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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1996. 1. 26. 선고 94가합40036 판결 : 확정

[손해배상(기) ][하집1996-1, 8]

판시사항

[1] 선하증권 이면약관상의 제소기간 규정이 운송인의 계약책임 및 고의·중과실에 기한 불법행위 책임에 적용되는지 여부

[2] 선하증권 이면약관상의 제소기간의 기산점으로서의 '화물이 인도되어야 할 날'의 의미

[3] 선박대리점의 불법행위에 대한 운송인의 사용자 책임 존부(소극)

판결요지

[1] 선하증권 이면약관상 제소기간의 약정은 운송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에는 적용되지 않으나,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 책임에는 적용된다.

[2]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에 제소기간의 규정을 두는 취지는 운송인과 선하증권 소지인 등 수하인 간의 법률관계를 비교적 단기에 종료시키기 위한 것인데, 선하증권 소지인이 선하증권을 제시하지 아니하는 한 그 기간이 개시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한다면, 그 단기의 제소기간 약정을 두는 취지에 반하여 그 기간이 부당하게 장기화될 소지가 많으므로, 선하증권 이면약관상의 화물이 인도되어야 할 날이란 선하증권 소지인이 선하증권을 운송인에게 실제로 제시한 날이 아니라 운송물이 목적항에 도착한 후 선하증권 소지인이 증권을 제시하면 통상 운송물을 수령할 수 있었던 날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3] 일반적으로 선박대리점은 그 자체 독립한 상인이고 해상운송인과는 위임관계에 놓여 있으므로 특별한 지시감독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한, 해상운송인의 피용자라고 볼 수 없고, 따라서 해상운송인은 선박대리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

원고

주식회사 국민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우창록 외 2인)

피고

해우항공해운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현 외 1인)

주문

1. 이 사건 소 중 계약책임에 기한 청구를 각하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미화 55,600$를 이 사건 변론종결 당시의 대고객 전신환매도율의 환율을 적용하여 환산한 한화 금원 및 이에 대하여 1991. 2. 13.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푼, 그 익일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유

1. 본안전항변에 대한 판단

원고는, 프로마크교역을 운영하는 소외 강원영이 1990. 8. 17. 멕시코 소재 콤머셜 레로제라사(이하 레로제라사라고 함)에게 미화 56,600$ 상당의 핸드백(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고 함)을 D/P 조건(수입자가 매수대금을 지급하면서 선적서류를 인도받는 조건)으로 수출하기로 계약하고, 1990. 10. 30. 피고에게 이 사건 화물을 한국에서 멕시코의 엔세나다항까지 운송하여 줄 것을 의뢰하여 위 화물을 피고에게 인도하고 피고로부터 동일자 선하증권(송하인은 위 프로마크교역, 수하인은 위 레로제라사, 선적항 부산항, 양하항 멕시코 엔세나다항)을 발급받았으며, 원고는 위 강원영과 체결한 1991. 1. 30.자 수출금융약정에 따라 1991. 2. 13. 위 선하증권 등 선적서류를 위 강원영으로부터 미화 55,600$에 매입하여 위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되었는데, 피고의 멕시코현지 선박대리점인 소외 레너스사가 위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위 화물을 양륙항에서 위 레로제라사에게 인도하여 줌으로써 선하증권의 소지인인 원고에게 위 화물을 인도하여 줄 수 없게 되었다고 하여, 피고에 대하여 위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 책임 또는 고의·중과실에 기한 불법행위 책임에 기하여 위 미화 55,600$ 상당의 손해배상을 소구하고 있는바,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20조에, "화물이 인도된 후 또는 화물이 인도되어야 할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소송이 제기되지 아니하면, 운송인은 화물의 미인도(non- delivery), 부당인도(misdelivery), 인도지연, 분실 또는 훼손에 대한 모든 책임으로부터 면제된다."는 규정이 있고, 이는 제척기간에 관한 규정이라 할 것인데,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위 화물을 선적한 선박이 멕시코의 목적항에 도착한 1990. 11. 20.경이나 그 후 통상적인 과정을 거쳐 화물이 수하인에게 인도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때로부터 위 1년의 기간이 훨씬 경과한 후인 1994. 5. 10.에 제기되었으니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을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더하면, 위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20조에, "화물이 인도된 후 또는 화물이 인도되어야 할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소송이 제기되지 아니하면, 운송인은 화물의 미인도(non- delivery), 부당인도(misdelivery), 인도지연, 분실 또는 훼손에 대한 모든 책임으로부터 면제된다."는 규정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제척기간이란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정하여진 권리행사기간으로서 당사자의 약정으로 이를 창설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위 선하증권상의 제소기간의 약정을 제척기간이라고 할 수는 없고, 다만 이른바 시기부부제소 특약(시기부부제소특약)으로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인데, 이러한 선하증권상의 제소기간의 약정은 운송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에는 적용되지 않으나,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 책임에는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다14994 판결 참조).

