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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7. 7. 16. 선고 93헌마239 결정문 [청원처리 위헌확인]
[결정문]
청구인

송 ○ 섭

대리인 변호사 임 채 균

피청구인

법원행정처장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1993. 8. 16. 대법원장에게 “동성동본 혈족 남녀의 혼인신고는 민법 제809조(동성혼 등의 금지)의 위반이 있으므로 민법 제813조(혼인신고의 심사)의 수리할 대상이 아니어서 호적공무원은 이를 받아 주어서는 아니된다”라는 대법원의 견해는 법리상 모순이 있으므로 이와 같은 견해를 시정하여 달라고 청원을 하였는바, 이에 대하여 법원행정처장은 1993. 8. 28. 동성동본 혈족간의 혼인은 그 실체적 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것으로 무효이므로 그러한 혼인신고는 수리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며 수리되었다 하더라도 모두 무효로 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라는 취지로 청구인의 청원에 대한 심사결과를 통보하자, 청구인은 1993. 8. 31. 대법원장에게 다시 청원을 하였으나 대법원 법정국장은 1993. 9. 7. 청구인의 청원은 이중청원이고 이미 청원인(청구인)에게 심사결과를 통지하여 준 내용 이외에 달리 통지할 내용이 없다라는 취지의 답신을 하였다.

나. 한편 청구인은 동성동본인 혈족사이의 남녀간에 혼인을 하고 혼인신고를 하여오는 경우에는 그 혼인이 무효의 사유(민법 제815조 참조)에 해당되지 않는 한 호적공무원은 이를 일단 수리하여야 하고 그 취소여부는 필요한 경우에만 사후에 재판상 혼인취소소송에 의하여 다루도록 하여야지, 혼인신고에 취소사유가 있다고 하여 처음부터 혼인신고의 수리를 거부하는 것은 현행법의 해석적용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므로 시정을 하여야 함이 마땅한데도 이에 부응하지 아니한 공권력의 행사인 대법원의 청원심사 결과의 통지는 청구인의 청원에 대한 성실하고 공정한 처리라고 할 수 없어, 헌법상 청구인에게 보장된 청원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1993. 10. 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2 판 단

가. 헌법 제26조청원법규정에 의할 때 헌법상 보장된 청원권은 공권력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이해관계, 의견, 희망 등에 관하여 적법한 청원을 한 모든 국민에게, 국가기관이(그 주관관서가) 청원을 수리할 뿐만 아니라, 이를 심사하여, 청원자에게 적어도 그 처리결과를 통지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러나 청원권의 보호범위에는 청원사항의 처리결과에 심판서나 재결서에 준하여 이유를 명시할 것까지를 요구하는 것은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이면 누구든지 널리 제기할 수 있는 민중적 청원제도는 재판청구권 기타 준사법적 구제청구와는 완전히 성질을 달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청원소관관서는 청원법이 정하는 절차와 범위내에서 청원사항을 성실·공정·신속히 심사하고 청원인에게 그 청원을 어떻게 처리하였거나 처리하려 하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결과통지함으로써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적법한 청원에 대하여 국가기관이 수리, 심사하여 그 처리결과를 청원인 등에게 통지하였다면 이로써 당해국가기관은 헌법청원법상의 의무이행을 필한 것이라 할 것이고, 비록 그 처리내용이 청원인 등이 기대하는 바에 미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 내지 불행사라고는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 1994. 2. 24. 선고, 93헌마213 ·214·215(병합) 결정 참조〕.

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은 1993. 8. 16. 대법원장에게 동성동본인 혈족사이의 남녀간에 혼인을 하고 혼인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혼인이 무효의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한 호적공무원은 이를 일단 수리하여야 하고 그 취소여부는 필요한 경우에만 후에 재판상 혼인취소소송에 의하여 다루도록 하여야지 혼인신고에 취소사유가 있다고 하여 처음부터 혼인신고의 수리를 거부하는 것은 현행법의 해석적용을 잘못하는 것임으로 대법원의 기존해석 즉, 동성동본 혈족 남녀의 혼인신고는 민법 제809조(동성혼 등의 금지)의 위반이 있으므로 민법 제813조(혼인신고의 심사)의 수리할 대상이 아니어서 호적공무원은 이를 받아주어서는 아니된다라는 견해를 시정해 줄 것을 청원하였던바, 법원행정처장은 같은 달 28. 청구인에게 “우리나라 민법상 혼인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사의 합치가 있고 동성동본의 혈족관계가 없는 것 등의 일정한 실체적 요건과 혼인신고라는 절차적 요건이 함께 구비되어야 유효하게 성립하는 것으로(민법 제812조 제1항), 위와 같은 실체적 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혼인은 그 신고가 있더라도 유효한 혼인이 될 수가 없는 것이므로 그러한 혼인신고는 수리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며, 수리되었다 하더라도 모두 무효로 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민법은 실체적 요건의 흠결로 무효로 되어야 할 혼인신고가 어떠한 경위에 의하였던 간에 일단 수리된 경우에는 혼인이 재산상 법률행위와는 그 성질이 다른 신분상 법률행위라는 점을 고려하고 혼인이라는 신분관계가 일단 호적부에 공시됨으로써 이루어진 신분관계를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일정한 경우(민법 제816조)에는 무효로 하지 않고 취소할 수만 있도록 규정한 것에 불과한 것이며, 또한 이는 어디까지나 신고가 수리된 이후에 위와 같은 취지에서 그 구제절차로 마련된 것이지 혼인의 효력이 발생되기 이전의 신고수리단계에서 흠있는 혼인에 관한 법률행위를 규율하고자 마련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현행 혼인신고의 심사와 수리여부의 운용방식을 귀하의 청원내용과 같은 방식으로 변경할 수는 없음을 알려드리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처리결과를 통지하였으며, 한편 청구인은 1993. 8. 31. 재차 대법원장에게 동성동본인 혈족 남녀간 혼인신고 수리거부에 관한 대법원의 기존해석 시정을 구하는 청원을 하였으나, 대법원 법정국장은 같은 해 9. 7. “청구인의 청원내용은 전에 대법원에 청원한 내용과 동일한 사안이므로 이미 청원인(청구인)에게 심사결과를 통지하여 준 내용 이외에 달리 통지할 내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동일한 내용의 청원서를 2개 이상 제출한 경우에는 이를 취급하지 아니함을 알려 드리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청원법 제8조 참조)”라는 취지의 답신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살피건대, 헌법상 보장된 청원권은 공권력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 의견, 희망 등에 관하여 적법한 청원을 한 모든 국민에게 국가기관이 이를 수리·심사하여, 청원자에게 적어도 그 처리결과를 통지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할 뿐이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의 청원을 수리하여 그 처리결과를 통지함에 있어, 대법원의 견해가 청구인의 청원내용과 다르고 청구인의 청원내용에 따라 대법원의 견해를 바꿀 수 없다는 취지의 심사결과를 청구인에게 통지함으로써 청구인의 청원에 대하여 헌법청원법상의 의무를 다하였다 할 것이고, 비록 대법원의 위와 같은 처리내용이 청구인의 기대에 미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제 더 이상 청구인의 청원에 대한 대법원의 심사결과의 통지는 청구인의 주장과는 달리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 내지 불행사라고 볼 수 없으므로 청

구인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그 대상에 해당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러므로 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법한 청구이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    재판관 김 용 준

재판관 김 문 희

재판관 황 도 연

주 심 재판관 이 재 화

재판관 조 승 형

재판관 정 경 식

재판관 고 중 석

재판관 신 창 언

재판관 이 영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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