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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2. 12. 27. 선고 2012헌마321 결정문 [재판취소 등]
[결정문] [전원재판부]
사건

2012헌마321 재판취소 등

청구인

○○분석센타 주식회사

대표이사 권○섭

대리인 변호사 김재경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2009. 11. 2. 법률 제9816호로 개정된 것) 제4조 제1항제5조 제1항제4조에 관한 부분,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에 관한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나머지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케미칼 주식회사(이하 ‘○○케미칼’이라 한다)에게 건물을 임대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케미칼이 임대차를 해지하고 청구인을 상대로

임대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본소를, 청구인이 위 계약과 관련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여, 2009. 6. 18. 제1심 판결[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08가합7382(본소), 2008가합470(반소)]이, 2011. 11. 11. 항소심 판결이 각각 선고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09나78377(본소), 2009나73884(반소)]. 대법원은 2012. 2. 23. 쌍방의 상고를 모두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는 판결[대법원 2011다106853(본소), 2011다106860(반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3) 청구인은 위 제1심, 항소심, 상고심 판결의 취소를 구하고, 민사소송법 제423조,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제5조 제1항제4조에 관한 부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2. 3. 29.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청구 중 민사소송법 제423조,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제5조 제1항제4조에 관한 부분을 살펴보면, 청구인은 자신의 상고에 대하여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판결을 한 것과 관련하여 그 근거가 된 법률조항들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취지이다. 그런데, 위 대법원 판결에 적용된 법률조항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의 위 각 조항일 뿐, 민사소송법 제423조는 직접 적용된 조항이 아니고, 청구인의 주장을 살펴보더라도 민사소송법 제423조에 고유한 위헌 사유를 주장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 부분과 관련한 심판대상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의 각 조항에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① 위 제1심, 항소심, 상고심 판결(이하 ‘이

사건 판결들’이라 한다), ②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2009. 11. 2. 법률 제9816호로 개정된 것, 이하 ‘특례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제5조 제1항제4조에 관한 부분(이하 ‘심리불속행 조항’이라 한다), ③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이하 ‘재판소원금지 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특례법 제5조 제1항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경우 밑줄친 부분에 한함)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 조항]

제4조(심리의 불속행) ① 대법원은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사유를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인정하면 더 나아가 심리(審理)를 하지 아니하고 판결로 상고를 기각(棄却)한다.

1. 원심판결(原審判決)이 헌법에 위반되거나, 헌법을 부당하게 해석한 경우

2. 원심판결이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 여부에 대하여 부당하게 판단한 경우

3. 원심판결이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하여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게 해석한 경우

4.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한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가 없거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5.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규정 외에 중대한 법령위반에 관한 사항이 있는 경우

6.「민사소송법」제424조 제1항 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규정된 사유가 있는 경

제5조(판결의 특례) ①제4조및「민사소송법」제429조 본문에 따른 판결에는 이유를 적지 아니할 수 있다.

제68조(청구사유) 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

[관련 조항]

제423조(상고이유) 상고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드는 때에만 할 수 있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가. 이 사건 판결들은 ‘재판의 내용을 다르게 하는 사항’에 관하여 판단하지 아니한 재판으로서, 헌법에 위반된 법령을 적용하여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법원은 사실인정 등 재판의 내용을 다르게 하는 사항에 대하여 재판을 하고 이유기재를 하여야 한다. 특례법 제4조 제1항은 사실인정 등 재판의 내용을 다르게 하는 사항을 상고이유에서 제외하여 심리를 속행하지 않고 바로 상고를 기각하도록 하고 있고,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은 상고를 기각할 때에는 판결에 그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재판청구권을 침해하

므로 위헌이다.

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는 재판에 대하여도 헌법소원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소원제도의 본질에 반하고,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다.

3. 판단

가. 이 사건 판결들에 대한 청구 부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판을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아니하고, 다만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대하여만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헌재 2002. 5. 30. 2001헌마781 , 판례집 14-1, 556, 562; 헌재 2012. 11. 29. 2011헌마194 등). 그런데 이 사건 판결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나. 심리불속행 조항에 대한 청구 부분

(1) 특례법 제4조 제1항의 위헌 여부

헌법재판소는 2007. 7. 26. 선고한 2006헌마551 등 결정에서 위 조항에 관하여 비록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약하고 있기는 하지만 3심제도와 대법원의 기능에 비추어 볼 때 헌법이 요구하는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존중하면서 민사, 가사, 행정 등 소송사건에 있어서 상고심재판을 받을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정함에 있어 개별적 사건에서의 권리구제보다 법령해석의 통일을 더 우위에 둔 규정으로서 그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로 위 조항이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는 취

지의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에서 종전 결정과 달리 판단하여야 할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으므로, 위 조항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2) 특례법 제5조 제1항제4조에 관한 부분의 위헌 여부

헌법재판소는 특례법 제4조에 의한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의 이유 기재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특례법 제5조 제1항제4조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여러 차례 합헌결정을 선고하였다(헌재 2007. 7. 26. 2006헌마551 , 판례집 19-2, 164, 181-182; 헌재 2012. 11. 29. 2012헌마664 등 참조).

