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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2004. 2. 4. 선고 2003가합4750 판결

[해임처분취소] 항소[각공2004.4.10.(8),400]

판시사항

[1] 의사가 소속 간호사들에게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유발시키고, 특정 간호사에게 심적인 고통을 주는 언행을 함으로써 징계사유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징계사유와 징계처분으로서의 해임 사이에는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균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워 의사에 대한 해임처분이 징계재량권을 일탈하여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

[2]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기간 중 다른 직장에 종사하여 얻은 이익(이른바 중간수입)을 사용자가 지급할 임금액에서 공제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공제할 경우 근로기준법이 정한 휴업수당을 초과하는 금액에서만 공제할 것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의사가 소속 간호사들에게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유발시키고, 특정 간호사에게 심적인 고통을 주는 언행을 함으로써 징계사유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징계사유와 징계처분으로서의 해임 사이에는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균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워 의사에 대한 해임처분이 징계재량권을 일탈하여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

[2]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기간 중에 다른 직장에 종사하여 얻은 이익(이른바 중간수입)은 민법 제538조 제2항 에서 말하는 채무를 면함으로써 얻은 이익에 해당하므로, 사용자는 위 근로자에게 해고기간 중의 임금을 지급함에 있어 위의 이익의 금액을 임금액에서 공제할 수 있고, 한편 근로기준법 제45조 는 근로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휴업하는 경우에는 사용자는 휴업기간 중 당해 근로자에게 그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휴업이란 개개의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사에 반하여 취업이 거부되거나 또는 불가능하게 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 위 공제에 있어서 근로자가 지급받을 수 있는 임금액 중 근로기준법 제45조 소정의 휴업수당의 한도에서는 이를 이익공제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고, 그 휴업수당을 초과하는 금액에서 중간수입을 공제하여야 한다.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새얼 담당변호사 최영식)

피고

피고 의료원 (소송대리인 변호사 동상홍)

변론종결

2004. 1. 14.

주문

1. 피고가 2001. 9. 11. 원고에 대하여 한 해임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2001. 9. 12.부터 2001. 11. 22.까지는 월 금 7,196,663원의, 2001. 11. 23.부터 원고를 복직시킬 때까지는 월 금 5,340,020원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은 3분하여 그 1은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 제1항(원고는 위 해임처분의 취소를 구하나, 무효확인을 구하는 취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및 피고는 원고에게 2001. 9. 12.부터 원고를 복직시킬 때까지 월 금 7,196,663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각 사실은 갑 제1호증, 갑 제3호증의 1 내지 5, 갑 제5호증의 1, 2, 3(을 제2호증의 1, 2, 3과 동일), 갑 제6호증, 갑 제7호증의 1, 2, 갑 제8, 9호증, 을 제3, 4호증, 을 제5호증의 1, 2, 을 제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당사자의 지위

피고 피고 의료원은 진료사업, 공공 보건의료사업, 질병에 대한 임상연구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의료원이고, 원고는 신경정신과 의사로서 1990. 4. 23. 피고 의료원의 신경정신과 과장으로 취임하여 수련부장 및 진료부장직을 거쳐 2001. 1.부터 같은 해 9. 11. 해임되기까지 진료부 신경정신과장으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에 대한 징계의결 및 재심 결과

(1) 피고 의료원의 원장 소외 1은, 2001. 7. 27. 피고 의료원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원고의 간호사들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을 고발하는 내용의 글이 게재되고, 피고 의료원의 간호사들이 위 고발 내용에 대하여 논의한 후 같은 해 8. 9. 원고에 대한 행정제재를 요구하자, 같은 해 8. 10. 원고에게 사직을 권고함과 동시에 같은 해 8. 21. 원고가 간호사들에게 성적 언동을 하고 근무태도가 불량한 등 직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피고 의료원의 인사위원회에 원고에 대한 징계의결(중징계)을 요구하였다.

