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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0. 4. 29. 선고 2008헌마622 판례집 [치료감호법 제4조 제1항 위헌확인]
[판례집22권 1집 126~139]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치료감호 청구권자를 검사로 한정한 구 치료감호법(2008. 6. 13. 법률 제91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2.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3.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보건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피고인 스스로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헌법상 재판청구권의 보호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검사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까지 치료감호 청구권을 주어야만 절차의 적법성이 담보되는 것도 아니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치료감호 청구권자를 검사로 한정한 것은, 개인적인 감정이나 집단적 이해관계 또는 여론에 좌우되지 않고 국가 형벌권을 객관적으로 행사하도록 하여 재판의 적정성 및 합리성을 기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3. 마약류 중독자들에 대한 국가적 급부와 배려는 다른 법률조항들에 의하여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청구인의 치료감호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청구인의 보건에 관한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문

구 치료감호법(2008. 6. 13. 법률 제91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검사의 치료감호청구) ① 검사는 치료감호대상자가 치료감호를 받을 필요가 있는 경우 관할 법원에 치료

감호를 청구할 수 있다.

②∼⑦ 생략

구 치료감호법(2008. 6. 13. 법률 제91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집행순서 및 방법) 치료감호와 형이 병과된 경우에는 치료감호를 먼저 집행한다. 이 경우 치료감호의 집행기간은 형기에 산입한다.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제40조(마약류중독자의 치료보호) ①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ㆍ도지사는 마약류사용자의 마약류중독 여부를 판별하거나 마약류중독자로 판명된 자를 치료보호하기 위하여 치료보호기관을 설치ㆍ운영하거나 지정할 수 있다.

②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ㆍ도지사는 마약류사용자에 대하여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치료보호기관에서 마약류중독 여부의 판별검사를 받도록 하게 하거나 마약류중독자로 판명된 자에 대하여 치료보호를 받도록 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판별검사기간은 1월 이내로, 치료보호기간은 12월 이내로 한다.

③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ㆍ도지사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판별검사 또는 치료보호를 하고자 하는 때에는 치료보호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④ 제3항의 규정에 의한 판별검사 및 치료보호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ㆍ특별시ㆍ광역시 및 도에 치료보호심사위원회를 둔다.

⑤ 제1항 내지 제4항의 규정에 의한 치료보호기관의 설치ㆍ운영 및 지정, 판별검사 및 치료보호, 치료보호심사위원회의 구성ㆍ운영ㆍ직무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규정 제9조(마약류중독자 등의 입원 통보 및 입원 신청) ① 검사는 마약류중독자 또는 마약류중독자로 의심되는 사람(이하 "중독자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치료보호를 할 필요가 있거나 중독 여부를 판별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치료보호기관에 해당 중독자등의 입원을 의뢰하고, 그 사실을 해당 치료보호기관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ㆍ도지사에게 알려야 한다.

② 교정시설(교도소, 소년교도소, 구치소, 감호소 또는 소년원을 포함한다)의 장은 중독자등을 석방할 때에는 그 중독자등의 거주지를 관할하는 시ㆍ도지사에게 알려야 한다.

③ 중독자등 본인과 그 배우자ㆍ직계존속ㆍ법정대리인은 중독자등의 치료보호 및 판별검사를 위하여 보건복지부장관, 시ㆍ도지사 또는 치료보호기관의 장에게 치료보호기관에의 입원을 신청할 수 있다.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입원 의뢰ㆍ통보 및 입원 신청은 별지 제2호서식에 따른다.

참조판례

1. 헌재 1998. 5. 28. 96헌바4 , 판례집 10-1, 610, 618

2. 헌재 1997. 8. 21. 94헌바2 , 판례집 9-2, 223, 234

3. 헌재 2009. 2. 26. 2007헌마1285 , 공보 149, 502, 504

당사자

청 구 인 김○렬

대리인 공익법무관 유재원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2008. 12. 17. 인천지방법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메스암페타민(일명 필로폰) 0.5g을 매수하여 그 중 0.2g을 투약하고 나머지 0.3g을 투약 목적으로 소지하였다.’는 범죄사실이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 1년 6월 및 추징금 60만 원의 형을 선고받았고(위 법원 2008고단4707), 이에 불복하여 항소한 후, 2009. 4. 9. 항소심에서 징역 1년 2월 및 추징금 60만 원의 형을 선고받아(위 법원 2008노4054) 그 무렵 위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었다.

