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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2. 8. 23. 선고 2011헌가22 판례집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3조 제2호 위헌제청]
[판례집24권 2집 400~419]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행정관청이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위법한 단체협약의 시정을 명한 경우 그 시정명령에 위반한 자를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1998. 2. 20. 법률 제5511호로 개정된 것) 제93조 제2호 중 “제31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한 자”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2.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한 범죄 구성요건은 “행정관청이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에 대하여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시정을 명한 경우에 그 명령에 위반한 행위”로서, 범죄의 구성요건과 그에 대한 형벌을 법률에서 스스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고, 행정관청의 시정명령은 그 성격상 단체협약 중 위법하다고 판단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시정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이 있는 경우가 광범위하고 다양할 수 있다고 해서 처벌되는 행위가 불명확하다거나 그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고 할 수 없어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2.이 사건 법률조항은 시정명령의 이행을 강제하여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행정법규 위반행위에 대하여 행정질서벌인 과태료를 과할 것인지 아니면 행정형벌을 과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입법권자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할 문제인데, 과태료나 이행강

제금 등의 수단으로도 위법한 단체협약 내용의 신속하고 확실한 시정이라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충분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시정명령 이행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형벌을 제재 수단으로 택한 후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것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반하거나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식적으로는 범죄의 구성요건을 법률이 정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어떠한 행위가 처벌되는 행위인지 법률이 전혀 규정한 바 없이 전적으로 행정관청에 위임하여 범죄구성요건의 실질적 알맹이, 즉 금지의 실질을 시정명령의 내용에 모두 내맡기고 있어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에 위반된다.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이정미의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그 위법 여부가 불명확 또는 사법심사 절차를 통한 불복 가능성이 있어 확정되지 아니한 시정명령의 이행을 형벌로써 강제하는 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정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고, 위법한 단체협약에 대한 시정명령의 이행은 행정질서벌, 과징금 또는 이행강제금 등의 보다 덜 기본권침해적인 강제수단을 통해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소침해성의 원칙을 위반하였으며, 단체협약의 적법성 보장이라는 가치만을 앞세워 노사의 자유로운 단체협약 체결 및 이행으로 인한 이익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법익의 균형성도 상실하였다.

심판대상조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1998. 2. 20. 법률 제5511호로 개정된 것) 제93조(벌칙)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생략

2. 제21조제1항ㆍ제2항 또는 제31조제3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한 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2006. 12. 30. 법률 제8158호로 개정된 것) 제31조(단체협약의 작성) ① 단체협약은 서면으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 또는 날인하여야 한다.

② 단체협약의 당사자는 단체협약의 체결일부터 15일 이내에 이를 행정관청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③ 행정관청은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시정을 명할 수 있다.

참조판례

2. 헌재 1994. 4. 28. 91헌바14 , 판례집 6-1, 281, 303

당사자

제청법원부산지방법원

제청신청인1.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대표자 위원장 정○재

2. 정○재3. 이○진

당해사건부산지방법원 2010고정5160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주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1998. 2. 20. 법률 제5511호로 개정된 것) 제93조 제2호 중 “제31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한 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및 심판대상

가. 사건개요

(1)당해사건의 피고인 겸 이 사건 제청신청인들인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이하 ‘민공노’라 한다)은 2007. 7. 1. 설립된 전국 단위의 공무원 노동조합, 정○재는 민공노 위원장, 이○진은 민공노 부산지역본부 영도구지부장인바, 이들은 모두 부산지방법원에서 다음과 같은 공소사실로 약식명령을 받았다.

『부산광역시 영도구청과 민공노 부산지역본부 영도구지부는 2007. 12. 28.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단체협약 제3조 제1항은 ‘본 협약이 정한 기준은 영도구청장이 정한 제 규칙, 규정, 조합원과 맺은 개별계약보다 우선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노동부장관의 2009. 6. 11. 요청에 따라 “단체협약 제3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법령 또는 조례가 위임한 범위 내에서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에 관하여 정한 모든 규칙, 규정보다 단체협약의 효력을 우선하여 인정한다는 것이므로, 단체협약의 내용 중 법령·조례 또는 예산에 의하여 규정되는 내용과 법령 또는 조례의 위임을 받아 규정되는 내용은 단체협약으로서 효력을 가지지 않는다고 규정한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의결하는 등 별지 기재와 같이 위 협약 중 총 22개 조항이 관련 법률에 위반된다고 의결하였다.

