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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 5. 21. 선고 2014후768 전원합의체 판결

[권리범위확인(특)][공2015하,909]

판시사항

의약이라는 물건의 발명에서 대상 질병 또는 약효와 함께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부가하는 경우,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이 발명의 구성요소인지 여부(적극) 및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이라는 새로운 의약용도가 부가되어 신규성과 진보성 등의 특허요건을 갖춘 의약에 대해서 새롭게 특허권이 부여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이 법리가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심판청구인이 심판의 대상으로 삼은 확인대상발명이 공지기술로부터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의약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효능을 온전하게 발휘하기 위해서는 약효를 발휘할 수 있는 질병을 대상으로 하여 사용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투여주기·투여부위나 투여경로 등과 같은 투여용법과 환자에게 투여되는 용량을 적절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은 의약용도가 되는 대상 질병 또는 약효와 더불어 의약이 효능을 온전하게 발휘하도록 하는 요소로서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은 의약물질이 가지는 특정의 약리효과라는 미지의 속성의 발견에 기초하여 새로운 쓰임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대상 질병 또는 약효에 관한 의약용도와 본질이 같다.

그리고 동일한 의약이라도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의 변경에 따라 약효의 향상이나 부작용의 감소 또는 복약 편의성의 증진 등과 같이 질병의 치료나 예방 등에 예상하지 못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특정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개발하는 데에도 의약의 대상 질병 또는 약효 자체의 개발 못지않게 상당한 비용 등이 소요된다. 따라서 이러한 투자의 결과로 완성되어 공공의 이익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하여 신규성이나 진보성 등의 심사를 거쳐 특허의 부여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특허로서의 보호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발명을 보호·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한다는 특허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의약이라는 물건의 발명에서 대상 질병 또는 약효와 함께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부가하는 경우에 이러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은 의료행위 자체가 아니라 의약이라는 물건이 효능을 온전하게 발휘하도록 하는 속성을 표현함으로써 의약이라는 물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구성요소가 될 수 있고, 이와 같은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이라는 새로운 의약용도가 부가되어 신규성과 진보성 등의 특허요건을 갖춘 의약에 대해서는 새롭게 특허권이 부여될 수 있다.

이러한 법리는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심판청구인이 심판의 대상으로 삼은 확인대상발명이 공지기술로부터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소영의 별개의견] 의약물질과 의약용도로서의 대상 질병 또는 약효가 특정되어 있는 이상 거기에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부가한다고 하여 별개의 새로운 의약용도발명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의약물질의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정하는 것은 의약물질 자체에 새로운 기술적 사상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용법을 달리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한 용법의 변경은 의사에 의한 의약물질의 처방이나 시술 또는 환자의 복용 등 의료행위에 의하여 구현되는 것인데,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하여는 누구든지 간섭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임( 의료법 제12조 제1항 참조)을 강조할 필요도 없이 의사는 그의 전문지식에 따라 자유롭게 의약물질의 투여용법이나 투여용량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므로, 의약물질의 투여용법이나 투여용량은 특허대상으로 인정할 수 없다.

물건의 발명은 구성상 ‘시간의 경과’라는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는 점에서 방법의 발명이나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과 구별된다.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은 ‘특정 용량의 의약을 일정한 주기로 투여하는 방법’과 같은 ‘시간의 경과’라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이를 발명의 구성요소로 보는 것은 물건의 발명으로서의 의약용도발명의 성격과 조화되기 어렵다.

위와 같은 여러 측면에서 볼 때 물건의 발명인 의약용도발명의 청구범위에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기재하더라도 이는 발명의 구성요소로 볼 수 없다. 그리고 이는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심판청구인이 심판의 대상으로 삼은 확인대상발명이 공지기술로부터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

원고(탈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컴파니

원고승계참가인, 상고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 홀딩스 아일랜드 (소송대리인 변호사 양영준 외 6인)

