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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2009. 6. 26. 선고 2007가합3098 판결

[손해배상(기)] 확정[각공2009하,1352]

판시사항

확정된 운행 일정에 따라 이륙하였던 항공기가 엔진 고장으로 회항함으로써 운항 스케줄이 당초 예정보다 15시간 늦어진 사안에서, 항공사가 운송인으로서 손해 방지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였다고 인정되어 승객들에 대하여 연착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확정된 운행 일정에 따라 이륙하였던 항공기가 엔진 고장으로 회항함으로써 운항 스케줄이 당초 예정보다 15시간 늦어진 사안에서, 항공사가 운송인으로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였으므로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규칙의 통일에 관한 협약(개정 바르샤바 협약)’ 제20조에 따라 승객들에 대하여 연착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규칙의 통일에 관한 협약(개정 바르샤바 협약) 제20조

원고

원고 1외 50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용현)

피고

주식회사 대한항공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윤용석외 1인)

변론종결

2009. 6. 5.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4,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7. 1. 23.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대한항공’이라는 상호로 항공운송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원고들은 피고와 사이에 대한민국 서울을 출발지와 도착지로 하고,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를 예정기항지로 하는 여객운송계약(이하 ‘이 사건 여객운송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들은 2007. 1. 22. 23:50경(말레이시아 현지시간을 의미한다. 이하 같다)부터 코타키나발루를 출발하여 대한민국 서울에 도착할 예정인 피고 소속 8674편 항공기(이하 ‘이 사건 항공기’라고 한다)에 탑승을 시작하였고, 2007. 1. 23. 00:35경 이 사건 항공기는 이륙하였으나 엔진 이상으로 인하여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으로 회항하여 같은 날 01:05경 우측 엔진만이 작동된 상태로 착륙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이 사건 사고는 고압터빈 앞에 설치되어 있는 2단계 주1) 베인 이 설계 취약점과 열응력에 의하여 떨어져 나가면서 터빈로터 주2) 블레이드 에 충격손상을 준 뒤, 고주파 피로가 진행되면서 터빈로터 블레이드가 파손됨에 따라 유발된 엔진 서지(Surge, 엔진의 불규칙한 움직임을 가리킨다)로 인한 진동이 도관이나 엔진 오일 튜브 등 다른 부품들을 파손시키면서 발생하였다.

라. 원고들은 2007. 1. 23. 15:35경 피고로부터 제공받은 대체 항공기를 이용하여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을 출발하여 계획보다 하루 늦게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인정 근거 : 다툼 없는 사실, 을 제4호증, 을 제5호증의 1, 2의 각 기재, 증인 소외 1의 증언, 이 법원의 국토해양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고조사위원회’라 한다)에 대한 2009. 3. 4.자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에 적용되는 법규

항공운송에 관하여 국내법이 아직까지 제정된 바 없으나 국제항공운송에 관하여는 정부가 국무회의의 의결 및 국회의 비준을 거쳐 1967. 10. 11. 조약 259호로서 ‘1929. 10. 12. 바르샤바에서 서명된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의 통일에 관한 협약을 개정하기 위한 의정서(Protocol to amend the convention for the unification of certain rules relating to international carriage by air signed at Warsaw on 12 October, 1929, 이하 ‘헤이그의정서’라고 한다)’를 공포함으로써 1929. 10. 12. 바르샤바에서 서명된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의 통일에 관한 협약(Convention for the unification of certain rules relating to international carriage by air signed at Warsaw on 12 October, 1929, 이하 ‘바르샤바 협약’이라고 한다)’에의 가입의 효력이 발생하였고, 이에 따라 바르샤바 협약은 헤이그 의정서에 의하여 개정된 내용대로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되어서 우리나라에서의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1955년 헤이그에서 개정된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규칙의 통일에 관한 협약(이하 ‘개정 바르샤바 협약’이라고 한다)’이 일반법인 민법이나 상법에 우선하여 적용된다( 대법원 1986. 7. 22. 선고 82다카1372 판결 , 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5다30184 판결 등 참조).

