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취소
2016두33117 장기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취소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중 담당변호사 강동근, 임철응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채호
서울고등법원 2016. 1. 21. 선고 2015누38711 판결
2018. 10, 12.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처분사유의 존부에 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환수처분의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1) 피고는 이 사건 현지조사 당시 원고로부터 "수급자 D 등 146명에게 요양보호사 2인 중 1인만이 수급자의 몸 씻기에 참여하고, 수급자 E 등 21명에게는 실제로 방문목욕을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이들 수급자에 대한 장기요양급여비용 총 351,523,110원을 청구한 사실이 있다."라는 취지의 확인서(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 한다)를 징구하였으나, 원고가 그 기재된 내용을 모두 인정한다는 의사로 이 사건 확인서에 서명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2) 합동조사반이 수급자들이나 그 보호자들을 상대로 작성한 일부 문답서에 기재된 답변은 조사자에 의하여 유도된 것으로 보여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수급자들이나 그 보호자들이 작성한 사실확인서 역시 그대로 믿기 어렵다.
(3) 합동조사반은 특정한 답변이 유도된 질문에 의하여 나온 수급자들의 답변 내용에 기초하여 요양보호사들에게 그 같은 내용이 기재된 사실확인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하였거나 사실확인서의 내용을 불러주어 이를 기재하게 하였을 개연성이 있고, 요양보호사들은 그와 같은 요구에 따라 그것이 사실인지에 대한 확인 없이 단지 추상적 · 일반적으로 성별이 다른 수급자들을 직접 씻긴 적이 없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4) 이 사건 요양기관이 2014년 2월경 '허위청구 수급자 명단'에 기재된 수급자들 '전원'에 대하여 방문목욕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나.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행정청이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조사상대방으로부터 구체적인 위반 사실을 자인하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받았고, 그 확인서가 작성자의 의사에 반하여 작성된 것이 아니며, 그 내용의 미비 등으로 인하여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증명자료로 삼기 어려운 것도 아니라면, 그 확인서의 증거가치를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5두2864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에 따라,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까지 아울러 살펴보면, 이 사건 확인서가 강압적으로 작성되었다거나 허위라고 보기는 어렵고, 그 내용 자체로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증명자료로 삼기 어려운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① 원고는 이 사건 현지조사 마지막 날인 2014. 4. 11. 이 사건 확인서에 직접 서명한 다음 이를 피고에게 교부하였다.
②) 피고 소속 직원이 원고로부터 확인서를 징구할 때 입회한 남해군청 소속 공무원 Q는, 원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당시 원고가 서명·날인을 거부하여 다소 언쟁이 있었으나, 설득하여 서명을 하도록 하였고 강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③ 당시 원고가 허위청구사례 명단을 넘겨보면서 수급자 몇몇에 대해서는 실제로 방문목욕이 이루어졌다고 이의제기하자 피고 소속 직원이 이를 반영하여 명단에서 해당 부분에 두 줄을 그어 제외한 사실이 인정된다.
④ 피고는 원고의 직원들, 수급자, 보호자들의 문답서, 확인서가 구비된 경우에 한하여 조사결과(처분대상목록)에 포함시켜 최종적으로 원고 본인의 확인을 받았다. ⑤ 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는 원고라면 이 사건 현지조사를 통해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부당이득 환수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⑥ 나아가 이 사건 현지조사 당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원고의 주된 주장은 '방문목욕의 전체적인 과정은 남·여 요양보호사 2인이 함께하고, 몸 씻기 과정만 성별이 같은 요양보호사 1인이 제공한 경우에도 전체적으로 방문목욕을 요양보호사 2인이 제공한 것으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거나 '그러한 경우까지 고시 조항 위반으로 의율하여 환수처분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것이었다.
(2) 원고가 서명한 이 사건 사실확인서를 뒷받침하는 다수의 수급자 및 보호자의 문답서, 확인서가 존재한다. 그 내용은 대체로 '이 사건 요양기관의 경우 남·여 요양보호사 2인이 방문하여 입욕시 이동 보조는 함께 하였으나 몸 씻기 과정은 성별이 같은 요양보호사만 제공하였다'는 분명한 진술을 담고 있다.
반면 이 사건 현지조사 이후 8개월 여가 지나 작성된 확인서들의 내용은 대체로 '목 욕차량 안에서 요양보호사 2명이 목욕을 시켜주었다'는 것으로 원고에게 유리한 취지로 작성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해당 수급자에게 몸 씻기를 제공한 시기나 정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어 그 확인서의 내용이 2011년 7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사이에 제공된 몸 씻기 과정에 대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 소속 담당 공무원이 수급자나 보호자들에게 한 질문은 2인의 요양보호사가 몸 씻기 과정을 제공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보이고, 그 내용이 수급자나 보호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안겨주거나 부정확한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으로 보기는 어렵다.
(3) 이 사건 사실확인서를 뒷받침하는 요양보호사들의 확인서가 존재하고, 그 취지는 '성별이 같은 요양보호사 1인만이 몸 씻기를 제공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원래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요양보호사들이 작성한 확인서가 조사반의 회유나 강압에 의해 작성되었다고 볼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설령 요양보호사들 이 심리적으로 다소 위축된 상황에서 확인서를 작성하였다고 볼 소지가 있더라도, 곧바로 강요에 의하여 강제로 작성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고, 그 문서가 심리적 위축 상태에서 작성되었다 하여 바로 그 내용의 신빙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4. 9. 23. 선고 94누3421 판결 참조).
