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2008가합7003 손해배상(기)
P교역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삼양
담당변호사 최의 곤
주식회사 D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영국
2008. 9. 3.
2008. 9. 24.
1.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260,197,852원 및 이에 대하여 2008. 1.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1. 기초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1호증, 을 1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A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수산업, 원양어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 피고는 해상화물 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A의 중개에 따라 2006. 12.경에 2007. 1. 1.부터 같은 해 12. 31.까지 영국 포클랜드 해역(어장)에서 원고 소속의 어선들이 어획한 오징어 등 어류를 피고 소속의 운반선으로 운송하기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운송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한글 및 영문으로 된 각 계약서가 작성되었다), 한글계약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조 계약기간 : 계약기간은 2007년 1월 1일부터 2007년 12월 31일까지이다. 제2조 화물 및 수량 : 화물은 2007년도 어기 중 포클랜드 어장에서 용선주 소속 어선이 어획 생산한 오징어를 포함한 냉동어류로서 계약물량은 용선주의 요청에 의해 대략 최소 1,000톤, 최대 10,000톤이며 계약된 어선명은 XX-9호와 YY-28호이다. (중략) 제3조 운임 및 지불 : 운임은 화물의 운반선 선적 시는 용선주의 부담조건(LIFO)으로실 중량 기준 METRIC TON당 미화 290달러이다. (중략) 제4조 유가 할증료 : 용선주는 유가 할증료를 지불한다. (중략) 제5조 화물 유치권 : 선주는 화물에 대해 지불해야 할 모든 채무에 대해 즉 운임, 부적운임, 선박 출항 지연에 따른 손해, 유류대금, 본 계약 하에서 발생하는 모든 손해 배상액에 대해 운반선에 선적 되어 있는 화물을 포함한 용선주의 화물에 대해 유치권을 갖는다. (중략) 제6조 선적 화물량의 통보 : 용선주는 선주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선박의 선폭을 준비할 수 있도록 선적일 30일 20일 10일 전에 예상 화물량을 통보한다. (중략) 제7조 선적과 하역 : 화물 선적은 상호 합의하에 해상이나 포클랜드의 버케리사운드항에서 한다. 용선주는 최대 선적량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 하역항은 부산 혹은 중국의 안전한 항구 중 하역 장비가 있는 부두에서 한다. (중략) 제8조 부족 화물에 대한 보상 : 운반선에 선적한 전체 화물에 대해 1%를 초과한 부족량은 보상한다. (중략) 제9조 체선료 : 체선료는 매일 미화 8,000달러로 정한다.
제10조 유류공급 : 선주는 전 어기동안 전재 작업 중이거나 후에 어선에 유류를 공급한다.
제11조 선체손해 : 어선이 어장에서 접안을 위해 조선 중 발생한 선체나 장치류에 대한 손상, 책임은 면제된다. 단 어선 사관이나 선원의 중대한 태만으로 일어난 경우는 면제되지 않는다.
제12조 보험 : 용선주는 화물에 대해 상급 보험 회사의 보험에 들고 만일 화물에 손상이 발생할 경우 용선주의 보험사와 선주축의 선주 책임 상호 보험 조합 간에 해결토록한다.
제13조 세금/공과금 : 화물이나 운임에 대한 세금 및 공과금은 용선주가 부담하며 운반선에 대한 것은 선주가 부담한다.
제14조 GENCON 용선계약서 : 기타 계약 조건은 첨부한 1994년에 개정한 GENCON 용선 계약서에 준하며 본 계약의 일부로 간주한다. 만일 불일치한 점이 있을 경우 본 계약서상의 조항이 우선한다.
제15조 계약의 위반 : 상호 사전 합의 없이 화물을 타 운반선에 선적 제의나 예약을 할 경우 혹은 항구에서 화물을 하역을 할 경우는 계약 위반으로 간주한다. 계약을 위반한 경우 용선주는 그 화물에 해당한 만큼의 부적운임을 100% 지급한다. 만일 용선주가 선주에게 30일 전에 항구 입항에 대해 사전 통보를 한 경우는 용선주는 부적운임의 지불 없이 화물을 항구에서 하역 할 수 있다.
제16조 언어 : 본 계약서는 영어와 한국어로 된 사본을 만들었으며, 만일 언어 간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을 경우는 한글 계약서를 우선한다.]
