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손괴
2016노2195 재물손괴
A
쌍방
이재승(기소), 박성진(공판)
법무법인 B, 담당 변호사 C
부산지방법원 2016. 5. 26. 선고 2015고정4630 판결
2017. 4. 28,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및 변호인
1) 사실오인
① 이 사건 철조망은 일반교통방해 행위에 제공되고 있는 위법한 건조물로서 철거되어야 하므로 보호가치 있는 재물이 아니다. ② 피고인이 자신의 통행권을 행사하던 도중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피고인에게 재물손괴의 고의가 없었다.
2) 위법성 조각
피고인이 철조망을 넘어간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검사
원심의 선고유예는 너무 가볍다.
2.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5. 8. 8. 06:37경 부산 금정구 D에 있는 'E 마을'에 있는 피해자 F 소유의 임야에 설치된 철조망 울타리의 일부를 손으로 잡아 흔들고 발로 밟아 넘어가는 방법으로 파손하여 시가불상의 교체비용이 들도록 재물을 손괴하였다.나,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 손괴의 고의가 없고, 자신의 통행권을 보장하기 위한 자구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원심판결에 거시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다. 당심의 판단
1) 기초사실
피고인의 법정진술, 내사보고(CCTV 영상 첨부에 대한) 및 녹화 CD의 영상, 현장사진 및 파손부분 사진, 피고인이 제출한 각 토지등기부등본의 기재, 각 사진의 영상, 2016. 7. 14. 항소이유서에 첨부된 각 증거자료의 기재 등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① 주식회사 G는 2014. 10. 1. 부산 금정구 D(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의 지분 1818/9124를 취득하였고, 같은 해 12. 15. 강제경매를 통해 3307/9124 지분을 취득하여 이 사건 임야의 과반수 지분권자가 되었다. 피해자 F은 주식회사 G의 대표이사이다.
② 피고인은 2015. 5. 28. 이 사건 임야의 지분 165/9124를 취득하였다. ③ 피고인은 위 임야의 지분 취득 전인 2013. 6. 10. 이 사건 임야 바로 옆에 위치한 부산 금정구 H(이하 '피고인 소유 논'이라 한다)를 매수하였다.
④ 이 사건 임야에는 피고인 소유 논을 포함하여 10년 이상 마을주민들이 이용해 온 인근 논밭으로 이어지는 진입로가 포함되어 있다. 피해자 F은 마을주민들이 위 진입로 이용에 아무런 통행료 등을 지불하지 않고 통행한다는 이유로 2015. 3. 19.경 위 진입로 입구와 그 주변 약 120m 가량에 철조망을 설치하였다.
⑤ 피고인이 이 사건 임야를 통과하지 않고 피고인 소유 논에 가기 위해서는 험하고 좁은 산길을 꽤 많이 우회하여야 한다.
⑥ 피고인은 2015. 8. 8. 피고인 소유 논에 가기 위해 이 사건 임야에 설치된 위 철조망을 몇 차례 손으로 잡아당겨본 후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곳을 찾아 철조망을 밟고 올라타 넘어갔고, 그 과정에서 철조망 지지대 일부가 살짝 휘어졌다.
⑦ 한편, 피해자 F은 위 ④항 기재의 행위로 인해, 2016. 2. 18. 부산지방법원에서 일반교통방해죄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위 철조망을 제거하지 아니하여 2017. 3. 22. 같은 죄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주장에 대하여
① 재물손괴죄에 있어서 물건이 그 본래의 사용 목적에 공할 수 있거나, 다른 용도로라도 사용이 가능한 상태에 있다면, 재산적 이용가치 내지 효용이 있는 것으로서 재물손괴죄의 객체가 될 수 있다(대법원 1979. 7. 24. 선고 78도2138 판결, 대법원 2007. 09. 20. 선고 2007도5207 판결 등 참조). 즉, 위 철조망은 위법한 건조물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일반인의 출입을 막는다는 그 사용 목적에 공할 수 있으므로 재물성이 인정된다.
② 재물손괴의 범의를 인정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계획적인 손괴의 의도가 있거나 물건의 손괴를 적극적으로 희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소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재물의 효용을 상실케 하는 데 대한 인식이 있으면 되는 것이다(대법원 1993. 12. 7. 선고 93도2701 판결 등 참조). 성인 남성이 체중을 실어 이 사건과 같이 단단하지 않은 철조망 또는 지지대에 힘을 가할 경우 지지대가 휘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 적이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위 철조망을 넘어가면서 철조망 지지대를 휘어지게한 이상 소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효용을 해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적어도 재물손괴에 대한 미필적 고의는 인정된다.
나) 위법성 조각 주장에 대하여
① 관련 법리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도4415 판결 등 참조).
② 본건에서의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해자는 일반교통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사건 철조망을 설치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해 결국에는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은 이 사건 진입로를 통해 피고인 소유의 논에 가기 위해 위 철조망을 넘어 간 것으로서 그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이 부정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아울러 철조망을 무너뜨리거나 심하게 파손 또는 제거한 것이 아닌 피해가 거의 없는 방법을 선택하여 철조망을 넘어 간 것으로 보이므로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 또한 적절하였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한 침해이익은 철조망 지지대가 살짝 휘어진 것에 불과하여, 통행권의 회복이라는 피고인의 보호이익과 비교하여 그다.지 크지 않다.
다만, 피고인이 위와 같은 손괴행위 외에 다른 방법이나 수단, 즉 통행방해 배제 청구권을 행사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기는 하나, 피고인으로 하여금 위 철조망을 제거하기 위해 통행방해배제 청구권에 기한 법적절차를 밟도록 하는 동안 위법한 철조망이 계속 설치되어 있는 상태를 용인하도록 하고, 법적 절차를 통해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였다고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 실제 피고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위 철조망을 제거하라는 민사소송을 2015. 9.경 제기하였으나, 아직도 위 민사소송이 계속되고 있는 사정과 피고인이 이 사건 임야의 공유지분까지 보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행위 외에 법적절차 등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설불리 피고인에 대한 가벌성을 긍정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보는 것이 일반인의 건전한 법 관념에 부합한다.
③ 소결
이 사건 공소사실은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범죄로 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피고인의 항소가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따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지는 않는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제2의 다. 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이 무죄판결공시 취지의 선고에 동의하지 않으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무죄판결공시 취지는 선고하지 않는다.
재판장판사김종수
판사오대훈
판사박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