(2) 이에 따라 위 인사위원회는 같은 해 9. 7.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가 간호사들에 대하여 성적수치심을 유발케 하는 언동을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러한 사유는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정한 성희롱 금지규정 등을 위반하여 피고 의료원 인사규정 제47조 제1항 제3호의 징계사유에 해당하며, 원고의 위 비위사실은 그 정도가 중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를 해임한다는 의결을 하고, 같은 해 9. 11. 원고에게 해임통지를 하였다.

(3) 원고는 위 인사위원회의 해임처분에 불복하여 같은 해 9. 17. 피고 의료원에 위 징계의결에 대한 재심을 신청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 의료원은 같은 해 9. 26. 재심위원회를 개최하여 심의를 거친 결과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한다는 의결을 하여, 같은 해 9. 27. 원고에게 위 기각결정을 통보하였다.

다. 징계 관련 규정 등

(1) 피고 의료원의 인사규정 중 징계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제6조(인사위원회의 설치)

① 의료원에 인사위원회를 둔다

② 인사위원회 위원의 정수는 5인 이상 7인 이하로 하되 관리부장과 총무인사팀장, 노조대표 1인은 당연 위원으로 하고 각 부의 과, 팀, 실장 중에서 원장이 임명한 위원으로 구성한다.

제47조(징계사유)

① 원장은 직원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인사위원회에 징계의결의 요구를 하여야 하고 동 징계의결의 결과에 따라 징계처분 하여야 한다.

1. 법령 및 제 규정을 위반할 때

2.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태만히 한 때

3.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직원으로서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

제48조(징계의 종류) 징계는 파면, 해임, 정직, 감봉, 견책으로 한다.

제49조(징계의결의 요구)

① 원장은 직원이 제47조의 규정에 의한 징계사유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인사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여야 한다.

제50조(징계의결기간) 제49조의 규정에 의한 징계요구를 접수한 인사위원회는 접수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심의·의결하여야 한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로 소정기간 내에 의결할 수 없을 때에는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기간을 정하여 연기할 수 있다.

제51조(징계의 효력)

① 징계의 효력은 다음과 같다.

1. 파면과 해임처분을 받은 자는 그 신분을 박탈한다.

2. 정직은 1월 이상 3월 이하의 기간으로 하고 정직처분을 받은 자는 그 기간 중 직원의 신분은 보유하나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기본급의 3분의 2를 감한다.

3. 감봉은 1월 이상 3월 이하의 기간으로 하고 처분기간 월평균 보수의 30분의 1의 반액을 감한다.

4. 견책은 전과에 대하여 훈계하고 회개하게 한다.

제52조(심문과 진술권)

① 인사위원회가 징계사건을 심의할 때에는 징계혐의자에게 출석을 통지하여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2)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 제7조 제1항 은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근로자는 성희롱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조 제2호 는 "성희롱이라 함은 업무, 고용 기타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기타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2항 은 위와 같은 취지로 직장 내 성희롱을 정의하면서, 같은 법 제12조 에서 직장 내 성희롱 금지규정을 두고 있다.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는, ① 원고에게는 피고 의료원 주장과 같은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피고 의료원은 허위사실에 근거하여 위와 같이 해임의결을 하여 원고에게 해임처분을 내렸고, ② 피고 의료원 원장인 소외 1은 인사규정에 반하여 징계위원을 임명한 뒤 그 징계위원들로 하여금 원고에 대하여 징계의결을 하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재심위원회에서도 재심조서 및 재심결정서를 작성하여 이를 원고에게 송부하지 아니하는 등 징계절차에 위배하여 위 해임처분이 이루어졌으며, ③ 가사 원고에게 징계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위 해임처분은 원고가 장기간 피고 의료원에서 의사로서 성실하게 근무하여 온 점, 피고 의료원의 경영 개선에 크게 기여하였던 점 등을 참작하지 아니하는 등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이고, 원고는 이러한 무효인 해임으로 인하여 해임시부터 복직할 때까지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그 기간 상당의 임금을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 의료원은, 원고에게는 징계처분을 받을 만한 비위사실이 존재하였고, 인사규정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원고에 대하여 해임처분이 의결되고 재심절차에서 기각결정이 내려졌으므로, 원고에 대한 위 해임처분은 정당한 것으로서 재량권을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3. 판 단

