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상고[각공2006.8.10.(36),1677]
[1] 민법 제470조 에서 규정하는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기 위한 요건
[2] 원고의 예금통장과 인장 등을 절취한 절도범이 약 1시간 30분 동안 피고 은행의 3개 지점에서 순차로 현금 2,500만 원, 현금 2,000만 원, 현금 1,900만 원을 인출한 사안에서, 절도범에 대한 첫 번째 예금지급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지만, 그 두 번째, 세 번째 예금지급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3] 은행직원이 예금통장 등의 절도범에게 예금을 지급한 데 대한 과실이 인정되어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의 효력이 부인되는 경우, 은행이 면책약관을 들어 예금채무에 대한 면책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4] 은행직원이 예금통장 등의 절도범에게 예금을 지급한 데 대하여 과실이 인정되어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의 효력이 부인된 사안에서, 예금통장ㆍ인감ㆍ비밀번호 등의 관리를 소홀히 한 예금주가 절도범과 연대하여 불법 예금인출로 인하여 은행이 입은 손해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한 사례
[1] 무릇 민법 제470조 가 규정하는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가 유효하려면, 채권의 행사자가 변제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일반의 거래관념상 채권을 행사할 정당한 권한을 가진 것으로 믿을 만한 외관을 가져야 하고, 변제자가 이와 같이 믿는 데에 과실이 없었어야 한다.
[2] 원고의 예금통장과 인장 등을 절취한 절도범이 약 1시간 30분 동안 피고 은행의 3개 지점에서 순차로 현금 2,500만 원, 현금 2,000만 원, 현금 1,900만 원을 인출한 사안에서, 절도범에 대한 첫 번째 예금지급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지만, 그 두 번째, 세 번째 예금지급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3] 은행의 예금거래기본약관에 의한 면책약관은 그 취지가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인감 등을 대조하고 비밀번호를 확인한 경우에는 변제수령권한을 가지지 않는 사람에 대하여 예금이 지급되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그 선의지급으로서 면책된다는 것이나, 다른 한편 그 단서에서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은행이 거래처의 인감이나 서명의 위조·변조 또는 도용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그 적용이 없는 것이므로, 변제수령권한이 없음이 일견하여 명백한 경우에까지 단지 인감대조 및 비밀번호의 확인 등의 절차만으로 면책을 허용한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할 것이고, 이렇게 볼 때 위 면책약관이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를 규정한 민법 제470조 의 요건을 감경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일단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의 효력을 부인하는 이상, 은행으로서는 위 면책약관을 들어 예금채무에 대한 면책을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4] 은행직원이 예금통장 등의 절도범에게 예금을 지급한 데 대하여 과실이 인정되어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의 효력이 부인된 사안에서, 예금통장·인감·비밀번호 등의 관리를 소홀히 한 예금주가 절도범과 연대하여 불법 예금인출로 인하여 은행이 입은 손해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한 사례.
[1] 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다5389 판결 (공2004상, 870)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법가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노영대외 1인)
피고 주식회사
2006. 5. 17.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13,6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5. 4. 15.부터 2006. 6. 14.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 및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이를 2분하여 그 1은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 중 금전지급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1. 청구취지
주위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금 64,299,179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이 송달된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고, 예비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금 64,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이 송달된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원고는 당심에서 예비적 청구를 추가하였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금 64,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이 송달된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1. 기초 사실
아래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갑 제6 내지 8호증, 을 제2, 3호증, 을 제9호증의 1, 2, 3의 각 기재, 당심 증인 소외 1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2000. 5. 26 피고 은행 순창지점에 계좌번호 (계좌번호 생략)로 원고 명의의 저축예금계좌(평생종합통장, 이하 ‘이 사건 예금계좌’라 한다)를 개설함에 있어서 인감 및 비밀번호를 신고하였고, 그 후 이 사건 예금계좌를 이용한 예금거래를 계속한 결과, 2005. 2. 11.에는 그 예금잔고가 금 64,299,179원에 이르게 되었다.
