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5헌마915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3 제1항 위헌확인
청구인
오○진
국선대리인 변호사 정광현
선고일
2016.07.28
주문
장애인복지법(2012. 1. 26. 법률 제11240호로 개정된 것) 제59조의3 제1항 중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성폭력범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3. 11. 22.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등으로 징역 8월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3고단3117). 이에 항소하였으나 기각되었고(서울남부지방법원 2013노2086), 상고하였으나 2015. 6. 11. 상고 기각되어(대법원 2014도5659) 위 제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 청구인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죄 등으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은 그 집행이 유예된 날 등으로부터 10년 동안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하거나 장애인복지시설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한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3 제1항이 자신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5. 9. 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3 제1항을 심판대상으로 구하고 있으나, 그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성폭력범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에 해당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을 그와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함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은 장애인복지법(2012. 1. 26. 법률 제11240호로 개정된 것) 제59조의3 제1항 중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성폭력범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59조의3(성범죄자의 취업제한 등) ① 성범죄(「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성폭력범죄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따른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말한다. 이하 같다)로 형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은 그 형 또는 치료감호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유예·면제된 날부터 10년 동안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하거나 장애인
복지시설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성폭력범죄를 범한 자가 장애인들을 직접 대면하지 않은 채 하는 단순 사무처리 등에 종사하는 것까지도 전면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점, 취업제한에서 형의 경중이나 비난가능성을 판단하지 않는 점 등에서 침해최소성에 위반되며, 성범죄 예방이라는 공익만을 내세워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까지 10년 동안 취업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법익의 균형성에도 반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장애인 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에 비해 성폭력범죄를 범한 사람을 불합리하게 자의적으로 취급함으로써 평등권을 침해한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법관이 판단할 재량을 인정하지 않고, 판결 확정이 늦어지면 취업제한 기간의 종료시기도 늦어진다는 점에서 항소와 상고를 어렵게 하므로,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 이외에도 근로의 권리,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인격권을 침해하고,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취업제한을 명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직접적으로 제한받는 기본권은 직업선택의 자유이므로,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이상 청구인이 주장하는 나머지 기본권들을 별도로 판단하지 않고, 취업제한은 형벌이 아니므로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반여부는 문제되지 아니한다.
(3) 청구인은 판결확정이 늦어질 경우 취업제한 기간의 종료시기도 늦어져 항소 및 상고를 하는데 주저하게 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제한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적 문제에 불과하여 재판청구권의 제한과는 무관하다.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법관의 판단을 배제함으로써 일률적인 제한으로 귀결되는 문제를 제기하는바, 이는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는 취지이므로 후술하는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침해여부에서 함께 다루기로 한다.
나. 제한되는 기본권과 심사기준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개인이 원하는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좁은 의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그가 선택한 직업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특례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에 따른 성폭력범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자에 대하여 그 집행이 종료, 유예 또는 면제(이하 ‘종료’라고만 한다)된 때부터 10년간 아동복지시설을 운영할 수 없도록 하거나, 위 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
직업의 자유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등 정당하고 중요한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될 수 있지만, 좁은 의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인격발현에 대한 침해의 효과가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보다 일반적으로 크기 때문에 전자에 대한 제한은 후자에 대한 제한보다 더 엄격한 제약을 받는다(헌재 2010. 5. 27. 2008헌바110 ; 헌재 2016. 3. 31. 2013헌마585 등 참조).
다.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성폭력특례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성폭력범죄자에 대하여 일정기간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하거나 그 기관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여 장애인과의 접촉을 차단함으로써, 장애인을 잠재적 성범죄로부터 보호하는 동시에, 장애인복지시설의 윤리성과 신뢰성을 높여 장애인 및 그 보호자가 이들 기관을 믿고 이용하거나 따를 수 있도록 하려는 입법목적을 지니는바,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다(헌재 2016. 3. 31. 2013헌마585 등 참조).
