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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방법원 2021.1.18. 선고 2020노1345 판결

준강제추행

사건

2020노1345 준강제추행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이영준(기소), 이평화(공판)

변호인

변호사 이학주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 10. 14. 선고 2020고단195 판결

판결선고

2021. 1. 18.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에게 준강제추행의 미필적 고의는 있었으나, 당시 피해자가 실제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피고인은 준강제추행죄의 미수범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1)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년,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 8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의 취업제한 5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형법 제299조에서 말하는 준강제추행죄는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이에 해당하기 위한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심신상실'이란 정신장애 또는 의식장애 때문에 성적 행위에 관하여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사람이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상태 또는 술 등에 의하여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를 포함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는 심신상실 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도2001 판결 등 참조).

2)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위와 같은 법리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채 잠이 들어 성적 행위에 관하여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가)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수차례 조사받으면서 '2차에서부터 기억을 잃어 호텔에 간 경위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중간에 몸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떴는데, 피고인이 자신의 음부를 입으로 핥고 있었다. 이에 놀라서 피고인에게 하지마라고 말하면서 몸을 비틀면서 거부를 하였다. 당시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고, 말도 잘 나오지 않는 상태였다. 그 이후부터는 다시 정신을 잃고 잠이 들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고소하기 전에 이미 피해자에게 직장에서 물러나겠다고 하였는바,2) 피해자가 무고죄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거짓 진술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이고,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몸의 다른 부분을 만지거나 음부에 삽입하였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바,3) 피해자는 자신의 기억에 근거하여 꾸미거나 과장 없이 진술하는 것으로 보이고, 달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다.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행할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의 추행행위에 대해 저항할 수 없거나 저항이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인다.

나) 피해자는 2차 회식장소인 E에서부터 술에 취하여 잠을 자고 있었다. 피해자는, 원무과장으로 병원에 입사한지 1주일 정도 지난 시점에서 직속상관인 피고인이 업무상 협력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소개시켜주겠다고 하면서 회식 자리에 동행할 것을 요구하여 이 사건 당일 회식 자리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4) 피해자는 위 회식자리에서 J, L을 처음 만나게 되었고, K측(L)에서 종합검진의 검진항목을 늘려달라는 요청 등 업무관련 이야기가 오고 간 것으로 보인다.5) 이처럼 위 회식은 피해자가 업무 관련 사람들과 처음 대면하는 자리로, 피해자에게 있어서 상당히 불편한 자리였을 것인데,6) 회식 도중에 앉은 채로 잠이 들었다는 것은 이미 피해자가 상당히 술에 취하여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음을 추단케 해준다(L이 술에 취한 피해자가 걱정되어 피해자에게 3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기까지 한 점에 비추어 보아도,7) 피해자는 이미 많이 취한 상태였다고 보인다).

