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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

[신용장금액지급청구][공2000.8.1.(111),1593]

판시사항

[1] 섭외사건에 관하여 국내의 재판관할을 인정할지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

[2] 외국법인 등이 대한민국 내에 사무소, 영업소 또는 업무담당자의 주소를 갖고 있는 경우, 외국법인의 대한민국 지점의 영업에 관한 것이 아닌 분쟁에 대하여도 우리 법원의 관할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3] 섭외사건에 관하여 적용될 외국법규의 흠결 또는 그 존재에 관한 자료의 미제출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보충적으로 적용할 법원(법원)

[4] 신용장 거래에 부수하여 이루어지는 환어음 인수인의 어음법상 의무에 관한 준거법이 환어음 지급지 소재지인 중국의 법이지만 환어음이 지급제시되고 인수될 당시 중국에 어음관계를 규율하는 법이 존재하지 않았던 경우, 그 후 시행된 중국의 어음수표법을 유추적용하는 것이 조리에 부합한다고 한 사례

[5] 다른 신용장 대금을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신용장 조건에 합치하는 환어음이 제시되면 이를 인수하고 만기에 지급한다는 취지의 신용장 특수조건이 신용장 첨부서류에 의하여 조건의 성취 여부를 판정할 수 없는 비서류적 조건에 해당하지만 유효하다고 보고, 따라서 개설은행이 매입은행으로부터 환어음과 선적서류들을 송부·제시받고 위 특수조건과 동일한 내용을 통지한 것을 가지고 신용장 서류 전체의 접수를 거절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6] 제4차 신용장통일규칙 제16조 이(e)항의 규정 취지

판결요지

[1] 섭외사건에 관하여 국내의 재판관할을 인정할지의 여부는 국제재판관할에 관하여 조약이나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상의 원칙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고 이에 관한 우리 나라의 성문법규도 없는 이상 결국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을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 조리에 의하여 이를 결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이 경우 우리 나라의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에 관한 규정 또한 위 기본이념에 따라 제정된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위 규정에 의한 재판적이 국내에 있을 때에는 섭외사건에 관한 소송에 관하여도 우리 나라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인정함이 상당하다.

[2] 우리 민사소송법 제4조에 의하면 외국법인 등이 대한민국 내에 사무소, 영업소 또는 업무담당자의 주소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그 사무소 등에 보통재판적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증거수집의 용이성이나 소송수행의 부담 정도 등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그 응소를 강제하는 것이 민사소송의 이념에 비추어 보아 심히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그 분쟁이 외국법인의 대한민국 지점의 영업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 법원의 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이 조리에 맞는다.

[3] 섭외적 사건에 관하여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그 외국법이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적용되고 있는 의미·내용대로 해석·적용되어야 하는 것인데, 소송과정에서 적용될 외국법규에 흠결이 있거나 그 존재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법원으로서는 법원(법원)에 관한 민사상의 대원칙에 따라 외국 관습법에 의할 것이고, 외국 관습법도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하면 조리에 의하여 재판할 수밖에 없는바, 그러한 조리의 내용은 가능하면 원래 적용되어야 할 외국법에 의한 해결과 가장 가까운 해결 방법을 취하기 위해서 그 외국법의 전체계적인 질서에 의해 보충 유추되어야 하고, 그러한 의미에서 그 외국법과 가장 유사하다고 생각되는 법이 조리의 내용으로 유추될 수도 있을 것이다.

[4] 신용장 거래에 부수하여 이루어지는 환어음 인수인의 어음법상 의무에 관한 준거법이 환어음 지급지 소재지인 중국의 법이지만 환어음이 지급제시되고 인수될 당시 중국에 어음관계를 규율하는 법이 존재하지 않았던 경우, 그 후 시행된 중국의 어음수표법을 유추적용하는 것이 조리에 부합한다고 한 사례.