나. 원고는 이러한 예금거래에 필요한 예금통장(이하 ‘이 사건 통장’이라 한다) 및 인장 등을 전북 순창읍 순화리에 있는 자신의 집에 보관하였는데, 소외 2 등 3인이 공동으로 2005. 2. 22. 11:40경 위 집에 침입하여 이를 절취한 다음, 이 사건 통장의 비밀번호가 원고의 집 전화번호 끝 네자리임을 알아내자,
(1) 위 소외 2는 같은 날 12:49경 피고 은행 남원지점에 찾아가 그 곳에 비치된 종합전표 용지에 이 사건 통장의 계좌번호 및 원고의 이름을 기입함과 아울러 찾을 금액란에 금 2,500만 원을 기재하고, 그 이름 옆에 이미 절취하여 가지고 있던 원고의 인장을 날인한 후, 위 지점 창구직원인 소외 3에게 위와 같이 위조한 원고 명의의 종합전표와 함께 이 사건 통장을 제시하였고, 이에 위 소외 3은 위 종합전표에 찍힌 인영과 신고된 인감을 육안으로 대조한 결과 서로 일치함을 확인하고 별다른 의심점을 발견하지 못한 채 위 소외 2로 하여금 비밀번호를 창구에 비치된 비밀번호 입력기(PIN-pad기)에 입력하게 한 다음, 현금수령 의사를 확인하고 위 소외 2에게 현금 2,500만 원을 교부하였고(이하 ‘제1예금인출’이라 한다),
(2) 위 소외 2 등은 위 남원지점에서 가지고 나온 종합전표 용지를 이용하여 위와 같은 방법으로 찾을 금액을 금 2,000만 원과 금 1,900만 원으로 각각 기재한 원고 명의의 종합전표 2매를 추가로 위조한 후, 다시 전주로 이동하여 피고 은행 전주남문지점 인근에 위치한 상호불상 다방의 업주인 소외 4에게 위와 같이 찾을 금액을 금 2,000만 원으로 표시한 종합전표 및 이 사건 통장을 교부함과 아울러 통장 비밀번호를 알려주면서 예금을 인출하여 줄 것을 부탁하였고, 이에 위 소외 4는 같은 날 13:48경 위 전주남문지점에서 위 지점 소속 성명불상의 창구직원에게 위 종합전표와 통장을 제시하여 그 직원으로부터 현금 2,0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인출하였으며(이하 ‘제2예금인출’이라 한다),
(3) 위 소외 2 등은 다시 피고 은행 전주충경로지점으로 이동하여 성명불상의 여자에게 위와 같은 방법으로 찾을 금액을 금 1,900만 원으로 표시한 종합전표와 이 사건 통장을 교부하면서 예금을 인출하여 줄 것을 부탁하였고, 위 성명불상자는 같은 날 14:19경 위 전주충경로지점에서 그 지점 소속 성명불상의 창구직원에게 위 종합전표와 통장을 제시하여 위 직원으로부터 현금 1,9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인출(이하 ‘제3예금인출’이라 한다)하였다.
다. 원고는 2005. 2. 23. 11:10경에야 위 도난사실을 발견하고 곧바로 피고에 사고신고를 하였으나 이미 위와 같이 이 사건 예금계좌에서 합계 금 6,400만 원(2,500만 + 2,000만 + 1,900만)이 인출된 뒤였다.
라. 이 사건 예금거래에 적용되는 피고의 예금거래기본약관에는, ‘은행은 예금지급청구서, 증권 또는 신고서에 찍힌 인영(또는 서명)을 신고한 인감(또는 서명감)과 육안으로 주의 깊게 비교·대조하여 틀림없다고 여기고, 예금지급청구서 등에 적힌 비밀번호나 PIN-Pad기를 이용하여 입력된 비밀번호가 신고 또는 등록한 것과 같아서 예금을 지급하였거나 기타 거래처가 요구하는 업무를 처리하였을 때에는 인감이나 서명의 위조·변조 또는 도용이나 그 밖의 다른 신고로 인하여 거래처에 손해가 생겨도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다만, 은행이 거래처의 인감이나 서명의 위조·변조 또는 도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면책조항을 두고 있고(제16조 제1항), 한편, 위 저축예금의 이율은 피고가 이를 일률적으로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합의하였는데 이 사건 예금계좌가 개설된 이래 그 이율은 줄곧 민법 소정의 법정이자인 연 5% 미만이다.
