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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대구지방법원 2019.5.23. 선고 2019노59 판결

병역법위반

사건

2019노59 병역법위반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김후곤, 백상준(기소), 국진(공판)

판결선고

2019. 5. 23.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법리오해)

피고인이 'B' 신도로서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피고인은 군과 무관하고 양심에 반하지 않는 민간대체복무를 행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으므로, 병역 기피의 고의도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현역병 입영대상자로서 'B'의 신도이다.

피고인은 2016. 11. 10.경 경북 칠곡군 C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피고인의 조모D로부터 같은 해 12. 5. 충남 논산시 연무읍에 있는 육군훈련소로 입영하라는 입영통지서를 수령하였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그로부터 3일이 경과할 때까지 입영하지 아니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입영을 기피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관련법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 입영 거부행위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헌법상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 그리고 국민에게 부여된 국방의 의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가의 존립이 없으면 기본권 보장의 토대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국방의 의무가 구체화된 병역의무는 성실하게 이행하여야 하고 병무행정 역시 공정하고 엄정하게 집행하여야 한다. 헌법이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해서 위와 같은 가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허용 여부는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 규범과 헌법 제39조 국방의 의무 규범 사이의 충돌·조정 문제가 된다.

그런데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이러한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에 해당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헌법상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단지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는 법률에서 병역의무를 정하고 그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방법으로 정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이행을 거부할 뿐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현황과 함께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국방력, 국민의 높은 안보의식 등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한다고 하여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그 불이행을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

요컨대, 자신의 내면에 형성된 양심을 이유로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해서는 안 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심리하여 판단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여야 한다. 신념이 깊다는 것은 그것이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잡은 것으로서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한다. 신념이 확고하다는 것은 그것이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반드시 고정불변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신념은 분명한 실체를 가진 것으로서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신념이 진실하다는 것은 거짓이 없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설령 병역거부자가 깊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신념과 관련한 문제에서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러한 신념은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

구체적인 병역법위반 사건에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경우, 인간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B' 신도로서 현역입영을 거부한 행위는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에 기한 것으로서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의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원심의 판단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① 피고인은 조부모님의 영향으로 'B' 성경을 공부하였고, 2011. 6. 4. 침례를 받아 정식으로 'B' 신도가 되어 그 신앙에 따라 생활하기 시작하였다.

② 피고인은 2016. 11. 10.경 입영통지를 받고 병무청에 "어릴 때부터 오랜 세월 동안 성서를 배워왔고 성경을 믿으며 성경에 따라 생활해오기 위해 노력해왔다. 성서 이사야 2:4에서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을 것임을 즉 하느님께서 전쟁을 없애 시며 전쟁 연습을 하게 하지 않았다. 또한 마태 5:44에서 예수께서는 원수라고 해도 그들을 사랑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제자들에게 가르치셨다. 예수의 행로를 본받기 위해 노력하는 저는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리며 저의 양심으로 인해 군복무를 이행할 수 없다"는 취지의 통지문과 'H'에 소속된 신도라는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다.

③ 피고인은 2016. 11. 10.경 최초 입영통지를 받은 이래 현재까지 신앙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고 있고, 원심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이전부터 당심에서 일관되게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었다.

④ 피고인의 성장과정에서 그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던 사정이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⑤ 피고인은 종교적 신념에 어긋나지 않는 순수민간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이를 통해 병역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위 제2의 다.항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강경호

판사 이혜랑

판사 한대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