피고인 정○재, 이○진은 2009. 7. 16.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 있는 민공노 사무실에서, 노동부장관으로부터 위 2007년 단체협약 제3조 제1항이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에 위반되는 등 별지 시정명령 목록 기재와 같이 총 22개 조항이 관련 법률에 위반되므로 2009. 9. 17.까지 시정하라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받고도 이에 불응함으로써 공모하여 위법한 단체협약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은 행정관청의 시정명령을 따르지 아니하였다.

피고인 민공노는 위 일시 경 피고인의 대표자인 위 정○재, 이○진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이 위반행위를 하였다.』

(2) 제청신청인들은 위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고(부산지방법원 2010고정5160),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3조 제2호제31조 제3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다.

(3)이에 제청법원은 2011. 3. 3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3조 제2호 중 “제31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한 자” 부분에 대하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1998. 2. 20. 법률 제5511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93조 제2호 중 “제31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한 자”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93조(벌칙)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제21조 제1항·제2항 또는제31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한 자

[관련조항]

제31조(단체협약의 작성) ① 단체협약은 서면으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 또는 날인하여야 한다.

② 단체협약의 당사자는 단체협약의 체결일부터 15일 이내에 이를 행정관청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③ 행정관청은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시정을 명할 수 있다.

2. 법원의 위헌제청 이유요지

가. 단체협약의 내용은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여 그것이 법령에 위반한 경우도 특정하기 불가능할 정도이고, 법위반의 성격이나 경중이 다를 수 있음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시정명령을 불이행하기만 하면 일률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어 처벌의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

또한 행정관청이 정한 이행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이행기간 경과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모두 이 사건 법률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게 되어 있다.

이로 말미암아 법집행기관이 처벌대상인 시정명령 위반행위나 처벌대상행위자를 자의적으로 선별하여 법을 집행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함으로써 법집행의 공정성마저 해할 우려가 있다.

시정명령을 위반하는 행위라는 개념도 그것이 시정명령의 대상이 된 단체협약 내용이 그대로 존치하게 되는 결과만을 의미하는 개념인지, 아니면 시정명령의 이행과정을 포함하는 개념인지가 매우 애매하고 불분명하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법한 내용이 있는 단체협약에 대하여 행정관청이 발할 수 있는 시정명령의 형식, 내용, 이행기간에 관하여 전혀 정하지 아니한 채 시정명령 자체에 모두 위임하고 있어 이 사건 법률조항만으로는 시정명령의 상대방인 단체협약의 당사자가 자신에게 어떠한 형식과 내용의 시정명령이 발하여 질지, 그 시정명령을 언제까지 이행하여야 할지를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나. 행정관청의 시정명령이 발해지는 단계에서는 위법한 단체협약으로 인한 위험은 장래의 추상적인 위험에 불과하여 시급히 그 이행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를 상정하기 어렵다.

행정관청이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에 대한 위험을 예고하고 그 시정을 명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 의무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형벌로써 인격과 재산에 고통을 가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오히려 그러한 과잉된 강제수단으로 말미암아 충분한 노사협의 과정을 생략한 채 시정명령의 이행에 급급하게 된다면 노·사간에 새로운 분쟁이 발생하게 될 수도 있어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를 유지하려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입법목적에도 배치될 우려가 있다.

단체협약에 관한 시정명령의 이행확보가 시급한 경우가 있더라도, 형벌이 아니라 행정질서벌이나 이행강제금 등 간접적 강제수단에 의한 방법으로도 충분히 그 의무이행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단 시정명령이 발령되기만 하면 그 이행을 강제하고 이를 불이행한 경우에 처벌하는 것으로 규정하면서도 시정명령에 대한 불복절차에 대하여정함이없고,행정소송으로 시정명령에불복하였더라도시정명령의 효력이 정지되지 아니하므로, 이행기간이 경과하도록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이상 나중에 행정소송에서 시정명령이 취소되더라도 시정명령 불이행죄의 죄책을 지게 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위법한 시정명령에 의해서도 형사처벌을 받게 될 위험성이 얼마든지 있고, 그럴 경우에는 위법·부당한 행정명령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은 것이 될 수 있어 정의에 반하게 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시정명령의 이행확보 수단으로서도 적절치 못하고, 행정명령의 이행확보 수단으로서 형벌이 최후적·보충적이어야 하는 점에 비추어 합리성과 정당성이 없으며, 처벌과정에서 정의에 반하게 될 우려가 있고, 법익균형성도 갖추지 못하여 적법절차원칙에반하고,과잉금지원칙에도 저촉된다.