마. 2004. 1. 1.부터 2005. 2. 22.까지 사이에 이루어진 이 사건 예금계좌를 통한 예금거래는 매달 적게는 1회, 많게는 10회에 행하여졌으나, 대부분의 거래는 모두 위 순창지점에서 이루어진 반면, 금 100,000원 정도의 소액 거래만이 몇 차례 다른 지점에서 행하여졌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주위적으로, 피고는 원고가 2005. 2. 11.경까지 이 사건 예금계좌로 입금한 예금 64,299,179원을 예금주인 원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고, 예비적으로, 피고 소속 직원들이 예금주 본인 여부를 확인할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위 소외 2 등에게 금 6,400만 원 상당의 예금을 지급함으로써 원고에게 위 금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으므로 피고는 그 사용자로서 원고에게 위 금원을 손해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 피고의 주장
이에 대하여 피고는 첫째로 피고가 2005. 2. 22.경 원고의 예금 64,299,179원 중 금 6,400만 원을 원고의 통장과 인장을 소지한 채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예금인출을 신청한 사람에게 아무런 과실 없이 지급하였고, 이는 민법 제470조 가 규정하고 있는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피고의 위 예금지급은 유효할 뿐만 아니라 위 1.의 라.항 기재 면책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면책사유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위 금 6,400만 원에 대한 예금반환청구에 응할 수 없으며, 둘째로 원고가 이 사건 통장 및 인장을 함께 보관하다가 위 소외 2 등에게 절취당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 통장개설시 등록한 비밀번호가 알려지지 않도록 주의할 의무를 소홀히 하여 위 소외 2 등에게 위 비밀번호가 쉽게 알려지게 한 과실로, 피고가 위 소외 2 등에게 위 예금 6,400만 원을 지급함으로써 위 금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원고 및 위 소외 2 등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채권으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이 사건 예금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한다고 주장한다.
3. 쟁점별 판단
가. 제1예금인출에 관련한 원고의 청구에 대한 판단
(1)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의 유효 여부
무릇, 민법 제470조 가 규정하는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가 유효하려면, 채권의 행사자가 변제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일반의 거래관념상 채권을 행사할 정당한 권한을 가진 것으로 믿을 만한 외관을 가져야 하고, 변제자가 이와 같이 믿는 데에 과실이 없었어야 한다( 대법원 1975. 5. 27. 선고 74다2083 판결 등 참조).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제1예금인출 당시 위 소외 2는 이 사건 통장을 소지하고 있었고 종합전표상의 기재에 아무런 하자가 없었으며 그 위에 이미 신고된 진정한 인감이 날인되어 있었던 점, 특히 신고된 비밀번호는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것인데다가 위 소외 2가 비밀번호 입력기에 입력한 비밀번호가 신고된 그것과 일치하였던 점, 이 사건 예금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함에 있어서는 원고 본인이 직접 창구에 출석하여야 한다거나 본인확인 등의 절차가 요구되지 아니한 점, 위 소외 2의 거동이나 창구직원과 사이에 오간 대화 속에서 그에게 변제수령권한이 없다고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었던 점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비록 제1예금인출이 평소 예금거래가 이루어지던 순창지점과는 다른 곳이고 그 액수도 비교적 다액이었다고 할지라도, 피고 소속 창구직원의 입장에서 볼 때 일반의 거래관념상 그 예급지급신청이 정당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믿을 만한 외관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고, 그와 같이 믿는 데에 과실이 없었다고 할 것이므로, 제1예금인출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그로 인하여 위 인출액만큼 원고의 예금채권은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다.
(2) 소 결
따라서 제1예금인출과 관련한 원고의 위 금 2,500만 원 상당의 예금반환에 관한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고, 또한 피고의 예금관리 업무와 관련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예비적 청구 또한 이유 없다고 할 것이다.
나. 제2, 3예금인출과 관련한 원고의 청구에 관한 판단
(1)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의 유효 여부
갑 제9호증의 1, 2, 3의 각 기재 및 위 증인 소외 1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은행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에 의하면 건당 금 1,000만 원 이상의 고액 예금거래에 있어서는 영업점 창구직원이 차장 등의 상사로부터 결재를 받아 업무를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제2, 3예금인출시 이러한 상사의 결재를 거쳐 해당 창구직원이 업무를 처리한 사실, 피고 은행은 소속 창구직원이 예금지급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예금주의 의사에 따른 지급신청인지 여부가 의심스러울 때에는 그 즉시 전산자료를 통하여 예금주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내부 전산망을 구축하고 있는 사실, 이 사건 예금계좌를 통하여 이루어진 예금거래는 실시간으로 전산입력되어 창구직원이 업무를 처리할 때마다 그 직전의 거래를 포함하여 최근의 모든 거래가 자동적으로 화면에 현출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사실관계에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제2예금인출은 제1예금인출로부터 약 1시간 후에 그것도 그 예금신청이 통장개설 지점이나 제1예금인출이 이루어진 지점과는 전혀 다른 전주남문지점에서 행하여진 점, 더욱이 제3예금인출은 제2예금인출로부터 약 40분 후에 이전에 전혀 거래가 이루어진 적이 없는 전주충경로지점에서 행하여진 점, 원래 예금잔고가 금 6,429만 원이던 이 사건 통장에서 같은 날 금 2,500만 원의 제1예금인출이 있은 후 단시간 내에 거래지점을 바꿔가면서 금 2,000만 원 및 금 1,900만 원의 제2 및 제3의 예금인출이 차례로 행하여짐에 따라 하루 사이에 그 잔액이 금 299,000원밖에 남지 않게 된 점 등을 감안할 때, 피고 은행의 창구직원들로서는 제2, 3예금인출에 관한 한, 일단 창구에서 예금지급을 구하는 청구자에게 정당한 변제수령권한이 없을 수 있다는 의심을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고, 이러한 경우에는 단순히 인감대조 및 비밀번호의 확인 등의 통상적인 조사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당해 청구자의 신원을 확인한다거나 전산입력된 원고의 연락처에 연결하여 원고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청구자가 정당한 변제수령권한을 가지는지 여부를 조사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진다고 할 것이고, 피고측이 이러한 조사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결국 피고의 위 제2, 3 예금지급은 거래관념상 그 청구자에게 이 사건 예금채권을 행사할 정당한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에 과실이 없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따라서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다고 보기 어렵다.