나. GENCON 용선계약서(발틱국제해운동맹의 1994년 개정 항해용선계약서. 이하 '젠 콘용선계약서'라고 한다) 제19조(준거법과 중재(Law and Arbitration)}는 용선계약에 관한 준거법과 중재지를 영국법과 런던(a)}, 미국법과 뉴욕(b)항) 그리고 계약당사자가 지정한 경우((c) 항로 구분하여 각 중재절차에 의한 분쟁 해결방법을 규정하고 있으며, 또 만약 당사자가 젠콘계약서 서식 해당란(Box 25)에 위 중재절차(a),(b),(c)항} 중에서 선택하여 기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준거법은 영국법으로, 중재지는 런던으로 하여 중
재절차에 의하여 분쟁을 해결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d)항), 원·피고는 이 사건 운송계약을 체결하면서 한글 및 영문 계약서에 젠콘용선계약서를 첨부하고 간인하는 한편 첨부된 젠콘용선계약서 서식 해당란에는 준거법과 중재지를 별도로 지정하거나 선택하여 기재하지 아니하였다.
2. 이 사건 소의 적법여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본안전 항변
피고가 이 사건 운송계약을 위반함에 따라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며 그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소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운송계약 체결당시 이 사건 운송계약상의 분쟁에 관하여는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여 런던에서 중재로 해결하기로 하는 중재합의가 있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위 중재합의에 반하여 제기된 것으로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나, 원고의 주장
(1) 중재합의의 불성립 주장
계약상대방인 피고는 물론 이 사건 운송계약의 중개인이던 A로부터도 이 사건 운송계약 체결당시 젠콘용선계약서 편입조항 또는 젠콘용선계약서 제19조의 중재조항에 관한 설명을 듣지 못하였고, 이 사건 운송계약서 제16조는 '만일 언어 간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을 경우는 한글계약서를 우선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젠콘용선계약서는 영문으로 된 것만 첨부되어 있어, 원고로서는 이 사건 운송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사건 운송계약서 제14조가 규정한 젠콘용선계약서 편입조항 또는 그에 따라 편입된 젠 콘계약서상의 중재조항을 알지 못하였다. 또 원·피고 모두 대한민국 법인들이어서 원고로서는 이 사건 운송계약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당연히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에 의하여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결국 원·피고 사이에서 유효한 중 재합의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
(2) 이 사건 운송계약상의 분쟁은 중재지인 영국과는 합리적·실질적 관련성이 없는 점, 원·피고 모두 대한민국 법인들이므로 영국 런던에서의 중재절차에 의할 경우 많은 비용이 소요되며 특히 영세업체인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설령 원·피고 사이에서 피고 주장과 같은 중재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서양속에 반하거나 불공정한 계약으로 무효이고, 또 위 젠콘용선계약서상의 중재조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도 위배되어 효력이 없다.다. 판단
(1) 중재합의의 성립여부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운송계약서 제14조가 "기타 계약 조건은 1994년에 개정한 젠콘용선계약서에 준하며 이 사건 운송계약의 일부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운송계약서에는 젠콘용선계약서가 첨부되어 있으며 원·피고가 간인까지 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여기에 갑 1호증, 을 1호증, 을 2호증의 2, 을 3, 4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A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운송계약서는 한글뿐만 아니라 영문으로도 작성된 점(원·피고가 모두 대한민국 법인들이어서 당연히 국내에서의 분쟁해결을 전제로 이 사건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쉽게 수긍하기가 어렵다), 한글계약서와 영문계약서가 모두 제14조 외에는 달리 준거법이나 분쟁해결방법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영문계약서 역시 한글계약서와 같은 내용의 것으로 젠콘용선계약서의 편입 조항을 두고 있으므로 적어도 중재조항에 관하여는 이 사건 운송계약서 제16조가 규정한 언어간 불일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이 사건 운송계약을 중개하였던 A는 해운운송업을 영위하는 외국회사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는 등 젠콘용선계약서의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데, 원고는 이 사건 운송계약 체결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중개인인 A과 전자메일 등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피고가 초안한 계약내용들(제7조, 제8조, 제15조 등)을 수정하기도 한 점, 원고는 이 사건 운송계약 이전에도 10여 년간 포클랜드 해역에서 어획작업을 하며 A가 근무하던 해운운송회사 등과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였으며 그 운송계약서들에도 젠콘용선계약서의 편입조항을 두었던 점, 젠콘용선계약서는 국제거래에 널리 통용되는 항해용선계약의 약관으로 젠콘용선계약서의 편입 역시 해상운송계약 또는 항해용선계약의 체결과정에서 널리 행해지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이 사건 운송계약을 체결할 당시 젠콘용선계약서의 편입조항은 물론 젠콘용선계약서상의 중재조항까지 인식하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피고와 중개인인 A가 이 사건 운송계약 체결 당시 원고에게 젠콘용선계약서의 편입사실 또는 젠콘용선계약서상의 중 재조항에 관하여 설명을 하지 아니하였고 따라서 원고로서는 그러한 내용을 알지 못하였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의 증인 A의 일부 증언은 이를 믿지 아니한다), 따라
