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해행위취소][미간행]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수익자의 선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대한민국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승희 외 1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원심은 채택 증거에 의하여, ① 원고가 소외 1에 대하여 양도소득세, 종합소득세 등 합계 291,988,000원, 소외 1의 아들인 소외 2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합계 419,948,000원의 국세채권을 가지고 있는 사실, ② 북대구세무서장이 2012. 3. 27. 소외 1에 대한 국세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원심판시의 이 사건 부동산 중 소외 1의 지분을 압류하였다가 며느리인 소외 3이 압류를 풀어달라는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자 그가 제출한 납부계획서를 검토한 후 2012. 4. 17. 위 압류를 해제해 준 사실, ③ 소외 1, 소외 2는 2012. 4. 25.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각자의 지분을 2억 2,500만 원에 피고에게 매도하는 내용의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다음 날인 4. 26.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준 사실, ④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소외 1과 소외 2가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매매계약은 원고를 비롯한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고 수익자인 피고의 악의는 추정된다고 하면서,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부동산 중 소외 1 지분에 관한 압류를 해제해 준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 내지 신의칙에 반하고, 이 사건 매매계약으로 인하여 소외 1과 소외 2의 채권자를 해하게 된다는 점을 알지 못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수익자의 선의 여부는 채무자와 수익자의 관계,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처분행위의 내용과 그에 이르게 된 경위 또는 동기, 그 처분행위의 거래조건이 정상적이고 이를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며 정상적인 거래관계임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지 여부, 그 처분행위 이후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다7462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1) 소외 1은 그 소유의 대구 중구 (주소 1 생략) 대지 및 건물을 매각하여 그 대금으로 체납 세금 561,125,280원을 납부하였으나, 위 부동산 양도로 인한 양도소득세 등 269,190,530원을 납부하지 못하였다.
이에 원고 산하의 북대구세무서장이 2012. 3. 27. 이 사건 부동산 중 소외 1의 지분을 압류하자 소외 3은 강한 항의와 함께 민원을 제기하면서 ‘2012. 5. 1.에 5,000만 원, 같은 해 5. 20.에 3,900만 원, 같은 해 8월 내지 9월에 1억 5,000만 원을 납부하고, 동성로 건물(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외 1, 소외 2의 지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도 가처분 등이 해제되면 매매해서 9월경에 1억 원 정도를 납부하며, 소송을 통해 다른 형제들로부터 받아야 할 돈이 2~3억 원이 넘는데 소송이 끝나면 전액 납부하겠다’는 취지의 납부계획서를 북대구세무서에 제출하였다.
북대구세무서장은 ‘위 납부계획서는 소외 1과 소외 2의 양도소득세 체납액에 대한 것으로 소외 1과 소외 2의 양도소득세가 기존 체납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소유 부동산을 양도하여 발생한 것임을 고려할 때 신빙성이 있으므로, 우선 압류를 해제하고 추후 납부계획서에 따른 납부약속을 어길 경우 다시 압류하자’는 담당자의 검토의견을 받아들여 2012. 4. 17. 위 압류를 해제하였다.
(2) 대구 중구 동성로 1가 (주소 2 생략), (주소 3 생략), (주소 4 생략), (주소 5 생략), (주소 6 생략), (주소 7 생략) 등 6개 필지 지상에는 있는 건물은 3개의 호로 구분되어 있고, 각 호는 각각 지하와 지상 3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제1호가 이 사건 부동산 중 원심판결 별지 목록 기재 4 부동산이다. 피고는 2008. 7. 14. 공인중개사 소외 4의 중개로 소외 5로부터 위 동성로 1가 (주소 4 생략) 대 69.4㎡와 그 위에 있는 부분으로서 위 제1호와 벽체 없이 붙어 있는 제3호를 3억 7,000만 원에 매수하였고, 2011. 5. 20. 소외 6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 중 소외 6의 지분을 2억 9,000만 원에 매수하였다. 그리고 피고는 2012. 4. 25. 소외 4의 중개로 이 사건 부동산 중 소외 1, 소외 2의 지분을 매수하고, 소외 4에게 수수료로 200만 원을 지급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매매대금 지급과 관련하여 이 사건 부동산 중 원심판결 별지 목록 기재 4 부동산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 3,850만 원을 인수하고, 소외 1, 소외 2의 소외 7(가처분권자)에 대한 채무 1,200만 원, 소외 6(가압류권자)에 대한 채무 6,000만 원, 주식회사 국민은행(가압류권자)에 대한 채무 3,900만 원을 피고가 대신 지급하기로 한 다음, 소외 1, 소외 2에게 2012. 4. 20. 가계약금으로 500만 원, 2012. 4. 25. 나머지 매매대금으로 7,050만 원을 지급하여 매매대금 2억 2,500만 원을 모두 지급하였다.
