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헌재 2018. 3. 29. 선고 2016헌바468 판례집 [구 신탁법 제31조 제1항 위헌소원]
[판례집30권 1집 447~456]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하거나 이에 관하여 권리를 취득하는 것을 금지한 구 신탁법(1961. 12. 30. 법률 제900호로 제정되고, 2011. 7. 25. 법률 제10924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1항 본문 중 구 신탁업법(1998. 1. 13. 법률 제5502호로 개정되고, 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2조의 ‘신탁회사’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제정된 것) 제8조 제7항의 ‘신탁업자’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심판대상조항은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가 부담하는 고도의 주의의무와 권한남용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와 수익자의 이해가 충돌할 수 있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의 권리남용을 방지하고 신탁의 이익을 향유하는 주체인 수익자를 보호하며, 나아가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의 건전한 경영을 기하고 신탁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수익자가 승인하거나 신탁행위로 허용한 경우 수탁자의 이익상반행위를 허용하는 방법만으로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관련 법령에서는 필요한 경우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할 수 있는 일정한 예외를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문

구 신탁법(1961. 12. 30. 법률 제900호로 제정되고, 2011. 7. 25. 법률 제10924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수탁자의 권리취득의 제한) ① 수탁자는 누구의 명의로 하든지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하거나 이에 관하여 권리를 취득하지 못한다.

② 생략

구 신탁업법(1998. 1. 13. 법률 제5502호로 개정되고, 2007. 8. 3. 법률 제863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2조(신탁회사의 운영) 대한민국 내에서 신탁을 업으로 하는 회사(이하 신탁회사라 한다)는 이 법과 이 법에 의하여 발하는 명령에 의하여 운영되어야 한다.

⑦ 이 법에서 “신탁업자”란 금융투자업자 중 신탁업을 영위하는 자를 말한다.

참조판례

헌재 2001. 5. 31. 99헌가18 등, 판례집 13-1, 1017, 1084

헌재 2011. 8. 30. 2008헌마477 , 공보 179, 1311, 1315

당사자

청 구 인주식회사 ○○신탁대표이사 김○석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담당변호사 박주봉 외 4인

당해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09872 손해배상(기)

이유

1. 사건개요

가. 주식회사 ○○(이하 ‘이 사건 시행사’라 한다)는 전주시 완산구 ○○동 ○○가 ○○ 일대 토지(이하 ‘이 사건 사업부지’라 한다) 위에 ○○ 아파트를 신축·분양하는 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을 시행하기 위하여 2005년 전주시장으로부터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회사이고, 청구인은 이 사건 시행사 및 ○○산업 주식회사(이하 ‘○○산업’이라 한다)와 사이에 분양형 토지신탁 사업약정을 체결한 신탁회사(신탁업자)이다.

나.청구인, 이 사건 시행사 및 ○○산업은 2006. 10. 23. 이 사건 사업에 관하여 분양형 토지신탁 방식에 의한 건물신축 및 분양을 목적으로 하는 토지신탁 사업약정(이하 ‘이 사건 사업약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또한, 청구인은 2006. 11. 23. 이 사건 시행사와 사이에, 이 사건 시행사를 위탁자 및 수익자로 하고, 청구인을 수탁자로 하는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신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내용은 청구인이 건물건축 및 신탁사무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신탁재산으로 충당하거나, 이 사건 시행사 및 수익자의 부담으로 하여 차입할 수 있고 이 경우 자금차입은 이 사건 시행사 또는 청구인 명의의 차입과 청구인의 고유계정으로부터의 차입을 포함하며(이 사건 신탁계약 제4조 제1항), 위 자금차입에 따른 차입금액, 상환기간 및 조건 등은 청구인이 결정하고, 필요시 청구인은 이 사건 시행사와 협의한다는 것이다(이 사건 신탁계약 제4조 제4항).

다. □□유한회사(이하 ‘□□’이라 한다)는 2016. 10. 23.경 이 사건 시행사에게 440억 원을 대여하였고, 그 후 △△저축은행은 70억 원, ▽▽저축은행은 30억 원을 각 이 사건 시행사에게 대여하였으며, 이 사건 시행사는 이와 같이 대출받은 540억 원으로 이 사건 사업부지 대부분을 매입한 후 이를 청구인에게 신탁하였다. 이 사건 시행사는 2006. 10. 23. □□에게 위 대출금의 담보를 위하여 이 사건 신탁계약에 따라 이 사건 시행사가 청구인에 대하여 취득한 수익권에 대하여 채권최고액 572억 원으로 된 1순위 근질권을 설정하여 주었고, 청구인은 위 근질권 설정에 동의하였다.

