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청주지법 2003. 8. 22. 선고 2001가합2034 판결

[손해배상(기)등] 항소여부 미정[각공2003.10.10.(2),324]

판시사항

방송의 기초가 되는 자료 내용의 진위를 당사자 본인이나 그 주변인물을 통하여 확인하는 등의 충분한 조사활동을 거치지 아니한 채 명예훼손이 담긴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방송한 경우,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은 데 대한 상당한 이유의 인정 여부(소극)

판결요지

방송 등 언론매체의 명예훼손 행위와 관련하여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방송 등이 신속성이 요청되는 것인가, 그 방송 등의 자료가 믿을 만한가, 피해자와의 대면 등 진실확인이 용이한가 하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바,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 있어서는 일반 시청자 등이 그 내용을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기 쉬운 반면에 신속성의 요청은 일반 보도에 비하여 그다지 크다고 할 수가 없으므로, 그 방송에 있어서는 단순히 풍문이나 억측, 일반적인 제보가 아닌 신빙성 있는 자료에 의거하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방송의 기초가 되는 그 자료 내용의 진위를 당사자 본인이나 그 주변인물을 통하여 확인하는 등의 충분한 조사활동을 사전에 거침이 마땅하고, 이러한 확인 내지 조사활동을 거치지 아니한 채 명예훼손의 내용이 담긴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방송하였다면 방송사측에서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었다고 하더라도 그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원고

이장표 외 19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승규)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두우 담당변호사 최정환 외 2인)

변론종결

2003. 7. 25.

주문

1. 피고들은 각자, 원고 신지욱에게 8,000,000원, 나머지 원고들에게 각 3,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2001. 3. 25.부터 2003. 8. 22.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은 이 사건 판결이 확정된 후 최초로 방송되는 문화방송 '시사매거진 2580' 프로그램의 첫머리에서 상단화면에 '마카오 등지의 부녀매매 사건을 수사한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에 관한 정정보도문'이라는 제목을 계속 표시하고(글자는 통상 '시사매거진 2580'의 제목과 같은 글자 크기로), 그 아래 화면에는 별지 '정정보도문'을 통상 '시사매거진 2580'과 같은 글자 크기로 표시하면서 진행자로 하여금 원 프로그램과 같은 속도로 낭독하라.

3.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4/5는 피고들이, 1/5은 원고들이 각 부담한다.

5.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1.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각 10,000,000원 및 이에 대한 2001. 3. 25.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은 이 판결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일요일 21:00부터 22:00까지 사이의 텔레비전 방송을 통하여 다음 인용부 안에 기재된 내용을 구술로 방송하되, 그 중 4개의 문단을 각 독립적인 프레임으로 하고 매 프레임을 각 30초간으로 하여 1회 방송하라.

"본 방송국은 2001. 3. 25. 21:45 '시사매거진 2580'이라는 정규프로그램을 통하여 '마카오로 간 여인들'이라는 제목으로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의 사채 폭력에 관련한 사건 수사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보도내용은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 소속의 형사들이 사건을 조작하여 사채폭력 피의자를 비호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성추행 혹은 폭행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보도 내용은 모두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여자들만의 진술에 기초한 것으로,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 소속의 형사들이 사건을 조작하거나 관련 참고인들에게 피해를 준 일은 전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로 인하여 본 방송사는 법원으로부터 위와 같은 왜곡된 보도로 말미암아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 소속 형사들의 인격권과 명예를 침해하였다는 내용의 패소 판결을 받았으므로, 위 판결에 의한 의무의 이행으로 위와 같이 고지합니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4호증, 갑 11호증의 5(을 10호증과 같다), 갑 12호증의 7(갑 14호증의 14, 을 9호증과 같다), 갑 14호증의 2, 8(을 11호증과 같다), 10(을 12호증과 같다), 11, 12(을 27호증과 같다), 39(을 16호증과 같다), 40(을 17호증과 같다), 45(을 18호증과 같다), 48, 50(을 19호증과 같다), 51(을 21호증과 같다), 52, 을 3호증의 10, 11, 을 4호증의 각 기재 및 갑 14호증의 49(을 20호증과 같다), 을 3호증의 4, 5, 9의 각 일부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갑 12호증의 3(을 13호증과 같다), 4(을 23호증과 같다), 12(을 15호증과 같다), 갑 13호증의 6, 을 3호증의 3, 8의 각 기재 및 위 갑 14호증의 49, 을 3호증의 4, 5, 9의 각 일부기재는 이를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들은 사채업자인 소외 1의 부녀매매 등 사건 및 또 다른 사채업자인 소외 2의 윤락알선 등 혐의에 관하여 수사를 하였던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 소속 경찰관들이고,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이하 '피고 문화방송'이라 한다)은 방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며, 피고 오상우는 2001. 3. 25. 21:45부터 22:30경 까지 사이에 방영된 피고 문화방송의 취재파일 2580(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이라 한다)의 담당 프로듀서(이하 '피디'라 한다)이다.

