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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6. 3. 31. 선고 2015헌가36 공보 [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 3조 제1항 위헌제청]
[공보234호 544~547]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제청법원이 재심개시결정 없이 형사처벌의 근거조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 경우, 그 형사처벌 근거조항이 재판의 전제성이 있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형사소송법 제420조,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4항 등에 의하면 재심은 반드시 법률에서 정한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청구할 수 있고, 재심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재심의 심판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재심의 청구가 이유 있는지 여부를 가려 이를 기각하거나 재심개시의 결정을 하여야 하며, 재심개시의 결정이 확정된 뒤에 비로소 법원은 재심대상인 사건에 대하여 그 심급에 따라 다시 심판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확정된 유죄판결에서 처벌의 근거가 된 법률조항은 재심의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에서는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고, 재심의 개시 결정 이후의 ‘본안사건에 대한 심판’에 있어서만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이 사건 제청법원은 당해사건인 재심사건에서 재심개시결정을 하지 아니한 채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위헌제청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

다만, 피고인이 재심대상사건의 재판절차에서 그처벌조항의 위헌성을 다툴 수 없는 규범적 장애가 있는 특수한 상황이었다면 예외적으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나, 이 사건의 경우에는 그러한 특수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강일원의 반대의견

이 사건과 같이 재심대상사건 판결이 확정된 뒤 처벌 근거조항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에도, 당사자는 관련 규정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있었다는 사유로 재심을 청구할 수 없고, 제청법원은 재심개시결정을 할 수 없으므로, 제청법원이 재심개시결정에 앞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더라도 헌법재판소는 본안판단을 해 주는 것이 옳다.

참조판례

헌재 2010. 11. 25. 2010헌가22 , 공보 170, 2023, 2025

헌재 2013. 3. 21. 2010헌바132 등, 판례집 25-1, 180, 196-197

당사자

제청법원인천지방법원

당해사건인천지방법원 2015재노45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

주문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각하한다.

이유

1. 사건개요

당해사건 피고인 권○현은 2003. 1. 29. 인천지방법원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협박)죄 등으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아 2003. 2. 6.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2002노2272). 위 피고인은 위 판결에 대하여 2015. 10. 5. 재심을 청구하였고, 같은 날 위 피고인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조항인 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1990. 12. 31. 법률 제4294호로 개정되고, 2006.3. 24. 법률 제78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다.

제청법원은 위 조항 중 ‘흉기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형법 제283조 제1항(협박)의 죄를 범한 자’에 관한 부분이 재판의 전제가 되고 헌법에 위반된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 2015. 11. 27.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법률(1990. 12. 31. 법률 제4294호로 개정되고, 2006. 3.24. 법률 제78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중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형법 제283조 제1항(협박)의 죄를 범한 자’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며,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3조 (집단적 폭행 등) ① 단체나 다중의 위력으로써 또는 단체나 집단을 가장하여 위력을 보임으로써 제2조 제1항에 열거된 죄를 범한 자 또는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그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관련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83조(협박, 존속협박) ①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제2조 (폭행 등) ①상습적으로 형법 제257조 제1항(상해), 제260조 제1항(폭행), 제276조 제1항(체포, 감금), 제283조 제1항(협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제324조(폭력에 의한 권리행사방해), 제350조(공갈) 또는 제366조(손괴)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3. 제청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이유

심판대상조항은 형법과 동일한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 법정형만 상향조정하여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상실하였고, 검사가 형법과 특별법 두 조항 중 어느 조항을 적용하여 기소하는지에따라 피고인에게 벌금형이 선고될 수있는지 여부, 징역형의 하한 기준이 달라지는 등 심각한 형의 불균형이 발생하여 평등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

4. 판 단

가. 직권으로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제청법원은 당해사건인 재심사건에서 재심개시결정을 하지 아니한 채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으므로, 재판의 전제성 인정 여부가 문제된다.

나. 형사소송법 제420조,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4항 등에 의하면 재심은 반드시 법률에서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청구할 수 있고, 재심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재심의 심판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재심의 청구가 이유 있는지 여부를 가려 이를 기각하거나 재심개시의 결정을 하여야 하며(형사소송법 제434조, 제435조), 재심개시의 결정이 확정된 뒤에 비로소 법원은 재심대상인 사건에 대하여 그 심급에 따라 다시 심판을 하게 된다(형사소송법 제438조). 즉 형사소송법은 재심의 절차를 ‘재심의 청구에 대한 심판’과 ‘본안사건에 대한 심판’이라는 두 단계 절차로 구별하고 있다.

따라서 확정된 유죄판결에서 처벌의 근거가 된 법률조항은 ‘재심의 청구에 대한 심판’ 즉, 재심의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에서는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고, 재심의 개시 결정이 확정된 이후의 ‘본안사건에 대한 심판’에 있어서만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므로, 재심의 개시결정 없이 위헌제청이 되거나 재심의 개시결정과 동시에 또는 그 이후에 위헌제청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재심의 개시결정이 상급심에서 취소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다만, 피고인이 재심대상사건의 재판절차에서 그 처벌조항의 위헌성을 다툴 수 없는 규범적 장애가 있는 특수한 상황이었다면, 피고인에게 그 재판절차에서 처벌의 근거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다투라고 요구하는 것은 규범상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에라도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여 예외적으로 위헌성을 다툴 수 있는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제9호와 같이 재심대상사건 재판절차에서 해당 긴급조치의 위헌성을 다툴 수 없었고, 더구나 긴급조치에 의한 수사와 재판이 종료한 지 30년도 더 지난 시점이어서 긴급조치 위반을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형사소송법 제420조가 정하고 있는 재심사유를 통해 재심을 개시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일반 형사재판에 대한 재심사건과 달리 예외적으로 형사재판 재심절차의 이원적 구조를 완화하여 재심개시여부에 관한 재판과 본안에 관한 재판 전체를 당해사건으로 보아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2013. 3. 21. 2010헌바132 등 참조).