(2) 한편, 청구인은 1992. 12. 1. 인천지방법원에서 대마관리법위반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1993. 7. 30. 같은 법원에서 대마관리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10월을, 1999. 2. 11. 같은 법원에서 대마관리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3년을, 2002. 10. 24. 같은 법원에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징역 3년 6월을, 2006. 3. 29.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징역 1년을, 2008. 5. 2. 인천지방법원에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징역 8월을 각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3) 청구인은 위 2008고단4707 사건의 재판이 계속중이던 2008. 10. 14. 치료감호 청구권자를 검사로 한정하는 치료감호법 제4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치료감호법’(2008. 6. 13. 법률 제91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4조 제1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의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치료감호법(2008. 6. 13. 법률 제91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검사의 치료감호청구) ① 검사는 치료감호대상자가 치료감호를 받을 필요가 있는 경우 관할법원에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다.

2. 청구인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청구인은 법 제2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마약류를 주입하는 습벽이 있거나 그에 중독된 자’로서 치료감호시설에서의 치료가 필요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자이다. 그런데 마약류 중독자에 대하여는 형벌이 아닌 치료의 대상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청구인과 같은 마약류 중독자에 대하여는 형벌에 앞서 마땅히 치료감호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치료감호 청구권자를 검사로 한정하고 법원의 직권 또는 치료감호대상자 스스로의 청구에 의한 치료감호 선고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행복추구권, 평등권, 재판청구권, 환경권 및 보건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적법절차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

(1) 청구인은 이미 항소심에서 판결을 선고받고 확정되어,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선고되더라도 더 이상 치료감호 청구를 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주관적 권리보호의 이익을 상실하였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해명이 헌법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할 수도 없으므로 객관적 권리보호의 이익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2)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법절차원칙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나, 치료감호는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형사적 제재의 하나로서, 형사제재를 받아야 할 위치에 있는 피고인이 스스로 어떠한 형사제재를 받을 것인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형사제재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논리적으로도

모순되므로, 입법자가 치료감호 청구권자를 검사로 한정한 것은 형식적 절차는 물론 실체적 내용에 있어서도 합리성과 정당성을 가진다.

(3)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형사적 제재를 받을 위치에 있는 청구인에게 치료감호를 청구할 권리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보건권 및 환경권을 침해하고 국가의 국민보건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사적 제재인 치료감호에 대한 규정일 뿐 보건권이나 국가의 국민보건보호의무와는 무관하고, 헌법상 ‘환경’이란 자연환경에 한정되므로 청구인이 주장하는 마약 중독 등에 관련한 환경은 헌법상 환경권의 보호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5)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행복추구권은 보충적 기본권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은 치료감호 청구권자에 대한 절차적 사항에 관한 조항일 뿐이고 인격권 내지 자기결정권과는 무관하다.

(6)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청구인 스스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벌에 관한 법률이 아니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선언을 하더라도 그 소급효는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미 관련 형사판결이 확정된 청구인으로서는 더 이상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없어 이 사건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이익을 결여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소원제도는 개인의 주관적 권리구제뿐만 아니라 객관적 헌법질서를 보장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이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러한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 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는바(헌재 2006. 6. 29. 2004헌마826 , 공보 117, 938, 941), 치료감호 청구권자를 검사로 한정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면, 향후 검사가 치료감호를 청구하지 아니하여 치료감호를 받지 못하게 된 사람들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반복적으로 기본권을 침해당할 것이 확실히 예상되므로, 헌법재판소로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심판을 할 이익이 인정된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치료감호제도의 개관

(1) 치료감호의 의의

치료감호는 심신장애 상태, 마약류·알코올이나 그 밖의 약물중독 상태 등에서 범죄행위를 한 자로서 재범의 위험성이 있고 특수한 교육·개선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함으로써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법 제1조)으로 하는바, 고도의 사회적 위험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사회방위 수단인 형벌을 과할 수 없거나 형벌을 기대할 수 없는 범죄성 심신장애자 및 마약류 중독자 등을 일정한 감호시설에 수용하는 보안처분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치료감호는 책임능력의 결함으로 인하여 형벌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재범의 우려가 있는 자를 일정기간 또는 무기한 정신병동 등 일정한 시설에 수용하여 치료·개선하는 한편, 사회의 안전을 도모하는 조치로서 ‘대인적 자유박탈적 보안처분’에 속한다.

