) 또한 게임제공업은 이용자들에 의한 단기간의 반복이용 및 그에 대한 반대급부의 제공으로 인하여 사행행위가 될 위험성이 크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특별한 규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게임제공업자에 대해서만 경품취급기준을 마련하여 처벌하고 비디오물 감상실업자, 비디오물 소극장업자, 노래연습장업자 등 다른 업자에 대하여는 게임제공업자 수준으로 규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서로 다른 경우를 다르게 규제함으로써 합리적인 차별을 행하는 것이므로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한 것이라 볼 수 없다.
4. 결 론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5.과 같은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의 일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의 일부 반대의견
가. 위 법률의 규정
위 법 제32조(유통관련업자의 준수사항)는, “유통관련업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지켜야 한다. …… 3. 게임제공업자는 사행성을 조장하거나 청소년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경품제공행위를 하지 아니할 것. 가. 문화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종류 외의 경품을 제공하는 행위, 나. 문화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품을 제공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법 제50조(벌칙)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3. 제32조 제3호의 규정에 위반한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관련업자가 문화관광부장관의 고시에서 정한 경품의 종류나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품을 제공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므로 위 법 제32조 제3호는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라고 할 것이다(헌재 2008. 11. 27. 2005헌마161 , 공보 146, 1758, 1771).
나. 우리 헌법의 규정
우리 헌법은 제40조에서 국회입법의 원칙을 천명하면서, 다만 헌법 제75조, 제95조, 제108조, 제113조 제2항, 제114조 제6항에서 법률의 위임을 받아 발할 수 있는 법규명령으로 대통령령, 총리령과 부령,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등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헌법은 그것에 저촉되는 법률을 포함한 일체의 국가의사가 유효하게 존립될 수 없는 경성헌법이므로 헌법에 규정된 원칙에 대하여는 헌법 자신이 인정하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가 허용될 뿐 법률 또는 그 이하의 입법형식으로써 그 예외를 인정할 수는 없다. 즉 우리 헌법과 같이 법규명령의 형식이 헌법상 확정되어 있고 구체적으로 법규명령의 종류ㆍ발령주체ㆍ위임범위ㆍ요건 등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있는 이상, 법률로써 그와 다른 종류의 법규명령을 창설할 수 없고 더구나 그러한 법규사항을 행정규칙 기타 비법규명령에 위임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 법규명령과 행정규칙의 차이
현실적으로도 일반적 구속력을 갖는 법규명령과 중앙 또는 지방행정기관에 의하여 발령되는 고시ㆍ훈령ㆍ통첩 등 행정규칙은 그 생성과정 및 효력에 있어서 매우 다르다. 우리 행정절차법에 의하면, 국민의 권리ㆍ의무 또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령 등을 제정ㆍ개정 또는 폐지하고자 할 때에는 당해 입법안을 마련한 행정청은 이를 예고하여야 하고(제41조), 누구든지 예고된 입법안에 대하여는 의견을 제출할 수 있으며(제44조), 행정청은 입법안에 관하여 공청회를 개최할 수 있는데 반하여(제45조), 고시나 훈령 등 행정규칙 등을 제정ㆍ개정ㆍ폐지함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또한 법규명령은 법제처의 심사를 거치고(대통령령은 국무회의에 상정되어 심의된다) 반드시
공포되어야 효력이 발생되는데 반하여, 행정규칙 등은 법제처의 심사를 거칠 필요도 없고 공포 없이도 효력이 발생된다.
결국 위임입법에 대한 국회의 사전적 통제수단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우리나라에서는, 행정규칙 등은 그 성립과정에 있어서 타기관의 심사ㆍ수정ㆍ통제ㆍ감시를 받지 않고 또 국민에 의한 토론ㆍ수정ㆍ견제ㆍ반대 등에 봉착함이 없이 은연중 성립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행정기관으로서는 당연히 규율의 방식으로서 법규명령보다 행정규칙 등을 선호하게 되고, 이는 결국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행정의 편의에 맡겨버리는 위험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헌재 2008. 11. 27. 2005헌마161 , 공보 146, 1758, 1772).
라. 단계적 위임 가능성
선례와 다수의견은 법령의 내용이 전문적ㆍ기술적 사항이나 경미한 사항으로서 업무의 성질상 위임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행정규칙으로의 직접적 위임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헌재 2004. 10. 28. 99헌바91 참조).
그러나 행정적 제재의 요건이나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항을 경미한 사항이라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만일 복잡하고 전문화된 규율대상에 대하여 행정부처가 탄력적이고 기능적합적으로 대응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이는 이른바 단계적 위임에 의하여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즉 법률이 헌법에 정하여진 법규명령에 대하여 위임을 하고, 다시 법규명령이 구체적 범위를 정하여 행정규칙 등에 위임하는 형식을 갖춤으로써 헌법적 결단에 합치하면서도 국가의 적극적 기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헌재 2008. 11. 27. 2005헌마161 , 공보 146, 1758, 1772).
마. 소 결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