가. 징계사유의 존부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 의료원의 위 해임처분은 피고 의료원 소속 간호사인 소외 2와 그녀의 형부인 소외 3이 유포한 허위사실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원고는 간호사들에 대하여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거나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을 만한 범위 내에서 언동을 하였을 뿐이므로, 원고에게는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2) 인정 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갑 제3호증의 5, 갑 제10호증의 1 내지 9, 갑 제12호증의 1 내지 4, 을 제8호증의 1 내지 5의 각 기재(다만, 갑 제10호증의 3 내지 8, 갑 제12호증의 1 내지 4, 을 제8호증의 3의 각 기재 중 아래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각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갑 제4호증의 1 내지 4의 각 기재, 갑 제10호증의 3 내지 8, 갑 제12호증의 1 내지 4, 을 제8호증의 3의 각 일부기재는 각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가) 원고는 2001. 4. 하순경 피고 의료원의 간호사인 소외 2로부터 그녀의 부친이 원고의 출신 학교인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하였음을 듣게 되어 그 무렵 서울대학교병원에 직접 찾아가 그녀의 부친을 병문안하고 담당 의사에게 진찰을 잘해 달라고 부탁한 것을 계기로 그녀의 휴대폰 번호를 알게 되자, 그 무렵부터 같은 해 5. 하순경까지 약 1달 동안 소외 2에게 하루에 2-3회씩 전화를 하여 "밥 먹었니, 무엇하니"라는 등으로 업무와 관련 없는 전화통화를 하였고, 원고의 잦은 전화통화에 부담을 느낀 소외 2가 발신자번호를 확인하여 원고에게 걸려온 전화를 의도적으로 받지 않자, 원고는 소외 2가 전화를 받을 때까지 수차례 전화를 걸고 소외 2의 집으로 직접 전화를 하기도 하였으며, 출근 전(오전 8시경) 또는 늦은 밤(저녁 11시경)에 소외 2의 집으로 전화를 걸기도 하였고, 2-3일 동안 연락이 되지 않자 소외 2에게 "왜 전화연락이 안되냐, 애가 타서 죽는 줄 알았다"는 등의 말을 하였다.

또한, 원고는 2001. 5. 초순경 소외 2에게 서울대학교병원에 갈 일이 있으니 지하주차장에서 만나 함께 가자고 권유하였으나 이를 거절당하자, 그렇다면 외부에서 만나서 같이 가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였지만 또다시 거절당한 사실이 있고, 같은 날 서울대학교병원 내 산책길을 걸어갈 때에는 " 너랑 단둘이 있으니 너무 좋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 등, 원고는 수회에 걸쳐 소외 2에 대하여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언동을 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소외 2가 2001. 6.경 신경정신과 병동으로 옮긴 이후인 2001. 7. 26.경 소외 2에게 "여자가 결혼하면 몸매가 망가지는데 너는 모델 몸매니 잘 관리하라, 신이 준 몸매다"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하였고, 소외 2는 원고가 자신을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 같은 거북스러운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다) 한편, 원고는 1999. 말경 신경정신과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인 소외 4에게 금 5만 원을 주면서 "속옷을 사입으라"고 말했고, 2001. 4.경에는 " 소외 4 간호사도 결혼하고 살이 많이 쪘다, 다이어트를 하든지 운동을 하든지 해서 살을 빼라, 발레리나는 결혼하기 전에도 다이어트를 하지만 결혼하고 나서도 몸매가 망가지지 않게 성교를 자제한다고 하더라"라고 이야기하였다.