한편, 원고는 위 제소기간의 기산점인 '화물이 인도되어야 할 날'이란, 위 선하증권상 화물의 인도예정일이 명확히 기재되어 있지 않은 이상, 위 선하증권의 소지인인 원고가 선하증권을 운송인인 피고에게 제시한 날을 가리키고 원고의 소제기일은 위 선하증권 제시일로부터는 1년이 경과되지 않았으며, 위 기산점을 실제로 위 화물을 선적한 선박이 멕시코의 목적항인 엔세나다항에 도착한 날이나 그로부터 일반적으로 화물이 목적항에 도착하여 수하인에게 인도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경과한 날, 또는 위 화물이 실제로 레로제라사에 인도된 1990. 12. 15.경을 화물이 인도되어야 할 날로 봐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에 제소기간의 규정을 두는 취지는 운송인과 선하증권소지인 등 수하인 간의 법률관계를 비교적 단기에 종료시키기 위한 것인데(이는 상법상 운송인이나 운송주선인의 책임에 대한 1년 간의 단기소멸시효기간 또는 제소기간규정과도 궤를 같이 한다), 선하증권 소지인이 선하증권을 제시하지 아니하는 한 위 기간이 개시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한다면 위 단기의 제소기간약정을 두는 취지에 반하여 그 기간이 부당하게 장기화될 소지가 많다 할 것이므로, 위 선하증권 이면약관상의 화물이 인도되어야 할 날이란 선하증권 소지인이 선하증권을 운송인에게 실제로 제시한 날이 아니라, 운송물이 목적항에 도착한 후 선하증권 소지인이 증권을 제시하면 통상 운송물을 수령할 수 있었던 날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보건대, 이 사건 화물을 선적한 선박은 1990. 10. 30.경 선적지인 한국의 부산항을 출항하고 1990. 11. 20.경 양륙항인 멕시코의 엔세나다항에 도착하여 그 무렵 이 사건 화물이 양하되었는데, 피고의 멕시코 소재 선박대리점인 레너스사가 1990. 12. 15.경 위 화물을 위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않고 수입자인 위 레로제라사로부터 위 선하증권의 사본만을 받아 본 채 위 레로제라사에게 인도하여 준 사실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은바, 위 화물이 인도되어야 할 날, 즉 운송물이 목적항에 도착한 후 선하증권 소지인이 증권을 제시하면 통상 운송물을 수령할 수 있었던 날은 위 레로제라사가 선하증권의 사본을 이용하여 위 화물을 실제로 인도받은 날 무렵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므로, 위 날로부터 1년의 제소기간이 훨씬 경과한 후인 1994. 5. 10.에 제기된 이 사건 소 중 피고의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 책임에 근거한 청구는 당사자간에 합의된 제소기간을 도과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할 것이므로 위 청구에 대한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있고, 나머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기한 불법행위 책임에 기한 원고의 청구에 관하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선하증권상의 제소기간약관이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위 청구에 대한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2. 인정 사실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5호증, 갑 제6호증의 1, 2, 3, 을 제2호증의 1 내지 5, 을 제3, 5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정종원, 강신익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한국 내에서 프로마크교역을 운영하는 소외 강원영은 1990. 8. 17. 멕시코 소재 콤머셜 레로제라사(이하 콤머셜 레로제라사라고 함)에게 미화 56,600$ 상당의 핸드백(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고 함)을 D/P 조건으로 수출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1990. 10. 30. 피고에게 이 사건 화물을 한국의 부산항에서 멕시코의 엔세나다항까지 운송하여 줄 것을 의뢰하여 위 화물을 피고에게 인도하고 피고로부터 동일자 선하증권(증권번호 HG9010080, 송하인 위 프로마크교역, 수하인 위 레로제라사, 선적항 부산항, 양하항 멕시코 엔세나다항)을 발급받았다.