(4) N은 이 사건 현지조사 과정에서 2014년 1월 이후 방문목욕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고, 이에 피고는 2014년 2월 이후에 N이 남성 요양보호사(P 또는 U)와 한 조를 이루어 방문목욕을 수행한 것으로 청구된 급여 비용은 전부 허위청구로 판단하여 환수처분을 하였다. N의 사실확인서가 본인 의사에 반하여 강압에 의해 작성되었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위와 같은 2014년 2월 이후의 방문목욕 급여비용 청구는 일단 허위청구로 추단함이 타당하다. 실제로 다른 여성 요양보호사가 방문목욕을 수행하였는데 다만 급여비용 청구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단순 실수를 한 것이라면, 그러한 특별한 사정은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할 것임에도 원고는 이에 대하여 어떠한 주장이나 증명도 하지 아니하였다.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고에 대한 처분사유가 전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논리칙과 경험칙에 반하여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일탈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몸 씻기 과정을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가 제공하도록 한 고시 조항의 의미에 관하여
가. 하위법령은 그 규정이 상위법령의 규정에 명백히 저촉되어 무효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관련 법령의 내용과 입법 취지 및 연혁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그 의미를 상위법령에 합치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6두33186 판결). 이러한 해석원리는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나.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3조 제1항 제1호는 장기요양급여의 종류 중 하나로 '재가급여'를 규정하면서, 구체적 급여내용으로 '방문목욕'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방 문목욕'은 "장기요양요원이 목욕설비를 갖춘 장비를 이용하여 수급자의 가정 등을 방문하여 목욕을 제공하는 장기요양급여"를 의미한다(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3조 제1항 제1호 나목),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9조에 따르면, 이러한 '재가급여비용'은 급여종류 및 장기요. 양등급 등에 따라 장기요양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고 (제1항), 구체적인 산정방법 및 항목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제3항). 그 위임에 따라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규칙 제32조는, 방문목욕을 방문횟수를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정하면서, 세부적인 산정기준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 장기요양급여비용 등에 관한 고시(2014. 6. 26. 보건복지부고시 제2014-97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장 Ⅱ. 5.는, "수급자의 안전을 위하여 몸 씻기의 과정은 반드시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에 의해 제공되어야 한다."(이하 '이 사건 고시 조항'이라 한다)라고 규정하면서, 방문목욕 행위에는 목욕준비, 입욕시 이동보조, 몸 씻기, 머리 감기기, 옷 갈아 입히기, 목욕 후 주변 정리까지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재가급여비용'을 받은 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재가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이를 지급받은 경우 그 재가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을 징수한다(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43조 제1항 제3호, 제37조 제1항 제4호, 제3항 제3호).
다.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이와 같은 관련 법령의 내용, 체계 및 취지를 바탕으로 이 사건 고시 조항의 의미를 유기적·체계적으로 해석하면, 방문목욕에 있어서 수급자의 안전을 고려하면 몸 씻기의 과정은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에 의하여 제공되어야 함이 당연한 원칙이나, 다만 그에 대하여 수급자로부터 합리적인 반대의사가 명시적으로 표시되고 수급자의 안전도 충분히 확보되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요양보호사 1인에 의하여 제공될 수 있다고 새기는 것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을 도모하여 삶의 질을 향상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다(노인장기요양 보험법 제1조). 따라서 장기요양급여는 노인 등의 심신상태 · 생활환경뿐 아니라 노인 등과 그 가족의 욕구 · 선택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적정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조 제1항), 나아가 수급자는 각자 심신상태나 건강 정도, 장애 여부 등에 따라 일상생활 수행능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② 통상의 경우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수급자의 특성상 몸 씻기 도중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이나 안전사고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수급자의 안전을 위하여 원칙적으로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에 의하여 몸 씻기 과정이 제공되도록 하는 데에는 충분한 합리성이 인정된다.
③ 다만 예외적으로, 수급자가 수치심 등을 이유로 하여 성별이 다른 요양보 호사의 참여를 거부하거나 친척 등 친밀도가 높은 요양보호사만의 참여를 요구하는 등 합리적 이유를 들어 요양보호사 1인이 몸 씻기 과정을 진행하여 달라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고, 요양보호사 1인이 몸 씻기 과정을 제공하더라도 수급자의 안전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경우에까지, 오로지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에 의하여만 몸 씻기가 진행되도록 강제할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④ 따라서 안전 문제를 고려하여 원칙적으로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에 의하여, 몸 씻기 과정이 이루어지도록 강제한 규정 취지는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고, 다만 수급자가 수치심 등을 이유로 하여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에 의한 몸 씻기를 명시적으로 거부하는 경우는 예외적인 상황에 해당하므로, 굳이 위 조항을 위헌 내지 위 법이라고 보아 그 효력을 전면적으로 부인할 것이 아니라, 헌법과 상위법령에 합치되도록 해석하여 문제를 해결하면 충분하다.
라.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D을 비롯한 146명의 수급자로부터 합리적인 반대의사가 명시적으로 표시됨에 따라 요양보호사 1인이 이들 수급자에게 몸 씻기 과정을 제공한 것인지 여부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지를 살펴, 원고의 방문요양급여비용 청구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43조 제1항 제3호의 '부정한 방법으로 재가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이를 지급받은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가려 본 다음,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고시 조항의 의미를 상위법령에 합치되도록 해석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이 사건 처분이 모두 위법하다고 단정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대법관김재형
대법관조희대
대법관민유숙
주심대법관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