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99호 1321~1324] [전원재판부]
고소하지 아니한 범죄피해자도 당해 사건에 관하여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있는 경우에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적격이 있다고 보아 본안판단을 한 사례
재판관 김영일의 청구인 정○환의 청구 부분에 대한 각하의견
비록 범죄피해자라 하더라도 고소를 하지 아니하였다면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있어도 그것은 범죄피해자의 공소권행사요구에 대한 처분이라 하기 어렵고, 따라서 고소권을 행사하지 않은 한에 있
어서는 ‘해당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서는’ 헌법상의 어떠한 기본권도 침해받은 것이 아니므로 당해 불기소처분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청구인적격이 없다.
헌재 1992. 1. 28. 90헌마227 , 판례집 4, 40, 44
헌재 1995. 5. 25. 94헌마185 , 판례집 7-1, 811
헌재 1998. 8. 27. 97헌마79 , 판례집 10-2, 446
청 구 인 정○환 외 1인
대리인 법무법인 신화
담당변호사 강명훈
피청구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청구인 정○직의 청구는 이를 각하하고, 청구인 정○환의 청구는 이를 기각한다.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03년 형제109981호 불기소사건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청구인들은 부자지간으로 청구인 정○직은 청구인 정○환을 위하여 청구외(피의자) 박○섭, 양○석, 김○남, 김○태, 황○순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독직폭행), 모해위증, 모해증거인멸, 모해증거위조 등의 혐의로 고발하였는바,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의자 박○섭, 같은 양○석, 같은 김○남, 같은 김○태는 서울○○경찰서 ○○파출소에서 근무하던 경찰공무원들이고, 같은 황○순은 같은 경찰서 형사과 형사1반에서 근무하는 경찰공무원인바,
(1)피의자 박○섭, 같은 양○석, 같은 김○남, 같은 김○태는 공모하여,
1998. 11. 1.경 서울 금천구 소재 서울○○경찰서 ○○파출소에서, 같은 날 03:30경 특수절도의 현행범으로 체포된 청구인 정○환(남, 31세)이 경찰관들을 상대로 “그냥 놔두지 않겠다.”고 계속 소리를 지르는 등 소란을 피운다는 이유로 손과 발로 청구인의 얼굴 등을 수회 때려 치료일수 미상의 얼굴이 부을 정도의 상해를 가하고,
(2) 피의자 황○순은
같은 날 16:00경 서울○○경찰서 형사과 사무실에서 청구인을 상대로 조사하던 중 동인의 뺨을 40회 내지
50회 가량 때리고 머리를 쥐어박는 등 하여 동인에게 치료일수 미상의 얼굴이 부을 정도의 상해를 가하고,
(3) 피의자들은 공모하여,
사실은 위 정○환이 위 특수절도죄의 범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위 정○환을 구타하여 상해를 가한 사실을 은폐함과 아울러 동인을 모해할 목적으로,
(가)1998. 11. 일자불상경 위 ○○파출소에서 동 파출소에 설치되어 있는 CC-TV 테이프를 불상의 방법으로 고의로 삭제하여 증거를 인멸하고,
(나)같은 달 일자불상경 위 같은 장소에서 위 정○환을 검거하였다는 현장에는 없었던 더블백을 청구외 이○해로부터 제출받은 다음 이를 위 정○환에 대한 특수절도죄의 증거물로 사진촬영하여 수사기록에 편철하는 등 증거를 위조하고,
(4)피의자 박○섭은 청구인 정○환을 모해할 목적으로,
(가)1999. 1. 7.경 서울남부지방법원 법정에서, 위 법원 98고단6487호 위 청구인에 대한 특수절도 피고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선서한 다음 증언함에 있어, 사실은 청구인이 절도행위를 하는 것을 목격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증인은 동료 경찰관인 양○석 경장과 112순찰차를 타고 위 장소 부근을 순찰하던 중 피고인(위 정○환)이 장갑을 낀 상태로 더블백을 메고 컴퓨터 본체 2대를 양손에 든 채 걸어오다가 순찰차를 보더니 길가에 세워둔 화물차 옆으로 숨었다’는 취지로 마치 위 정○환의 절도현장을 목격한 것처럼 진술하는 등 그 기억에 반하여 허위의 진술을 하고,
(나)1999. 12. 21.경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에서 위 법원 99노7668호 위 청구인에 대한 특수절도 피고사건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선서한 다음 증언함에 있어, 위(가)항과 같은 취지로 진술하는 등 기억에 반하여 허위의 증언을 하고,
(5) 피의자 양○석은
