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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9.8.22. 선고 2018고단3905 판결

강제추행

사건

2018고단3905 강제추행

피고인

A

검사

손진욱(기소), 구자원(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평산

담당변호사 강찬우, 이우룡, 김지은

판결선고

2019. 8. 22.

주문

1. 피고인은 무죄.

2.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8. 8. 5. 22:30 경부터 23:30경까지 사이에 서울 강남구 B에 있는 건물 5층 C가라오케 VIP룸에서 연예기획사인 'D'의 대표 E의 생일 축하 자리에 참석한 위 기획사 소속 배우인 피해자 F(여, 당시 29세, 2009. 3. 7. 사망)이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는 것을 보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당겨 피고인의 무릎 위에 앉힌 다음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피해자의 짧은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허벅지를 쓰다듬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추행하였다.

2. 판단

가. 유죄로 의심이 되는 정황

검사가 제출한 증거 중 목격자인 G(가명)의 진술 등에 의하면, ① 피고인이 E, H, 피해자, G 등과 2008. 8. 5. 저녁 무렵 서울 강남구 B에 있는 C가라오케 VIP룸에서 치러진 D 대표 E의 생일 축하자리에 참석한 사실, 당시 피해자가 생일파티에서 흥을 돋우기 위하여 테이블 위에 올라가 격렬하게 춤을 춘 사실, ② G가 피해자의 사망 직후인 2009. 3. 15. 경찰에서 제1회 참고인 진술을 하면서 담당경찰관으로부터 "피해자가 술좌석에서 여성으로서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성적인 모욕을 당한적이 있는가요."라는 질문에, 피해자가 E 등으로부터 당한 피해 일부를 진술하면서 "E 대표 생일날 피해자가 테이블에 올라가 춤을 출 때 손님중에 50대 초반으로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신문사 사장님이 테이블 위에 있는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 당겨 자기 무릎에 앉게 하고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허벅지를 만지고 겉으로 가슴을 만져 피해자가 하지 말라고 말을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고, 뒤이어 이루어진 제2 내지 제4회 참고인 진술 당시에 추행을 한 사람이 I 대표이사 J이라고 진술하는 등 추행을 한 사람의 나이와 직업, 인상착의 등을 피고인과 다르게 진술하였으나, 2009. 4. 14. 이루어진 제5회 참고인 진술 당시 경찰관이 제공하는 피고인과 J의 동영상을 보고서 피해자를 추행하였던 사람이 J이 아니고 피고인이라고 진술한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행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경찰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받을 당시 I 대표 J이 E의 생일파티에 참석한 적이 없음에도 참석하였다고 진술하여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시도를 한 정황이 엿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E의 생일파티에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추행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

나. 사건의 시간적 경과 등

1) E 생일파티 전후 상황

E은 2008. 8. 5.경 D 사무실에서 생일파티를 열었는데 생일파티에는 E, 탤런트 K, L, 피해자, G(M.생, 당시 약 만 21세), 그 외 E이 초대한 남자 2-3명이 참석하였다.

피고인(N.생으로 이 사건 당시 만 38세, 키는 약 177cm 정도이다)과 주식회사 O의 공동대표인 H는 당일 저녁 8시경 위 자리에 합류하였고, 참석자들은 그로부터 약 2시간 동안 그 자리에서 저녁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E이 H에게 본인 생일이니술 한잔 사달라고 하여 H가 허락하자 E이 C가라오케 예약담당실장인 P을 통하여 C가 라오케 VIP룸을 예약하고 생일파티 참석자 중 E, 피해자, G, 피고인, H가 C가라오케로 갔다. C가라오케에서는 2차 생일파티를 하면서 DJ가 노래 선곡을 도왔고, 웨이터 1-2명이 드나들었으며, 저녁 10시 30분경 Q의 공동대표이던 R가 뒤늦게 합류하였다.

2) C가라오케 동석자들의 경력 등

피고인은 1998년경 S 재정경제부 출입기자로 근무하면서 재정경제부 T이던 H를 만났고 2003년경 S를 사직하고 2004년경 총선에 출마하였으나 낙선하였으며 2006. 7. 경부터 2007. 2.경까지 일본 U 대학교에서 객원교수로 재직하다가 귀국한 후 2008. 6.경 주식회사 V 투자자문사에 상무로 입사하였다. H는 재정경제부 W을 거쳐 X으로 재직하다가 퇴직한 후 2005. 1.경 R와 함께 주식회사 O를 설립하였고 2005. 5.경 지인의 소개로 E을 처음 만난 이후 몇 번 더 만났으며 2007. 8.경 E을 피고인에게 소개해주었다. E(Y생)은 1996년 Z를 설립하여 연예기획업무를 하다가 2006년경 상호를 D로 변경하여 연예기획사를 운영하였다.