(2) 치료감호의 요건

치료감호대상자는 ① 형법 제10조 제1항에 따라 벌할 수 없거나 같은 조 제2항에 의하여 형이 감경되는 심신장애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 또는 ②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그 밖에 남용되거나 해독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물질이나 알코올을 식음·섭취·흡입·흡연 또는 주입받는 습벽이 있거나 그에 중독된 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 중 치료감호시설에서의 치료가 필요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자이다(법 제2조 제1항).

(3) 치료감호의 절차

치료감호의 절차는, 검사가 치료감호를 법원에 청구하면 법원이 판결로써 이에 대한 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어 형사소송절차와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다. 즉 검사가 치료감호에 처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마약류 중독자 등 치료감호대상자에 대하여 중독 여부 등 감호에 필요한 자료를 수사하고(법 제5조), 치료감호대상자가 치료감호를 받을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정신과 전문의

의 진단 또는 감정을 참고하여 법원에 치료감호를 청구한다(법 제4조 제1항, 제2항, 제3항). 치료감호 여부의 판단은 법원의 전권 사항인바, 법원은 검사의 청구에 따라 치료감호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심리한 후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치료감호에 처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청구가 이유 없다고 인정하는 때 등에는 청구기각의 판결을 선고하게 된다.

이처럼 치료감호에 대한 재판과 피고사건에 대한 재판은 별개의 청구로 개시되는 별개의 재판이나, 법원은 치료감호가 독립청구된 경우(법 제7조)가 아닌 이상 피고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치료감호사건의 판결을 하여야 한다(법 제12조 제2항).

치료감호의 집행은 검사가 하며, 마약류 중독자의 경우(법 제2조 제1항 제2호) 치료감호의 상한이 2년이고(법 제16조 제2항 단서), 치료감호와 형이 병과된 경우에는 치료감호를 먼저 집행하고 이 경우 감호의 집행기간은 형 집행기간에 포함되는 대체주의를 택하고 있다(법 제18조).

나. 제한되는 기본권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검사는 치료감호대상자에 대하여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지만, 치료감호대상자 본인은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없고, 법원의 직권에 의한 치료감호 선고도 허용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하는 것은 아닌지가 문제된다. 또한, 형사소송의 일방 당사자인 검사에게는 치료감호 청구권을 부여하면서도 피고인에게는 치료감호 청구권을 부여하지 아니한 것이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인지, 그리고 청구인의 보건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도 문제되므로 아래에서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다만,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행복추구권 및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보건에 관한 권리의 침해 여부와 경합되는 문제라 할 것이므로 따로 판단하지 아니하기로 한다.

다. 재판청구권 침해 및 적법절차의 원칙 위반 여부

(1)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고 함은 법관이 사실을 확정하고 법률을 해석·적용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뜻이고, 그와 같은 법관에 의한 사실확정과 법률의 해석적용의 기회에 접근하기 어렵도록 제약이나 장벽을 쌓아서는 아니된다(헌재 1995. 9. 28. 92헌가11 등, 판례집 7-2, 264, 278;헌재 2000. 2. 24. 99헌바17 등, 판례집 12-1, 239, 234-247). 한편, 재

판청구권은 재판이라는 국가적 행위를 청구할 수 있는 적극적 측면과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이 아닌 자에 의한 재판이나 법률에 의하지 아니한 재판을 받지 아니하는 소극적 측면을 아울러 가지고 있다(헌재 1998. 5. 28. 96헌바4 , 판례집 10-1, 610, 618).