[5] 다른 신용장 대금을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신용장 조건에 합치하는 환어음이 제시되면 이를 인수하고 만기에 지급한다는 취지의 신용장 특수조건이 신용장 첨부서류에 의하여 조건의 성취 여부를 판정할 수 없는 비서류적 조건에 해당하지만 유효하다고 보고, 따라서 개설은행이 매입은행으로부터 환어음과 선적서류들을 송부·제시받고 위 특수조건과 동일한 내용을 통지한 것을 가지고 신용장 서류 전체의 접수를 거절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6] 제4차 신용장통일규칙 제16조 이(e)항에서, 신용장 개설은행이 제시된 서류의 불일치를 이유로 서류의 수리를 거절하고자 하는 경우에 지체 없이 제시인에게 그 불일치 사항을 통지하고 서류를 반송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면 개설은행은 그 서류가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한다고 규정한 취지는, 신용장 제시 서류에 불일치가 있다 하여도 개설은행이 제시인에게 이를 통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면 개설은행은 그 불일치를 주장하지 못하고 원래의 신용장 조건에 따른 대금지급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에 불과하지, 그 불일치 사항의 통지가 없다고 하여 신용장 수익자나 그 이후의 신용장 매입은행으로 하여금 종전에 없었던 새로운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원고,피상고인

주식회사 광주은행

피고,상고인

중국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후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섭외사건에 관하여 국내의 재판관할을 인정할지의 여부는 국제재판관할에 관하여 조약이나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상의 원칙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고 이에 관한 우리 나라의 성문법규도 없는 이상 결국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을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 조리에 의하여 이를 결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이 경우 우리 나라의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에 관한 규정 또한 위 기본이념에 따라 제정된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위 규정에 의한 재판적이 국내에 있을 때에는 섭외사건에 관한 소송에 관하여도 우리 나라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인정함이 상당하다 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다41897 판결 참조).

한편, 우리 민사소송법 제4조는 제1항에서 법인 등의 보통재판적은 그 주된 사무소 또는 영업소에 의하고 사무소와 영업소가 없는 때에는 그 주된 업무담당자의 주소에 의할 것을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의 규정은 외국법인 등의 보통재판적에 관하여 대한민국에 있는 사무소, 영업소 또는 업무담당자의 주소에 적용됨을 정하고 있는바, 위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하면 외국법인 등이 대한민국 내에 사무소, 영업소 또는 업무담당자의 주소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그 사무소 등에 보통재판적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증거수집의 용이성이나 소송수행의 부담 정도 등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그 응소를 강제하는 것이 앞서 본 민사소송의 이념에 비추어 보아 심히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그 분쟁이 외국법인의 대한민국 지점의 영업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 법원의 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이 조리에 맞는다 할 것이다.

원심이 인용하고 있는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는 중국법에 의하여 설립된 중국법인으로서 그 주된 사무소를 중국 내에 두고 있기는 하나, 또한 대한민국 서울 종로구 (주소 생략) ○○빌딩 20층에 피고의 영업소를 두고 있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소송이 위 영업소의 업무와 관련이 없고 위 영업소는 이 사건 신용장과 관련하여 통지은행으로서도 관여한 바 없다 할지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에 관하여 대한민국이 재판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이 당사자 간의 공평이나 재판의 적정, 신속 등 조리에 반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는 아니하므로 국내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은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지적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섭외적 사건에 관하여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그 외국법이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적용되고 있는 의미·내용대로 해석·적용되어야 하는 것인데, 소송과정에서 적용될 외국법규에 흠결이 있거나 그 존재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법원으로서는 법원(법원)에 관한 민사상의 대원칙에 따라 외국 관습법에 의할 것이고, 외국 관습법도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하면 조리에 의하여 재판할 수밖에 없는바, 그러한 조리의 내용은 가능하면 원래 적용되어야 할 외국법에 의한 해결과 가장 가까운 해결 방법을 취하기 위해서 그 외국법의 전체계적인 질서에 의해 보충 유추되어야 하고, 그러한 의미에서 그 외국법과 가장 유사하다고 생각되는 법이 조리의 내용으로 유추될 수도 있을 것이다 .