1999. 1. 7. 서울남부지방법원 법정에서 위 법원 98고단6487호 청구인에 대한 특수절도 피고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선서한 다음 증언함에 있어, 사실은 청구인이 절도행위를 하는 것을 목격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증인은 동료 경찰관 박○섭 경장과 같이 112순찰차를 타고 위 장소 부근을 순찰하던 중 피고인이 장갑을 낀 상태로 더블백을 메고 컴퓨터 본체 2대를 양손에 든 채 걸어오다가 순찰차를 보더니 길가에 세워둔 화물차 옆으로 숨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마치 청구인의 절도현장을 목격한 것처럼 진술하는 등 그 기억에 반하여 허위의 진술을 하고,
(6) 피의자 김○남은
1999. 7. 22. 서울남부지방법원 법정에서, 위 법원 98고단6487호 청구인에 대한 특수절도 피고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선서한 다음 증언함에 있어, 사실은 위 CC-TV 테이프를 고의로 삭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테이프는 다른 것을 녹화하면서 지워졌습니다.”라고 진술하는 등 기억에 반하여 허위로 증언한 것이다.
나.피청구인은 2003. 12. 30. 위 고발사건에 관하여 혐의없음 또는 기소중지의 불기소처분(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03년 형제109981호)을 하였다.
다.청구인 정○직은 이에 불복하여 검찰청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항고·재항고하였으나 기각되자,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의 위 불기소처분이 청구인들에게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재판절차진술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04. 7. 23. 위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 단
가. 청구인 정○직의 심판청구부분
살피건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기소처분을 구하는 취지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자는 원칙적으로 헌법상의 재판절차진술권의 주체인 형사피해자에 한하므로 범죄피해자가 아닌 고발인에게는 개인적·주관적 권리나 재판절차에서의 진술권 등의 기본권이 허용될 수 없고, 따라서 검사가 자의적으로 불기소처분을 하였다고 하여도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고발인에게는 자기관련성이 없어 적법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할 수 없다(헌재 1994. 6. 30. 94헌마21 , 판례집 6-1, 707, 709 참조).
그런데 이 사건에서 청구인 정○직은 위 불기소사건의 고발인에 불과하므로 위 정○직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나. 청구인 정○환의 심판청구부분
살피건대, 피청구인이 위 고발사건에 관하여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였거나, 헌법의 해석,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판단에 있어서 불기소처분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며, 달리 피청구인의 위 불기소처분이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정도의 자의적인 처분이라고 볼 자료도 없으므로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결 론
따라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 중 청구인 정○직의 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청구인 정○환의 청구는 이유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
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김영일의 아래 4.와 같은 청구인 정○환의 청구부분에 대한 각하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4.재판관 김영일의 청구인 정○환의 청구부분에 대한 각하의견
청구인 정○환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03년 형제109981호 사건의 피해자이나, 그 사건 피의자들을 상대로 고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검사가 한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막바로 청구하는 것은 헌법 제27조 제5항의 범죄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 내지 평등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할 자기관련성이 결여되어 부적법하다고 판단되므로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는 다수의견에 반대하여 나는 심판청구를 각하하여야 한다고 보는 바이다.
