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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다44300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의사가 의료행위를 할 때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의 정도 및 기준

[2] 75세가 넘는 고령인 갑이 을이 운영하는 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다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였으나 을이 아무런 검사나 조치 또는 별다른 설명없이 그대로 귀가하게 하였고 그 후 갑이 사망한 사안에서, 을의 과실과 갑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이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망 소외인의 소송수계인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호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이경권 외 2인)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원심은 채택 증거에 의하여, 망 소외인이 2009. 8. 5. 10:00경 피고가 운영하는 의원(이하 ‘피고 의원’이라 한다)에서 물리치료를 받다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나 피고는 별다른 검사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귀가하게 한 사실과, 같은 날 소외인이 19:00경 한양대학교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진단한 결과 뇌좌상, 급성 경막하혈종 등으로 판명되어 21:25경 개두술 및 혈종제거술 등 응급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다가 이 사건 소송 계속 중 사망한 사실 등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사고 당시 75세 2개월 남짓의 고령인 소외인이 침대에서 떨어졌다면 두부외상으로 뇌출혈이 발생하여도 외상 직후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관련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피고로서는 활력징후 측정, 방사선검사 등을 실시하고 피고 의원에 더 머무르도록 하여 경과관찰을 하거나 또는 귀가하도록 하더라도 뇌출혈이 발생하였을 수도 있음을 소외인이나 그 보호자에게 설명하여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바로 병원으로 내원하는 등으로 즉시 적절한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교육을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귀가하도록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소외인이 침대에서 떨어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가 없고, 사고 후 소외인이 귀가하였다가 넘어지거나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히는 등으로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 또는 기왕증인 경막하혈종의 상태가 악화되어 다시 출혈이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소외인에게 급성 경막하혈종 등이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과실과 소외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2.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것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 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45379, 45386 판결 ,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다7684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75세가 넘는 고령인 소외인이 피고 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다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였음에도 피고가 아무런 검사나 조치를 취하지 않음은 물론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귀가시킨 것이 의사에게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취지로 판단한 부분은 정당하다고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가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의료과실에 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 등의 위법은 없다.

3. 그러나 원심이 이 사건 사고와 소외인의 급성 경막하혈종 등의 발생 및 이로 인한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부분은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2009. 8. 5. 10:00경 소외인은 급성 경막하혈종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는 상태에서 혼자 피고 의원에 내원하여 물리치료를 받고 있었던 사실, 피고 스스로도 소외인이 입원 당시에는 요통만 호소하였는데 이 사건 사고 직후인 같은 날 10:43경에 새로이 두통도 호소한다는 내용의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사실, 소외인이 이 사건 사고 당일 입원한 한양대학교 병원 진료기록부에는 소외인이 아침에 피고 의원의 침대에서 떨어질 때 머리를 다치고 난 후 몸도 잘 못 가누고 말도 잘 못 알아들어 응급실로 내원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소외인은 2005년경에도 경막하혈종으로 치료받은 바 있으나, 이 사건 급성 경막하혈종은 급성으로서 종래의 경막하혈종이 서서히 진행되어 발병한 것이라기보다는 이 사건 사고가 원인이 되어 발병한 것으로 보이고, 원심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서도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소외인에게 뇌좌상 및 급성 경막하혈종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히고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로 소외인에게 급성 경막하혈종 등이 발생하였는데 제때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함으로 인하여 결국 소외인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의 과실과 소외인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소외인에게 급성 경막하혈종 등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어 피고의 과실과 소외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의료소송에서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원고들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민일영 이인복(주심) 박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