3. 판 단

가. 죄형법정주의 위배 여부

(1) 죄형법정주의의 의미

죄형법정주의 원칙은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헌법상 원칙으로서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범죄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범죄의 구성요건과 처벌내용을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현대국가의 기능 증대와 사회현상의 복잡화로 인한 입법부의 전문적ㆍ기술적 한계 등에 따라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이라도 이를 법률로 다 정할 수는 없으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예외적으로 구성요건의 내용 중 일부를 법률에서 하위규범에 위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입법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에 의하여 규정할 수는 없으므로,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당해 형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그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다면 그 구성요건에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다소 광범위한 개념을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형벌법규의 명확성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헌재 1995. 5. 25. 91헌바20 , 판례집 7-1, 615, 622).

(2) 법률주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제31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한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범죄의 구성요건과 그에 대한 형벌을 법률에서 스스로 규정하고 있다.

법 제31조 제3항은 “행정관청은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시정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한 범죄 구성요건은 결국 “행정관청이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에 대하여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시정을 명한 경우에 그 명령(이하 ‘시정명령’이라 한다)에 위반한 행위”가 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행위의 유형은 행정관청이 발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시정명령에 위반한 행위이고, 행정관청이 발할 수 있는 시정명령의 내용은 법 제31조 제3항에 의해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의 시정을 명하는 것이 될 것이며, 단체협약이 위법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률에 근거하여 판단하게 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범죄구성요건은

실질적으로 이미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시정명령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았고 시정명령을 발할 것인지 여부도 행정관청에게 맡기고는 있으나,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의 다양성, 구체적 상황에 따라 위법한 단체협약에 대하여 탄력적ㆍ유동적으로 대응할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시정명령의 구체적 내용이나 발령 여부를 미리 법률로 정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행정관청이 특정인에게 구체적 내용을 정하여 시정명령을 발한 것을 전제로 하여 그 시정명령에 위반한 행위를 범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3) 명확성원칙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행정관청의 시정명령을 위반한 자를 처벌하고 있는바, 노동조합과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개별적 및 집단적 노사관계의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자율적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단체협약의 내용은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하고, 위법한 단체협약의 내용도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할 수밖에 없어, 단체협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단체협약의 내용 중 어떠한 것이 위법한 것인지, 어떤 내용의 시정명령이 발하여 질 것인지 등을 미리 예견하기 어려울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법한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한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관청이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에 대하여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시정할 것을 명한 경우 그 시정명령에 위반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고, 행정관청의 시정명령은 그 성격상 단체협약 중 위법하다고 판단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시정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행정관청의 시정명령 이전 단계에서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이 있는 경우가 광범위하고 다양할 수 있다고 해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처벌되는 행위가 불명확하다거나 그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고 할 수 없으며, 시정명령의 상대방인 단체협약의 당사자가 처벌되는 행위를 예견하기 어렵다고 볼 수도 없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시정명령의 형식과 내용 및 이행기간에 관하여 정하고 있지 않아 이 사건 법률조항만으로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어떠

한 형식과 내용의 시정명령을 받아 언제까지 이행하여야 할 것인지를 미리 예견하기는 어렵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은 행정관청이 구체적인 형식과 내용 및 이행기간을 정하여 시정명령을 발한 것을 전제로 그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므로, 처벌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처벌하는 ‘시정명령에 위반한 행위’란 시정명령에 의하여 부과된 단체협약 내용의 위법상태를 제거할 의무를 일정한 기간 내에 이행하는 것이 가능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바, ‘시정명령에 위반한 행위’의 개념이 법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의 여지를 주거나 수범자의 예견가능성을 해할 정도로 불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