피고, 피상고인

제일약품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리사 안소영 외 2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승계참가인이 부담한다. 원심판결의 당사자표시 중 원고승계참가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컴파니 홀딩스 아일랜드”를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 홀딩스 아일랜드”로 경정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투여주기 및 투여용량이 발명의 구성요소인지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의약은 사람의 질병의 진단·경감·치료·처치 또는 예방을 위하여 사용되는 물건을 말하고( 특허법 제96조 제2항 ), 의약용도발명이란 의약물질이 가지는 특정의 약리효과라는 미지의 속성의 발견에 기초하여 의약으로서의 효능을 발휘하는 새로운 용도를 제공하는 발명을 의미한다. 그런데 의약물질은 다양한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의약물질 자체가 알려져 있더라도 그 구체적인 약리효과는 다각도의 시험을 거쳐야 비로소 밝혀지는 경우가 많고, 약리효과에 기초한 새로운 용도를 개발하기 위하여는 오랜 기간의 임상시험에 따른 비용과 노력이 소요되는 점에서, 이와 같은 용도의 개발을 특허로써 보호하여 장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약용도발명에 대하여 특허를 부여할 것인지에 관하여 구 특허법(1986. 12. 31. 법률 제38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는 특허를 받을 수 없는 발명의 일종으로 ‘화학방법에 의하여 제조될 수 있는 물질의 발명’( 제3호 )과 ‘화학물질의 용도에 관한 발명’( 제5호 )을 규정함으로써 의약용도발명을 특허의 대상에서 제외하였으나, 특허개방정책 도입의 일환으로 1986. 12. 31. 법 개정을 통해 위 규정을 삭제하였으므로 우리 특허법상 의약용도발명의 특허대상성을 부정할 근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한편 사람의 질병을 진단·경감·치료·처치하고 예방하거나 건강을 증진하는 등의 의료행위에 관한 발명은 특허의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대법원 1991. 3. 12. 선고 90후250 판결 참조), 사람의 치료 등에 관한 방법 자체를 특허의 대상으로 하는 방법의 발명으로서 의약용도발명을 허용할 수는 없지만, 의약이라는 물건에 의약용도를 부가한 의약용도발명은 의약용도가 특정됨으로써 해당 의약물질 자체와는 별개로 물건의 발명으로서 새롭게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즉 물건의 발명 형태로 청구범위가 기재되는 의약용도발명에서는 의약물질과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의약용도가 발명을 구성하는 것이고(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6후3564 판결 ,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후3664 판결 등 참조), 여기서의 의약용도는 의료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의약이라는 물건이 효능을 발휘하는 속성을 표현함으로써 의약이라는 물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발명의 구성요소가 된다.

나아가 의약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효능을 온전하게 발휘하기 위해서는 약효를 발휘할 수 있는 질병을 대상으로 하여 사용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투여주기·투여부위나 투여경로 등과 같은 투여용법과 환자에게 투여되는 용량을 적절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은 의약용도가 되는 대상 질병 또는 약효와 더불어 의약이 그 효능을 온전하게 발휘하도록 하는 요소로서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은 의약물질이 가지는 특정의 약리효과라는 미지의 속성의 발견에 기초하여 새로운 쓰임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대상 질병 또는 약효에 관한 의약용도와 본질이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동일한 의약이라도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의 변경에 따라 약효의 향상이나 부작용의 감소 또는 복약 편의성의 증진 등과 같이 질병의 치료나 예방 등에 예상하지 못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특정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개발하는 데에도 의약의 대상 질병 또는 약효 자체의 개발 못지않게 상당한 비용 등이 소요된다. 따라서 이러한 투자의 결과로 완성되어 공공의 이익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하여 신규성이나 진보성 등의 심사를 거쳐 특허의 부여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특허로서의 보호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발명을 보호·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한다는 특허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의약이라는 물건의 발명에서 대상 질병 또는 약효와 함께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부가하는 경우에 이러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은 의료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의약이라는 물건이 효능을 온전하게 발휘하도록 하는 속성을 표현함으로써 의약이라는 물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구성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같은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이라는 새로운 의약용도가 부가되어 신규성과 진보성 등의 특허요건을 갖춘 의약에 대해서는 새롭게 특허권이 부여될 수 있다.