(2) 이 사건에서는 재판청구권의 적극적 측면이 문제된다. 즉 치료감호청구가 ‘재판이라는 국가적 행위를 청구할 수 있는 사안’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일반적으로 민, 형사, 행정소송이나 이에 직접 관련되는 것이 아닌 사항에서 어떤 것들이 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 기본권(재판청구권)으로 보호되어야 하는가는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고, 다만 적어도 국민에게 중요한 사항으로서 ‘사실확정과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련된 문제이고 사법절차를 통하여 결정되어야 할 만한 속성을 지닌 것이라면 재판청구권의 보호범위에 포함된다. 그런데 피고인에 대한 치료감호 문제는 통상의 재판사항인 민사소송이나 형사소송 혹은 행정소송의 문제가 아니고,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범죄자에게 치료감호를 어떠한 경우에, 어떠한 절차로 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헌법에 아무런 규정도 없으므로, 피고인의 보호와 행형의 목적을 고려한 국가의 가치판단이 필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이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문제라 할 것이다.

(3) 살피건대, 재판청구권은 다른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에 그 회복 또는 구제를 위한 절차적 기본권으로서 사법절차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효율적인 권리보호를 보장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형벌과 마찬가지로 자유박탈적이고 침익적인 처분인 치료감호에 대한 청구권이 헌법상 재판청구권의 보호범위에 속한다고 하기 위하여는, 피고인에게 치료감호에 대한 재판절차에의 접근권을 부여하는 것이 피고인의 권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하다는 것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에게 치료감호에 대한 청구권을 주는 것은 결국 피고인이 “재범의 위험성”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할 것을 전제하는 것이고, 이것이 과연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피고인 스스로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배경은 치료감호와 형이 병과된 경우 치료감호를 먼저 집행하고 그 기간을 형기에 산입(법 제18조)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형기에 산입되는 치료감호를 병과받는 것이 실형만 선고받아 복역하는 것

보다 더 이익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형만을 선고받는 것에 비하여 치료감호와 실형을 함께 선고받는 것이 피고인에게 더 유리한 것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나아가, 설령 피고인의 이익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더라도 그러한 이익은 주관적·상대적 이익일 뿐이고, 그마저도 실형이 명백히 예상되는 자에 국한되는 이익이므로, 이를 보장하기 위하여 피고인에게 자유박탈적이고 침익적인 처분을 스스로 청구할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더욱이, 재판청구권의 보호범위는 사항의 성격 자체에서 판단되어야 하고, 다른 법률조항의 내용 여하, 예컨대 치료감호 기간의 형기 산입 여부(법 제18조) 등에 따라 그 판단이 달라질 것은 아니다.

결국 ‘피고인 스스로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헌법상 재판청구권의 보호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치료감호 청구를 피고인 본인에게 허용할 것인지 여부는 재판청구권의 문제가 아니라 순수한 입법정책의 문제라 할 것이고, 검사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까지 치료감호 청구권을 주어야만 절차의 적법성이 담보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

라. 평등권 침해 여부

(1) 평등권에서는 ‘차별취급이 존재하는가’, ‘이러한 차별취급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는가’의 2단계 심사를 거치게 된다. 평등권은 당해 공권력의 행사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고 있는 경우에 침해가 발생하는 것이지, 본질적으로 같지 않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경우에는 차별 자체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06. 1. 17. 2005헌마1214 , 공보 112, 216, 217).

또한,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평등의 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한다(헌재 1997. 8. 21. 94헌바2 , 판례집 9-2, 223, 234).

(2) 살피건대,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수사 및 공소제기와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재판집행의 지휘·감독, 국가를 당사자 또는 참가인으로 하는 소송과 행정소송의 수행 또는 그 수행에 관한 지휘·감독 등을 그 직무로 하고, 아울러 이를 수행함에 있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