개정 바르샤바 협약 제1조 제2항에 의하면, 위 협약이 적용되는 ‘국제항공운송’이라 함은 출발지 및 도착지가 2개의 체약국의 영역 내에 있거나 또는 출발지 및 도착지가 단일 체약국의 영역 내에 있더라도 타국의 영역 내에 예정기항지가 있는 경우의 운송을 말하고, 이때 ‘체약국’이라 함은 바르샤바 협약과 헤이그 의정서에 모두 가입한 국가는 물론 대한민국과 같이 바르샤바 협약에는 가입하지 않았으나 헤이그 의정서에 가입함으로써 바르샤바 협약 가입의 효력이 발생한 국가를 모두 포함한다( 위 대법원 1986. 7. 22. 선고 87다카1372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과 피고는 대한민국 서울을 출발지와 도착지로 하고,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를 예정기항지로 하는 이 사건 여객운송계약을 체결하였고, 대한민국은 개정 바르샤바 협약 가입의 효력이 발생한 국가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은 ‘출발지 및 도착지가 단일 체약국의 영역 내에 있는 운송으로서 타국의 영역 내에 예정기항지가 있는 경우’의 여객운송에 관한 것으로 민법 또는 상법에 대한 특별법으로서 개정 바르샤바 협약이 적용된다.

3.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개정 바르샤바 협약 제28조는 국제재판관할과 토지관할에 대하여 ‘손해에 관한 소는, 원고의 선택에 의하여 어느 1개의 체약국의 영역에 있어서 운송인의 주소지, 운송인의 주된 영업소의 소재지 또는 운송인이 계약을 체결한 영업소 소재지의 법원 또는 도착지의 법원의 어느 쪽에 제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관할권 없는 법원에 소를 제기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원고들 중 원고 2, 원고 3, 원고 4, 원고 5, 원고 6, 원고 7, 원고 8, 원고 9, 원고 10, 원고 11, 원고 12, 원고 13, 원고 14, 원고 15, 원고 16, 원고 17, 원고 18, 원고 19, 원고 20, 원고 21, 원고 22, 원고 23, 원고 24, 원고 25, 원고 26, 원고 27, 원고 28이 피고의 대전지점에서 항공권을 발매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위 원고들이 개정 바르샤바 협약에서 정한 운송인이 계약을 체결한 영업소의 소재지 법원인 이 법원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은 적법하다.

위 원고 2 외 26명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관하여 보건대, 민사소송법 제25조(관련재판적) 제1항 은 ‘하나의 소로 여러 개의 청구를 하는 경우에는 제2조 내지 제24조 의 규정에 따라 그 여러 개 가운데 하나의 청구에 대한 관할권이 있는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 은 ‘소송목적이 되는 권리나 의무가 여러 사람에게 공통되거나 사실상 또는 법률상 같은 원인으로 말미암아 그 여러 사람이 공동소송인으로서 당사자가 되는 경우에는 제1항 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여, 동일한 사실상·법률상의 원인에 기하여 수인이 공동소송인으로서 당사자가 되는 경우에는 그 중 1인에 관하여 관할권이 있으면 본래 관할권이 없는 나머지 당사자에 대하여도 관할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사고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라는 동일한 사실상·법률상 원인에 기하여 수인이 원고로 된 경우로, 개정 바르샤바 협약은 절차법인 민사소송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청구의 견련성, 분쟁의 1회 해결 가능성, 피고의 응소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위 원고 2 외 26명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하여 관련재판적을 인정한다고 하여 피고에게 부당하게 응소를 강요한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개정 바르샤바 협약에 의하여 이 법원의 관할이 인정되는 위 원고 2 외 26명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하여도 민사소송법 제25조 에 기하여 이 법원의 관할이 인정되므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1) 원고들은 이 사건 사고 당시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으므로, 피고는 상법 제148조 제1항 에 따라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2) 원고들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당초의 계획보다 15시간이 지난 후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을 재출발하여 계획보다 늦게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하였으므로, 피고는 이로 인한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3) 피고는 이 사건 사고와 같이 여객기가 정상적으로 출발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여 대체 항공기를 준비해 놓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원고들이 원하지 않게 코타키나발루에 머물러야 했으므로, 피고는 이로 인한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나.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1) 상법 제148조 제1항 에 근거한 정신적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는 상법의 특별법으로서 개정 바르샤바 협약이 적용되는데, 개정 바르샤바 협약 제24조 제1항은 ‘제18조 및 제19조에 정하여진 경우에는, 책임에 관한 소는 명의의 여하를 불문하고 본 협약에 정하여진 조건 및 제한 하에서만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전항의 규정은 제17조에 의하여 정하여진 경우에도 이를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 바르샤바 협약의 목적이 국제항공운송에서 발생하는 소송들에 대한 통일된 규율의 설정이라는 점 등에 있음을 고려하면, 개정 바르샤바 협약 제24조에 따라 원고들은 개정 바르샤바 협약에 근거하여 위 협약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를 할 수 있고, 상법 제148조 제1항 에 근거한 손해배상청구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2) 개정 바르샤바 협약에 근거한 정신적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개정 바르샤바 협약 제17조는 “Le transporteur est reponsable du dommage survenu en cas de mort, de blessure ou de toute autre lesion corporelle subie par un voyageur lorsque l'accident qui a cause le dommage s'est produit a bord de l'aeronef ou au cours de toutes operations d'embarquement et de debarquement(The carrier is liable for damage sustained in the event of the death or wounding of a passenger or any other bodily injury suffered by a passenger, if the accident which caused the damage so sustained took place on board the aircraft or in the course of any of the operations of embarking or disembarking, 운송인은 승객의 사망 또는 부상 기타의 신체상해의 경우에 있어서의 손해에 대하여서는 그 손해의 원인이 된 사고가 항공기 상에서 발생하거나 또는 승강을 위한 작업중에 발생하였을 때에는 책임을 진다).”고 여객 운송 중의 사고에 대한 운송인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규정은 여객 운송 중의 사고에 대한 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여객의 사망 또는 신체적인 상해(lesion coporelle, bodily injury)의 경우에 있어서의 손해에 대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고, 여객 운송 중의 사고로 인한 여객의 정신적인 손해는 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 범위에서 배제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여객운송계약의 운송인인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여객의 정신적인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나아가, 정신적 손해배상의 청구가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는 엔진 부품의 설계상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로 항공운송인인 피고의 정상적인 정비 활동 등에 의하여 사전에 방지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피고는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다. 연착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1) 연착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의 발생