나. 과잉금지원칙 및 적법절차원칙 위배 여부

(1) 과잉금지원칙

(가) 단체협약으로 정할 수 있는 내용은 다양하고 광범위한데, 단체협약은 노사 간에 자율적인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위법한 내용이 단체협약에 포함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런데 단체협약이 체결되면 즉시 효력을 발생하여 노사관계에서 규범적 효력을 가지며 그 적용 범위에 상응하여 일반적·지역적 구속력을 갖기 때문에 위법한 내용의 단체협약으로 인해 부당하게 근로자나 사용자의 권리가 제한되거나 의무가 부과될 수 있고, 이를 기초로 제3자와의 이해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미 효력을 발휘하여 시행되고 있는 단체협약에 대해서는 원상회복을 구하기 어렵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혼란이나 갈등을 초래하여 노사관계의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시정명령은 행정관청이 단체협약에 대한 신고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위법한 내용을 발견한 경우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단체협약을 체결한 당사자에게 시정을 명하는 것으로서, 이는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을 신속히 시정하여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위법한 단체협약 내용의 사후 교정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이나 갈등을 예방하여 궁극적으로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관청이 위법한 단체협약의 내용에 대하여 시정명령을 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효력을 상실하거나 시정명령의 내용으로 변경되는 것이 아님은

물론 행정관청에게 집행력이 부여되는 것도 아니므로, 위법한 단체협약의 내용을 시정할 것인지 여부는 여전히 시정명령의 상대방에게 맡겨져 있고, 상대방이 이에 따르지 아니하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와 같은 시정명령의 이행을 강제하여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나)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범죄의 설정과 법정형의 종류 및 범위의 선택은 행위의 사회적 악성과 범죄의 죄질 및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과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또한 어떤 행정법규 위반행위에 대하여 이를 단지 간접적으로 행정상의 질서에 장애를 줄 위험성이 있음에 불과한 경우로 보아 행정질서벌인 과태료를 과할 것인지 아니면 직접적으로 행정목적과 공익을 침해한 행위로 보아 행정형벌을 과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입법권자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할 문제라 할 것이다(헌재 1994. 4. 28. 91헌바14 , 판례집 6-1, 281, 303; 헌재 1998. 5. 28. 96헌바83 , 판례집 10-1, 624, 635- 636 참조).

행정명령에 대한 의무이행 확보수단으로는 형벌 이외에도 과태료 등 행정질서벌이나 이행강제금 등의 간접적인 강제수단이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행정형벌은 그 위반이 직접적으로 공익을 침해하는 경우 그 반사회성에 대한 제재로서 일반적으로 법원이 형사소송절차에 의하여 형법에 규정되어 있는 형벌을 과하는 것이고, 과태료는 그 위반이 행정상 질서에 장애를 주는 경우 의무이행의 확보를 위하여 행정기관이 행정적 절차에 의하여 부과·징수하는 금전적 제재이며, 이행강제금은 일정한 기한까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일정한 금전적 부담을 과할 뜻을 미리 계고함으로써 의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어 장래에 그 의무를 이행하게 하려는 행정상 간접적인 강제집행수단의 하나로, 과거의 법 위반 사실에 대한 제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 단체협약의 내용은 비록 그것이 위법한 것일지라도단체협약의양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하여 정해진 것이고, 그에 대해 다면적이고 집단적인 이해관계가 형성될 수 있으며, 노동조합이나 사용자의 구체적인 사정이나 단