(라) 또한, 원고는 2001. 7. 18.경 피고 의료원 72병동 간호사실에서 소외 2에게 "커피 한 잔 줘, 너는 무슨 커피 마시나, 맛 좀 봐도 되냐"면서 소외 2가 마시던 커피를 마셨고, 그 전에도 마찬가지로 소외 4가 마시던 커피를 몇 차례 마신 적이 있었다( 소외 4는 소외 2가 위 72병동으로 옮겨 왔을 때 원고가 간호사들이 마시던 음료수를 마시는 경우가 있으니 그게 싫으면 음료수를 남기지 말고 다 마시라고 말한 적도 있다).

(마) 그 무렵 소외 2의 형부인 소외 3은 소외 2로부터 원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2001. 7. 26. 15:34경 피고 의료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동료직원인 소외 김장섭의 이름을 빌려 마치 위 김장섭이 직접 보고 들은 것처럼 " 피고 의료원에 이런 의사선생님이 계십니다."라는 제목으로 "원고가 간호사 선생님에게 던지는 은밀한 유혹의 소리, 성희롱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희롱적인 말과 그 말의 억양들, 그러다 집에서 부인한테 걸려온 휴대폰 전화를 받은 후 그 과장의 전화받는 목소리와 태도, 전화가 끝난 후 180° 변해버린 그의 간호사에 대한 태도, 간호사가 의사의 몸종인지 아니면 부인과의 사이가 좋지 않아 성적 유혹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 광경을 목격한 후 나는 입원한 친척분 대신에 그 의사를 입원시켜 정신과 치료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뀐 간호사에 대해서도 치근덕거리는 모습을 또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서울의대 출신이어야지 의술만 서울의대면 되겠습니까?", "이런 말도 하더라구요, '000야! 어젯밤 꿈에 네가 내 마누라인 것 있지?', 그 간호사의 표정은 정말이지 죽을 것 같은 표정이었습니다."라는 등으로 원고의 위와 같은 언동을 고발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에 원고는 소외 3을 명예훼손 등으로 형사고소하였고, 소외 3은 사실의 진위에 대하여 전혀 확인도 해보지 않은 채 원고를 비방할 목적으로 위와 같은 글을 게재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였음을 이유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죄로 공소제기되어 이 법원으로부터 2002. 7. 25. 금 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 판 단

위 인정 사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 의료원의 신경정신과장의 신분으로서 자신의 진료행위를 보조하는 소외 2, 4 등 간호사들을 상대로 친밀감의 정도를 벗어나는 지나친 행동 및 성과 관련된 언어 표현을 하여 그녀들로 하여금 불쾌감 또는 성적인 굴욕감을 느끼게 하였고, 특히 소외 2에 대하여는 업무와는 상관없이 하루에 2-3회씩 전화를 거는 등 필요 이상의 관심을 보여 소외 2로 하여금 심적인 고통을 느끼게 하였음이 인정되는바, 원고의 이러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이나 친밀감 있는 행동의 범위를 넘어 위 간호사들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 또는 정신적인 고통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서, 그녀들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원고는 간호사들에게 위와 같은 언동을 함으로써 피고 의료원의 직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잘못이 있다 할 것이고, 이는 피고 의료원의 인사규정 제47조 제3항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나. 징계절차의 적법 여부