을 지켜야 하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되도록 그 공익적 지위와 객관적 의무를 부여받고 있다. 또한, 검사는 법관과 동일한 자격조건에 의하여 임명되고 정당한 법령 적용의 청구 및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도 상소할 수 있는 준사법기관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헌재 2007. 7. 26. 2005헌마167 , 공보 130, 874, 876 참조). 따라서 이러한 검사로 하여금 치료감호 청구를 하게 하는 것은 개인적인 감정이나 집단적 이해관계 또는 여론에 좌우되지 않고 국가 형벌권을 객관적으로 행사하도록 하여 재판의 적정성 및 합리성을 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반면, 마약류 등에 중독되어 치료를 원하는 피고인에게 치료감호 청구를 하도록 하여 피고인 본인이 재범의 위험성 등에 대하여 스스로 인정하고 이를 입증하게 하는 것은 형사소송체계와 일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더욱이, 치료감호청구 자체는 검사만이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할 뿐만 아니라, 법원은 검사에게 치료감호청구를 요구할 수도 있으므로(법 제4조 제7항), 검사가 치료감호 청구권을 독점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폐해에 대해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 장치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합리적 이유 없이 청구인과 검사를 차별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마. 보건에 관한 권리 침해 여부

(1) 헌법 제36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하여, 국민이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국가적 급부와 배려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이른바 ‘보건에 관한 권리’를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소극적으로 침해하여서는 아니될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국민의 보건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헌재 2009. 2. 26. 2007헌마1285 , 공보 149, 502, 504).

(2) 살피건대, 보건에 관한 국가의 의무와 관련하여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제3조의2(국가의 책임)는 “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이 마약류 등을 남용하는 것을 예방하고,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치료보호와 사회복귀 촉진을 위하여 연구·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② 국민은 마약류 중독자에 대하여 치료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협조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0조는 마약류중독자에 대한 치료보호제도에 관한 근거 규정을 두면서 이를 보건복지가족부장관

또는 각 시·도지사의 소관업무로 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규정’ 제9조 제3항은 중독자 본인에 의한 치료보호기관에의 입원 신청 등 마약류중독자에 대한 치료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편 ‘정신보건법’에서도 자의입원을 비롯한 각종 입원제도를 두고 있으므로 중독자 본인으로서는 치료감호 외에도 얼마든지 마약류 중독에 관한 치료를 받을 길이 열려 있다.

이처럼 위 조항들에 의하여 국민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국가적 급부와 배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청구인의 치료감호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국민의 보건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목영준 송두환

별지

[별지] 관련조항

구 치료감호법(2008. 6. 13. 법률 제91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목적) 이 법은 심신장애 또는 마약류·알코올 그 밖에 약물중독 상태 등에서 범죄행위를 한 자로서 재범의 위험성이 있고 특수한 교육·개선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함으로써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치료감호대상자) ① 이 법에서 “치료감호대상자”라 함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서 치료감호시설에서의 치료가 필요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자를 말한다.

1.형법 제1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벌할 수 없거나 동 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형이 감경되는 심신장애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

2.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그 밖에 남용되거나 해독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물질이나 알코올을 식음·섭취·흡입·흡연 또는 주입받는 습벽이 있거나 그에 중독된 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

당하는 죄를 범한 자

제4조(검사의 치료감호청구) ② 치료감호대상자에 대한 치료감호를 청구함에는 정신과 등의 전문의의 진단 또는 감정을 참고하여야 한다.

③ 치료감호의 청구를 함에는 검사가 치료감호청구서를 관할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 치료감호청구서에는 피치료감호청구인 수에 상응한 부본을 첨부하여야 한다.

⑦ 법원은 공소제기된 사건의 심리결과 치료감호에 처함이 상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검사에게 치료감호청구를 요구할 수 있다.

제5조(조사) ① 검사는 범죄를 수사함에 있어서 범죄경력·심신장애 등을 참작하여 치료감호를 청구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는 그에 필요한 자료를 조사하여야 한다.

② 사법경찰관리(특별사법경찰관리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는 검사의 지휘를 받아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사를 하여야 한다.

제7조(치료감호의 독립청구) 검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공소를 제기함이 없이 치료감호청구만을 할 수 있다.