체협약의 내용에 따라서는 오로지 금전적인 부담만을 부과하는 과태료나 이행강제금의 경우, 이를 납부하고서라도 위법한 단체협약의 내용을 유지할 동기도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과태료나 이행강제금 등의 수단으로도 위법한 단체협약 내용의 신속하고 확실한 시정이라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충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행정관청이 위법한 시정명령을 발하는 경우 위법한 시정명령에 대하여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그 효력을 다툴 수 있는데, 재판을 통해 위법한 것으로 판명날 수도 있는 시정명령을 위반하였다고 해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처벌된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내용이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행정관청의 처분을 위반한 행위를 처벌하는 경우에는 그 처분의 적법성이 구성요건 요소가 되므로, 만약 처분 자체가 위법하다면 그 처분에 위반한 행위를 처벌할 수 없는바, 시정명령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 여부를 재판하는 법원으로서는 시정명령 자체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여 시정명령 자체가 위법하다면 무죄를 선고할 것이므로, 위법한 시정명령에 위반한 행위도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해 처벌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시정명령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이 약식절차에 의하여 이루어질 경우에는 법원이 약식명령 과정에서 시정명령의 위법 여부를 충분히 심사하는 데 사실상 어려움이 있고,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아니하면 그 약식명령이 그대로 확정됨으로써 위법한 시정명령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처벌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는 있으나, 이는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할 권리를 행사하지 않음으로 인한 사실상의 위험일 뿐, 그와 같은 사정으로 인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법한 시정명령을 위반한 행위도 처벌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형사재판에서 처분이 적법하다고 보아 그 처분에 위반한 행위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하고 그 판결이 확정된 후에도, 그 행정처분을 취소하는 행정소송이 확정된 경우 그 확정된 취소판결은 무죄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로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의 재심사유에 해당하여(대법원 1985. 10. 22. 선고 83도2933 판결 참조), 재심청구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라)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을 살펴보더라도, 입법자가 시정명령 이행의 실효성의 확보를 위해 형벌을 제재 수단으로 택한 후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것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반한다거나 형벌체계

상의 균형을 상실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마)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2) 적법절차원칙

적법절차원칙은 형사소송절차에 국한되지 않고 입법작용에 대해서도 문제된 법률의 실체적 내용이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적용되는바(헌재 1992. 12. 24. 92헌가8 판례집 4, 853, 876; 헌재 1995. 3. 23. 92헌가14 , 판례집 7-1, 307, 318-319 등 참조), 위에서 본 과잉금지원칙에 관한 판단에서와 본 것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실체적 내용이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고 있다 할 것이므로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다. 소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 적법절차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이정미의 반대의견이 있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범죄와 형벌은 입법부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 정하여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므로 아래와 같이 의견을 밝힌다.

가. 죄형법정주의의 의미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라는 말로 표현되는 죄형법정주의는 법치주의, 국민주권 및 권력분립의 원리에 입각한 것으로서 일차적으로 무엇이 범죄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가는 반드시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입법부가 제정한 성문의 법률로써 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이고, 헌법제12조 제1항 후단에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을 받지 아니한다.’ 라고 규정하여 죄형법정주의를 천명하고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법률”이란 입법부에서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의미하는 것임은 물론이다.그리고 현대국가의 사회적 기능증대와 사회현상의 복잡화에 따라 국민의 권리ㆍ의무에 관한 사항이라 하여 모두 입법부에서 제정한 법률만으로 다 정할 수는

없어 예외적으로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수 없다 하더라도 그러한 위임은 반드시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하여 행해져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고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위임을 한다면 이는 사실상 입법권을 백지위임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 의회입법의 원칙이나 법치주의를 부인하는 것이 되며, 특히 법률에 의한 처벌법규의 위임은, 헌법이 특별히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죄형법정주의와 적법절차를 규정하고, 법률에 의한 처벌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기본권보장 우위사상에 비추어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므로, 그 요건과 범위가 보다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처벌법규의 위임은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헌재 1998. 3. 26. 96헌가20 , 판례집 10-1, 213, 219-220).

나. 관련 선례

우리 재판소는, 단체협약에 위반한 자를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던 구 노동조합법 제46조의3에 대하여, 그 구성요건을 “단체협약에 …… 위반한 자”라고만 규정함으로써 범죄구성요건의 외피(外皮)만 설정하였을 뿐 구성요건의 실질적 내용을 직접 규정하지 아니하고 모두 단체협약에 위임하고 있어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적 요청인 “법률”주의에 위배된다고 판시한 바 있으며(헌재 1998. 3. 26. 96헌가20 , 판례집 10-1, 213, 220-222), “이 법과 이 법에 의한 명령 또는 정관에 위반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던 구 새마을금고법 제66조 제1항 제2호에 대해서도, “이 법과 이 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처벌규정 자체에서 범죄구성요건을 정하고 있지 아니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고 “정관”에 위반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형벌 구성요건의 실질적 내용을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지 아니하고 금고의 정관에 위임하고 있어 범죄와 형벌에 관하여는 입법부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써 정하여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2001. 1. 18. 99헌바112 , 판례집 13-1, 85, 94-96).