다.살피건대, 제청법원은 당해사건인 재심사건에서 재심개시결정을 하지 아니한 채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위

헌제청을 하였으므로, 원칙적으로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다만, 이 사건에서 재판의 전제성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을지 문제되나, 당해사건의 피고인이 재심대상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다투기 어려운 장애가 있었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시점이 이미 오래 전이어서 형사소송법 제420조가 정하고 있는 재심사유를 통해 재심을 개시하기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사정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재심대상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처벌조항의 위헌성을 다툴 수 있었던 피고인이 이를 다투지 않고 유죄 판결이 확정된 뒤에 재심사유가 없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들어 재심을 통하여 확정된 유죄판결을 다투는 것을 허용하면 형사재판절차의 법적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을 예외적으로 형사재심절차의 이원적 구조를 완화하여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해야 할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

결국 재심개시결정이 없는 이 사건에서 심판대상조항은 원판결에 적용된 법률조항일 뿐 ‘재심의 청구에 대한 심판’에 적용되는 법률조항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5. 결 론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은 부적법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강일원의 반대의견이 있다.

6.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강일원의 반대의견

법정의견은 논리적으로는 흠이 없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가. 형사소송에서 적용된 처벌 근거조항이 위헌이라는 사유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는 형사소송법상 적법한 재심사유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재심대상사건 판결이 확정된 뒤 처벌 근거조항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선고되어 그 조항 역시 위헌임이 분명하게 된 경우에도, 당사자는 관련 규정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있었다는 사유로 재심을 청구할 수 없다. 한편, 이런 경우 이미 그 처벌 근거조항에 따라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았으므로, 청구기간이 지나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결국, 당사자는 누군가 이 처벌근거 조항에 대하여 적법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거나 그 조항에 대하여 법원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여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할 때까지 무기한 기다릴 수밖에 없다.

현행법 해석상 이런 결과가 부득이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에 실무상 다수의 하급심 법원에서 위와 같은 사정이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재심개시결정을 한 뒤 처벌 근거조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하급심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이 형식 논리에 따르면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재심이 개시되었음을 이유로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고 본안 판단을 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제청법원이 당해사건에 대하여 재심개시결정을 하지 않고 먼저 헌법재판소에 처벌 근거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제청법원으로서는 형사소송법상 재심개시결정을 할 근거가 없으므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아 이를 근거로 재심개시결정을 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을 무시하고 일단 재심개시결정을 하여 재판의 전제성 요건을 맞춰 놓고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지 않고, 재심개시결정 이전에 먼저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 제청법원의 태도가 잘못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재심개시결정 이전에 먼저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 것이 잘못이라면 재심사유 없이 재심개시결정을 하고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 것도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다. 당사자의 권리 구제를 위하여 법원이 먼저 법률적 장벽을 무시하고 위헌 결정을 구하는 것은 허용해 주면서, 헌법재판소 스스로 법률적 장애를 제거하고 위헌 결정을 해달라는 청구는 불허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재심대상사건 재판절차에서 처벌 근거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다툴 수 없는 규범적 장애가 있는 특수한 상황이 있던 경우에는 재심개시여부에 관한 재판과 본안에 관한 재판 전체를 당해사건으로 보아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한 바 있다(헌재 2013. 3. 21. 2010헌바132 등 참조). 법원이 재심사유가 없는데도 재심개시결정을 하고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 경우,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선례의 법리를 확대 적용하여 본안 판단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심사유는 없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처벌 근거조항이 위헌임이 분명해졌음을 이유로 법원이 재심개시결정에 앞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 경우에도 헌법재판소는 본안 판단을 해 주는 것이 옳다.

나.위헌법률심판사건에서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는지 여부는 제청법원의 견해를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며, 재판의 전제와 관련된 법원의 견해가 명백히 유지될 수 없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이를

부인할 수 있다(헌재 1993. 12. 23. 93헌가2 ; 헌재 2010.9. 30. 2008헌가3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제청법원은 당해사건의 재심대상판결에서 피고인에게 적용된 처벌 근거조항이 위헌이 될 경우 재심의 소가 적법하고 재심사유가 인정되는 이상 위 조항의 위헌 여부가 당해사건 재판의 주문에 영향을 미치므로 당해사건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판단하였다. 위에서 본 것처럼 제청법원의 이러한 견해가 명백히 유지될 수 없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법률에 대한 위헌 선언은 헌법재판소만 할 수 있다. 법원이 먼저 형사소송법의 장애를 부수고 오는 경우에만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주고 법률적 장애도 함께 제거하여 달라는 제청신청을 각하하는 것은 위헌법률심사를 전담하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취할 태도는 아니다.

재판관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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