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등)][미간행]
피고인
쌍방
강종헌
변호사 장경욱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무죄부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형부당)
⑴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인터넷 포탈사이트인 다음(Daum) 카페 내 이적표현물의 각 소지로 인한 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등)의 점과 관련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위 공소사실에 관련된 13건의 글이 이적표현물인 사실, 피고인이 위 글에 댓글을 다는 등 이를 확인한 사실, 피고인이 위 인터넷 카페의 운영자로서 게시물에 대한 열람·삭제 권한을 가지고 있어 위 글에 대한 사실적 지배권한을 보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이 위 글이 게시된 사실을 인식한 시점부터 그 소지를 개시하였다고 할 것인바, 이러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음에도 원심은 위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글들을 모두 열람하여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하고 이를 소지하려는 의사로 계속 게시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⑵ 양형부당
이 사건이 국가안보에 관한 사안인 점, 피고인이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반성의 기색이 없고 재범의 위험성이 농후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유죄부분 사실오인)
⑴ 북한이 반국가단체가 아님에도 원심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고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국가보안법 제2조 소정의 반국가단체에 관한 법리오해 및 채증법칙위배의 잘못이 있다(변호인은 북한이 반국가단체가 아닌 ‘국가’이고 국가보안법의 규범력이 상실되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⑵ 피고인이 다음(Daum)과 네이버(Naver)에 개설·운영한 카페(‘사이버한국방위사령부’,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에 직접 작성하거나 인용하여 게시한 글들 및 구국전선 사이트에 접속하여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에 다운받아 소지한 문건들은 그 내용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한다고 할 수 없는 것으로서 모두 이적표현물이 아니고, 나아가 피고인이 연구목적으로 위 인터넷 카페들을 운영하는 등 피고인에게 이적목적이 없었음에도 원심은 위 각 글과 문건을 이적표현물로 판단하고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채증법칙위배, 심리미진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피고인은 국가보안법에는 제7조 제5항 에는 ‘이적표현물’이라는 표현이 없음에도 원심이 이를 사용한 것은 확대해석이라고도 주장한다).
⑶ 피고인이 운영하던 다음(Daum) 카페는 이미 폐쇄되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위 카페에 게시되었던 글들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위 카페가 폐쇄된 이후에 위 글들과 관련하여 피고인을 처벌하는 것은 이중처벌이다.
2. 판단
가.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소지’의 문언적 의미는 물건을 사실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상태로서, 형법상 전시폭발물 소지죄( 제121조 ), 아편등 소지죄( 제205조 ), 음화등 소지죄( 제244조 )나 형사소송법상 구속영장집행의 절차에서의 구속영장 소지( 제85조 ), 압수물과 관련하여 그 소지자( 제106 , 107 , 108 , 111 , 112 , 129 , 133조 ), 준현행범인인 흉기 기타 물건의 소지자( 제211조 ) 등의 용례에서 알 수 있다시피 그 대상은 ‘물건’이고, 그 중에서도 사실적·물리적 지배가 가능한 ‘유체물’에 한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① 인터넷에 게시된 표현물의 경우 종이에 출력되거나 컴퓨터의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되어 그 종이나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와 같은 유체물에 화체되지 아니하는 한 ‘정보’에 불과할 뿐 소지의 대상이 되는 물건이라 할 수 없고, ② 나아가 위와 같은 정보의 소지도 처벌한다면 카페 운영자로서는 위 정보를 삭제하거나 정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인데, 일반적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내 카페에 게시된 표현물을 카페 운영자만 삭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작성자 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운영자도 일정한 경우에 삭제할 수 있는 점, 그리고 타인이 카페에 게시한 글이 카페 운영자에 의해 관리되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카페 운영자에게 카페의 목적에 맞지 않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불법적이라는 이유로 게시글을 삭제하거나 접속을 제한하는 등의 조리상의 관리의무(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운영자와의 계약에 따른 관리의무)가 인정될 뿐인바 별도의 형벌규정 없이 정보를 삭제하거나 정보에 대한 접속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까지 처벌한다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여기에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소정의 소지죄를 적용하는 것은 문언의 범위를 벗어난 확장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다음(Daum) 카페 내 이적표현물인 13건의 글을 각 소지하였다는 부분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므로 원심이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한 것은 그 결론에 있어서 타당하고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⑴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에 관하여
살피건대,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유엔에 가입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유엔이라는 국제기구에 가입한 다른 가맹국에 대해서 당연히 상호간에 국가승인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국제정치상 관례이자 국제법상 통설적인 입장인 점, 기존의 남북합의서, 남북정상회담, 남북공동선언문 등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회담과 경제협력 등의 현상들만으로 북한을 국제법과 국내법적으로 독립한 국가로 취급할 수 없는 점, 남·북한 사이의 법률관계는 우리의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북한을 대한민국과 대등한 별개의 독립된 국가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니(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9163 판결 등 참조), 북한이 독립된 국가라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또한 북한의 사회주의 헌법과 조선로동당규약은 현시점에서도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와 서로 조화될 수 없고 적대적인바, 북한이 