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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다16713 판결

[손해배상(의)][공2005.8.1.(231),1257]

판시사항

[1] 환자의 전원과정상 병원측의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2]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피해자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피해자의 체질적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 등을 감액사유로 참작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과실상계사유에 대한 사실인정과 비율확정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인지 여부(적극)

[4] 다른 병원의 의사로부터 전원요청을 받은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한 후에야 전원을 허용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전원을 허용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즉각적인 응급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상태를 잘못 판단하여 즉각적인 응급수술이 불가능한 병원으로 전원시키고, 또한 전원과정에서 환자의 초기상황과 시행된 처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한 결과 환자에 대한 즉각적인 응급수술의 실시가 지연됨으로써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아 병원측의 전원상의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2] 가해행위와 피해자측의 요인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경우에는 피해자측의 요인이 체질적인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와 같이 피해자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질환의 태양·정도 등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정하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피해자측의 요인을 참작할 수 있다.

[3]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에서 과실상계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이다.

[4] 응급수술이 불가능한 병원의 의사가 전원요청을 받은 환자의 상태에 대해 응급수술이 필요한지 여부를 전원을 요청하는 의사로부터 확인하여 전원을 허용하였다면 전원요청을 받은 의사로서는 구체적이고 추가적인 질문을 하여 환자의 상태를 더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한 후에야 전원을 허용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전원을 허용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담당변호사 조용환 외 2인)

피고,상고인

의료법인 을지병원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현호 외 4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의료법인 성화의료재단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 의료법인 을지병원의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기각 부분에 관한 상고비용은 피고 의료법인 을지병원이 부담한다.