기록에 의하여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대한민국 법인인 원고가 이 사건 각 신용장에 기한 환어음 및 선적서류 등의 매입은행으로서 위 각 신용장의 개설은행인 중국법인인 피고에 대하여 그 신용장 대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는 이 사건은 위 각 신용장이 외국법인인 피고에 의하여 개설된 점 등에 비추어 섭외적 생활관계에 따른 분쟁이라 할 것인바, 당사자 사이에 이 사건 각 신용장에는 1983년에 개정된 신용장통일규칙(Uniform Customs and Practice for Documentary Credit, 1983. Revision, I.C.C. Publication No.400, 이하 '제4차 신용장통일규칙'이라 한다)이 적용된다는 기재 외에 달리 준거법에 대한 약정이 없으므로, 먼저 이 사건 신용장 개설은행의 신용장에 따른 대금지급의무에 관하여는 위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의한 제4차 신용장통일규칙에 따르는 이외에는 섭외사법 제9조제11조 제1항에 따라 행위지법인 신용장 개설은행이 지급 확약의 의사표시를 통지한 개설은행 소재지에서 시행되는 법인 중국법이 준거법이 된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위 신용장 거래에 부수하여 이루어지는 환어음 인수인의 어음법상의 의무에 관하여는 섭외사법 제37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환어음의 지급지인 중국은행 라이아오닝 지점 소재지에서 시행되는 법인 중국법이 준거법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각 환어음이 지급인에게 제시되고 조건부로 인수될 무렵 중국에는 어음관계를 규율하는 법이 존재하지 아니하여 외국법이 흠결된 경우에 해당하고, 나아가 당사자가 제출하는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중국에서의 환어음 인수에 관한 관습법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으므로, 결국 법원으로서는 조리에 따라 재판하여야 할 것인바, 그 조리의 내용으로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은 법리에 따라 그 당시 중국에서 어음관계에 적용될 수 있는 법과 가장 유사하다고 생각되는 이 사건 환어음 제시 이후인 1995. 5. 10. 제정되고 1996. 1. 1.부터 시행되는 중국의 어음수표법 등을 참조하여 유추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이 부분에 관한 원심의 설시는 미흡한 점이 있으나, 원심의 판단은 결론에 있어 정당하고, 거기에 심리미진이나 준거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4차 신용장통일규칙 제16조 디(d)항 및 이(e)항의, 개설은행은 제시된 서류가 신용장 조건과 문면상 일치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서류의 수리를 거절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서류를 송부한 은행 등에게 통지하여야 하고, 그러한 통지에는 개설은행이 서류의 접수를 거절한 불일치사항 및 그 서류를 제시인의 처분에 맡겨 보관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를 제시인에게 반송 중에 있는지 여부를 명시하여야 하며, 개설은행이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 또는 서류를 제시인의 처분에 맡겨 보관하거나 이를 제시인에게 반송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개설은행은 그 서류가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한다는 규정은, 이 사건 각 신용장의 경우와 같이 상환조건 조항이 명시되어 개설은행이 그 신용장상의 상환조건 성취를 조건으로 환어음 및 기타 선적서류를 인수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인수거절에 해당하는 한, 수익자 등의 서류제시인이 그 신용장대금의 수령 이전에 개설은행으로 하여금 그 물품이나 서류의 처분을 허용하는 명백한 의사표시가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용된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신용장 관계에 조리로서 적용될 그 후 제정된 중국의 어음·수표법 제43조 등에 의하면 지급인이 환어음을 인수할 때는 조건을 붙일 수 없고, 인수에 조건이 부가된 경우에는 인수를 거절한 것으로 보도록 되어 있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조건부 환어음의 인수는 결국 환어음의 인수거절 및 기타 선적서류의 인수거절로 보아야 하고, 나아가 비서류적 조건이 포함된 신용장을 매입한 경우 그 매입사실만으로 바로 개설은행과 매입은행 사이에 위 조건에 따른 신용장거래 약정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것이므로, 원고가 이 사건 각 신용장상에 기재된 상환조건하에 위 각 신용장을 매입한 사실만으로는 수익자 또는 매입은행인 원고가 위 각 신용장대금의 수령 이전에 개설은행인 피고로 하여금 이 사건 선적서류 및 물품을 취득하게 하거나 개설의뢰인에게 이를 인도하는 것을 허락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함에도, 피고는 환어음 및 기타 선적서류의 상환조건부 인수 후에도 위 선적서류를 수익자 등의 처분에 일임하여 보관하고 있거나 또는 그 서류를 반송하는 절차를 취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임의로 개설의뢰인에게 이를 인도하여 처분하게 하였으므로, 피고는 결국 그 서류가 신용장 조건과 일치하지 아니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위 부분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가 소외 중국수출기지개발공사 라이아오닝 지점의 신용장 개설의뢰에 따라 소외 삼청물산 주식회사(이하 '삼청'이라 한다)를 수익자로 하여 개설한 이 사건 신용장에는 피고가 서울은행 서울지점이 발행한 신용장 M2051-311-NS-00648의 대금 혹은 기업은행 서울지점이 발행한 신용장 L07H9312NS00413의 대금을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그 