나. 원고들의 소외 1의 부녀매매 등 사건 및 소외 2의 윤락알선 등 피의사건의 수사 경위

(1) 소외 3은 청주시내에서 여관 손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으면 그 여관으로 가서 대가를 받고 윤락행위를 하는 속칭 전화발이로서 윤락업에 종사하던 중, 2000. 1. 중순경 소외 1로부터 14,000,000원을 고율의 이자로 차용하고 돈을 갚아 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하여 빚을 갚기 어렵게 되자, 마카오로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마카오로 떠나기 위하여 2000. 4. 초순경 서울로 상경하였다.

소외 1은 소외 3이 자신의 돈을 갚지 아니한 채 마카오로 떠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조직폭력배를 동원하여 서울로 가서 소외 3을 붙잡은 후, 소외 2의 소개로 전주의 윤락업주에게 소외 3을 넘기고, 윤락업주로부터 소개비 명목으로 22,400,000원을 받아 소외 3의 소외 1에 대한 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였다.

(2) 한편, 소외 2는 1999.경 소외 3에게 3,000,000원을 고율의 이자로 대여한 이후로 수 차례에 걸쳐 금원을 대여하고, 빌려준 사채를 변제받기 위하여 소외 3을 평택, 파주, 서울 역삼동 등의 윤락업주에게 소개시키기도 하였는데, 2000. 6.경 소외 3으로부터 소외 1의 강요로 일하게 된 전주의 윤락업소가 힘이 들어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전주의 윤락업주에게 소외 1에 대한 소개비 명목으로 지급한 돈의 일부를 갚고 남아 있던 20,000,000원을 소외 3을 대신하여 변제한 후 소외 3을 청주로 데려왔으나, 소외 3이 빠른 시일 내에 그 돈을 갚지 못하자 소외 3에게 돈을 빨리 갚으라는 독촉과 함께 '마카오로 가서 돈을 벌어 갚으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마카오로 갈 것을 요구하여 오다가, 2000. 6. 30. 마카오의 한국인 브로커인 조동동을 통하여 소외 3을 마카오로 보냈고, 소외 3은 2000. 7. 1.부터 2000. 7. 24.까지 사이에 마카오 시내의 윤락업소에서 윤락행위를 하였다.

(3) 소외 3은 마카오에서 돌아온 후 오히려 소외 2에 대한 빚이 늘어 소외 2로부터 빚 독촉을 받게 되자, 2000. 9. 16.경 청주 동부경찰서에 " 소외 2가 자신에게 사채를 고리로 빌려준 후 이를 갚게 하기 위하여 브로커를 통하여 자신을 마카오의 윤락업소에 취업시켰다."는 내용으로 소외 2를 신고하였다.