서 이 사건 운송계약 체결 당시 원·피고는 젠콘용선계약서상의 중재조항을 운송계약의 일부로 삼아 이 사건 운송계약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에 관한 준거법은 영국법으로, 중재지는 런던으로 하여 중재로 해결하기로 하는 중재합의를 하였으며(이하 '이 사건 중재합의'라고 한다), 위와 같은 중재합의는 원·피고가 지정한 준거법인 영국 법에 의하여도 유효한 '서면합의'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대한민국과 영국이 모두 가입한 뉴욕협약(1958년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국제연합협약) 제5조 제1항 a호에 의하면 중재합의의 준거법은 1차적으로 당사자들이 지정한 법이므로 이 사건 중 재합의의 준거법은 영국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바, 1996년 영국의 중재법은 '서면에 의한 합의'를 중재합의의 유효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뉴욕협약 제2조 역시 마찬가지이다). 참고로 우리 대법원은, 중재계약은 당해 계약서 자체에 중재조항이 명기되어 있는 경우에 한하지 아니하고 중재조항을 포함하는 일반거래약관 등 다른 문서를 인용하는 경우에도 계약당사자가 이를 계약의 내용으로 삼은 이상 허용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있다(2001. 10. 12. 선고 99다45543, 45550 판결 등 참조). 결론적으로 이 사건에서 영국법상 원·피고 사이에 유효한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결국 이 사건 운송계약 체결 당시 원·피고 사이에서 젠콘용선계약서상의 중재조항을 운송계약의 일부로 삼고자 하는 객관적 의사합치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라고 할 것이고, 앞서 본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객관적으로 보아 원·피고 사이에서 그러한 의사합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2) 공서양속위반 또는 불공정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운송계약상의 선적지가 포클랜드 해역 또는 버케리사운드항으로 모두 영국령 또는 영국 내에 존재하는 등 중재지인 영국(런던)과 이 사건 운송계약상의 분쟁은 합리적 · 실질적 관련성이 존재하는 점('전속적 국제재판관할합의'의 요건인 이른바 '합리적 · 실질적 관련성'은 이 사건 중재합의와 같이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권을 배제하게 되는 '전속적 중재합의'에 있어서도 요구된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할 것이나, 설령 그러한 요건이 요구된다는 전제하에서도 이 사건 운송계약상의 분쟁과 이 사건 운송계약상의 중재지인 영국은 합리적 · 실질적 관련성이 존재한다고 볼 것이다), 이 사건 운송계약서 초안이 피고가 마련한 것이기는 하나 그 계약 체결과정에서 원고의 요청으로 일부 계약내용을 수정하기도 하였던 점, 원고 소속의 어선들이 현재에도 포클랜드 해역에서 어획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점, 피고 역시 이 사건 운송계약상의 유류할증료 관련 분쟁으로 영국 런던에서 원고를 상대로 중 재신청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대한민국 내 법인인 원고가 결국 이 사건 운송계약상의 분쟁을 영국법에 따라 런던에서의 중재절차에 의하여 해결하여야 하고 그에 따른 예상비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중재합의가 공서양속에 반한다거나 불공정한 계약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3)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
(가) 젠콘용선계약서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에서 정의한 '약관'에 해당한다는 점은 원고의 주장과 같다. 그러나 피고가 이 사건 운송계약서에 첨부된 젠 콘용선계약서상의 중재조항을 원고에게 설명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위 법률 제3조 제3항 본문, 제4항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위 중재조항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피고가 젠콘용선계약서상의 중재조항을 이 사건 운송계약의 일부로 삼아 합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이 사건 중재합의 또는 이 사건 운송계약의 일부인 젠콘계약서상의 중재조항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신의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조 항 등), 제14조(부당하게 불리한 소제기의 금지조항 등)에 각 위배되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위 법률 제15조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약관 기타 특별한 사정이 있는 약관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제7조 내지 제14조의 규정의 적용을 조항별, 업종별로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에 따른 대통령령(시행령) 제3조에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운송업을 그 해당 업종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데, 위 제15조의 문리해석상으로는 위 법률 제6조의 적용은 배제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으나, 약관이 구체적으로 무효가 되는 경우들을 규정한 위 법률 제7조 내지 제14조에 대하여 약관이 일반적으로 무효가 되는 경우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제6조가 적용되게 되면 구체적 무효조항들의 적용을 배제하는 제15조의 규정취지가 거의 완전히 몰각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제6조 역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정 업종들의 약관에는 적용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9. 12. 10. 선고 98다9038 판결 참조).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젠콘용선계약서는 국제거래에 널리 통용되는 운송업에 관한 약관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렇다면 위 법률 시행령 제3조에 따라 젠콘용선계 약서에는 원고가 주장하는 위 법률 제6조, 제14조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나아가 설령 이 사건 중재합의 또는 젠콘용선계약서상의 중재조항에 위 법률조 항들이 적용된다고 보더라도 위 (2)항에서 본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법률조항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원·피고 사이의 이 사건 중재합의에 반하여 제기된 것으로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판사장성욱
판사정영석
판사정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