위와 같은 다수의견은 우리 헌법 제27조 제5항,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의 재판절차진술권의 내용과 보장취지, 형사소송법상 범죄피해자에 대한 절차적인 권리보장, 헌법소원심판제도의 취지와 헌법소원심판청구권의 내용, 검사의 불기소처분과 평등권 보장, 그리고 범죄피해자의 권리구제의 실효성확보라는 측면에서 볼 때에도 그것이 실효성있는 조치라고 볼 수는 없고, 무엇보다도 절차법인 형사소송법의 규정내용에 배치되는 조치를 우리 헌법재판소가 임의로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 다수의견은 헌법의 해석, 절차법인 형사소송법의 해석상 그 근거를 발견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고, 한편으로 형사소송법 제223조에서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고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 형사소송절차에서 범죄피해자에 대한 구제절차로서 고소제도를 두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공권력행사의 일종인 검사의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 기본권이 침해되었다 함은 범죄피해자가 고소를 하여 공소권행사를 요구하였음에도,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재판절차진술권 등의 기본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비록 범죄피해자라 하더라도 고소를 하지 아니하였다면,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있다 한들, 그것은 범죄피해자의 공소권행사요구에 대한 처분이라 하기 어렵고, 따라서 고소권을 행사하지 않은 한에 있어서는 ‘해당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서는’ 헌법상의 어떠한 기본권도 침해받은 것이 아니므로 결과적으로 당해 불기소처분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청
구인적격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다수의견의 주장과 같이 범죄피해자라거나 또는 범죄피해자임을 주장한다고 해서 고소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형사소송법의 명문의 규정을 깨뜨리면서까지 굳이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청구인적격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범죄피해자의 경우와 비교하여 볼 때, 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남은 물론, 마치 헌법재판소가 입법기능을 대행하는 것이거나 헌법재판소가 그 임의대로 청구인적격을 인정하기도 하고 청구인적격을 인정하지 않기도 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수의견은 고소하지 아니한 범죄피해자라 할지라도 그 사건에 대한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별도의 고소나 구제절차를 거치지 않고 막바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하려는 것으로 일견 범죄피해자의 기본권을 두텁게 보호하고 신속한 권리구제를 도모하는 듯이 보이나, 실제로는 오히려 온전한 권리구제를 담보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고, 최후의 보충적인 권리구제제도로서의 헌법소원심판제도의 성격이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고소절차를 하나 더 거치는 번거로움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범죄피해자가 새로이 고소한 경우에는 증거자료가 추가되어 실체적 진실발견이 보다 더 용이하게 될 수 있어, 그 사건에 대한 검사의 과거의 판단이 변경될 여지가 있고, 또한 항고 및 재항고의 각 절차에서는 불기소처분이 위법한 경우 뿐 아니라 부당한 경우에도 범죄피해자가 구제를 받을 수 있지만,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는 기본권침해가 있는 경우에만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므로 고소 또는 항고·재항고의 각 절차가 권리구제를 위하여 더욱 실효적이고 직접적인 수단이라 할 수 있으며, 나아가 그와 같은 절차에 의하여 권리구제를 받도록 하는 것이 무용한 헌법소송의 남용을 막을 수 있어 결과적으로 국가기능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오히려 더 바람직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수의견에 의하면 고소하지 않은 범죄피해자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제기하거나 고소를 할 수 있게 되는데, 고소하지 않는 한 검찰내부의 상급기관 즉, 고등검찰청이나 대검찰청의 재검토절차가 생략되게 되므로, 만에 하나 헌법소원심판청구가 기각된 후 범죄피해자가 다시 검찰청에 고소하는 경우, 그에 대한 검사의 처분, 항고, 재항고 등의 단계에서 결론이 달리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없지 아니하고, 헌법재판소에서 검찰내부의 구제절차를 거
쳐 재검토하는 과정을 거치지 아니한 채, 헌법의 해석과 판단을 주임무로 하는 헌법재판소에서 막바로 판단하게 하는 것은 헌법재판제도의 취지나 체계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범죄피해자의 기본권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다수의견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틀 안에서 합법적·합리적으로 해결할 문제이다. 우리 헌법재판소가 절차규정인 해당 형사소송법규정이 없는 경우라면 모르되, 그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용하지 않고 그 형사소송법규정을 무시하는 예외적 형사소송행위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더군다나 그렇게 해서 실질적
으로 범죄피해자의 권리구제의 실효성확보도 보장되기 어려운 사정이고 보면 굳이 그러한 위법한 조치를 우리 헌법재판소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라고 하여 명백한 절차법규정을 무시하고 규정에도 없는 그에 어긋나는 위법한 절차진행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나는 다수의견에 반대하여 이 사건은 자기관련성의 결여로 부적법하므로 심판청구를 부적법각하하여야 한다고 보는 바이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주심)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상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