3) 피해자의 사망과 이 사건 수사의 개시

그런데 피해자가 2009. 3. 7.경 사망하자 언론을 통하여 소위 ○○○리스트가 떠돌아 다녔고, 그 내용은 신인배우인 피해자가 악덕 연예기획사 사장에게 금전적으로 약점이 잡혀 강요에 의해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술접대와 성접대를 하다가 우울증에 걸려 자신이 접대한 사람들에 대한 리스트를 유서로 남기고 자살하였다는 것이었고, 이에 따라 그 무렵 ○○○리스트에 언급된 사람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수사에 의하여 밝혀진 것은 ○○○리스트는 유서가 아니라 피해자와 AA(주식회사 D 소속의 매니저팀장이었다가 2008. 9.경 AB라는 개인사업체를 설립하여 연예인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던 사람이다) 등이 연예기획사 대표인 E을 고소하기 위하여 진술서의 형태로 작성된 문건으로 밝혀졌고, 리스트에서 언급된 사람들 중 E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 대하여는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4) G의 경찰에서의 진술 등

가) 제1회(2009. 3. 15.) 진술: 위 유죄로 의심되는 정황란에서 본 바와 같다.

나) 제2회(2009. 3. 18) 진술: I 대표 J의 명함을 경찰에 제출하면서 J을 범인으로 특정 하였고, J의 인상착의에 대하여는 40대 중반이고 키는 약 168cm 정도이며 체격은 보통이고 안경은 착용하지 않았으며 얼굴형이 넓고 긴 편이고 머리 형태는 하이칼라형 이면서 양머리가 짧은 편이라고 진술하였다. 나아가 범행방법 등과 관련하여 J이 피해자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겨 자기 무릎에 앉힌 상태에서 양손을 원피스 치마속으로 넣어 허벅지와 음부를 만지자 피해자가 몸부림을 치면서 하지 말라고 하였더니 다시 오른손으로 원피스 겉으로 가슴을 만졌다고 진술하였다.

다) 제3회(2009. 3. 25) 진술: VIP룸 안쪽에 E이 앉고 그 옆에 자신과 피해자가 나란히 앉자 있었고, 반대편에 H가 앉고, 그 옆에 I 대표가 앉았는데, 피해자가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출 때 I 대표가 피해자를 끌어내려 무릎에 앉힌 후 이상한 행동을 하여 피해자가 E의 오른쪽으로 가서 앉았고, 바로 H가 노래를 부르고, I 대표가 피해자 옆에 앉아 있는 상태에서 자신(G)이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고 1시간 정도 있다가 E이 얼굴이 좋지 않다고 하면서 먼저 들어가라고 하여 나왔다.

라) 제4회(2009. 3. 25.) 진술: I 대표가 명함을 준 것은 D 건물 3층에서 E 생일파티를 할 무렵 E이 I 대표를 소개하여 받은 것이다. I J 대표는 일본어를 구사하지도 않았고 일본어 노래도 하지 않았으며 술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이전 진술 당시 J이 일본어를 유창하게 잘한다고 진술한 것은 AC 가라오케에서 E이 다른 룸에서 모시고 온 신문사 회장님(60대 이상이고 키는 165cm 정도이며 배가 약간 나오고 통통하며 양볼에 살이 약간 찐 상태이고 안경은 착용하지 않았으며 옆가르마를 한 상태이다)을 소개하였는데 그 회장님이 일본 노래를 잘 하였고 신문사이기 때문에 착각하였기 때문이다1).

한편 피고인도 2009. 4. 4. AD란 가명으로 참고인 진술을 하면서, 당초에는 E생일날 C가라오케에 H, R, AE가 참석하였고 I 대표 J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가, 경찰관으로부터 G가 J이 참석하였다고 진술하였다고 추궁당하자 J이 참석하였다고 진술을 번복하였으며, 2009. 4. 6.경 2차 진술 당시에는 피해자가 테이블 위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J 대표쪽으로 넘어졌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G와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진술에 따라 J이 추행범으로 지목되어 2009. 4. 7. 수 원남부경찰서에서 1차 조사를 받았고, 2009. 4. 10.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대에서 2차 조사를 받았으며, 2009. 4. 14.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3차 조사를 받았다(J이 3차 조사를 받을 당시에는 사건 당일의 행적이 소명되어 알리바이가 대부분 해명되었다.)

