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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1다628 판결

[매매대금][공2001.5.15.(130),984]

판시사항

[1] 보증계약의 성립 후 보증인의 동의 없이 주채무의 목적이나 형태가 변경된 경우, 보증채무의 범위

[2] 계속적 물품공급계약에 있어 거래 신청서의 일부 내용이 연대보증인의 관여 없이 거래신청인이나 연대보증인에게 유리하게 수정되고 그에 기하여 새로운 계약이 체결된 사안에서 연대보증인의 책임이 소멸되었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보증계약이 성립한 후에 보증인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주채무의 목적이나 형태가 변경되었다면, 그 변경으로 인하여 주채무의 실질적 동일성이 상실된 경우에는 당초의 주채무는 경개로 인하여 소멸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보증채무도 당연히 소멸하겠지만, 그 변경으로 인하여 주채무의 실질적 동일성이 상실되지 아니하고 동시에 주채무의 부담 내용이 축소·감경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보증인은 그와 같이 축소·감경된 주채무의 내용에 따라 보증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다.

[2] 계속적 물품공급계약에 있어 거래신청서의 일부 내용이 연대보증인의 관여 없이 거래신청인이나 연대보증인에게 유리하게 수정되고 그에 기하여 새로운 계약이 체결된 사안에서 연대보증인의 책임이 소멸되었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상고인

엘지산전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결 담당변호사 김응조)

피고,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효봉)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1989. 9. 4. 원고와 소외 주식회사 정양전기 사이에 계속적 물품공급계약이 체결되었고 피고는 소외 1, 소외 2와 함께 위 정양전기의 원고에 대한 물품공급계약상의 채무를 연대보증하였는데, 원고는 정양전기와 물품거래를 계속하여 오다가, 1992. 10. 8.경 국내 특약점 또는 대리점과의 계약시에 사용하던 거래신청서의 일부 내용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조항으로 지적되었거나 지적될 우려가 있자 기존의 거래신청서 내용 중 거래신청인이나 연대보증인에게 불리한 일부 조항을 수정한 새로운 거래신청서 양식을 만든 후 기존 특약점 또는 대리점과의 거래신청서를 새로운 양식에 의한 것으로 일괄 갱신하기로 한 사실, 이에 따라 원고는 정양전기와 사이의 위 1989. 9. 4.자 계약도 새 거래신청서 양식에 의한 것으로 갱신하기로 하여 1993년 3월경 정양전기와 새로운 양식의 거래신청서(갑 제24호증)를 작성하였는데, 그 때 위 연대보증인들 중 소외 1, 소외 2는 새 거래신청서에 다시 서명날인을 하고 새로이 인감증명서를 제출하였으나 피고는 새 거래신청서에 연대보증인으로 서명날인하지 않았고 인감증명서도 제출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과 같은 경위로 기존 계약과는 그 일부 내용이 다른 새로운 계약이 체결되었다면 그 기존 계약의 효력을 존속시키기로 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원고와 정양전기 사이에 1993년 3월경 새 거래신청서 양식에 의한 새로운 내용의 계약이 체결됨으로써 위 1989. 9. 4.자 계약은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다고 볼 것이고, 이에 따라 원·피고 사이의 위 1989. 9. 4.자 연대보증계약도 그 때부터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볼 것이며, 새로운 계약의 내용이 기존 계약과 대부분 동일하면서 오히려 그것이 거래신청인 등에게 유리하게 변경된 것이라는 것만으로 이와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피고에 대하여 연대보증책임을 묻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그러나 원고와 정양전기 사이에 새 거래신청서 양식에 의한 새로운 내용의 계약이 체결됨으로써 기존 계약은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다고 본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쉽게 수긍되지 않는다.

보증계약이 성립한 후에 보증인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주채무의 목적이나 형태가 변경되었다면, 그 변경으로 인하여 주채무의 실질적 동일성이 상실된 경우에는 당초의 주채무는 경개로 인하여 소멸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보증채무도 당연히 소멸하겠지만, 그 변경으로 인하여 주채무의 실질적 동일성이 상실되지 아니하고 동시에 주채무의 부담 내용이 축소·감경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보증인은 그와 같이 축소·감경된 주채무의 내용에 따라 보증책임을 진다 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0. 1. 21. 선고 97다1013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새로운 거래신청서의 작성경위 등에 의하면, 원고가 위와 같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권고를 받을 염려가 있기 때문에 거래신청인이나 연대보증인에게 유리한 내용의 거래신청서 양식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피고의 소재가 파악되지 아니하여 새로운 양식의 거래신청서에서 피고의 서명날인만이 누락되었다는 것이고, 실제로도 갑 제1, 24호증(각 거래신청서), 갑 제25호증의 3(수정내용대비표)의 내용 등을 살펴보면, 원고와 정양전기 사이의 새로운 계약서상의 약정 내용은 종전의 물품공급계약과 비교하여, 채무의 발생원인, 채권자, 채무자, 채권의 목적 등 채무의 중요한 내용에 있어서 전혀 변경이 없음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위 새로운 계약서의 작성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권고를 받을 우려가 있어 그에 따라 원고가 정양전기나 연대보증인인 피고 등에게 불리한 일부 조항을 수정하기 위한 것이어서, 원고와 정양전기 사이에 체결된 새로운 계약상의 주채무가 기존의 계약의 그것과 실질적 동일성이 상실된 것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런 경우라면, 당초의 주채무나 이에 따른 보증채무가 소멸하였다고 볼 아무런 사유가 없음에도, 주채무의 실질적 동일성이 상실되었는지 여부 등을 좀더 세밀히 따져 피고의 연대보증책임의 존속 여부를 판단하지 아니한 채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에 위배하고, 심리미진으로 인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보증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이를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손지열(재판장) 송진훈 윤재식(주심) 이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