라. □□은 이 사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설립된 일종의 특수목적법인으로서 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매 1개월 단위로 유동화 기업어음을 발행하여 오다가, 2009. 5. 25. 기업어음의 차환발행을 중단하였으나, 이 사건 시행사가 대출원리금을 상환하지 않자, 2009. 5. 25. 주식회사 ××은행(이하 ‘××은행’이라 한다)으로부터 마지막 기업어음의 상환자금 440억 원을 차입하였다.

마. 청구인은 이 사건 사업약정 및 신탁계약에 따라 2007. 8. 1.부터 2011. 8. 19.까지 외부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하여 고유계정에 보관 중이던 금전 485,498,711,140원(이하 ‘이 사건 대여금’이라 한다)을 신탁계정으로 대여한 후, 위 기간 동안 이자 명목으로 신탁계정으로부터 14,192,168,550원을 수취하고, 그 중 10,335,581,897원을외부 금융기관에 이 사건 대여금에 대한 이자로 지급하였다.

바. ××은행은, 2016. 2. 24. 청구인이 이 사건 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외부에서 자금을 차입하여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자금을 대여하면서 신탁재산으로부터 외부차입비용에 해당하는 조달이자 외에 가산이자를 수취한 것이 구 신탁법 제31조 제1항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신탁계정에 대한 수익권에 관한 근질권을 보유한 □□을 대위하여 청구인을 상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3,856,586,653원(=수취이자14,192,168,550원-조달이자10,335,581,897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09872).

사. 청구인은 제1심 계속 중, 구 신탁법 제31조 제1항이 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6. 11. 18. 위 신청이 기각되고, 같은 날 원고인 ××은행의 청구가 대부분 인용되는 판결이 선고되자, 2016. 12. 28. 위 법률조항에 대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구 신탁법 제31조 제1항 전체에 대하여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다. 구 신탁법 제31조 제1항의 ‘수탁자’는 일반적인 수탁자와 신탁 자체를 영업으로 하는 구 신탁업법 제2조의 신탁회사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 제8조 제7항의 신탁업자로 구분되는데, 청구인은 신탁을 업으로 영위하는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에 해당한다.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에게는 신탁에 관한 일반 법률인 신탁법 이외에, 신탁업에 관한 특별규정인 구 신탁업법자본시장법이 함께 적용된다. 그런데 신탁회사에 적용되었던 구 신탁업법 제12조 제1항에 따르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할 수 있도록 예외를 규정한 구 신탁법 제31조 제1항 단서는 신탁회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구 신탁업법이 폐지되고 신탁업에 관한 규율내용을 이어받은 구 자본시장법(2011. 7. 25. 법률 제109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4조에서도 구 신탁업법 제12조 제1항 내용을 그대로 이어

받아, 신탁업자에게 구 신탁법 제31조 제1항 단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였다. 이에 청구인에게 적용되지 않는 구 신탁법 제31조 제1항 단서는 심판대상에서 제외한다.

또한, 청구인은 신탁을 업으로 영위하는 구 신탁업법 제2조의 신탁회사 및 자본시장법 제8조 제7항의 신탁업자이고, 구 신탁법 제31조 제1항 본문 중 당해 사건에 적용되는 부분 역시 구 신탁업법 제2조의 신탁회사 및 자본시장법 제8조 제7항의 신탁업자에 관한 부분이므로, 심판대상을 해당 부분으로 한정한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31조(수탁자의 권리취득의 제한) ① 수탁자는 누구의 명의로 하든지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하거나 이에 관하여 권리를 취득하지 못한다.

[관련조항]

제2조(신탁회사의 운영) 대한민국 내에서 신탁을 업으로 하는 회사(이하 신탁회사라 한다)는 이 법과 이 법에 의하여 발하는 명령에 의하여 운영되어야 한다.

