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1헌가16 구 식품위생법 제79조 위헌제청
제청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제청신청인 주식회사 일○
대표이사 이○균
대리인 변호사 정태규
당해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노4696 식품위생법위반
주문
구 식품위생법(1986. 5. 10. 법률 제3823호로 개정되고, 2009. 2. 6. 법률 제94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9조 중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75조 제1호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법인에 대하여도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당해사건의 피고인인 제청신청인은, ‘그 사용인인 김○재가 업무에 관하여
2008. 5. 28.경부터 2008. 11. 19.경까지 충북 청원군 내수읍○○리○○공장에서 식품공전에서 금지하고 있는 식품첨가물인 식용 타르색소 적색 제2호 21.15kg을 구입하여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탄산음료인 ○○포도맛을 제조하면서 포도색을 내기 위하여 위 색소 적색 제2호를 첨가하여 ○○포도맛 141만 병 시가 722,484,000원 상당, ○○포도맛시럽 746병 시가 24,504,906원 상당을 각 제조하여 이를 서울 송파구 남부지점인○○유통 등의 도매상을 통하여 서울 시내 일원 및 전국 각지에 판매하였다.’라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벌금 2000만 원의 판결(2009고단2375)을 선고받았다.
(2) 이에 제청신청인은 항소(같은 법원 2010노4696)를 제기한 후, 그 소송의 계속중 구 식품위생법 제79조 중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75조 제1호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법인에 대하여도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식품위생법(1986. 5. 10. 법률 제3823호로 개정되고, 2009. 2. 6. 법률 제94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9조 중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75조 제1호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법인에 대하여도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아래 밑줄 친 부분,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며, 그 내용 및 관련 법률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 법률조항]
구 식품위생법(1986. 5. 10. 법률 제3823호로 개정되고, 2009. 2. 6. 법률 제94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9조(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나법인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제74조 내지 제77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그 법인이나 개인에 대하여도 해당각조의 벌금형을 과한다.
[관련 법률조항]
제75조(벌칙)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
1. 제7조 제4항(제69조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제9조 제4항(제69조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또는 제16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한 자
제7조(기준과 규격) ①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국민보건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의 제조․가공․사용․조리 및 보존의 방법에 관한 기준과 그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의 성분에 관한 규격을 정하여 고시한다. 다만, 식품첨가물 중 기구 및 용기․포장의 살균․소독의 목적에 사용되어 간접적으로 식품에 이행될 수 있는 물질의 경우에는 그 성분명만을 고시할 수 있다.
②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기준과 규격이 고시되지 아니한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식품에 직접 사용하는 화학적 합성품인 첨가물을 제외한다)에 대하여는 그 제조․가공업자로 하여금 제조․가공․사용․조리 및 보존의 방법에 관한 기준과 그 성분에 관한 규격을 제출하게 하여 제18조의 규정에
의하여 지정된 식품위생검사기관의 검토를 거쳐 당해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의 기준과 규격을 한시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
④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기준과 규격이 정하여진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은 그 기준에 의하여 제조․수입․가공․사용․조리 또는 보존하여야 하며, 그 기준과 규격에 맞지 아니하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은 판매하거나 판매의 목적으로 제조․수입․가공․사용․조리․저장․운반․보존 또는 진열하지 못한다.
2.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인이 고용한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하 ‘종업원 등’이라고 한다)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 그와 같은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해 영업주인 법인이 어떠한 잘못이 있는지 여부와는 전혀 관계없이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가 있으면 곧바로 영업주인 법인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
3.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이 그 업무에 관하여 일정한 위법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 곧바로 그 종업원 등을 고용한 영업주인 법인에게도 종업원 등에 대한 처벌조항에 규정된 벌금형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은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법인의 가담 여부나 종업원 등의 행위를 감독할 주의의무의 위반 여부를 법인에 대한 처벌요건으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달리 법인이 면책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있어,
결국 종업원 등의 일정한 위법행위가 있으면 법인이 그와 같은 종업원 등의 범죄에 대하여 어떠한 잘못이 있는지를 전혀 묻지 아니하고 곧바로 법인을 종업원 등과 같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 형벌은 범죄에 대한 제재로서 그 본질은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된 행위에 대한 비난이다. 만약 법질서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결과의 발생이 어느 누구의 잘못에 의한 것도 아니라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형벌을 가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이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는 형사법의 기본원리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에 내재하는 원리인 동시에 헌법 제10조의 취지로부터 도출되는 원리이고, 법인의 경우도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책임주의원칙이 적용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할 경우, 법인이 종업원 등의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우까지도 법인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처럼 이 사건 법률조항은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관하여 비난할 근거가 되는 법인의 의사결정 및 행위구조, 즉 종업원 등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법인 자신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이 업무에 관하여 범죄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과하고 있는바, 이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하여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된다(헌재 2009. 7. 30. 2008헌가14 , 판례집 21-2 상, 77 참조).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법인의 종업원 등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법인이 종업원 등의 행위를 이용하여 위법행위를 하였거나 종업원 등에 대한 지휘․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업무상 위법행위를 막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므로 종업원 등의 업무상 위법행위에 대하여 법인을 함께 처벌하더라도 책임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인의 종업원 등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 그 법인도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인이 그 업무에 관하여 종업원 등에 대한 지휘․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종업원 등의 업무상 위법행위를 막지 못한 경우에 처벌하는 것이므로 책임주의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헌재 2010. 7. 29. 2009헌가18 등 결정 중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참조).
6.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법률의 위반행위를 한 자 이외에 영업주인 법인을 그와 동일한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종업원 등의 그와 같은 위반행위가 종업원 등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함이거나 그 종업원 등 개인의 윤리성의 결
여에 기인하기보다는, 대개의 경우 법인의 이익을 위하여 행해지거나 실제로는 법인의 기관 또는 중간관리자의 무언의 지시나 묵인․방치 또는 해당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에 기인한 것임에도, 법인의 복잡하고 분산된 업무구조의 특성상 이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백히 가리기 어렵고, 나아가 넓게는 그러한 위반행위 방지를 감독하기에 부족한 법인의 운영체계 내지 의사결정구조의 하자 등에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 법인도 직접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문언에 의하더라도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처벌되는 법인의 범위는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관련 없는 법인까지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업무’에 관하여 종업원 등의 ‘위반행위’가 있는 경우에 한정되는 것으로, ‘법인의 종업원 등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이란 것이 법인의 ‘업무’와 종업원 등의 ‘위반행위’를 연결해 주는 주관적 구성요건 요소로서 추단될 수 있다. 대법원도 일관되게 법인의 종업원 등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위반, 즉 과실책임을 근거로 법인의 책임을 묻되 다만 종업원 등의 위반행위에 대한 법인의 선임․감독상의 과실이 추정된다는 입장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문언상 ‘법인의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이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와 같은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 해석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서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에도 부합되고, 이러한 해석을 전제로 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헌재 2010. 7. 29. 2009헌가18 등 결정 중 재판관 이
동흡의 반대의견 참조).
2011. 5. 26.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