(4) 한편,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 소속의 원고들은 소외 1이 약속다방이란 상호로 전화발이업소를 운영하며 윤락녀들을 상대로 고율의 사채를 빌려준 다음 윤락녀들이 채무를 모두 변제하였음에도 미리 약정한 것과 다른 계산법으로 계산하여 갚을 것이 더 남아 있다고 주장하면서 조직폭력배들을 항시 주위에 가까이 둠으로써 윤락녀들을 겁을 먹게 한 다음 돈을 갚지 않으면 위해를 가할 듯한 태도로 협박하여 윤락녀들로부터 돈을 갈취하였다는 등의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하던 중 소외 3으로부터 피해 신고를 받고, 2000. 9. 23. 원고들이 소속되어 있는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에서 소외 1에 대한 부녀매매 등 사건에 관하여 소외 3을 상대로 조사를 하였는데(당시 원고 신지욱은 소외 3이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의 위치를 알지 못하므로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 인근에 있는 청주체육관 앞에서 소외 3을 만나기로 약속하고, 다른 형사로 하여금 청주체육관 앞에서 소외 3을 만나 그녀를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로 데리고 오도록 하였다), 소외 3은 "자신은 소외 1에게 상당한 빚을 지고 있었는데, 소외 1이 2000. 4. 초순경 돈을 벌기 위하여 마카오로 떠나려는 자신을 조직폭력배를 동원하여 붙잡아 전주의 윤락업주에게 넘기고 그로부터 소개비를 받아 소외 3의 소외 1에 대한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였고, 그 후 2000. 6.경 소외 2가 전주의 윤락업주에게 전주의 윤락업주가 소외 1에게 소개비로 준 금원 상당을 소외 3을 대신하여 갚아주어 자신이 전주의 윤락업소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내용으로 진술하였다.

(5) 원고들이 위와 같은 소외 3의 피해진술 등을 기초로 하여 소외 1을 구속시키자, 소외 1의 측근인 소외 4, 5 등은 원고들의 소외 1에 대한 수사에 혼선을 가져오게 할 목적으로 소외 3에게, 실제로는 소외 1이 소외 3을 전주의 윤락업주에게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 소외 2가 2000. 4. 말경 소외 3을 전주 사창가에 팔아 넘겼고, 그 외에도 평택, 파주, 서울 역삼동, 심지어 마카오에 있는 윤락업소에까지 팔아 넘겼다."는 내용으로 서울지방경찰청에 진술을 할 것을 사주하면서 소외 3이 위와 같은 내용으로 진술해 주면 소외 1이 운영하던 약속다방을 소외 3이 운영하도록 해 주고, 소외 3의 소외 2에 대한 빚도 결국 탕감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소외 3을 설득하였고, 이에 소외 3은 소외 4, 5의 사주에 따라 2000. 10. 6. 위와 같은 내용으로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소외 2에 대한 윤락알선 등에 관하여 진술하였다.

(6) 서울지방경찰청에서는 소외 2에 대한 윤락알선 피의사건을 조사하던 중 청주 동부경찰서로부터 소외 3이 진술한 2000. 9. 16.자 진술조서 사본을 교부받았는데 소외 3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진술한 내용 중 " 소외 2가 소외 3을 전주의 윤락업주에게 팔아 넘겼다."는 부분이, 소외 3이 소외 1의 부녀매매 등 사건에 관하여 2000. 9. 23.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에서 진술했던 " 소외 1의 강요로 전주의 윤락업소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부분과 중복됨을 발견하자 소외 3의 진술의 진위 여부에 관하여 더 자세히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는데, 이 사건의 피의자 및 참고인들의 주거지가 충북이었으므로 이 사건을 충북지방경찰청으로 이첩하였다.

(7) 원고들은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이첩된 소외 2에 대한 윤락알선 등 피의사건에 관하여 보강수사를 하기 위하여 소외 3에게 수 차례 출석 요구하였으나, 소외 3은 이에 불응하다가 2000. 11. 20.에야 충북지방경찰서 기동수사대에 출석하였는데, 원고 신지욱은 소외 3이 위와 같이 전주 윤락업소에서 일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모순된 진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진술 내용을 녹취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조사에 앞서 녹음기 소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몸수색을 하였다.