위와 같은 이 사건 부동산의 구조와 현황, 거래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소외 5, 소외 6에 이어 소외 1, 소외 2로부터 위와 같이 이 사건 부동산의 지분이나 인접 부동산을 매수함으로써 전체 부동산에 관한 지배권을 확대해 온 경위나 과정, 동기 등에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라고 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3) 피고가 2011. 5. 20. 소외 6으로부터 2억 9,000만 원에 매수한 지분은 원심판결 별지 목록 기재 1, 3, 4 부동산 중 각 1/2 지분, 같은 2 부동산 중 1/4 지분이고,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통해 소외 1, 소외 2로부터 2억 2,500만 원에 매수한 그들 지분의 합은 위 1, 3, 4 부동산 중 각 3/8 지분, 위 2 부동산 중 3/16 지분이다. 즉 피고가 소외 1, 소외 2로부터 매수한 지분은 소외 6으로부터 매수한 지분의 3/4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비율은 그 매매대금인 2억 2,500만 원과 2억 9,000만 원 사이의 비율과 별 차이가 없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의 대금이 이례적으로 저렴한 것이라고 인식하였을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4) 피고는 소외 4의 설명과 등기부등본의 기재를 통해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 중 소외 1 지분에 대하여 한 압류가 해제되었음을 확인하고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채권자, 특히 국가가 그 조세채권을 변제받지 않은 상태에서 체납자의 재산에 대하여 이미 행한 압류를 해제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피고로서는 소외 1이 조세채무를 변제하였다고 생각하였을 여지가 충분히 있고, 이와 달리 소외 1, 소외 2가 조세채무를 변제하지 않았음에도 위 압류가 해제되었음을 피고가 알았다거나 그들과 피고가 이러한 압류해제 과정에서 어떠한 공모를 하였음을 알 수 있는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5) 피고의 남편인 소외 8은 2008. 10. 21. 이 사건 부동산 중 건물 일부를 소외 1로부터 임차한 이후 임대차관계를 유지해 왔을 뿐 피고가 소외 1, 소외 2의 재산이나 채무 규모, 특히 그들의 채무가 적극재산을 초과하여 무자력 상태에 있었는지까지 알 수 있는 특별한 관계에 있었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국세채권에 기하여 기입되었던 압류등기가 말소되었다거나 상속인들 사이의 유류분 분쟁으로 인한 민사판결에 기하여 소외 1, 소외 2를 채무자로 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발령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피고로 하여금 소외 1, 소외 2의 채무초과 상태를 알게 할 만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다.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는 국세채권에 기한 원고의 압류가 해제되었음을 확인한 다음 자신이 이미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이 사건 부동산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기 위하여 공인중개사의 중개 하에 종전에 지분을 취득하였을 때와 비슷한 가격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매매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한 것이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그것이 소외 1, 소외 2의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가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아가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 중 소외 1, 소외 2의 지분을 처분하여 체납 세금을 납부하겠다는 소외 3의 납부계획을 믿고 소외 1 지분에 대하여 한 압류를 해제해 줌으로써 적어도 그들의 재산처분행위를 양해 내지 용인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원고가 그 처분행위의 상대방인 피고를 상대로 그 처분행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사해행위취소청구를 인용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수익자의 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