제8조(금융투자업자) ⑦ 이 법에서 “신탁업자”란 금융투자업자 중 신탁업을 영위하는 자를 말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은, 수익자가 승인하거나 신탁행위로 허용한 경우 수탁자의 이익상반행위를 허용하는 방식과 같이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면서 수

탁자의 영업의 자유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적 수단이 존재함에도, 그 예외를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하여 수탁자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 현행 신탁법은 2011. 7. 25. 전부개정을 통해, ‘신탁행위로 허용한 경우’에는 신탁재산과 고유재산 간의 거래를 허용하였는데(신탁법 제34조 제2항 제1호), 이는 심판대상조항의 예외사유가 매우 한정적이어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한 반성적인 조치이다.

나.심판대상조항은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하거나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오로지 법원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그와 같은 행위를 허용하여 수탁자와 신탁자 사이의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적자치원칙에 위반된다.

4. 판 단

가. 쟁점의 정리

심판대상조항은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가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하거나 이에 관하여 권리를 취득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 내용은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가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하거나 이에 관하여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것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는 헌법 제15조의 직업의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영업의 자유를,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가 수탁자와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하거나 이에 관하여 권리를 취득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신탁계약 체결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는 헌법 제10조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에서 도출되는 계약의 자유를 각 제한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하나의 규제로 인해 여러 기본권이 동시에 제약을 받는 기본권 경합의 경우에는 기본권 제한을 주장하는 의도 및 입법자의 객관적 동기 등을 참작하여 사안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고 침해의 정도가 큰 주된 기본권을 중심으로 해서 제한의 한계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헌재 2011. 8. 30. 2008헌마477 참조). 심판대상조항의 주된 취지는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가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하거나 이에 관하여 권리를 취득하는 행위 자체를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고, 그러한 내용의 신탁계약 체결이 제한되는 것은 이와 같은 영업의 자유가 제한됨으로 인한 부수적인 결과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영업의 자유가 보다 밀접하고 침해의 정도가 더 큰 기본권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를 중심으로 침해 여부를 살펴본다.

한편,청구인은심판대상조항이사적자치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사적자치원칙이란 인간의 자기결정 및 자기책임원칙에서 유래된 기본원칙으

로서, 계약의 자유·소유권의 자유·결사의 자유·유언의 자유및 영업의 자유를 그 구성요소로 하고 있는데(헌재 2001.5. 31. 99헌가18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사적자치원칙의 구체적인 구성요소 중 하나인 영업의 자유 침해여부에 관하여 살펴보므로, 사적자치원칙에 대하여는 별도로 살피지 않는다.

나.심판대상조항이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가 부담하는 고도의 주의의무와 권한남용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와 수익자의 이해가 충돌할 수 있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의 권리남용을 방지하고 신탁의 이익을 향유하는 주체인 수익자를 보호하며, 나아가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의 건전한 경영을 기하고 신탁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가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하거나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와 수익자의 이익이 충돌할 수 있고,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에게 고유재산과 신탁재산 간의 거래를 허용하는 경우 특정 신탁재산의 운용 결과가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의 고유계정의 건전성,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의 존폐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신탁업 시장 자체의 신뢰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에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가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하거나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유효하고도 적합한 수단이다.

(2) 침해의 최소성

신탁에서는 특정한 재산의 소유권이 위탁자에게서 수탁자로 이전되어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가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의 귀속주체로서 일정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부동산신탁의 경우 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게 되면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된다. 이와 같이 신탁의 효력으로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되는 결과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는 대내외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한 관리권을 갖기 때문에, 수익자의 이익과 수탁자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 수탁자는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여 수익자의 이익을 희생하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할 유인이 있다.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자신에게 임의매각하거나, 경매절차에서 매각허가결정을 받아 취득하는 등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에 귀속시키거나 또는 신탁재산에 대하여 저당권을 비롯한 담보물권, 임차권 등의 권리를 취득하는 것은 수탁자와 수익자의 이익이 충

돌하는 대표적인 경우로, 이를 사전적으로 금지하여 수탁자의 권한남용을 막고 수익자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

특히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는 일정 금액 이상의 자기자본과 신탁의 인수를 업으로 수행하기에 충분한 인력과 전산설비 등 물적 설비를 갖추고 있는 신탁사무관리의 전문가로서, 수익자에 대하여 고도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나아가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는 신탁계약을 체결하려는 위탁자에 비하여 규모, 보유정보 및 신용도에서의 우위를 점하고, 사업을 지속적·종합적으로 계획·운영하면서 다수의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는 이러한 우위를 바탕으로 수익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수익자의 동의를 얻거나, 그와 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에게 유리하게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하거나 이에 관하여 권리를 취득할 위험성이 존재한다.