소외 3은 조사를 받으면서 처음에는 " 소외 2가 자신을 전주와 마카오의 윤락업주에게 팔아 넘겼다."라고 진술하다가, 원고 신지욱이 소외 3의 2000. 9. 16.자 진술과 2000. 9. 23.자 진술이 모순됨을 지적하며 진위 여부를 추궁하자, "전주 사창가로 자신을 팔아 넘긴 사람은 소외 2가 아닌 소외 1이고, 소외 2는 평택 사창가와 마카오로 팔아 넘긴 것이다."라고 진술을 번복하였다.

(8) 소외 3은 소외 4 등으로부터 소외 1에 대한 부녀매매 등 사건의 공판에서 소외 1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라는 사주를 받고, 2001. 12. 12.부터 2001. 3. 20까지 세 차례의 소외 1에 대한 부녀매매 등 사건의 공판기일에서 위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에서의 2000. 11. 20.자 진술을 다시 번복하여 " 소외 2의 강요에 의하여 소외 1이 자신을 전주로 팔아 넘겼다고 거짓 진술을 하였다. 소외 1이 자신을 전주로 팔아 넘긴 것이 아니라 소외 2가 무서워서 자신이 먼저 전주로 가겠다고 한 것이다. 소외 2는 자신을 평택, 마카오 등지의 사창가에 팔아 넘겼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다. 이 사건 프로그램의 기획·제작 및 방송경위

(1) 피고들은 2001. 1. 중순경 소외 3으로부터, "자신은 소외 2로부터 사채를 얻어 썼다가 빚을 갚지 못하여 평택과 파주, 서울, 전주 등지를 전전하다가 마카오까지 팔려갔고 이러한 사실을 충북지방경찰청에 고발했는데 경찰은 오히려 사채업자인 소외 2의 편을 들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의 사실확인서(을 1호증)를 모사전송으로 받았다.

(2) 피고들은 취재파일 2580 기획회의 결과 위 제보를 채택하기로 결정하였고, 이에 취재파일 2580의 피디인 피고 오상우가 2001. 3. 16.부터 2001. 3. 21.까지 사이에 위 제보와 관련하여 소외 3과 마카오 현지를 동행 취재하고, 평택, 파주의 윤락 업주들을 만나 소외 2로부터 소외 3을 소개받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취재하였다.

(3) 피고 오상우는 이러한 취재를 바탕으로 2001. 3. 21.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로 찾아가 원고들을 취재하였는데, 취재 당시 원고들은 "사채업자 소외 1이 소외 3을 전주 윤락업주에게 넘기고도 다른 사채업자인 소외 2에게 이러한 사실을 뒤집어 씌우기 위하여 소외 3을 사주하여 청주 동부경찰서에 허위로 소외 2를 고소하게 하였다."는 내용의 충청리뷰의 기사를 보여주면서, ① 원고들의 조사 과정에서도 소외 3이 전주 윤락업주에게 자신을 넘긴 사람이 누구인가에 관하여 수 차례 진술을 번복하고 있어 그녀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고, ② 원고 신지욱은 소외 3이 자신의 진술 내용을 녹취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녹음기 소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간단한 몸수색을 하였을 뿐 소외 3을 성추행한 사실이 없으며, ③ 소외 3과 함께 윤락녀로 고용되었던 김윤미는 자신은 소외 2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원고들에게 불려가 조사를 받으면서 발로 정강이를 걷어차이는 등 구타당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원고들 중 어느 누구도 이 사건과 관련하여 김윤미를 조사한 적이 없으며 김윤미를 구타한 사실은 더더군다나 없고, ④ 소외 3은 청주 동부경찰서에 소외 2를 신고한 후 경찰의 조사도 받기 이전에 소외 2의 강요로 사직동 커피숍에서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 형사 두 명을 사전에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원고들이 소외 3을 사전에 사직동 커피숍에서 만난 사실도 없었다고 해명하였다.

그러나 피고 오상우는 원고들의 위와 같은 해명의 진위 여부에 대하여 더 이상의 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마카오로 간 여인들"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 프로그램을 제작하였고, 피고 문화방송은 2001. 3. 25. 21:45부터 22:30까지 사이에 시사 고발 프로그램인 '취재파일 2580'을 통하여 이를 방영하였다.