마) 제5회(2009. 4. 14.) 진술: 경찰에서는 G를 상대로 4차례 조사를 하였으나 시일이 오래되고 술접대 자리가 40여회 가량 있었던 관계로 다른 기억들과 혼합되어 피해자를 추행한 사람을 정확하게 지목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당시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하여 2009. 4. 14. 21:40경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 법최면실에서 법최면검사를 실시하였고, 체면검사를 마친 당일 G를 상대로 제5회 참고인조사를 하였다. 당시 G는 E 대표 생일파티에 H와 함께 참석한 신문사 대표와 가라오케에 갔었는데, 그 신문사 대표가 갑자기 테이블 위에서 노래를 부르던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 당겨 무릎에 앉히고 손으로 피해자의 허벅지와 음부를 만졌으며, 생일파티에서 E으로부터 신문사 대표라고 소개받았고 그 사람으로부터 명함을 받은 기억이 있어 집에서 명함을 찾아보니 I 대표로 되어 있어 추행을 한 사람이 I 대표라고 진술하였지만, 이후 경찰관이 제시하는 J과 피고인의 동영상을 보고 J이 아닌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행한 것을 알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이 2009. 4. 18.경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으며, 2009. 7. 8. 피고인에 대한 경찰 3회 피의자신문 당시에는 G와 대질신문이 이루어졌다.

5) G의 검찰에서의 진술과 피고인에 대한 무혐의 처분

가) 제1회(2009. 7. 25.) 진술: E 생일파티 당시 피해자가 테이블 위로 올라가 짧은 치마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격렬하게 춤을 추는데 피고인이 피해자의 팔을 잡아 당겨 피해자의 몸이 기울어지면서 피고인의 무릎에 앉게 되었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허벅지를 만졌다. 당초 J을 범인으로 지목한 이유는, J으로부터 받은 명함을 경찰에 넘겼고 I가 유일하게 신문사여서 이를 연관시켜 J이라고 지목하였던 것이고, 나중에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이유는 경찰에서 제5회 조사를 받을 때 경찰관이 생일 당시 참석한 사람이 피고인이라고 말해주고 유리를 통하여 진술녹화실에서 조사받던 J을 보여주었는데 그때 보니 J이 범인이 아니었다. 이에 경찰관에게 J이 추행범이 아니라고 하였더니 그럼 누구냐고 하면서 여러 명의 사진을 보여주고, 뒤이어 경찰관이 피고인이 생일파티에 참석하였다고 하면서 피고인의 동영상을 보여주기에 피고인이 추행범이 맞는 것 같다고 진술하였으며, 경찰관이 다시 밖에서 안이 안보이는 유리를 통하여 피고인을 보여주기에 추행한 사람이 피고인이 맞다고 지목하게 되었다. 피고인으로부터 명함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고 진술하였다.

나) 제2회(2009. 7. 25.) 진술: 경찰 1차 조사 당시 가해자가 신문사 사장님이라고 진술한 것은 기자들로부터 신문사 사장들에 대한 연락이 많이 와 그렇게 진술한 것이고, 경찰에서 제2회 진술 당시에는 자신이 J의 명함을 가지고 있었고 경찰관들도 J이 맞다고 이야기 해서 그렇게 신뢰하고 진술했다. 경찰 제2회 조사 당시에는 약 40대 중반으로 신장은 168cm 정도이고 안경은 착용하지 않고 얼굴형이 넓은 편이면서도 길고 머리스타일은 하이칼라 형이면서 양머리는 짧은 편인 남성이 추행을 한 것으로 기억되어 성추행범의 인상착의를 그와 같이 진술하였다.

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2009. 8. 19): G가 경찰에서 강제추행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관하여 3회나 진술을 번복하였고, 최면수사 이후 J이 알리바이를 주장하면서 사건 당일의 행적을 소명하는 자료를 제출하자 새로운 사람을 지목하여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에서 피고인을 지목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최면상태에서의 조사와 대면조사시의 진술에 차이가 많이 나며, H의 동석 여부, 식사 후 가라오케로 갈 때의 차량 탑승에 대한 진술, R의 참석 또는 그를 보았는지 여부에 대한 진술이 번복되는 등 G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오히려 G의 경찰 제1회 진술은 여러 가지를 조합하여 만든 거짓이고, 제2회 진술은 피고인보다 실제 J에 더 가깝고, 최면상태에서의 진술은 피고인을 지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신빙성에 의심이 들고, ○○○리스트에는 추행사건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인에 대하여 혐의 없음 처분을 하였다.