원고는, 피고 의료원의 인사규정 제6조에 의하면 인사위원회의 위원 수는 5인 이상 7인으로 되어 있고, 그 중 당연직 위원이 3인(관리부장, 총무인사팀장, 노조위원장)이므로, 피고 의료원 원장이 임명할 수 있는 위원은 최대 4인임에도 불구하고, 원장 소외 1은 원고로 하여금 징계처분을 받게 할 의도로 기존 4인의 임명직 위원에 더하여 4명의 위원을 추가로 임명하였는바, 따라서 위 추가임명은 무효가 되고, 한편 2001. 9. 7. 개최된 인사위원회는 기존의 임명직 위원 중 2인만이 참석하여 그 의결정족수가 부족하였으므로 그 해임의결은 위와 같은 절차상의 잘못으로 무효가 되며, 또한 같은 해 9. 26. 개최된 재심위원회에서도 재심조서 및 재심결정서를 작성하여 이를 원고에게 송부하지 아니하는 등의 절차상의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원고의 위 주장에 부합하는 갑 제6호증, 갑 제10호증의 9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갑 제5호증의 1, 2, 3, 을 제1호증의 1, 2, 을 제3, 4호증, 을 제5호증의 1, 2, 을 제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위 소외 1은 2001. 9. 4. 임명직 위원으로 진료부 2정형외과 과장 , 수련부장 , 간호지원팀장 , 시설관리팀장 을 임명하면서 같은 날 기존 임명직 위원들인 진료부장 , 진료과장 , 간호업무팀장 , 임상병리실장 을 위원직에서 해임하여, 위와 같이 새로 임명된 4인의 임명직 위원과 당연직 위원인 총무인사팀장 , 노조대표 등 6인(당시 관리부장직은 공석이었음)으로 인사위원회가 구성된 사실, 위 인사위원회는 2001. 9. 7.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를 참석시켜 원고의 진술을 청취하고 원고에게 변명의 기회를 준 다음 표결절차를 거쳐 해임 4표, 정직 2월 2표로 원고의 해임을 의결한 사실, 피고 의료원은 원고의 재심청구에 따라 2001. 9. 20. 재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 및 소외 2, 4 등 피해 간호사들을 참석시켜 이들의 진술을 청취하고 원고에게 변명의 기회를 준 다음 표결을 거쳐 만장일치로 재심청구기각을 의결한 사실, 위 재심위원회 당시 회의록 및 징계의결서가 작성되었던 사실이 인정되고 반증이 없는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의료원은 인사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인사위원회 및 재심위원회를 구성하여 적법한 절차를 거쳐 원고에 대하여 해임의결 및 재심기각의결을 하였다 할 것이므로(원고는 재심회의록 및 재심의결서를 송부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그러한 사유만으로는 위 재심절차가 무효가 될 정도의 절차상의 위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징계의 적정성(재량권의 일탈 여부)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징계해고를 함에 있어서의 '정당한 이유'라 함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를 말하고, 한편 취업규칙 등에서 징계사유를 규정하면서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여러 등급의 징계가 가능한 것으로 규정한 경우에 그 중 어떤 징계처분을 선택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속한다고 할 것이지만 이러한 재량은 징계권자의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것에 맡겨져 있는 것이 아니며, 징계사유와 징계처분과의 사이에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균형의 존재가 요구되고, 경미한 징계사유에 대하여 가혹한 제재를 과하는 것은 징계권의 남용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1. 10. 25. 선고 90다20428 판결 , 1992. 5. 22. 선고 91누588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고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간호사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하고, 특정 간호사에게 하루에 수차례 전화를 거는 등 상식을 벗어났다고 보일 정도의 지나친 관심을 표현하여 그 간호사로 하여금 심적 고통을 유발시켰으며, 이로 인하여 간호사들이 징계를 요구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위 언동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징계는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한편, 원고의 간호사들에 대한 "모델 몸매니 잘 관리하라, 신이 준 몸매다", "속옷을 사 입으라" 또는 "발레리나는 결혼하고 나서도 몸매가 망가지지 않게 성교를 자제한다고 하더라"라는 등의 성적 언동은 그것이 비록 간호사들로 하여금 성적인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그 정도가 중하다고는 보이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원고가 이들에게 특정 신체부위를 접촉하거나 노골적인 성적 표현을 하지는 않았다고 보이는 점, 원고는 소외 2에게 수차례 전화를 하기는 하였지만 "아빠 괜찮으냐, 밥 잘 먹었느냐, 잠 잘 잤느냐"는 등 일상적인 내용의 통화를 하였을 뿐 성적인 표현이나 소외 2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을 표현하지는 아니하였던 점(따라서 원고의 이러한 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이른바 '스토킹'의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아니한다.), 원고의 위 언동으로 인하여 피고 의료원의 대외적인 명예에 큰 손상을 입혔다고는 보이지 않는 점, 피고 의료원으로서도 원고의 위 언동에 대하여 미리 주의를 주거나 징계를 경고하는 등 원고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고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아니한 채 원고를 즉각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여 원고를 해임하는 등 극단적인 조치를 강구했던 점, 해임은 징계대상자의 지위를 박탈하는 매우 중한 징계인 점, 원고는 피고 의료원에서 11년 이상을 성실하게 근무하였고 근무기간 동안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아니하였으며, 재직기간 중 논문을 발표하는 등 전공 분야에 대하여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였던 점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여러 정황들을 고려하여 볼 때,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와 징계처분으로서의 해임과의 사이에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균형이 존재한다고는 보기 어렵고, 따라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해임은 그 징계사유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무효라고 할 것이다.