(2) 면책약관의 적용 여부
나아가, 피고의 제2, 3예금인출에 대한 면책약관의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면책약관은 그 취지가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인감 등을 대조하고 비밀번호를 확인한 경우에는 변제수령권한을 가지지 않는 사람에 대하여 예금이 지급되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그 선의지급으로서 면책된다는 것이나, 다른 한편 그 단서에서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피고 은행이 거래처의 인감이나 서명의 위조·변조 또는 도용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그 적용이 없는 것이므로, 변제수령권한이 없음이 일견하여 명백한 경우에까지 단지 인감대조 및 비밀번호의 확인 등의 절차만으로 면책을 허용한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할 것이고, 이렇게 볼 때 위 면책약관이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를 규정한 민법 제470조 의 요건을 감경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일단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의 효력을 부인하는 이상, 피고로서는 위 면책약관을 들어 이 사건 예금채무에 대한 면책을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3) 소 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예금 중 제1예금인출로 이미 인출된 위 금 2,5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 39,229,179원(64,299,179 - 25,000,000) 및 이에 대한 약정 이자 내지 법정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이 범위 내에서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일단 이유 있고,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할 것이다.
다. 피고의 상계 주장에 대한 판단
(1) 공동불법행위 성립과 손해배상채권
살피건대, 원고가 이 사건 통장을 인장과 함께 보관하다가 위 소외 2 등에게 분실하고 그 비밀번호까지 원고의 집 전화번호로 정하여 위 소외 2 등으로 하여금 이를 쉽게 알아내어 이 사건 예금을 인출토록 함으로써, 피고 은행이 제2, 3예금인출로 인한 금 3,9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되었다 할 것인바, 이는 자신의 예금통장·인감·비밀번호 등의 관리를 소홀히 한 원고의 과실행위와 이를 절취하여 예금의 부당인출에 사용한 위 소외 2 등의 사기행위 등이 객관적으로 관련 공동성을 가지고 피고 은행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불법 예금인출로 인하여 발생한 피고의 손해에 대하여 위 소외 2 등과 연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며, 이 경우 법원이 피해자인 피고의 과실을 들어 과실상계를 함에 있어서는 피고의 과실을 공동불법행위자 각인에 대한 과실로 개별적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고 그들 전원에 대한 과실비율로 전체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다20059 판결 등 참조).
(2) 상계의 범위
나아가,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채권의 범위에 관하여 보건대, 위에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 및 위 소외 2 등을 비롯한 공동불법행위자 전원의 과실과 피고 은행 담당직원의 과실비율은 ① 제2예금인출에 대하여는 70 : 30 정도로 봄이 상당하여 피고에 대하여 금 14,00,000원(20,000,000 × 70/100)의 손해배상채무를 진다고 할 것이고, ② 제3예금인출에 대하여는 60 : 40 정도로 봄이 상당하여 피고에 대하여 금 11,400,000원(19,000,000원 × 60/100)의 손해배상채무를 진다고 할 것이고, 이를 피고가 원고에게 반환할 위 금 39,299,179원의 예금채권과 대등액에 관하여 상계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반환하여야 할 금원은 금 13,899,179원(39,299,179 - 14,000,000 - 11,400,000)이 남는다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상계주장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금 13,899,179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소장부본이 송달된 다음날인 2005. 4. 15.부터 그 중 예금인출의 효력이 문제되지 아니한 금 299,179원에 대하여는 완제일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나머지 금 13,600,000원에 대하여는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판결 선고일인 2006. 6. 1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주위적 청구 및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청구 중 제1예금인출에 대한 부분은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