다.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 위반

(1)이 사건 법률조항은 ‘행정관청의 시정명령에 위반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형식적으로는 범죄의 구성요건을 법률이 정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어떠한 행위가 처벌되는 행위인지 법률이 전혀 규정한 바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행정관청의 시정명령 위반”이라는 범죄구성

요건의 외피(外皮)만 설정하였을 뿐, 구성요건의 실질적 내용에 관하여는 스스로 아무런 규정을 하지 않은 채 전적으로 행정관청에 위임하여 범죄구성요건의 실질적 알맹이, 즉 금지의 실질을 시정명령의 내용에 모두 내맡기고 있는 것이다. 행정관청이 시정명령을 발하기 전까지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는 아무것도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도 불구하고 노사 양측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그 협약의 내용을 이행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관청이 노사간에 체결된 단체협약 중 일부에 대해 시정을 명하면 비로소 그 시정명령의 대상이 된 단체협약의 이행은 금지되고 노사는 그 단체협약을 명령에 따라 시정하여야 하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범죄구성요건의 실질은 시정명령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범죄구성요건을 규정할 권한을 시정명령을 발하는 행정관청에 모두 넘겨준 것이나 다름없다.

(2)다수의견과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범죄구성요건을 형식적으로만 파악하여 “행정관청의 시정명령을 위반한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이고 이는 법률이 직접 규정하고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행정관청의 명령 내용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그 명령에 불응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는 전제에 선 것으로, 이는 법집행기관이 스스로 범죄의 구성요건을 정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죄형법정주의의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으며, 시정명령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경우 재판을 담당한 법원이 그 시정명령의 적법성을 먼저 판단하여 위법한 시정명령의 경우에는 그 시정명령을 위반하였더라도 무죄를 선고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죄형법정주의와 조화되지 않는다.

(3)한편 범죄구성요건과 처벌에 관해서도 위임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을 것이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에 있어서는 그러한 위임의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렵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목적은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내용 중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을 부인하고 노사 양측 모두에 대해 그 협약에 따른 이행을 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는 단체협약에 대해 그 내용을 시정하려는 것인바,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법령 조항들에 대하여 그것에 위반하는 단체협약은 효력이 없다거나 그 협약에 따른 이행이 금지된다는 뜻을 법률이 직접 규정하고 그에 위반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하였어야 할 것이다. 단체협약의 내용은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하며 시대적, 사회적 상황이나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노사 양

측의 조건 등에 따라 유동적이고 가변적일 수 있지만, 형사처벌을 통해 그 효력을 부인하고 시정을 강제하여야 할 단체협약의 내용 자체가 그와 같이 다양하고 광범위하다거나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4)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구성요건의 실질을 행정관청이 정하도록 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6. 재판관 송두환, 재판관 이정미의 반대의견

우리는 확정되지 않은 행정관청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가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시정명령의 이행을 강제하여 위법한 단체협약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제거하기 위한 것인바,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은 입법목적은 궁극적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법’이라 한다)의 목적, 즉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법 제1조)이라는 근본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 수단의 적정 여부

(1)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벌이라는 제재수단을 통해 시정명령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위법한 단체협약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제거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본 이 사건 법률조항의 궁극적인 목적, 즉 노동쟁의의 예방과 해결을 통한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연 위 입법목적의 달성에 적정한 수단을 규정한 것인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2)단체협약은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서로 합의한 약속으로서, 단체협약의 원만한 체결 및 이행은 노동쟁의의 예방 및 해결을 통한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요소이다.

