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자)][공1996.4.1.(7),917]
속도가 제한되어 있고 후행 차량에게 쉽게 정차 사실을 알릴 수 있는 도로에서 정차하는 경우, 도로교통법 제61조 소정의 안전조치 의무의 존부(소극)
도로교통법 제61조 는 고속도로 또는 자동차전용도로의 경우 빠른 속도로 자동차들이 지나가므로 멀리서부터 그 긴급 사항을 미리 알려 속력을 줄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줌으로써 또 다른 추돌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들이므로, 그 규정에서 요구하고 있는 운전자의 의무조치는 고속도로 또는 자동차전용도로에서의 정차나 차량의 통행이 많아 정차 사실을 후행 차량에게 사전에 쉽게 알릴 수 없는 경우에 필요한 것이고, 그렇지 않고 속도가 제한되어 있고 후행 차량에게 쉽게 정차 사실을 알릴 수 있는 곳이라면 굳이 운전자에게 이러한 안전의무 조치를 요구할 수는 없다.
원고 1 외 1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강현)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상용)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내세운 증거에 의하여 망 소외 1은 1993. 5. 30. 01:10경 (차량등록번호 1 생략) 11톤 카고트럭을 운전하여 평택시 세교동 소재 ○○기업 앞의 편도 2차선 도로의 2차선 상을 송탄방면에서 평택방면으로 운행하다가, 앞에 정차해 있던 피고의 피용자 소외 2가 운전하던 피고 소유의 (차량등록번호 2 생략) 탱크로리 차량을 발견하지 못하고 추돌하는 바람에 그 충격으로 뇌좌상 등의 상해를 입고 같은 날 02:05경 뇌연수마비 등으로 사망한 사실, 위 사고는, 그 이전에 위 편도 2차선 도로 상에서 콩코드 승용차가 화물트럭을 추돌하여 위 콩코드 승용차의 앞부분 반 정도가 위 화물트럭의 뒷부분 아래로 끼어 들어가는 사고가 있었는데, 그 곳을 지나가던 위 소외 2가 위 탱크로리 차량을 2차선상에서 정차한 채 하차하여 사고 상황을 살펴본 후 위 탱크로리 차량으로 위 콩코드 승용차를 끌어내기 위하여 위 탱크로리 차량에 다시 올라타는 순간, 위 탱크로리 차량의 후방에서 진행해 오던 위 망인이 그대로 진행을 계속하다가 위 탱크로리 차량을 추돌하는 바람에 일어난 사실, 위 소외 2는 위와 같이 선행 교통사고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하여 위 탱크로리 차량을 위 도로의 2차선 한가운데에 정차시키고 하차하면서, 위 차량의 미등과 차폭등, 비상점멸표시등을 켜 두었을 뿐 다른 사람을 후방에 배치하여 후행 차량의 통행을 통제하거나 안내하는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아니한 사실을 각 인정한 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위 소외 2가 위 탱크로리 차량을 야간에 편도 2차선의 도로상에 정차시킴에 있어서는 후행 차량이 있을 것을 예상하여 노견에 바짝 붙여 정차하는 등 후행 차량의 통행에 방해되지 아니하도록 하고, 부득이 2차선의 한가운데에 정차하여 차선을 가로막게 되는 경우에는 단순히 차량의 미등과 차폭등, 비상점멸표시등을 켜두는 데에 그칠 것이 아니라 후방에 비상표시등을 설치하거나 사람을 배치하여 수신호로 통행 안내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고 발생을 미리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어야 하는데도 이를 게을리한 채 위 차량의 미등, 차폭등, 비상점멸등만을 켜 둔 채 2차선의 한가운데에 정차시킨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그 사용자로서 위 사고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 줄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다음, 피고의 면책항변을 배척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도로교통법 제61조 는 자동차의 운전자는 고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그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내무부령이 정하는 표시 등을 하여야 하고, 그 자동차를 고속도로 또는 자동차전용도로 외의 곳으로 이동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고속도로 또는 자동차전용도로의 경우 빠른 속도로 자동차들이 지나가므로 멀리서부터 그 긴급 사항을 미리 알려 속력을 줄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줌으로써 또 다른 추돌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들이므로, 위 규정에서 요구하고 있는 운전자의 의무조치는 고속도로 또는 자동차전용도로에서의 정차나 차량의 통행이 많아 정차 사실을 후행 차량에게 사전에 쉽게 알릴 수 없는 경우에 필요한 것이고, 그렇지 않고 속도가 제한되어 있고 후행 차량에게 쉽게 정차 사실을 알릴 수 있는 곳이라면 굳이 운전자에게 이러한 안전의무 조치를 요구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 같은법시행령 제13조 제1항 에 의하면 자동차가 밤에 도로에서 정차 또는 주차할 때에는 자동차안전기준에 정하는 미등 및 차폭등을 켜도록 조치하고 있을 뿐이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장소는 주정차금지구역이나 자동차전용도로가 아닌 제한속도 70km/h인 편도 2차선의 쭉 뻗은 직선도로로서 시야 장애가 없는 곳이고, 사고 당시는 날씨가 맑았으며 사고시간이 01:10경이어서 차량의 통행이 많지 않았던 사실(갑 제8호증의6, 7)을 알 수가 있고, 이 사건 사고는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위 도로의 2차선을 따라 진행하던 위 탱크로리 자동차의 운전자인 위 소외 2가 앞서 진행하던 차량들이 추돌사고를 내고 정차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후행하는 차량이 식별할 수 있도록 차폭등과 미등, 비상점멸등 등을 켜고 위 사고 차량들의 후방에 정차한 채 하차하여 사고 상황을 살핀 후 위 탱크로리 차량으로 위 사고차량을 끌어내기 위하여 위 탱크로리 차량에 탑승하는 순간, 위 탱크로리 차량의 후방에서 진행하여 오던 위 망인이 그대로 진행을 계속하다가 위 탱크로리 차량을 추돌함으로 일어난 것인바, 그렇다면 위와 같은 상황에서 위 소외 2는 후행하는 차량이 식별할 수 있도록 차폭등과 미등, 비상점멸등 등을 켜고 위 차량들의 후방에 정차함으로써 사고 발생 방지를 위한 조치를 다하였다 할 것이어서 위 소외 2에게 위 탱크로리 운전상의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고(또한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위 소외 2는 원심이 위 소외 2에게 요구하고 있는 의무인 위 탱크로리 후미에 삼각대 표시를 세워 놓거나 차 뒤에 사람을 배치하여 수신호를 하게 하는 것을 시행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는 사이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여진다.), 오히려 위 사고는 위 망인이 야간에 전방의 동태를 잘 살피지 아니한 채 운행하다가 일어난 사고로서 오로지 위 망인의 과실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아야 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의 면책항변을 배척한 것은 정차 중인 차량의 안전조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3. 그러므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