위와 같은 성범죄자에 대하여 일정기간 장애인복지시설에 취업제한을 하는 것은 위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2) 침해의 최소성
성폭력특례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성폭력범죄자에 대하여 일정기간 장애인복지시설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라고 하
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위와 같은 성범죄 전과자를 배제하여 장애인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인데, 이는 위와 같은 성범죄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이 다시 성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전제 하에 취업제한의 제재를 예외 없이 관철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위 성범죄 전력자가 장애인을 대상으로 동종범죄를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범죄 전력만으로 그가 장래에 동일한 유형의 범죄를 다시 저지를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므로, 어떠한 예외도 없이 재범가능성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나) 재범의 위험성이 사라졌거나 현저히 낮아졌음이 입증된다면, 단지 그가 성범죄 전력자라는 이유만으로 계속해서 장애인복지시설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성범죄 전력자라고 하더라도 재범의 위험성은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재범의 위험성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까지 이와 같은 성범죄 전력만을 가지고 취업제한을 한다면 이는 기본권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성범죄 전력에 기초하여 어떠한 예외도 없이 그 대상자의 재범 위험성을 당연시할 뿐 아니라, 형의 집행이 종료된 때로부터 10년이 경과하기 전에는 결코 재범의 위험성이 소멸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성범죄 전력만으로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간주하고 일률적으로 장애인복지시설에 10년간 취업제한을 하는 것은 지나친 기본권 제한에 해당한다(헌재 2016. 3. 31. 2013헌마585 등 참조).
다) 설령 위와 같은 성범죄자에 대하여 재범의 위험성에 관계없이 일정기간 장애인복지시설에 취업제한을 하는 결격제도가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범죄행위의 유형
이나 구체적 태양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일군의 위와 같은 성범죄를 저지른 자 전부에 대해서 동일한 취업제한 기간을 두는 것은 구체적 타당성에도 반한다.
성범죄를 저지른 자들이라 하더라도 개별 범죄의 경중에는 차이가 있고, 이는 재범의 위험성도 마찬가지이다. 범죄의 경중과 그와 연관된 재범의 위험성을 가늠하지 않고 동일한 취업제한의 제재를 가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각 행위의 죄질에 따른 상이한 제재의 필요성을 간과한 것이며, 특히 그 중에서도 범행의 정도가 가볍고 재범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자에게까지 10년 동안 일률적인 취업제한을 부과하는 것은 그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다.
형벌 등 범죄에 대한 제재와는 달리, 법률상 결격사유에서는 동종의 위와 같은 성범죄를 범하였다면 범죄의 경중에 관계없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법률상 결격사유를 정함에 있어서도 범죄의 경중이나 재범의 위험성에 차등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며, 현재 우리 실정법에서 법률상 결격사유를 규정하는 통상적인 규정 방식도 그와 다르지 않다. 범죄의 경중이나 재범의 위험성에 관한 개별적 판단 없이 일률적으로 일정기간에 걸쳐 취업 등을 차단하는 것은 죄질이 가볍고 재범의 위험성이 적은 자에 대한 지나친 기본권 침해가 될 수 있다.
라) 이상에서 언급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성범죄 전과자의 취업제한을 하기에 앞서, 그러한 대상자들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 만약 있다면 어느 정도로 취업제한을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심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 심사의 세부적 절차와 심사권자 등에 관해서는 추후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10년이라는 현행 취업제한기간을 기간의 상한으로 두고 법
관이 대상자의 취업제한기간을 개별적으로 심사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헌재 2016. 3. 31. 2013헌마585 등 참조). 독일의 입법례는 취업제한을 성범죄자로 한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지만, 취업제한을 위해 법관의 판단절차를 요구하고 있어서 참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오직 성폭력특례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성폭력범죄 전과에 기초해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일률적으로 취업제한의 제재를 부과하며, 이 기간 내에는 취업제한 대상자가 그러한 제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어떠한 기회도 존재하지 않는 점, 재범의 위험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대처가 필요하다 해도 이 위험의 경중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힘들다.
(3)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장애인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장애인복지시설의 윤리성과 신뢰성을 높여 장애인 및 그 관계자들이 이 기관을 믿고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익이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의 경중이나 재범의 위험성 여부를 떠나 형 집행이 종료된 때로부터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취업제한을 함으로써 그것이 달성하려는 공익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성범죄 전과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반된다.
(4) 소결론
이상과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 중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