물론, 단체협약의 내용 중에 위법한 내용이 포함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 위법성의 정도에 따라서는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을 부인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법한 내용이 포함된 단체협약이 체결되었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형벌을 통하여 시정을 강제해야 할 만큼 산업평화와 국민경제에 위협을 초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노사 간에 협상과 타협을 통해 어렵게 체결한 단체협약에 대하여 행정관청이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어서 형벌의 위협에 의하여 위 명령의 즉각적 이행이 강요된다면, 노사 양측은 충분한 협의와 토론에 앞서 당장 시정명령의 이행에만 급급하도록 내몰리게 되어, 결국 새로운 노동쟁의의 위험을 배태하게 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3)한편, 시정명령의 대상이 되는 단체협약 내용이 과연 위법한 것인지는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노사 양측 및 행정관청 등 3자 사이에 견해가 다를 수 있으며, 따라서 그 위법 여부는 종국적으로 사법기관(법원)의 규범적 판단에 의하여 확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이 사건의 당해사건에서 문제된 시정명령의 내용을 보면, 시정명령의 대상이 된 단체협약 22개 조항 중 20개 조항에 대한 시정명령 이유는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 단서(‘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권한으로 행하는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임용권의 행사 등 그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항은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에 위반된다는 것인바, 단체협약의 내용이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또는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는 일의적으로 명백하게 판단하기 어렵고, 종국적으로는 사법심사를 통해 판단되어야 할 사항이다.

나아가, 단체협약에 대한 행정관청의 시정명령은 성질상 행정청의 처분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기속되어야 하고, 그 처분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 역시 종국적으로 사법심사를 통해 가려질 것인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 시정명령의 불이행 자체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가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위 시정명령에 대한 사법심사의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4)이러한 점과 관련하여 법 제89조 제2호의 벌칙 규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즉, 법 제89조 제2호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에 위반한 자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바, 그 경우 ‘확정된 구제명령’에 대한 위반행위만을 처벌하는 것으로 규정한다(법 제89조 제2호, 제85조 제3항).

이는 ‘미확정’의 명령에 대한 불이행을 형사처벌하는 경우의 문제점을 인식한 결과라 할 것인바, 이 사건 법률조항을 위 법 제89조 제2호의 경우와 비교하면 수단의 부적절성을 쉽게 알 수 있다 할 것이다.

(5)이 점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시정명령의 적법 여부는 당해 형사사건 담당 법원의 선결문제 심사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고 있으나, 법원에 의하여 위법한 것으로 판단될 수도 있는 시정명령의 이행, 바꾸어 말하면 위법성이 아직 확정되기도 전인 단체협약의 시정을 형벌로써 서둘러 강제하여야 할 만큼 시급하고도 긴박한 필요성이 무엇인지 납득할 수 없다.

(6)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와 같이 그 위법 여부가 불명확 또는 불확정 상태에 있는 단체협약의 즉각 시정을 강요하고, 또한 사법심사 절차를 통한 불복 가능성이 있어 확정되지 아니한 시정명령의 이행을 형벌로써 강제하는 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정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 침해의 최소성 충족 여부

(1)행정형벌제도는 원칙적으로 행정명령에 대한 의무확보수단으로서 최후적이고 보충적인 것이어야 하므로, 행정명령의 불이행에 대하여 형벌을 과하는 것은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행정상의 의무이행확보는 결국 행정목적의 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그 제재수단도 가능하다면 형벌이 아닌 행정질서벌 등의 수단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헌재 1995. 3. 23. 92헌가14 , 판례집 7-1, 307, 320 참조).

헌법재판소는 위 92헌가14 사건에서,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행위를 처벌하는 구 노동조합법 제46조 중 ‘제42조의 규정에 의한 구제명령에 위반하거나’ 부분에 대하여 위헌 결정을 하면서, ‘미확정의 구제명령에 대한 신속한 이행확보는 기본권제한에 있어 형벌보다 덜 무거운 방법으로도 가능하다’, ‘구제명령의 이행을 즉시 강제할 필요성이 큰 경우에는 그 구제명령에 대하여 일단 법원의 심사를 거치게 한 후 법원으로부터 가집행명령과 같은 재판을 통해 즉시강제력을 부여받고 그러한 법원의 명령에 위반한 경우에 처벌하는 방법도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2)살피건대, 위법한 단체협약에 대한 시정명령의 이행은 굳이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형벌의 부과 방식이 아니더라도, 행정질서벌, 과징금 또는 이행강제금 등의 보다 덜 기본권침해적인 강제수단을 통해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이 점과 관련하여서는 법 제95조의 규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즉, 법 제95조는 법 제85조 제5항에 의한 법원의 명령(구제명령 이행명령)에 위반한 자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면서 ‘과태료’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일정한 사법심사를 거쳐 법원이 내린 명령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하여도 ‘과태료’ 부과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여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형벌 부과가 과도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할 것이다.