라. 이 사건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

이 사건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전체 내용은 별지 '마카오로 간 여인들' 기재와 같다)

(1) 도입부분 : 고리사채를 빌려쓰다가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윤락업소에 팔려다니다가 마카오까지 팔려간 여인들이 있다. 여인들은 자신들이 얽혀있는 사채업자와 포주·폭력배의 먹이사슬을 끊으려고 발버둥쳤지만 허사였고, 경찰 또한 자신들의 편이 아니었다.

(2) 마카오의 윤락업소 촬영 부분 : 사채업자 소외 2로부터 고리사채를 빌려 쓰다가 빚이 엄청나게 늘어난 소외 3은 소외 2에 의하여 국내의 윤락업소에 이리 저리 팔려 다니다가 마카오 현지의 한국인 브로커에게까지 넘겨져 마카오의 윤락업소에서 윤락 생활을 하게 되었다.

(3) 원고들의 수사 상황 및 원고 신지욱의 인터뷰 장면 : 마카오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소외 3은 소외 2를 윤락알선 및 폭행 등의 혐의로 충북경찰에 신고하였는데('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의 현판을 비추며), 충북경찰은 오히려 소외 2의 청탁을 받고 사건을 조사하기도 전에 사직동 커피숍에서 미리 소외 3을 만났으며, 피해자인 소외 3에게 성추행에 가까운 몸수색을 하고, 사건과 관련 없는 김윤미를 사무실로 불러 구타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수사를 하므로, 충북경찰을 믿을 수 없는 소외 3이 서울지방경찰청에 다시 수사를 의뢰하여 서울지방경찰청에서는 한 달이 넘는 조사 결과 국제인신매매조직을 밝혀내었으나,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외 2에 대한 사건은 다시 충북지방경찰청에 이첩되었는데, 윤락알선을 한 소외 2는 여전히 큰 소리를 치고 있다.

(4) 소외 2에 대한 취재 부분 : 소외 2는 소외 3에게 평택, 마카오 등지의 윤락업소를 알선한 사실을 부인하나, 평택의 윤락업주는 소외 2로부터 소외 3을 소개 받고 돈을 건네주었다는 사실을 시인하였다.

(5) 끝부분 : 고리사채가 노비문서가 돼서 외국에까지 팔려나간 소외 3이 마지막으로 문을 두드린 경찰마저 불성실한 수사로 일관하고 있는바, 재수사가 이루어져서 이러한 고리사채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마. 이 사건 프로그램 방영 후의 정황

(1) 소외 3은 소외 2에 대한 무고 및 소외 1에 대한 형사사건에서의 위증 혐의로 청주지방법원에 2001고단1205호로 기소되어 위 법원으로부터 2001. 8. 16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고, 같은 법원 2001노760호로 항소하여 2001. 10. 26 징역 1년 2월을 선고받아 그 무렵 그 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

(2) 피고 문화방송은 2001. 6. 3. 취재파일 2580에서 "마카오의 진실 - 나는 억울하다."는 제목으로 원고들이 2001. 3. 25.자 이 사건 프로그램의 방송 후 소외 2에 대한 재수사는커녕 오히려 제보자를 무고 혐의로 구속시켰다는 내용의 방송을 하였다.

2. 판단

가. 불법행위책임의 발생에 관한 판단

(1) 정정보도의무 및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피해자의 특정

명예훼손이라 함은 고의 또는 과실로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서, 명예훼손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우선 피해자가 특정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아야 할 것인바, 사람의 성명 등이 명시되지 아니하고 게재된 기사나 영상 그 자체만으로는 피해자를 인식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보면 기사나 영상이 나타내는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고, 또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다수인 경우에는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본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들은 이 사건 프로그램에서 원고 신지욱의 성명이나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 소속 형사들인 원고들의 성명을 명시하지 아니하였고, 원고 신지욱의 인터뷰 장면만을 내보내면서 그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음성을 변조한 상태로 방송하였으나, 원고 신지욱의 인터뷰 장면에서 '신○○/ 담당형사'라는 자막을 내보내고, 피고 오상우가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라는 현판을 크게 비추고, 원고들을 '충북경찰'이라고 칭하였는바, 주위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누구라도 소외 3을 조사한 경찰들이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 소속 형사들인 원고들이고, 담당형사는 원고 신지욱임을 알 수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프로그램에서 피해자는 원고들로 특정되었다 할 것이다.