나. 원고는 위 강원영과 체결한 1991. 1. 30.자 수출금융약정에 따라 1991. 2. 13. 강원영에게 미화 55,600$에 상응하는 금 39,959,720원을 지급하고 위 선하증권 등 선적서류를 매입하여 위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되었고, 그 후 위 선적서류를 멕시코 소재 거래은행에 송부하여 위 레로제라사에 대한 추심을 의뢰하였는데 위 레로제라사는 위 선적서류의 인수를 거절하여 위 서류는 원고에게 반송되어 왔다.

다. 한편, 피고는 위와 같이 원고로부터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운송을 인수한 후 실제 위 화물의 운송은 소외 아주해운 주식회사에게 위탁하여 아주해운 소속의 선박인 모렐로스 V-13EB호를 이용하여 위 화물을 운송하게 하였던바, 위 선박은 1990. 11. 20.경 목적항인 멕시코의 엔세나다항에 도착하였고 그 무렵 위 화물이 양하되었다.

라. 당시 멕시코에서의 피고 선박대리점은 소외 레너스사였고, 위 레너스사는 피고의 위임을 받아 멕시코 엔세나다항에서의 피고 관련 선박의 입·출항 수속을 밟아주고, 화물의 양하 및 인도절차를 대행하면서 선하증권을 회수하는 등의 업무를 처리하여 주고 그 대가로 피고로부터 소정의 수수료를 받고 있었으며, 이 사건 화물의 경우에도 피고는 위 레너스사에게 위 선하증권 사본을 송부하여 주고 통상적인 업무의 대행을 의뢰하였던바, 피고는 1990. 12. 19.경 위 프로마크사로부터 멕시코 현지에서 위 레너스사가 위 선하증권 원본과의 상환 없이 위 화물을 수하인인 레로제라사에게 인도하였다는 통지를 받고 같은 달 20. 레너스사에게 위 화물의 수출자와 수입자 간에 화물대금의 지급과 관련하여 문제가 생겼다고 하니 위 화물을 수입자에게 인도하지 말라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발송하기까지 하였으나, 레너스사는 그 전인 1990. 12. 15.경 이미 위 화물을 위 선하증권 원본과 상환하지 않고 사본만을 팩스로 받아 본 상태에서 레로제라사에게 인도하였던 것이다.

3. 불법행위의 사용자 책임에 대한 판단

원고는, 위 레너스사는 위 선하증권과의 상환 없이 위 화물을 인도하여 주는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레너스사는 피고의 지시감독을 받는 피용자의 지위에 있었으므로 피고는 위 레너스사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에게 생긴 손해에 대하여 레너스사의 사용자로서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레너스사는 피고와 위임관계에 있을 뿐 피고의 피용자의 지위에 있지 않았으므로 피고가 레너스사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로서 책임을 질 수는 없다고 다툰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일반적으로 선박대리점은 그 자체 독립한 상인이고 해상운송인과는 위임관계에 놓여 있으므로 특별한 지시감독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한, 해상운송인의 피용자라고 볼 수 없고 따라서 해상운송인은 선박대리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 할 것인데, 피고와 레너스사 간의 관계에 관하여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위 레너스사는 피고의 위임을 받아 멕시코 엔세나다항에서의 피고 관련 선박의 입·출항 수속을 밟아주고, 화물의 양하 및 인도절차를 대행하면서 선하증권을 회수하는 등의 업무를 처리하여 주고 그 대가로 피고로부터 소정의 수수료를 받고 있었을 뿐, 피고로부터 업무에 관하여 지시감독을 받는 피용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가 레너스사의 사용자여서 레너스사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사용자 책임을 진다는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피고에 대하여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 책임을 묻는 청구는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고의 또는 중과실에 기한 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삼승(재판장) 정효채 곽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