1.피의자가 「형법」 제10조 제1항의 규정에 해당되어 벌할 수 없는 때

2.고소·고발이 있어야 논할 수 있는 죄에서 그 고소·고발이 없거나 취소된 때 또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논할 수 없는 죄에서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가 있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가 철회된 때

3.피의자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247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결정을 한 때

제12조(치료감호의 판결 등) ① 법원은 치료감호사건을 심리하여 그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판결로써 치료감호를 선고하여야 하고, 그 이유 없다고 인정하는 때 또는 피고사건에 대하여 심신상실 외의 사유로 무죄를 선고하거나 사형을 선고할 때에는 판결로써 청구기각을 선고하여야 한다.

② 치료감호사건의 판결은 피고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선고하여야 한다. 다만, 제7조의 규정에 의한 치료감호청구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16조(치료감호의 내용) ① 치료감호의 선고를 받은 자(이하 “피치료감호자”라 한다)에 대하여는 치료감호시설에 수용하여 치료를 위한 조치를 한다.

② 치료감호시설에의 수용은 15년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제2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피치료감호자를 치료감호시설에 수용하는 때에는 2년을 초과할

수 없다.

제18조(집행순서 및 방법) 치료감호와 형이 병과된 경우에는 치료감호를 먼저 집행한다. 이 경우 치료감호의 집행기간은 형기에 산입한다.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제40조(마약류중독자의 치료보호) ①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마약류사용자의 마약류중독 여부를 판별하거나 마약류중독자로 판명된 자를 치료보호하기 위하여 치료보호기관을 설치·운영하거나 지정할 수 있다.

②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마약류사용자에 대하여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치료보호기관에서 마약류중독 여부의 판별검사를 받도록 하게 하거나 마약류중독자로 판명된 자에 대하여 치료보호를 받도록 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판별검사기간은 1월 이내로, 치료보호기간은 12월 이내로 한다.

③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판별검사 또는 치료보호를 하고자 하는 때에는 치료보호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④ 제3항의 규정에 의한 판별검사 및 치료보호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특별시·광역시 및 도에 치료보호심사위원회를 둔다.

⑤ 제1항 내지 제4항의 규정에 의한 치료보호기관의 설치·운영 및 지정, 판별검사 및 치료보호, 치료보호심사위원회의 구성·운영·직무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규정 제1조(목적) 이 영은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제40조에 따른 치료보호기관의 설치·운영 및 지정, 마약류 중독 여부의 판별검사, 마약류중독자의 치료보호 및 치료보호심사위원회의 구성·운영·직무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3조(치료보호기관의 설치·지정 등) ① 보건복지부장관은 마약류 사용자에 대한 마약류 중독 여부의 판별검사(이하 “판별검사”라 한다) 및 마약류중독자에 대한 치료보호를 하기 위하여 전문치료기관을 치료보호기관으로 설치·운영하거나 국립정신병원을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② 특별시장·광역시장 또는 도지사(이하 “시·도지사”라 한다)는 마약류 사용자에 대한 판별검사 및 마약류중독자에 대한 치료보호를 하기 위하여 전문치료기관을 치료보호기관으로 설치·운영하거나, 공립병원이나 그 밖에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 중 다음의 시설 및 인력을 갖춘 의료기관을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1. 판별검사에 필요한 혈청분석기 및 뇌파검사기

2. 정신과 전문의 및 심리검사요원

3. 그 밖에 마약류중독자 치료에 필요한 부대시설 및 장비

③ 시·도지사는 제2항에 따라 치료보호기관을 설치하거나 지정한 경우에는 이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제9조(마약류중독자 등의 입원 통보 및 입원 신청) ① 검사는 마약류중독자 또는 마약류중독자로 의심되는 사람(이하 “중독자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치료보호를 할 필요가 있거나 중독 여부를 판별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치료보호기관에 해당 중독자 등의 입원을 의뢰하고, 그 사실을 해당 치료보호기관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에게 알려야 한다.

② 교정시설(교도소, 소년교도소, 구치소, 감호소 또는 소년원을 포함한다)의 장은 중독자 등을 석방할 때에는 그 중독자 등의 거주지를 관할하는 시·도지사에게 알려야 한다.

③ 중독자 등 본인과 그 배우자·직계존속·법정대리인은 중독자 등의 치료보호 및 판별검사를 위하여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치료보호기관의 장에게 치료보호기관에의 입원을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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