6)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수사권고와 검찰의 기소 및 G의 법정 진술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는 2018. 5. 28. 피고인에 대한 강제추행 부분에 대하여 재수사할 것을 권고하였고, 그 이후 검찰에서 피고인과 H, R, AE 등에 대하여 조사하고 G에 대하여는 별도로 조사하지 않은 채 2018. 6. 26.경 피고인을 기소하였다. 그 후 2차례 진행된 공판절차에서 G가 증인으로 채택되거나 재정증인으로 참석하여 제5회 경찰에서의 진술과 비슷한 취지의 증언을 하였다.

다. 구체적 판단

1) G 진술의 기초적 의문

이 사건 추행사건 전후에 C가라오케 VIP룸에 있었던 사람은 E과 피해자, G, 피고인, H, R로 밝혀졌고, G는 H와는 그 이전부터 안면이 있었고, 피고인과 R는 그 날 처음 만났지만, 피고인의 경우에는 C가라오케오로 오기 전 서울 강남구 소재 D 건물 3층에서 이루어진 E의 1차 생일파티에서 만나 약 2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던 점, 또한 H는 AF생으로 당시 만 54세이고 키는 약 168cm 정도였으며, R는 AG.생으로 당시 만 53세이고 H보다 키가 조금 작았으므로 모두 당시 38세로서 키가 177cm인 피고인과는 인상착의가 확연히 구분되는 점, G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가 테이블 위에, 올라가 춤을 춘 것은 E의 생일날이 처음이고 자신이 추행 장면을 면전에서 똑똑히 목격하였다는 것이므로, 만약 피고인이 E의 생일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테이블에서 춤을 추던 피해자를 강제로 끌어내린 다음 가슴과 허벅지를 만졌다면 G로서는 그 장면을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어 그때로부터 수개월 내에 이루어진 경찰 제1회 조사 당시 추행범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진술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마땅히 E의 생일파티에 참석한 일행들 중 처음보는 제일 젊고 키가 큰 사람이 피해자를 추행하였다라고 진술하여 피고인을 바로 지목하거나 적어도 피고인과 외양적 특성이 비슷한 인물을 지목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G는 E의 생일날로부터 약 7개월 10일 후인 2009. 3. 15.경 경찰에서 제1회 참고인 진술을 하면서, 손님중에 50대 초반의 남성으로서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신문사 사장님이 피해자를 추행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제2회 경찰 진술 당시에는 추행범이 I 대표 J이라고 지목하면서 J의 명함을 제출하고 J의 인상착의에 대하여는 40대 중반이고 키는 약 168cm 정도라고 진술하였으며 그 이후부터 2009. 4. 14. 이루어진 제5회 진술전까지 그와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유지하였는바, 이와 같이 G가 추행범으로 지목한 사람의 인상착의(나이 50대 초반 내지 40대 중반, 키 약 168cm)가 피고인의 인상착의(나이 38세, 키 177cm)와는 상당한 차이가 나는 점, 비록 G가 제5회 진술시점에 이르러서야 피고인을 추행범으로 지목하였지만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G가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과정에도 상당한 의문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E의 생일날 피해자가 누군가로부터 추행을 당하였는지 여부 뿐만 아니라 G가 추행장면을 목격하였는지 여부 자체에 강한 의문이 든다.