이러한 법리는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심판청구인이 심판의 대상으로 삼은 확인대상발명이 공지기술로부터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와 달리 투여주기와 단위투여량은 조성물인 의약물질을 구성하는 부분이 아니라 의약물질을 인간 등에게 투여하는 방법이어서 특허를 받을 수 없는 의약을 사용한 의료행위이거나, 조성물 발명에서 비교대상발명과 대비 대상이 되는 그 청구범위 기재에 의하여 얻어진 최종적인 물건 자체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발명의 구성요소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7후2926 판결 ,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7후2933 판결 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나. 원심은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그 판시 확인대상발명 중 엔테카비르 일수화물 ‘1.065㎎’의 ‘1일 1회’ 투여라는 투여주기와 투여용량이 발명의 구성요소임을 전제로 하여 확인대상발명이 자유실시기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고 있으므로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판단누락 등의 위법이 없다.

2. 자유실시기술 여부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확인대상발명은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하 ‘통상의 기술자’라 한다)이 그 판시 비교대상발명들과 주지관용기술로부터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는 자유실시기술에 해당하므로, 명칭을 ‘저용량의 엔테카비르 제제 및 그의 용도’로 하는 이 사건 특허발명(특허등록번호 생략)의 청구범위 제1항(이하 ‘이 사건 제1항 발명’이라 한다)과 대비할 필요 없이 그 권리범위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1) 확인대상발명 중 원심판시 구성 1은 ‘엔테카비르 일수화물을 1.065㎎(엔테카비르 ‘1㎎’에 해당한다)/1정의 함량으로 포함하는 1일 1회 투여 가능한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치료제’이다. 그런데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우선권 주장일인 2000. 2. 29. 이전에 이미 ‘엔테카비르’라는 화합물이 B형 간염 치료제로 효과가 있음이 공지되어 있으므로, 확인대상발명의 구성 1은 엔테카비르의 투여용량을 1㎎, 투여주기를 1일 1회로 한정한 것에 그 기술적 특징이 있다.

그런데 엔테카비르 5㎎의 단일 일일용량은 24시간 동안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50%의 약효가 나타나는 약물농도 값( )을 초과하는 혈장 약물농도를 나타낼 것이라는 내용의 자료가 이미 공지되어 있는 등의 사정을 통하여 엔테카비르가 5㎎ 이하에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할 수 있고, 비교대상발명 1에 의하면 임상 1상 시험에서 엔테카비르의 혈장 약물농도 검사를 통한 평균 소실 반감기가 55시간이므로 엔테카비르가 체내에서 장시간 약물 효과가 유지되어 1일 1회 투여가 가능하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으며, 또한 엔테카비르 1㎎을 투여하는 것은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비교대상발명 2의 표 2에 ‘엔테카비르 투여량 0.5-2.5㎎ 경구 매일, 단계 2상’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위 표 2에 엔테카비르와 함께 기재된 다른 B형 간염 치료제들의 투여용량이 모두 인간에 대한 것이고 여기에 표시된 엔테카비르 투여량의 단위는 동물 투여용량을 표시하는 ‘㎎/㎏’이 아닌 ‘㎎’일 뿐만 아니라, 비교대상발명 1에도 엔테카비르가 이미 임상 2상 시험 단계에 있다는 점이 나타나 있는 등의 사정에 의하면 통상의 기술자는 위 표 2의 엔테카비르 투여용량과 투여주기를 특정 질환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적 효과를 확인하는 단계인 임상 2상의 설계용량으로 이해할 수 있고, 달리 엔테카비르가 1㎎에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예측하는 데 방해 요인이 없다. 이와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통상의 기술자는 비교대상발명들로부터 구성 1을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고, 그 효과 역시 통상의 기술자가 비교대상발명들로부터 예측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2) 확인대상발명 중 원심판시 구성 2는 ‘엔테카비르와 함께 담체 및 점착성 물질인 결합제를 포함하며 상기 물질들을 포함하는 분말 상태의 혼합물을 압축 성형하여 타정하는 직접분말압축법으로 제조된 정제’이다.