(3)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보다 덜 기본권침해적인 대체수단이 가능한데도 이를 모색하지 아니한 채 즉각 형벌이라는 수단을 동원하였다는 점에서 최소침해성의 원칙을 위반하였다 할 것이다.

라. 법익의 균형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단체협약을 시정하라는 행정관청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가하고 있는 것은, 단체협약의 적법성 보장이라는 가치만을 앞세워 노사의 자유로운 단체협약 체결 및 이행으로 인한 이익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법익의 균형성도 상실하였다.

마. 결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박한철 이정미

별지

[별지] 시정명령 목록

1.단체협약 제3조(협약의 우선) 제1항은 법령 또는 조례의 위임을 받아 규정되는 제 규칙, 규정보다 단체협약의 효력을 우선하여 인정한다는 것으로서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무원노조법’이라 함) 제10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2.단체협약 제10조(조합간부의 활동보장) 제3항은 임용권의 행사 등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비교섭사항(교섭금지 사항)에 해당하여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3.단체협약 제12조(시설편의 제공) 제1항은 노동조합 활동에 필요한 차량 또는 장비 등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상노동조합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제공하는 것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제81조 제4호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4.단체협약 제15조(회의 참관)는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비교섭 사항(교섭금지 사항)에 해당하여 공무원

노조법 제8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5.단체협약 제18조(인원 동원) 제1항 내지 제3항은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비교섭 사항(교섭금지 사항)에 해당하여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6.단체협약 제21조(기능직공무원 제도 개선)는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비교섭 사항(교섭금지 사항)에 해당하여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7.단체협약 제24조(비상식 민원에 대한 조치) 제3항은 임용권의 행사 등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비교섭 사항(교섭금지 사항)에 해당하여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8.단체협약 제35조(순환인사 실시) 제2항, 제3항, 제5항은 임용권자가 그 권한으로 행사하여야 하는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비교섭 사항(교섭금지 사항)에 해당하여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9.단체협약 제37조(인사위원회) 제1항 및 제2항은 임용권의 행사 등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비교섭 사항(교섭금지 사항)에 해당하여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10.단체협약 제38조(조직, 직제 개편시 협의)는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비교섭 사항(교섭금지 사항)에 해당하여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11.단체협약 제39조(다면평가제의 실질적 이행) 제1항 내지 제5항은 임용권의 행사 등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비교섭 사항(교섭금지 사항)에 해당하여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12.단체협약 제40조(직위공모제) 제1항 및 제2항은 임용권의 행사 등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비교섭 사항(교섭금지 사항)에 해당하여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13.단체협약 제41조(인사담당 등의 승진 제한)는 임용권의 행사 등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비교섭 사항

(교섭금지 사항)에 해당하여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14.단체협약 제43조(기능직의 차별 해소) 제1항은 임용권의 행사 등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비교섭 사항(교섭금지 사항)에 해당하여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15.단체협약 제44조(정원 조정) 제3항 및 제4항은 조직 및 정원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비교섭 사항(교섭금지 사항)에 해당하여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16.단체협약 제45조(총액인건비제) 제2항은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비교섭 사항(교섭금지 사항)에 해당하여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17.단체협약 제53조(부정부패 방지) 제4항은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비교섭 사항(교섭금지 사항)에 해당하여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18.단체협약 제54조(감사제도 개선) 제1항 및 제2항은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비교섭 사항(교섭금지 사항)에 해당하여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19.단체협약 제55조(각종 평가제 개선) 제1항 및 제2항은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비교섭 사항(교섭금지 사항)에 해당하여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20.단체협약 제56조(각종 위원회 운영)는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비교섭 사항(교섭금지 사항)에 해당하여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21.단체협약 제58조(사회단체 보조금)는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비교섭 사항(교섭금지 사항)에 해당하여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22.단체협약 제59조(부당한 구 업무이관 금지 등)는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비교섭 사항(교섭금지 사항)에 해당하여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적법하게 시정하시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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