2) G가 피고인을 지목하는 과정 관련

G는 스스로의 기억이 아니라 기자 등을 통해 들은 사실을 토대로 추측하여 50대 신문사 사장이 피해자를 추행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제1회 내지 4회 경찰 진술 당시에는 I 대표 J이 추행범인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제5회 진술 시점에 이르러 경찰관이 제시하는 동영상과 유리를 통해서 J의 얼굴을 보고 J이 아닌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행한 것으로 알게 되어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① 그러나 G는 제1회 경찰 진술 당시 50대 초반의 신문사 사장이 피해자를 추행하였다고 진술하고, 제2회 경찰 진술 당시에는 40대 중반의 키가 약 168cm 정도되는 신문사 대표가 피해자를 추행하였다고 진술하면서 경찰관에게 I 대표 J의 명함을 제출하여 J을 추행범으로 특정하였는바, 당시 J은 국내 굴지의 언론사 대표여서 누구나 J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쉽게 구할 수 있어 G 스스로 J이 추행범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고, 경찰에서도 언론사 대표인 J을 피의자로 입건하기 전에 G에게 J의 사진과 동영상 등을 제시하여 J이 추행범이 맞는지 재차 확인하였을 것이기에 G로서는 이른 시일 내에 J이 추행범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인 점, ② G가 피고인을 추행범으로 지목한 제5회 경찰 진술을 할 무렵에는 J의 알리바이가 입증되어 J을 범인이라고 할 수 없는 상태였음은 G도 이미 알고 있었고, G가 E의 생일파티에 참석한 사람들 중 신문사 사장이 추행범이라고 지목해 놓은 상태인데다 피고인이 실제 생일파티에 참석하였고 피고인이 이전에 신문사에 근무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피고인을 추행범으로 지목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점, ③ G는 검찰에서 진술 당시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 경위에 관한 경찰에서의 종전 진술에 모순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당시 경찰관으로부터 J과 피고인의 동영상을 제공받고 유리를 통하여 J과 피고인의 얼굴을 보고서 J이 아닌 피고인이 추행범임을 알게 되었다고 진술하였으나, G가 최초로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2009. 4. 14.에는 J만 경찰에 출석하여 제3차 피의자신문을 받았을 뿐이고 피고인은 경찰서에 출석한 적이 없어 G가 피고인이 나오는 동영상을 볼 수 있었을 지언정 밖에서 안이 안보이는 유리를 통하여 피고인을 직접 볼 수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G가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 과정에도 상당한 의문이 들다.

3) 참석자들의 지위 등과 VIP 룸의 객관적 상황

① 당시 술자리는 피해자가 손님들을 접대하는 자리가 아니라 E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하여 E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자리였다. 피고인은 S에서 사직한 후 총선에 출마하였다가 낙선한 사람으로서 소규모 금융기관의 상무로 재직하였던 반면에 H는 6,500억 원 정도를 운용하던 Q 공동대표이고, 또한 피고인은 당시 H로부터 Q를 함께 이끌어가던 R를 처음으로 소개받는 자리였기 때문에 행동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E은 유명한 연예기획사인 D의 대표자로서 소속 연기자인 피해자와 G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게 술도 따르지 못하도록 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고 나아가 자신이 동성애자로 의심받는 것을 두려워하여 피해자와는 애인 사이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던 터이므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추행하였다면 피고인에게 매우 강하게 항의하고 생일파티를 종결하였을 것임에도, G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E이 피고인에게 별다른 항의를 한 바 없고 나아가 E의 생일파티도 중단되지 않고 이후 1시간 이상 더 지속되었던 점, ③ 당시 가라오케 룸 안에는 피고인 일행 뿐만 아니라 노래할 곡을 선곡해 주던 직원이 있었고 종업원들도 수시로 드나들고 있어 어느 정도 공개된 장소로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당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추행행위 자체가 있었는지에 강한 의문이 든다.

라. 정리

위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과 아울러 생일파티 참석자들인 E, H, R, P 모두 당시 피해자에 대한 추행 자체가 없었거나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고(또한 피고인과 위 생일파티 동석자들이 J이 E의 생일파티에 참석하였다고 모의한 정황도 발견되지 않는다), 검찰 스스로 G의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피고인에 대하여 무혐의 처분을 한 이후 새로운 증거를 발견하거나 추가로 G를 직접 조사하지도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G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에게 형사처벌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판사 오덕식

주석

1) 그런데 G의 위와 같은 진술은 결국 E이 2008. 2. 22.경 AC 가라오케의 다른 룸에서 60대 신문사 회장님을 데려와 소개를 하였고, 이후 일본 노래를 한 60대 언론사 회장님과 J을 착각하여 50대 초반의 일본어를 잘하는 신문사 사장이 추행하였다고 진술하게 되었다는 것이나, G는 2008, 2. 28.경 AC 가라오케에서 I 대표 J과 자리를 함께 하고 있던 와중에 E이 다른 룸에 있던 60대 언론사 회장을 모셔와 소개하였고, 60대 신문사 회장이 일본 노래를 불렸으며, G가 2009. 3. 10. AA와 통화한 내역에 의하더라도 G가 I 대표 J과 언론사 회장님을 별개의 사람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있어, G가 50대 초반의 일본어를 잘하는 신문사 사장과 새로 소개받은 60대 언론사 회장을 동일한 인물로 착각하였던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