엔테카비르 일수화물은 비교대상발명들에 포함되어 있는데, 비교대상발명 1에 의하면 엔테카비르는 경구 투여 시 흡수가 잘 된다는 점이 이미 밝혀져 있고, 경구 투여에 있어서 정제를 사용하는 것과 의약품의 결정 또는 분말에 부형제, 결합제, 붕해제 등을 가하고 균일한 건성 혼합물로 하여 직접 타정하는 직접분말압축법은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우선권 주장일 이전에 이미 의약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었던 기술이다. 따라서 구성 2 역시 통상의 기술자가 비교대상발명들에 주지관용기술을 결합하여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고 그 효과 역시 통상의 기술자가 비교대상발명들과 주지관용기술로부터 예측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나.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자유실시기술의 심리·판단 가능 여부 및 자유실시기술이나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변론주의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되, 원심판결 중 원고승계참가인 표시에 잘못된 기재가 있음이 분명하므로 이를 경정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발명의 구성요소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하여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소영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대법관 고영한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소영의 별개의견

이 사건 확인대상발명이 자유실시기술에 해당하므로 원고승계참가인의 상고는 결국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기는 하나, 이 사건의 핵심쟁점이자 다수의견이 종래의 대법원판례를 변경하여야 한다고 보는 쟁점, 즉 의약용도발명에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발명의 구성요소로 보아야 하는지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가. 대법원은 의약용도발명에서 특정 물질과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의약용도가 발명을 구성하고, 여기서 의약용도는 대상 질병 또는 약효를 의미한다고 판시해오고 있다(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6후3564 판결 ,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후3664 판결 등 참조). 단지 청구범위에 의약용도를 대상 질병 또는 약효 대신 약리기전으로 기재하더라도 발명의 설명 등 명세서의 다른 기재나 기술상식에 의하여 의약으로서의 구체적인 용도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경우에는 청구항의 명확성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3후1550 판결 ,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6후3564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의약물질과 그 의약용도로서의 대상 질병 또는 약효가 특정되어 있는 이상 거기에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부가한다고 하여 별개의 새로운 의약용도발명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대법원은 사람의 질병을 진단·경감·치료·처치하고 예방하거나 건강을 증진하는 등의 의료행위에 관한 발명은 산업에 이용할 수 있는 발명이라 할 수 없으므로 특허를 받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 1991. 3. 12. 선고 90후250 판결 참조). 의약물질의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정하는 것은 그 의약물질 자체에 새로운 기술적 사상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용법을 달리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한 용법의 변경은 의사에 의한 의약물질의 처방이나 시술 또는 환자의 복용 등 의료행위에 의하여 구현되는 것인데,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하여는 누구든지 간섭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임( 의료법 제12조 제1항 참조)을 강조할 필요도 없이 의사는 그의 전문지식에 따라 자유롭게 의약물질의 투여용법이나 투여용량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므로, 의약물질의 투여용법이나 투여용량은 특허대상으로 인정할 수 없다.

나. 특허법은 발명의 범주를 물건의 발명, 방법의 발명,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이라는 세 가지 형태로 정하고 있고( 특허법 제2조 제3호 참조), 대법원은 의약용도발명을 세 가지 형태 가운데 물건의 발명으로 허용하고 있다. 물건의 발명은 그 구성상 ‘시간의 경과’라는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는 점에서 방법의 발명이나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과 구별된다.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은 ‘특정 용량의 의약을 일정한 주기로 투여하는 방법’과 같은 ‘시간의 경과’라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이를 발명의 구성요소로 보는 견해는 물건의 발명으로서의 의약용도발명의 성격과 조화되기 어렵다.

다. 특허권은 국가의 특허처분에 의하여 특허출원인에게 부여되는 권리이고, 각국의 특허법과 그 법에 따라 특허를 부여할 권리는 나라마다 독립적으로 존재하여 지역적 제한을 지닌다. 우리나라에서 특허의 대상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지의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제상황, 해당 산업의 발달 정도 등을 고려하여 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성도 있다. 국제적인 기준과 조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허법의 기본 이념과 법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볼 수 있는 사항에 대하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특허권을 보호하는 법제를 받아들이는 것만이 올바르다는 시각은 마땅히 경계할 만하다.

라. 위와 같은 여러 측면에서 볼 때 물건의 발명인 의약용도발명의 청구범위에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기재하더라도 이는 발명의 구성요소로 볼 수 없다. 그리고 이는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심판청구인이 심판의 대상으로 삼은 확인대상발명이 공지기술로부터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 다수의견이 이와 같은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판결들을 변경하려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혀둔다.