“심리불속행제도는 남상고 사건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통하여 당사자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충실히 하기 위한 제도로서 그 입법취지 및 규정내용 등에 비추어 충분히 합리성이 인정된다. 이러한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여 특례법 제5조 제1항에서는 판결에 이유를 기재하여야 한다는 민사소송법 제208조의 특칙으로서 심리불속행 재판의 판결이유를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한편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에 이유를 기재한다고 해도, 당사자의 상고이유가 법률상의 상고이유를 실질적으로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만을 심리하는 심리불속행 재판의 성격 등에 비추어 현실적으로 특례법 제4조의 심리속행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정도의 이유기재에 그칠 수밖에 없고, 나아가 그 이상의 이유기재를 하게 하더라도 이는 법령해석의 통일을 주된 임무로 하는 상고심에 불필요한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으로서 심리불속행제도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특례법 제5조 제1항이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도 위 결정들과 달리 판단하여야 할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으므로, 심리불속행제도와 관련한 위 조항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재판소원금지 조항에 대한 청구 부분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조항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구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에 대하여 이미,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안에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헌재 1997. 12. 24. 96헌마172 등, 판례집 9-2, 842, 854-862 등 참조)을 선고하여 위헌 부분을 제거하면서 그 나머지 부분이 합헌임을 밝혔다.

재판소원금지 조항은 위헌 부분이 제거된 나머지 부분으로 이미 그 내용이 축소된 것이고, 이에 관하여는 이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선례들과 달리 판단하여야 할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으므로(헌재 2003. 3. 27. 2001헌마116 , 판례집 15-1, 298, 305-306; 헌재 2007. 11. 29. 2005헌바12 , 판례집 19-2, 559, 568; 헌재 2012. 11. 29. 2011헌마194 등 참조), 재판소원금지 조항이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였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심판청구 중 심리불속행 조항, 재판소원금지 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하고,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이 사건 심판청구 중 특례법 제5조 제1항제4조에 관한 부분에

관하여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창종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창종의 특례법 제5조 제1항제4조에 관한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심판대상 중 심리불속행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특례법 제4조 자체가 위헌이라고는 보지 않으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에 있어서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같은 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은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헌재 2007. 7. 26. 2006헌마551 등, 판례집 19-2, 164, 183-187; 헌재 2012. 11. 29. 2012헌마664 등 참조).

가.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에 있어서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특례법 제5조 제1항제4조에 관한 부분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에 대해서 그 이유를 전혀 기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판결이 과연 적정한 것이었는지, 혹시 상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을 누락하였거나 잘못 판단한 점은 없는지 등에 대해 살펴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으므로, 상고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더 이상 불복할 수 없는 최종적인 판결을 하면서 아무런 이유를 기재하지 않은 채 재판의 결론만을 알리고, 송달과 동시에 재판이 확정되었으니 그 결과에 대해 승복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일방적이고 권위주의적 권력관계를 기초로 한 과거의 전제군주 통치체제하에서라면 몰라도, 근대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재판 이념과는 부합하지 아니하며, 사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여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이 되는 사법제도의 존립 근거를 위협할 우려마저 없지 않다.

또한, 더 이상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 최종적인 판결에 있어서 이유의 기재를 전혀 아니함으로써 당사자의 주장에 대해 실질적으로 아무런 대답이 없는 재판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법치주의원리에 따른 재판의 본질에도 반한다.

특히, 심리불속행 판결에 대해서도 재심은 가능한 것이므로, 적어도 상고인이 판단유탈(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9호) 등 재심사유가 있는지 여부만이라도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이유 기재는 필요하다.

따라서 일체의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하여 재심청구권마저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명백한 재판청구권의 침해에 해당한다.

나. 한편, 심리불속행 판결에 이유를 기재하도록 하더라도, 심리불속행 기각이라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하면 되는 것이고(민사소송법 제208조 제2항), 그 기재내용도 본안의 당부를 반드시 세세하게 판단하라는 것이 아니라 심리불속행사유의 존부를 기초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빠뜨리지 않게 하는 정도일 것이므로, 그로 인하여 신속한 재판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다. 결국, 특례법 제5조 제1항제4조에 관한 부분은 근대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재판 이념과 부합하지 아니하며, 법치주의원리에 따른 재판의 본질에도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할 것이다.

2012. 12. 27.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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