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등][미간행]
대표이사가 타인에게 회사업무 일체를 맡긴 채 자신의 업무집행에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아니하여 부정행위 내지 임무해태를 간과한 경우, 상법 제401조 제1항 에 정한 임무해태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다47316 판결 (공2002상, 990)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70044 판결 (공2003상, 1167)
원고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현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상법 제401조 제1항 에 규정된 주식회사의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이사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어서 단순히 통상의 거래행위로 인하여 부담하는 회사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해태한 것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이사의 직무상 충실 및 선관의무 위반의 행위로서 위법성이 있는 경우에는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해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다47316 판결 참조), 무릇 대표이사란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 업무집행을 총괄하여 지휘하는 직무와 권한을 갖는 기관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회사를 위해 충실하게 그 직무를 집행하고 회사업무의 전반에 걸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의무를 지는 자라 할 것이므로, 대표이사가 타인에게 회사업무 일체를 맡긴 채 자신의 업무집행에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아니하여 급기야 부정행위 내지 임무해태를 간과함에 이른 경우에는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하여 그 임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70044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제1심 공동피고 2는 주식회사 종합건축사무소 큰.원(이하 ‘큰원’이라고 한다)의 상무이사이자 실질적인 경영주이고, 피고는 그 대표이사이다. 큰원은 제1심 공동피고 2의 주도 아래 구리시 수택동 29통 일대 충효아파트 및 태양파크 1, 2차의 주택재건축사업(이하 ‘이 사건 재건축사업’이라 한다)에 대한 용역계약을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와 체결하고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당시 구리시 수택동 29통 일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도 못한 상태여서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시행이 가능한지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였기 때문에 단기간에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시행이 확정되어 이 사건 재건축사업으로 수익을 얻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고, 한편 큰원은 2003년 후반기부터 적자상태였으며, 제1심 공동피고 2는 개인채무가 5억 원에 달해 이자로 매월 500여 만 원이 필요한 상태였고, 제1심 공동피고 2 소유의 유일한 재산인 남양주시 와부읍 도골리 소재 우창아파트 (이하 동호수 생략)(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도 다액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어 담보가치가 없는 등 제1심 공동피고 2 및 큰원은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용역계약의 이행에 필요한 자금조차 부족하였다. 이에 제1심 공동피고 2는 이전에 구리시 수택동 소재 정호빌라 재건축사업의 설계용역을 수행하면서부터 알고 지내던 제1심 공동피고 3에게 2004. 3.경 “이 사건 재건축사업에 5억 원을 투자하면 6월 내지 1년 안에 투자금을 2배로 되돌려 줄 것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제1심 공동피고 3에게 투자를 권유하였으나 제1심 공동피고 3은 가진 자금이 없다면서 거절하자 제1심 공동피고 3에게 다른 투자자를 소개하여 달라는 부탁을 하였고, 제1심 공동피고 3은 원고에게 제1심 공동피고 2의 말을 그대로 전달하면서 원고를 제1심 공동피고 2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제1심 공동피고 2는 2004. 5. 31. 큰원의 사무실에서 원고에게 “큰원이 추진중인 이 사건 재건축사업에 투자하면 6월 내지 1년 안에 투자금을 2배로 되돌려 줄 것을 보장하며 추가로 발생된 이익금의 일정비율을 주고, 자신의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원고와 큰원의 대표이사 피고 및 상무이사 제1심 공동피고 2의 연명으로 된 협약서를 작성하고, 원고로부터 합계 2억 5,000만 원을 지급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이로 인하여 제1심 공동피고 2는 사기죄로 징역 8월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되었다. 한편, 큰원은 건축설계 및 시공감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서 자본금이 4억 원이고, 피고가 대표이사 겸 이사, 제1심 공동피고 2가 이사, 윤일훈이 감사로 있고, 직원 6명이 근무하였는바, 대표이사인 피고는 주로 설계 등 기술적인 업무를 담당하였고 상무이사인 제1심 공동피고 2가 그 밖의 대외적인 업무를 처리하여 왔으며, 큰원의 법인인감은 경리직원이 보관하면서 제1심 공동피고 2가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이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용역계약 체결이나 원고로부터 투자는 모두 제1심 공동피고 2가 큰원을 대표하여 한 것이고 피고는 법인인감의 사용 등 업무 일체를 제1심 공동피고 2에게 일임한 채 이에 관여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큰원의 상무이사 제1심 공동피고 2는 그 업무처리와 관련하여 큰원의 명의와 대표이사의 명의를 사용하여 원고를 기망하여 위 금원을 편취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고, 큰원의 대표이사인 피고는 제1심 공동피고 2에게 큰원의 모든 경영을 맡겨 놓은 채 대표이사로서의 직무를 전혀 수행하지 아니하여 제1심 공동피고 2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가 이루어지도록 방임한 결과 원고로 하여금 위 금원을 편취당하는 손해를 입게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피고의 위와 같은 방임행위는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해태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있고 또한 피고의 그러한 임무해태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다른 견해에서 피고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해태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거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본 나머지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상법 제401조 에 규정된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