신용장의 조건에 합치하는 환어음이 제시되면 이를 인수하고, 만기에 지급한다는 취지의 특수조건이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신용장에 위와 같은 특수조건 조항이 삽입된 것은 위 중국수출기지개발공사가 대한민국 서울에 있는 삼청으로부터 의류 원자재를 수입하여 가공한 다음, 다시 삼청에게 의류 완제품을 수출하는 소위 가공무역을 함에 있어 그 완제품 수출대금 및 외환의 확보를 위하여 수출대금 수령을 위한 신용장 대금을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원자재 수입 신용장 대금을 지급하기로 이 사건 신용장의 수익자인 삼청과 개설은행인 피고, 개설의뢰인인 위 중국수출기지개발공사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져 위와 같은 특수조건 조항을 삽입하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와 같은 특수조건은 비록 신용장 첨부서류에 의하여 조건의 성취 여부를 판정할 수 없는 비서류적 조건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그 내용이 신용장 기재의 문언 자체에 의하여 완전하고 명료하다고 할 것이고, 수익자를 포함한 이 사건 신용장 개설 당사자 사이에 그 조건에 따르기로 합의가 성립되어 있으며, 나아가 위 특수조건은 이 사건 신용장의 수익자인 삼청이 자신이 수입한 완제품 대금을 지급함으로써 언제든지 성취될 수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신용장 개설 및 비서류적 특수조건이 삽입된 경위, 비서류적 특수조건의 내용, 수익자가 그 비서류적 특수조건을 응낙하였는지 여부, 그 특수조건의 성취에 관하여 수익자나 매입자가 관여할 수 있는 정도 등에 비추어 보면, 신용장에 부가된 이와 같은 비서류적 특수조건은 신용장의 본질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기는 하지만 이를 무효라고는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일단 그 유효성이 인정되는 한 그 이후에 그와 같은 조건의 존재를 인식하거나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신용장 매입은행에게도 그 특수조건의 효력은 미친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특수조건이 부가된 신용장을 매입한 원고가 이 사건 신용장에 터잡아 발행된 환어음과 선적서류들을 신용장 개설은행인 피고에게 송부 제시함에 따라 피고가 서류송부은행인 원고에게 그 환어음의 만기를 확정하면서 최초의 신용장 개설조건과 동일하게, 약정된 다른 신용장 대금을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위 환어음을 인수하겠다는 취지를 텔렉스의 방법으로 통지한 것은 원래 약정된 조건에 따라 정상적으로 신용장 서류를 접수한 것이라 할 것이고, 비록 제시된 서류 중에 이 사건 신용장에 기하여 발행된 환어음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피고가 약정된 다른 신용장 대금을 지급받기 전에는 피고에게 이를 인수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환어음상에 조건부 인수의 취지를 기재하고 지급인 혹은 지급인의 대리인으로서 서명날인함으로써 어음행위를 한 사실도 없기 때문에 조건부 인수에 관한 어음법상의 원칙을 들어 피고가 신용장 서류 전체의 접수를 거절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4차 신용장통일규칙 제16조 이(e)항에서, 신용장 개설은행이 제시된 서류의 불일치를 이유로 서류의 수리를 거절하고자 하는 경우에 지체 없이 제시인에게 그 불일치 사항을 통지하고 서류를 반송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면 개설은행은 그 서류가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한다고 규정한 취지는, 신용장 제시 서류에 불일치가 있다 하여도 개설은행이 제시인에게 이를 통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면 개설은행은 그 불일치를 주장하지 못하고 원래의 신용장 조건에 따른 대금지급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에 불과하지, 그 불일치 사항의 통지가 없다고 하여 신용장 수익자나 그 이후의 신용장 매입은행으로 하여금 종전에 없었던 새로운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것은 아니므로 , 이 사건 신용장 매입은행인 원고로서는 여전히 신용장 개설시에 약정된 바와 같은 이 사건 특수조건 조항이 성취되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이 사건 신용장 대금을 청구할 수 있을 뿐, 위 제4차 신용장통일규칙 제16조 이(e)항의 규정을 들어 원고에게 위 특수조건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 무조건적인 완전한 신용장 대금지급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신용장상의 특수조건 성취를 조건으로 하여 환어음 및 기타 선적서류를 인수한 것은 인수거절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를 지체 없이 반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피고는 그 서류가 신용장 조건과 일치하지 아니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게 됨으로써, 결국 피고는 원래 약정된 특수조건 조항과 상관없이 무조건적인 신용장 대금의무를 부담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으므로, 이에는 신용장 서류의 제시 및 접수에 관한 법리오해, 제4차 신용장통일규칙 제16조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은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이돈희(주심) 윤재식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8.6.12.선고 97나4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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