구 신탁업법 제12조 제1항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할 수 있도록 예외를 규정한 구 신탁법 제31조 제1항 단서를 신탁회사에게는 적용하지 않도록 하였고, 구 자본시장법(2011. 7. 25. 법률 제109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4조에서도 신탁회사에 관한 구 신탁업법 제12조 제1항 내용을 그대로 이어받아, 신탁업자에게 구 신탁법 제31조 제1항 단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였다. 이처럼 구 신탁업법자본시장법구 신탁법 제31조 제1항 단서를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에게 적용하지 않도록 한 것은,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가 부담하는 고도의 주의의무와 권한남용의 위험성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수익자의 동의를 얻은 경우나 신탁계약 등으로 허용한 경우에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에게 신탁재산의 고유재산화 등의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법만으로는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의 권한남용을 막고 수익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한편,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에게 고유재산과 신탁재산 간의 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신탁업자의 건전한 경영을 기하고 나아가 신탁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측면도 있다(구 신탁업법 제1조, 자본시장법 제1조 참조).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에게 고유재산과 신탁재산 간의 거래를 허용하는 경우 특정 신탁재산의 운용 결과가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의 고유계정의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특히 해당 신탁사업의 운용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 고유계정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가 신탁

계약을 맺고 있는 다른 자들에 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신탁업 시장 자체의 신뢰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이 사건에서 문제된 부동산신탁회사(신탁업자)에게 고유재산과 신탁재산 간의 거래가 허용될 경우, 시장가치가 떨어진 미분양 물건을 신탁업자가 취득하여 고유계정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또한,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자금대여가 허용되면 부동산 시장 악화 시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가 신탁계정으로부터 원리금을 상환받지 못해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 자체의 존폐위기로까지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에도 수익자의 동의를 얻은 경우나 신탁계약 등으로 허용한 경우에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에게 신탁재산의 고유재산화 등의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법만으로는 신탁업자의 건전한 경영을 기하고 나아가 신탁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구 신탁업법 제12조 제2항은 금전신탁을 행하는 신탁회사가 수익자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할 수 있도록 일정한 예외를 마련하고 있고, 자본시장법 제104조 제2항 제1호에서도 이와 비슷한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자본시장법은 신탁업자가 원칙적으로 신탁의 계산으로 그 신탁업자의 고유재산으로부터 금전을 차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나(제105조 제2항), 위 법률조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06조 제4항에서는 부동산신탁업자가 신탁의 계산으로 그 신탁업자의 고유재산으로부터 금전을 차입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 등을 열거하고 있다.

한편, 2011년 신탁법 개정 시 신탁법 제34조 제2항은 신탁행위로 허용한 경우(제1호), 수익자에게 그 행위에 관련된 사실을 고지하고 수익자의 승인을 받은 경우(제2호)에는 신탁재산의 고유재산화 등의 이익상반행위를 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 그러나 이는 구 신탁법 하에서 문제되어 온 수탁자인 은행이 신탁재산을 자신에게 예치하여 은행계정으로 하는 자기예치(자행예금)의 유효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별도의 입법적 고려에서 나온 것이지, 기존의 입법이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나온 조치라고 볼 수 없다. 또한, 2011년 신탁법 개정 후에도 자본시장법 제104조 제1항은 신탁행위로 허용하거나, 수익자의 승인을 받은 경우 예외적으로 신탁재산의 고유재산화 등 이익상반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한 신탁법 제34조 제2항을 신탁업자에게는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하더라도 신탁법의 개정이 청구인과 같은 신탁업자에게 적용되는 심판대상조항의 예외사유가 매우 한정적이었다는 점에 대한 반성적인 조치로 이루어진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었다.

(3)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의 권리남용을 방지하고 신탁의 이익을 향유하는 주체인 수익자를 보호하며,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의 건전한 경영을 보장하고 나아가 신탁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중대하다. 이를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가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하거나 이에 관하여 권리를 취득하는 것이 금지되는 등으로 영업의 자유에 일정한 제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이 제한되는 사익이 위 공익보다 더 중대하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갖추었다.

(4)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신탁회사 및 신탁업자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이진성 김이수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이선애 유남석

arrow
본문참조조문
판례관련자료
유사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