(가) 피고의 주장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 예정된 출발시간과 도착시간은 일반적인 채무에 있어서 확정적인 변제기와는 달리 승객의 편의를 위하여 대강의 출발시간 내지 도착시간을 예정한 것에 불과하여 구체적인 사정에 따른 변경이 가능하며(피고의 국제운송약관 제11조 가항 : 시간표 또는 기타 유인물 등에 표시되는 시간은 예정에 불과한 것으로서 보증되는 것이 아니며 운송계약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도 아니다. 스케줄은 예고 없이 변경될 수 있으며 대한항공은 항공편 접속에 대하여도 일체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 피고가 마련한 대체항공편이 당초의 예정된 운항시간을 도과하였어도, 그 도과된 시간이 당시의 상황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범위 내의 것이어서 개정 바르샤바 협약 제19조 소정의 연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 판 단

위 기초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항공기는 2007. 1. 23. 00:35경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을 출발하였다가 엔진 고장으로 회항을 하였고, 원고들은 피고 측에서 마련한 대체 항공편을 이용하여 당초 예정보다 15시간이나 늦게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피고의 주장과 같이 항공기의 운항 스케줄은 예정에 불과하며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는 항공기 운항 스케줄의 사전 변경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이 사건과 같이 항공기의 운항 스케줄이 사전에 변경된 것이 아니라 확정된 항공기의 운항 스케줄에 따라 이륙하였던 이 사건 항공기가 다시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으로 회항함으로써 운항 스케줄이 당초 예정보다 15시간이나 늦어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정 바르샤바 협약 제19조(운송인은 승객, 수하물 또는 화물의 항공 운송에 있어서의 연착으로부터 발생하는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에 규정된 연착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다만 뒤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운송인이 손해 방지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였다고 인정되어 개정 바르샤바 협약 제20조에 따라 그 책임이 면제되는지 여부는 별도로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2) 피고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개정 바르샤바 협약 제20조 제1항은 ‘운송인은 운송인 및 그의 사용인이 손해를 방지하기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였다는 사실 또는 그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한 때에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사고는 항공기 엔진 부품의 설계상 결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불가항력적인 사건이고, 피고는 이 사건 사고 발생 후에도 원고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하였으므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책임은 면제되어야 한다.