(나) 명예훼손의 성립

언론 보도에 의한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는 그 방송의 내용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시청자가 그 방송을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하여 그 방송이 시청자에게 부여하는 전체적인 인상도 그 판단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인바, 이 사건 프로그램은 "원고들이 소외 3으로부터 소외 2의 윤락행위 알선 등에 관한 사건 신고를 받고서도 소외 2로부터 소외 3을 미리 만날 것을 부탁받고 사건을 조사하기 전 사직동 커피숍에서 소외 3을 만났고, 피해자인 소외 3에게 성추행에 가까운 몸수색을 하였으며, 또한 사건과 관련 없는 소외 3의 친구 김윤미를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 사무실로 불러 다리를 걷어차는 등 구타하였다."는 취지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객관적인 사실로서나 전체적인 인상으로서나 충분히 원고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것이다(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자신들의 취재 대상은 담당 형사인 원고 신지욱 개인에 지나지 아니하고, '충북경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라는 현판을 크게 비추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원고 신지욱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 이 사건 프로그램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었다고는 할 수 없다고 다투나,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전제척인 인상은 단지 원고 신지욱 개인이 편파적이고 강압적인 수사를 한 것이라기 보다는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 전체가 그러한 수사를 하였다는 취지로 보여지므로 피고들의 위와 같은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사건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한 피고 오상우 및 피고 오상우의 사용자이며 이 사건 프로그램을 방송한 피고 문화방송은 위와 같은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함으로써 국민을 위하여 공정하고 성실하게 사건을 수사하여야 할 경찰인 원고들이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하였다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들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민법 제764조 에 따른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으로서 정정보도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2) 피고들의 위법성 조각사유의 항변에 관한 판단

(가) 명예훼손에 있어서의 위법성 조각사유

피고들은 이 사건 프로그램을 방영한 것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그 내용도 진실하므로 피고들의 행위는 위법성이 없는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어떤 표현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그 표현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거나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위법성이 없다고 할 것이고, 여기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을 의미하는데,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무방하고, 여기서 '진실한 사실'이라고 함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 ).

(나) 공공성에 관한 판단

먼저, 이 사건 프로그램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에서 방송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 사건 프로그램의 내용, 제작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프로그램은 공공의 이해에 관련된 사회문제를 다룬 것으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여 방송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다) 진실성에 관한 판단

피고들은, ① 원고들 중 일부가 소외 2의 청탁을 받고 소외 2의 윤락알선 혐의 등에 관하여 소외 3을 조사하기도 전에 사전에 사직동 커피숍에서 소외 3을 만나는 등 하였고, 이후 원고들은 소외 2의 윤락알선 혐의에 대하여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함으로써 소외 2를 비호하였으며, ② 수사과정 중 피해자인 소외 3이 원고 신지욱으로부터 성추행에 가까운 몸수색을 당하였고, ③ 사건과 관계없는 소외 3의 친구 김윤미도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 사무실로 불려와 원고들 중 한 사람으로부터 정강이를 걷어차이는 등 구타를 당한 것은 진실이고, 일부 내용에 허위 또는 과장이 있다 하더라도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므로, 이러한 내용의 이 사건 프로그램을 방영한 피고들의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되고, 가사 위와 같은 사실이 허위라 하더라도 피고들이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법하지 아니하다고 주장한다.