5. 대법관 고영한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가. 의약용도발명은 의약이 효능을 발휘하기 위한 쓰임새를 새로이 개발한 것에 창작성을 인정하여 특허를 부여하는 것에 그 본질이 있다. 그런데 의약으로 사용될 수 있는 물질은 사용태양에 따라서 약(약)이 될 수도 있고 독(독)이 될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즉 의약이 적절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으로 사용되면 질병의 치료나 예방 등에 효과를 발휘하지만 과도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되면 오히려 인체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의약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약효를 발휘할 수 있는 질병을 대상으로 하여 사용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적절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이 수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의약이 효능을 발휘하기 위한 쓰임새라는 측면에서 파악되는 의약용도는 대상 질병 또는 약효뿐만 아니라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의약용도발명에 있어서 대상 질병이나 약효만을 의약용도로 보는 것은 의약이 효능을 발휘하기 위한 쓰임새라는 의약용도의 개념을 온전히 포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의약의 대상 질병이나 약효를 새로이 개발한 경우와는 달리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새로이 개발한 발명자의 사회적 공헌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점에서도 타당하지 아니하다.

나. 의료행위에 관한 발명을 특허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므로 의약용도에 대하여 사람의 치료 등에 관한 방법의 발명 형태로 특허를 청구하면 의료행위에 관한 특허를 청구하는 것이 되어 특허를 받을 수 없다. 판례는 위와 같은 법리와 의약용도발명의 특허대상성을 인정하는 우리 특허법의 태도를 조화롭게 반영하기 위하여 의약용도발명에 있어서 의약물질 자체의 공지 여부와 상관없이 새로이 개발한 의약용도에 창작성이 있다면 물건의 발명 형태로 특허를 부여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즉 청구범위가 전체적으로 물건의 발명 형태로 기재되어 있고 의약용도가 그 부가요소로 포함되어 있는 의약용도발명은 그러한 의약용도로 특정되는 새로운 의약의 발명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의약용도발명의 물건의 발명으로서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청구범위에 기재되어 있는 의약용도는 이미 방법으로서의 의료행위가 아니라 의약물질의 쓰임새를 제공함으로써 의약의 권리범위를 특정하는 요소로서 의미를 가질 뿐이므로 이러한 의약용도발명에 특허를 부여한다고 하여 사람을 치료하는 등의 방법으로서의 의료행위 자체에 특허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에 관한 의약용도발명이 물건의 발명 형태로 청구범위가 기재되고 그 청구범위에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이 부가요소로 포함되더라도 이러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은 여전히 사람의 치료 등에 관한 방법, 즉 의료행위라고 보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물건의 발명 형태로 특허대상성이 인정되는 의약용도발명의 본질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해석이다.

다. 별개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어떤 발명을 특허를 부여하는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 여부는 각국의 경제상황과 해당 산업의 발달 정도 등을 고려하여 정책적으로 결정되는 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특허법제의 세계적 통일화라는 흐름과 해당 산업의 장기적인 발전가능성 등의 측면에 비추어 볼 때 대법원이 정책적인 이유를 들어 어떠한 발명의 특허대상성을 원천적으로 부인하는 것 또한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새로운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이 유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에 해당하는 이상 이를 발명의 구성요소로 보아 특허로써 보호하는 것은 발명의 보호·장려에 의하여 기술 발전의 촉진 등을 도모하려는 특허법의 이념에 합치되는 것이고 우리 특허법이 의약용도발명의 특허대상성을 인정하는 태도와도 부합하는 것이다.

다만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의 특허대상성을 인정하는 것이 새로운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개발하기만 하면 곧바로 특허가 부여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의약개발의 과정에서는 약효증대 등의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적절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통상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다. 따라서 통상의 기술자가 예측할 수 없는 현저하거나 이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특허로써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특정한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에 대하여만 특허를 주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이러한 판단은 신규성과 진보성 등의 특허요건에 관한 심사를 통하여 행하여질 수 있다. 다수의견은 이와 같은 신규성이나 진보성 등의 심사에 나아가기도 전에 투여주기와 단위투여량의 특허대상성을 무조건 부인하는 종전 판례 태도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이를 변경하고자 하는 것일 뿐 새로운 투여용법과 투여용량에 대하여 무조건 특허를 부여하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민일영 이인복 이상훈 김용덕 박보영 고영한(주심)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 권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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