(나) 판 단

을 제6 내지 8호증, 을 제11, 12호증의 각 기재, 증인 소외 2, 소외 1의 각 증언, 이 법원의 사고조사위원회에 대한 2008. 3. 4.자, 2009. 6. 4.자 각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이 사건 항공기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 2개월 전인 2006. 10. 4.에는 15개월마다 엔진을 비롯한 중요부품을 정밀 점검하는 C check를, 이 사건 사고 발생 20일 전에는 400비행시간마다 실시하는 A check를 각각 실시하였으나 이 사건 항공기의 엔진에서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였고 항공기 출발 전 검사를 통해서도 아무런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사실, 이 사건 항공기에서는 이 사건 발생 이전에 기체구조, 조종계통 및 엔진 등의 결함이 없었던 사실, 이 사건 사고의 발생원인과 같은 엔진 결함은 항공기 출발 전 검사를 통하여 이를 발견할 수 없는 사실, 이 사건 사고 이전에 이 사건 항공기와 동일한 엔진을 장착한 항공기 중 이 사건과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보고가 이루어진 바 없는 사실, 이 사건 사고 이후 이 사건 항공기의 엔진을 제작한 소외 3 회사는 고압터빈 2단계 베인에 금속 재질 및 냉각효율의 문제라는 설계상 결함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사실, 소외 3 회사는 이 사건 사고 이후인 2007. 5. 11.부터 고압터빈 2단계 베인의 재질을 변경하고 새롭게 설계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사실, 이 사건 사고 발생 직후 이 사건 항공기의 기장은 비상시의 대응조치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신속참조 메뉴얼과 운항 승무원 운영 메뉴얼에 따라 이 사건 사고에 대처한 사실,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에는 2007. 1. 23. 아침까지 다른 항공기의 이·착륙 계획이 없었던 사실, 피고의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지점 지점장은 이 사건 항공기가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으로 회항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즉시 시내의 호텔 및 승객들을 호텔까지 이동시킬 차량을 수배하는 한편, 말레이시아 출입국관리소 측에 승객들의 재입국 수속을 간이화할 것을 요청하였고, 그 결과 승객들은 신속하게 입국 수속 절차를 마친 뒤, 2007. 1. 23. 04:30경에는 시내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인 하얏트 호텔(HYATT HOTEL)과 르 메리덴 호텔(LE-MERIDEN HOTEL)에 투숙할 수 있었던 사실, 피고가 마련한 대체 항공기는 2007. 1. 23. 14:00경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에 도착한 사실, 피고와 말레이시아 출입국관리소와의 협의에 따라 대체 항공편을 이용하여 다시 출국을 하는 과정에서도 승객들은 소지한 탑승권으로 출국 수속을 갈음할 수 있었던 사실 등이 인정된다.

위 인정 사실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 즉 이 사건 사고는 설계상의 결함으로 인한 것으로 전례가 없고, 피고가 정비·점검을 완벽하게 수행하였어도 방지할 수 없는 사고로서 피고의 실질적 통제를 벗어난 영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사고 발생 후에도 피고는 말레이시아 출입국관리소와의 협의 및 신속한 호텔 섭외 등으로 승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점,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에 즉시 이 사건 항공기를 대체할 항공기가 없었던 관계로 인천공항에 있던 항공기가 대체항공편으로 투입되었는데, 당초 이 사건 항공기가 이륙하였던 시간으로부터 13시간 30분 정도밖에 경과하지 않은 14:00경 대체 항공기가 코타키나발루 공항에 도착한 점(대체항공편에 투입할 항공기, 운항승무원의 수배, 이륙 및 운항준비에 소요되는 시간, 대한민국 및 말레이시아의 관할 관청에 운항을 신고하고 이에 대한 인·허가를 받는 데 소요되는 시간, 인천 국제공항에서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까지 소요되는 5시간 30분의 운항 시간 등을 고려할 때에 이러한 피고의 대처 방식 및 내용은 신속하였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것으로 평가 가능하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피고는 운송인으로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였으므로, 개정 바르샤바 협약 제20조에 따라 원고들에 대한 연착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사고 후 조치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들은 피고가 코타키나발루 국제공항에 만약의 사고에 대비한 대체기를 마련해 놓지 않았고 이로 인해 원고들이 코타키나발루에서 15시간을 더 머물러야 했으므로 피고는 이로 인한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대체기를 마련해 놓지 않은 것으로 인한 손해는 개정 바르샤바 협약에서 인정하고 있는 손해의 유형에 포함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나아가, 이 사건 여객운송계약상 피고가 당해 공항에 만약의 사고에 대비한 대체기를 마련해 놓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없다), 이러한 경우에 원고들이 주장할 수 있는 개정 바르샤바 협약 제19조에 따른 연착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역시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인성(재판장) 김세현 이현경

주1) 터빈의 바로 앞에 설치되는 장치로 팽창하는 공기가 터빈블레이드를 향해 제대로 흘러갈 수 있도록 공기의 흐름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주2) 터빈에 설치되어 있는 날개 모양의 장치로, 공기가 터빈블레이드를 통과함으로써 회전력이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