이유

1. 피고 의료법인 을지병원의 상고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의료법인 을지병원(이하 '피고 을지병원'이라고 한다)의 의사 소외 1은복부외상 환자의 경우 초기의 혈색소 수치가 정상일 수 있고 망 소외 2(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활력징후는 피고 을지병원의 수액공급으로 정상화되었으며 특별한 출혈소견을 보이지 않았다 할지라도 망인의 내원시 복부출혈과 소장 돌출을 보였고 피고 을지병원의 일반외과 과장 손길수가 응급수술 준비를 지시한 점에 비추어 보아도 망인이 즉각적인 응급개복술을 받아야 할 환자임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망인이 즉각적인 응급개복술을 받아야 할 환자가 아닌 것으로 잘못 판단하여 즉각적인 응급개복술의 실시가 불가능한 피고 의료법인 성화의료재단이 운영하는 대한병원(이하 '피고 대한병원'이라 한다)으로 전원을 시켰으며, 또한 피고 을지병원의 의사 소외 1은 즉각적인 응급개복술을 실시할 능력이 없다며 환자의 상태를 묻는 피고 대한병원 일반외과 과장 소외 3의 질문에 대하여 환자의 생체징후나 혈색소 수치상 이상이 없고, 특별한 출혈소견은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대답만을 하고 응급실에서의 초기상황과 시행된 처치에 대한 반응 등에 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증거취사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전원상의 과실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나. 원심은, 피고 을지병원에서 피고 대한병원으로 전원할 당시에 망인의 활력징후가 비교적 좋아 즉각적인 응급개복술 실시가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하였다면 망인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위 소외 1은 망인의 상태를 잘못 판단하여 즉각적인 응급개복술이 불가능한 피고 대한병원으로 전원시키고, 더욱이 전원과정에서 소외 3에게 피고 을지병원 응급실에서의 초기상황과 시행된 처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하였고, 그 결과 망인에 대한 즉각적인 응급개복술의 실시가 지연됨으로써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피고 을지병원의 전원상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부분에 관한 원심의 판단도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다. 가해행위와 피해자측의 요인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경우에는 피해자측의 요인이 체질적인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와 같이 피해자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질환의 태양·정도 등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정하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피해자측의 요인을 참작할 수 있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에서 과실상계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이다 ( 대법원 2000. 1. 21. 선고 98다50586 판결 참조).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망인이 피고 을지병원 내원시 이미 복부에 자상을 입은 후 약 30분이 경과하여 상당 정도의 출혈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위 소외 1 등은 피고 을지병원의 중환자실에 빈 병상이 없어 망인을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켜야 했는데, 상계백병원 등 피고 을지병원 주위의 응급의료지정기관에도 중환자실에 빈 병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피고 대한병원으로 전원시키지 않고 응급개복술을 실시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켰다 하더라도 전원이 상당 시간 지연되었으리라는 점, 12시간 이내에 수술이 이루어진 복부둔상 환자에 대한 조사에 의하면 쇼크 후 1시간 이내에 응급개복술이 실시되어도 사망률이 17.1%에 이르고, 1시간이 경과되어 수술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41.8%에 이르는 점 등을 인정한 후, 피고 을지병원에게 이 사건 사고의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신의칙과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불합리하므로, 피고 을지병원의 책임 비율을 40%로 제한한다고 판단하였는바, 위 법리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위와 같은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피고 의료법인 성화의료재단의 상고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 대한병원은 응급의료지정기관이 아니고 인력과 시설도 부족하여 즉각적인 응급개복술을 실시할 능력이 없었던 병원이었던 사실, 피고 대한병원의 일반외과 과장 소외 3은 피고 을지병원의 의사 소외 1로부터 복부자상 환자에 대한 전원요청을 받고서 피고 대한병원은 응급개복술을 실시할 능력이 없어 수술이 급하거나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수술이 곤란하다며 환자의 상태를 물었는데, 위 소외 1는 환자의 생체징후나 혈색소 수치상 이상이 없고, 특별한 출혈소견은 보이지 않는다고 대답을 하였고 이에 위 소외 3은 추가적인 질문 없이 출혈이 심하지 않고 상태가 안정된 환자라면 피고 대한병원으로 전원을 하여도 좋다고 전원을 허락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소외 3은 위 소외 1보다 임상적 경험이나 의학적 지식이 더 많은 의사이고, 더욱이 복부자상 환자의 경우 수액투여로 혈압이 정상으로 유지될 수 있고, 출혈 초기에는 혈색소가 대부분 11g/㎗ 이상으로 정상으로 관찰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위 소외 1에게 복부자상 환자가 피고 을지병원에 내원하였을 당시의 환자의 상황이나 시행한 조치, 그리고 혈압 등 환자의 생체징후가 수액투여로 정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특별한 출혈소견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등에 대하여 구체적이고도 추가적인 질문을 하여 복부자상 환자인 망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음으로써 즉각적인 응급개복술이 필요한 환자인지 여부를 확인하여 즉각적인 응급개복술을 실시할 수 있는 피고 대한병원 이외의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도록 할 의무가 있음에도 위 소외 1로부터 망인이 안정적이라는 이야기만을 듣고 더 이상의 정확한 상태에 대하여 확인하지 아니한 채 피고 대한병원으로 전원하도록 한 잘못이 있고, 이와 같은 잘못으로 망인에 대한 즉각적인 응급개복술의 실시가 지연되어 망인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위 피고에 대한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피고 대한병원의 일반외과 과장 소외 3은 집에서 03:15경 위 소외 1로부터 복부자상 환자에 대한 전원요청을 받고 피고 대한병원은 응급개복술을 실시할 능력이 없어 수술이 급하거나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수술이 곤란하다면서 환자의 상태와 출혈 여부를 물었다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질문의 경위에 비추어 보면, 소외 3이 물은 환자의 상태와 출혈 여부는 결국 망인이 즉시 응급개복술이 필요한 환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를 제공하여 달라는 취지로 보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소외 1은 망인의 내원 당시의 혈압이나 망인에게 하트만 수액을 투여한 사실 등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아니한 채 "활력증후 상태는 130/100 정도로 안정되었다. 혈액 검사상 혈색소 수치 13.5가 나온다. 의식은 명료한 상태이고, 외관상 특별한 출혈소견은 보이지 않고 특별히 의심되는 소견이 없다. 수술이 급한 것 같지는 않다."고 대답을 함으로써 소외 3으로서는 망인이 즉시 응급개복술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라고 판단하여 망인의 전원을 허락하게 된 것인바, 위와 같이 소외 3이 집에서 한밤중에 전화로 위 소외 1의 전원요청을 받고, 먼저 피고 대한병원은 응급개복술을 실시할 능력이 없어 수술이 급하거나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수술이 곤란하다면서 환자의 상태와 출혈 여부를 물은바, 그에 대하여 소외 1이 환자의 생체징후나 혈색소 수치상 이상이 없고 특별한 출혈소견을 보이지 않으며 수술이 급한 것 같지도 않다고 답변하였다면 소외 3으로서는 같은 의사인 소외 1의 위와 같은 답변을 듣고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 후 전원을 허용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 것이지, 이에 더 나아가 소외 1에게 환자의 내원 당시의 상태나 시행한 조치, 혈압 등 환자의 생체징후가 수액투여로 정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특별히 출혈소견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등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추가적인 질문을 하여 환자의 상태를 더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한 후에야 전원을 허용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 이와 달리, 소외 3에게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전원을 허락한 과실이 있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전원을 받는 의사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의료법인 성화의료재단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 의료법인 을지병원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 부분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피고 의료법인 을지병원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배기원 이강국(주심) 김용담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5.2.1.선고 2003나63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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