4.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인정범위

가.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해임처분이 무효임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와 피고 의료원 사이의 고용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다 할 것이고, 원고가 위 해임처분으로 인하여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 의료원의 수령지체로 인한 것이므로, 피고 의료원은 원고에게 원고가 실제로 근무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는 피고 의료원에서 해임처분을 받아 퇴직한 후 신경정신과의원을 개원하여 수입을 얻고 있으므로 그 수입을 공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기간 중에 다른 직장에 종사하여 얻은 이익(이른바 중간수입)은 민법 제538조 제2항 에서 말하는 채무를 면함으로써 얻은 이익에 해당하므로, 사용자는 위 근로자에게 해고기간 중의 임금을 지급함에 있어 위의 이익의 금액을 임금액에서 공제할 수 있고( 대법원 1991. 6. 28. 선고 90다카25277 판결 참조), 한편 근로기준법 제45조 는 근로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휴업하는 경우에는 사용자는 휴업기간 중 당해 근로자에게 그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여기서의 휴업이란 개개의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사에 반하여 취업이 거부되거나 또는 불가능하게 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 위 공제에 있어서 근로자가 지급받을 수 있는 임금액 중 근로기준법 제45조 소정의 휴업수당의 한도에서는 이를 이익공제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고, 그 휴업수당을 초과하는 금액에서 중간수입을 공제하여야 할 것이다(위 같은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보건대, 위 해임처분 당시 원고의 평균임금은 월 7,628,600원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갑 제10호증의 7, 갑 제1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해임처분을 받은 후 2001. 11. 23.경부터 인천 부평구 부평동에서 병원을 개업한 사실, 원고는 위 병원을 운영하여 2002년 한 해 동안 합계 금 37,559,980원의 소득을 얻었던 사실이 인정되고 반증이 없는바, 그렇다면 원고는 2001. 11. 23.부터는 위 신경정신과의원을 운영하면서 월 금 3,129,998원(37,559,980원 ÷ 12개월, 원 미만 버림)의 수입을 얻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위 수입은 원고가 피고 의료원에서 지급받던 위 월 급여 금 7,628,600원 중 중간수입 공제한도인 금 2,288,580원(7,628,600원 × 30%)을 초과하므로,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해임처분일 다음날인 2001. 9. 12.부터 같은 해 11. 22.까지는 위 월 급여 금 7,628,600원 중 원고가 구하는 금원인 월 금 7,196,663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같은 해 11. 23.부터 원고를 복직시킬 때까지는 월 금 5,340,020원(금 7,628,600원 × 7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여야 할 것이다.

5. 결 론

그렇다면 피고가 2001. 9. 11. 원고에 대하여 한 해임처분은 부당해임으로서 무효라 할 것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2001. 9. 12.부터 2001. 11. 22.까지는 월 금 7,196,663원의, 2001. 11. 23.부터 원고를 복직시킬 때까지 월 금 5,340,020원의 각 비율에 의한 임금 상당의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경민(재판장) 이승원 김현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