이를 통하여 북한의 최종 목적이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에 있다는 것과 이러한 적화통일의 목표를 위하여 이른바 남한의 사회 민주화와 반외세 투쟁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명문으로 선언하고 그에 따른 정책들을 수행하면서 이에 대하여 변경을 가할 징후를 보이고 있지 아니한 점을 고려하면,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북한이 반국가단체가 아니라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아가 북한이 더 이상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명백한 변화를 보이고 그에 따라 법률이 정비되지 않는 한,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법이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이라거나 그 규범력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국가보안법이 규범력을 상실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⑵ 이적표현물의 의미 및 유죄부분 공소사실에 관련된 표현물의 이적성에 관하여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의 죄의 객체인 문서·도화 기타 표현물은 그 자체에 반국가활동성, 즉 국가의 존립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성이 표현된 것이어야 하는바( 대법원 1992. 3. 31. 선고 90도203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하 ‘이적표현물’이라고 하고 원심이 이와 같은 의미로 ‘이적표현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음이 명백하므로 위와 같은 용어의 사용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확장해석이라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피고인이 다음(Daum) 및 네이버(Naver) 카페에 직접 작성하거나 인용하여 게시한 각 글 및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에 다운받아 소지하고 있던 문건은 그 주된 내용이 ①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개발행위 등을 무비판적으로 적극 찬양하고, ②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미국의 식민지로 인식하면서 주한미군철수 등을 주장하며, ③ 북한의 선군정치 및 사상을 미화하고, ④ 주체사상의 위대성 및 북한 사회주의 사상과 체제의 우수성을 주장하며, ⑤ 김정일을 미화 또는 찬양하는 등의 것으로, 이는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주장·주의와도 대부분 일치하는 데다가 그밖에 그 문구 등 표현의 방식이 과격하고 선동적인 점, 피고인이 위 각 글과 문건들을 게시 또는 소지하게 된 동기와 경위, 그 당시의 국·내외적인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며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것이라고 보기 충분하므로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일부 글과 문건이 이미 합법적으로 출판·판매되거나 다른 사람이 작성·게시된 글이라는 사정만으로 이적표현물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⑶ 피고인의 이적목적에 관하여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5항 에서는 제1항 의 행위를 할 목적(이하 ‘이적목적’이라고 한다)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를 같은 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목적’이란 찬양·고무 등 행위에 대한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까지는 필요 없고 미필적 인식으로 족하므로, 표현물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보아 반국가단체의 활동에 동조하는 등의 이적성을 담고 있는 것임을 인식하고 나아가 그와 같은 행위가 이적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구성요건이 충족되는 것이며( 대법원 2004. 8. 30. 선고 2004도3212 판결 등 참조), 객관적으로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대남선전, 선동 등의 활동에 동조하는 등 반국가단체나 그 활동을 이롭게 하거나 그 이익이 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는 이적표현물을 그와 같은 인식을 하면서도 이를 제작·취득·반포 또는 소지하였다면 그 행위자에게는 위 표현물의 내용과 같은 이적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고, 따라서 오로지 학문적 연구나 영리추구 및 호기심에 의한 것이라는 등의 그 이적목적이 없었다고 보여지는 자료가 나타나지 않는 한 이적목적의 요건은 충족된다( 대법원 2003. 3. 11. 선고 2002도4665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위 각 글과 문건들을 게시하거나 소지하게 된 동기 및 경위, 위 각 글과 문건들의 내용, 피고인의 연령·학력·경력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 각 글과 문건들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활동에 동조하는 등의 내용임을 인식하고 게시하거나 소지한 것이라고 인정되므로 피고인에게는 위와 같은 행위 당시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소정의 이적목적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피고인은 학문적 연구 등의 목적으로 위 각 글과 문건을 게시하거나 소지하였다고 주장하나, 피고인 스스로 북한에 대한 우호적인 관점이 일관된다고 인정하다시피 피고인이 게시하거나 소지한 각 글과 문건들이 이념편향적인 것으로서 피고인이 이와 다른 관점에서 본 글들을 게시하거나 소지하고 있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의도가 순수하게 학문적 연구 등의 목적이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⑷ 폐쇄된 카페 내 표현물의 이적성 여부 및 이중처벌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다음(Daum) 카페 내 게시되었던 글들이 이적표현물이고 위 글의 게시 당시 피고인에게 이적목적이 있었다고 인정되는 이상 위 카페가 폐쇄되었다고 하여 행위의 가벌성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카페 폐쇄가 형사처벌이 아닌 이상 폐쇄된 카페에 게시되었던 글들로 인하여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하여도 이를 이중처벌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⑸ 따라서 원심이 위와 같은 전제하에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각 유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다.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어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피고인이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까지는 나아가지 않은 점, 피고인에게 벌금형 이외의 전과가 없는 점, 우리 사회의 민주화 및 성숙도에 따라 포용할 수 있는 사상 및 표현의 자유의 폭이 보다 넓어졌다고 보이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학력, 성행, 가정환경, 가족관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요소를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는 보이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