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전원재판부]
2015헌마916 변호사법 제5조 제2호 위헌확인
오○진
국선대리인 변호사 이주흥
2016.06.30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1. 사건개요
청구인은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2013. 11. 22.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공무집행방해 및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죄 등으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이 판결은 2015. 6. 11. 확정되었다. 청구인은 2015. 9. 9.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뒤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은 변호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한 변호사법 제5조 제2호가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변호사법(2008. 3. 28. 법률 제8991호로 개정된 것) 제5조 제2호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5조(변호사의 결격사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변호사가 될 수 없다.
2.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죄질, 직무관련성, 과실 유무, 집행유예 기간의 장단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집행유예 기간에 2년을 더한 기간 동안 변호사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런 결격기간 연장은 집행유예 기간이 지나면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는다고 규정한 형법 제65조의 취지에 반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
한편, 집행유예 기간은 판결 확정 시점부터 기산되기 때문에 만일 피고인이 상소할 경우 재판을 받는 기간만큼 변호사로 활동하지 못하는 기간이 늘어나 상소를 하기 어렵게 만들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그 밖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인격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도 침해한다.
의사ㆍ약사ㆍ관세사의 경우 그 직무와 관련된 범죄를 저지르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에만 결격사유가 되는데, 변호사는 어떤 범죄이든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만 하면 결격사유가 된다는 점에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권을 침해한다. 심판대상조항
과 같이 집행유예 기간 종료 후 2년의 결격기간을 규정한 직업군으로는 공무원, 법무사, 공인회계사가 있다. 그러나 이들과 변호사는 그 업무 성격이 달라 변호사와 달리 취급하여야 함에도 이들 직군과 똑같이 취급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측면에서도 심판대상조항은 평등권을 침해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실질적으로 자격정지형을 병과하는 것과 같으므로 이중처벌금지원칙에도 위반된다.
4. 판단
가. 선례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과 같은 내용을 규정한 구 변호사법(2000. 1. 28. 법률 제6207호로 전부 개정되고 2008. 3. 28. 법률 제89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2호가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헌재 2009. 10. 29. 2008헌마432 참조).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여부
변호사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므로,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해서는 변호사 개인이나 전체 변호사에 대한 국민 신뢰가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변호사가 범죄행위로 처벌을 받으면 당해 변호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손상될 뿐만 아니라 변호사 전체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켜 공공의 이익을 해하게 된다. 따라서 변호사제도를 보호ㆍ유지하고 변호사의 윤리의식 고취를 위하여 일정한 형사 제재의 존재를 변호사 결격사유로 규정한 심판대상조항은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된다.
법원이 범죄의 모든 정황을 고려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하였다면 그 사실만으
로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다. 사회질서 유지 및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변호사의 사명을 고려할 때 변호사의 결격사유인 형벌의 원인이 된 범죄행위가 그 직무와 관련된 범죄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심판대상조항은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사람의 변호사 활동을 영원히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유예 기간에 2년을 더한 기간 동안만 금지하고 윤리의식을 제고하게 하는 것이므로, 이로써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은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사람이 직업을 선택할 수 없는 불이익보다 크다(헌재 2006. 4. 27. 2005헌마997 참조).
입법자는 변호사가 형사 제재를 받은 경우 국민이 당해 변호사뿐만 아니라 변호사 단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에 충분한 기간을 형법과는 별도의 기준으로 설정할 수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변호사 업무의 높은 공공성 및 윤리성,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의 중요성에 비추어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이 반성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변호사 활동 금지기간을 집행유예 기간보다 2년 추가한 것이므로, 이것이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2) 평등권 침해 여부
변리사와 공인중개사의 업무는 법률사무 전반을 직무 영역으로 하는 변호사에 비하여 그 업무 영역 범위가 한정적이고 기술적이다. 또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며, 품위유지ㆍ공익활동ㆍ독직행위금지 등의 의무를 부담하는 등 공공성이 특히 강조되고, 법제도 및 준법에 대한 보다 높은 윤리성이 요구되는 직역이다(헌재 2006. 4. 27. 2005헌마997 참조). 따라서 입법자가 변리사나 공인중개사의 경우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기간 동안에 한하여 결격사유로 규정
한 반면, 변호사의 경우 형의 집행유예 기간이 경과한 뒤 또 다시 2년 동안 변호사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하였다고 하더라도 자의적이고 불합리한 차별취급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나.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에서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할 만한 사정 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선례에서 밝힌 이유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다. 다만, 청구인의 주장 중 선례에서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인격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도 침해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격의 형성ㆍ유지ㆍ표현을 보장받을 권리인 인격권은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변호사 활동 금지와 직접적 관계가 없다. 또 헌법 제10조의 보장내용이 직업선택의 영역에서 구체화된 것이 바로 직업선택의 자유이므로(헌재 2006. 4. 27. 2005헌마997 참조),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침해 여부를 판단한 이상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의 침해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2) 청구인은 근로의 권리는 직업을 통하여 구체화되므로 변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자유를 침해하는 심판대상조항이 근로의 권리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청구인의 이런 주장은 결국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으로 하여금 일정 기간 변호사 직업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과도한 제한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심판대상조항이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3)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
다.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청구인이 형사 소추되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 상소를 포기할지 여부는 청구인 스스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할 사항이다. 상소를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결격기간의 기산점이 늦추어지게 되더라도 이는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법적 불이익이라 볼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별도의 재판 없이 변호사 활동이 제한된다는 주장은 결국 심판대상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4) 의사, 약사, 관세사는 그 직무 범위가 전문 영역으로 제한되고 법령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도 그 직무 영역과 관련된 범위로 제한되어 있다. 반면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며 그 독점적 지위가 법률사무 전반에 미친다. 이에 따라 변호사법은 법률사무의 전문성, 공정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변호사의 품위유지, 공익활동, 독직행위금지 등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변호사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변호사 직무의 이런 성격과 범위 등을 감안하여 입법자가 의료법, 약사법, 관세사법과 달리 변호사의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의 종류를 직무 관련 범죄로 제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차별취급이 합리성과 형평에 반하는 자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헌재 2006. 4. 27. 2005헌마997 참조).
한편, 입법자가 마련한 자격제도의 내용이 불합리하고 불공정하지 않는 한 입법자의 판단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고, 전문자격별로 범법행위에 따른 자격 제한기간이 반드시 다르게 정해져야 된다고 볼 수도 없다. 입법자가 자격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전문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취지 및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이런 취지를 해한 사람을 일정 기간 결격자로 정할 필요성은 제도별로 크게 다르
지 않다(헌재 2009. 10. 29. 2008헌마432 참조). 입법자가 공무원, 법무사, 공인회계사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를 결격사유로 정하면서 그 자격 제한기간을 변호사와 같이 정하였다고 하여 자의적으로 서로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였다고 볼 수 없다.
(5)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처벌’은 원칙적으로 범죄에 대한 국가의 형벌권 실행으로서 과벌을 의미하는 것이고, 국가가 행하는 일체의 제재나 불이익한 처분을 모두 그 ‘처벌’에 포함시킬 수는 없다(헌재 1994. 6. 30. 92헌바38 참조).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에 대하여 집행유예 기간에 2년을 더한 기간 동안 변호사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형벌과는 다른 목적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를 두고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처벌’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변호사 활동 금지를 실질적으로 자격정지형을 병과하는 것과 같다고 보더라도, 징역형과 벌금형을 병과하는 것이 이중처벌금지원칙과 관련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헌재 2010. 7. 29. 2008헌바88 참조), 심판대상조항이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5. 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