1) 위 ①, ②, ③의 각 사실이 진실인지 여부에 관한 판단

피고들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실이 진실인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이에 부합하는 듯한 갑 12호증의 3, 12, 갑 13호증의 6, 을 1호증, 을 3호증의 3의 각 기재 및 을 3호증의 4, 5, 9의 각 일부 기재는 이를 믿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피고들이 위 ①, ②, ③의 각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방송 등 언론매체의 명예훼손 행위와 관련하여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방송 등이 신속성이 요청되는 것인가, 그 방송 등의 자료가 믿을 만한가, 피해자와의 대면 등 진실확인이 용이한가 하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는 바( 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다24207 판결 , 1998. 5. 8. 선고 97다34563 판결 등 각 참조), 이 사건 프로그램과 같은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 있어서는 일반 시청자 등이 그 내용을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기가 쉬운 반면에 신속성의 요청은 일반 보도에 비하여 그다지 크다고 할 수가 없으므로, 그 방송에 있어서는 단순히 풍문이나 억측, 일방적인 제보가 아닌 신빙성 있는 자료에 의거하여야 할 필요성이 보다 크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방송의 기초가 되는 그 자료 내용의 진위를 당사자 본인이나 그 주변인물을 통하여 확인하는 등의 충분한 조사활동을 사전에 거침이 마땅하고, 이러한 확인 내지 조사활동을 거치지 아니한 채 명예훼손의 내용이 담긴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방송하였다면 방송사측에서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었다고 하더라도 그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들이 제시하고 있는 을 3호증의 1, 2, 3, 4, 5, 8, 9, 10, 11의 각 기재 등에 의하면, 피고 오상우는 소외 2가 소외 3을 평택의 윤락업소에 알선하였음을 평택 및 전주의 윤락업주나 마카오 현지 취재를 통하여 확인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피고 오상우나 피고 문화방송이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 소속 원고들과 관련된 위 ①, ②, ③의 각 사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충분한 조사를 거쳤다고 볼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들이 위 ①, ②, ③의 각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라) 소결론

그러므로 위법성 조각에 관한 피고들의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의 내용과 범위

(1) 손해배상

원고들이 이 사건 프로그램의 방송으로 명예가 훼손됨으로써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들은 그 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적으로나마 배상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인바, 피고들이 배상하여야 할 배상액의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제목과 내용, 이 사건 프로그램에서 사용된 어구, 방영 시점, 방영 시간, 이 사건 프로그램 중 허위 사실이 차지하는 비중, 피고들의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의 정도, 이 사건 프로그램 방영 후 피고들의 태도, 그 외에 이 사건 프로그램에서의 원고들의 특정 정도, 이 사건 프로그램의 방영이 원고들의 경찰관으로서의 직무수행에 미치는 영향, 피고 문화방송이 우리 나라 언론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보면, 피고들이 원고 신지욱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는 8,000,000원, 나머지 원고들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는 각 3,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각자 원고 신지욱에게 위자료 8,000,000원, 나머지 원고들에게 각 위자료 3,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프로그램의 방송일인 2001. 3. 25.부터 피고들이 그 채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03. 8. 22.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

또한 이 사건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피고들에게 금전배상을 명하는 것만으로는 원고들의 명예를 회복하기에 부족하다 할 것이므로, 원고들은 명예회복을 위한 적당한 처분으로서 정정보도문의 게재를 구할 권리가 있다 할 것이고, 나아가 그 정정보도문의 내용과 방송시간 및 방법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프로그램의 방송내용 및 방송시간 등을 종합하면, 피고 문화방송은 이 사건 판결이 확정된 후 최초로 방송되는 문화방송 '시사매거진 2580' 프로그램('취재파일 2580' 프로그램은 현재 그 명칭이 '시사매거진 2580'으로 변경되어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다)의 첫머리에서 상단화면에 '마카오 등지의 부녀매매 사건을 수사한 충북경찰청 기동수사대에 관한 정정보도문'이라는 제목을 계속 표시하고(글자는 통상 '시사매거진 2580'의 제목과 같은 글자 크기로), 그 아래 화면에는 별지 '정정보도문' 기재 정정보도문을 통상 '시사매거진 2580'과 같은 글자 크기로 표시하면서 진행자로 하여금 원 프로그램과 같은 속도로 낭독하게 함이 상당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각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각 인용하고,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찬(재판장) 선의종 황중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