다) 피해자는 이 사건 다음날 카카오톡으로 피고인에게 "부장님 제가 기억이 안 나는 게 많아서요. 어제 부장님도 같이 있었던 거 기억나는데요. 어떻게 처음 가게 되었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그리고 사실 가서 정확히 어느 부분까지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납니다. 제게는 중요한 부분이라 무언가를 따지고 묻고 하는 게 아니라 확실히 사실을 알아야 해서요. 제가 기억을 못하니 여쭤보는 이 부분은 이해해주세요", "전 병원을 가봐야 하는 건가 해서요... 관계를 했으면 제가 병원을 가봐야 하거든요. 제가 뻗는 일이 없는데 전날 과음해서 ㅜㅜ"라는 메시지를 보냈다.8) 피해자는 다음날 자신이 나체 상태로 누워있었던 점, 잠깐 정신을 차렸을 때 피고인이 자신의 음부를 입으로 핥고 있었던 점을 토대로 피고인과 성관계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위와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F과장.. 특별히 뭐 없었으니..넘 걱정마..", "나도 그럼 안 되는데.. 실망 안 시키마..", "암일 없었어"라고 답장을 보냈다. 이처럼 이 사건 다음날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오고간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에 비추어 보아도,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술에 취해 깊게 잠이 들어 의식이 없는 상태였고, 그로 인하여 호텔 객실 안에서 피고인과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피고인도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벌어진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라) 피고인은, 피해자가 평소 주량에 못 미치는 음주를 하였는바, 만취하여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에 관하여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술이 강한편이라 그날에 마신 음주량으로는 기억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9)10) 그러나 평소 주량11)에 미달하는 양의 술을 마셨다고 하더라도 당시 마신 술의 종류, 음주 시간, 음주자의 건강 상태 및 감정 상태, 외부 환경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술에 취한 정도가 달라질 수 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는 이미 2차 회식장소 때부터 앉아서 잠이 들 정도로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바, 피해자가 평소 주량에 못 미치는 음주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마)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호텔 객실 안에서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성관계를 시도하였고, 피해자가 호텔 객실 안에서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블랙아웃 (Black-out) 증상에 기인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피해자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① 피해자는 일관되게 '2차 회식 장소에서부터 정신을 잃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피고인이 자신을 추행하고 있었으며,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성관계를 시도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고, 앞서 본 이 사건 발생 다음날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오고간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과 피해자가 상호 교감 하에 스킨십을 하거나 피해자가 호텔 객실 안에서 적극적으로 성관계를 시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② 피고인은 고소 전후로 피해자에게 "바로 물러날게", "죄송하다", "용서 구한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는데,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성관계를 시도했다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와 같이 사과를 구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낼 아무런 이유가 없는 점, ③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이성적인 호감이 형성되어 스킨십 내지 성관계를 할 만한 특별한 관계 내지 상황이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12)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성관계를 시도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믿을 수 없다. 또한, 블랙아웃은 알코올로 인하여 해마의 활동이 저하되거나 해마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여 기억이 저장되지는 못하지만 뇌의 다른 부분은 일정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만약 피해자가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다면, 상당한 주취상태에 있었으므로 평상시 피해자의 모습과 동일할 것까지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신체활동은 가능하였어야 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행할 당시 피해자는 정신을 잃고 누워있었고, 몸을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었던 상태라고 진술하고 있는바, 이는 단순히 블랙아웃으로 인해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등 여러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위와 같은 형을 선고하였는데, 원심판결 선고 이후 새롭게 양형에 참작할 만한 특별한 정상이나 사정변경이 전혀 없다.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의 충격이 상당한 것으로 보이고, 당심에서도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범행 동기와 경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하면,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정계선

판사 황순교

판사 성지호

주석

1) 피고인은 원심이 준강제추행의 고의에 관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으나, 준강제추행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있고, 다만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피고인은 준강제추행죄의 미수범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으므로, 이하에서는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만 판단한다.

2) 피고인은 자신이 직장에서 물러나게 되면 피해자의 진급에 유리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자신을 고소한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3) 수사기록 158쪽

4) 수사기록 156쪽

5) 수사기록 172쪽

6) 피해자는 '피고인이 미리 중요한 자리라고 일주일 전부터 스케줄을 비우라고 하면서 참석을 요구해 피할 수 없는 자리였고, 부하직원으로서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강제적으로 참석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4쪽).

7) 수사기록 2, 105쪽

8) 수사기록 67, 68쪽

9) 수사기록 5쪽

10) 피해자는 '평소 주량은 소주 2~3병 정도인데, 이 사건 당일 소주 1명 정도에 맥주를 조금 더 마셨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59쪽), 한편, O은 '1차 회식 자리에서 소주를 병정도 마신 것으로 기억하고, 거기에 맥주를 섞어 마셨으니 맥주는 상당히 많이 마신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하고 있는바(수사기록 84쪽), 피해자가 자신이 기억하는 음주량보다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셨을 가능성도 있다.

11) 평소 주량이라는 개념 역시 그 기준이 모호하여 그 정도의 술을 먹었을 때 완전한 만취상태가 된다는 것인지, 스스로 음주를 중단하게 되는 정도의 상태가 된다는 것인지, 그 중간 영역의 상태가 된다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12) ① 피고인과 피해자는 직장 상□하관계로, 피해자가 병원에 입사한지 1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피고인은 유부남으로 피해자와 9살 정도의 나이차이가 나는 점, ② 이 사건 전에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오고간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수사기록 67쪽 이하), 피고인과 피해자는 업무적인 내용의 대화만 하는 사이였던 것으로 보이고, 특히 이 사건 이후 피해자는 2019. 4. 29.경 피고인에게 "아닙니다~~ 다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요. 저의 본 업무에 충실하기 위해 부장님께서 신경써주시는 모임에는 참석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제 사생활관리에도 많이 무리가가서 안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원무과장으로써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점, ③ 피해자와 K(직장 동료) 사이에 오고간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의하면(수시기록 77쪽 이하), 주로 업무와 관련하여 피고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이고, 피해자는 "A부장(피고인을 지칭)은 짐승 끝판왕인데"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이성적인 호감이 형성되어 성관계 내지 스킨십을 할 만한 특별한 관계 내지 상황이었다고 보이지 않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좋은 사이로... 오래오래~~~ 믿으세요~~~~", "지금처럼.. 넘 좋다"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상호교감 하에 성적 접촉이 있었다고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