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마약)
2018노2272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마약)
A
피고인
염호영(기소), 정명원(공판)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담당변호사 최중현, 이상진, 김지환
2019. 8. 23.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법리오해
대향범에 대하여는 공범에 관한 형법총칙 규정이 적용될 수 없는데, 피고인이 환자로서 처방전을 발급받은 것은 의사의 처방전 발급행위와 대향범의 관계에 있다. 따라서 환자로서 의사가 발급한 처방전을 수수한 피고인을 그와 대향범의 관계에 있는 의사의 처방전 발급행위에 대한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
나. 사실오인
피고인은 환각이나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만성 통증성 질환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서 B 소속 의사들로부터 대면진료, 회진, 전화 진찰 등을 받고 처방전을 발급받아 페티딘을 투약하였고, 위 의사들도 피고인의 만성 통증 질환과 관련하여 극심한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른 진통제보다는 페티딘이 효과적이라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페티딘을 처방하였는바, 피고인은 의사들과 공모하여 '업무 외의 목적'을 위하여 '직접 진료 없이' 처방전을 발급받은 것이 아니다.
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마약류취급자는 그 업무 외의 목적을 위하여 처방전을 발급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인은 1998. 4. 20.부터 2013. 7. 24.까지, 2017. 3. 1.부터 2017. 10. 25.까지 의료법인 B의 이사장으로서 재직하며 의료법인 소속 병원의 설치, 운영, 임직원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였다.
피고인은 2013년 3월경 위와 같은 지위를 이용하여 의료법인이 운영하는 병원의 소속 의사들과 모의하여 마약인 '페티딘'을 처방받아 투약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3. 3. 13.경 의료법인 B이 운영하는 C 병원 집무실에서, 병원 소속 의사 D에게 전화하여 "마약인 페티딘을 다른 사람 명의로 대리처방하여 달라"라고 말하였다.
페티딘은 의존성, 호흡억제, 착란, 두부손상 등의 부작용을 갖는 마약이므로 페티딘을 처방하기 위하여서는 그보다 안전한 다른 진통제를 사용할 수 없다는 등의 의학적 사정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은 같은 날 위 병원에서, 위와 같이 피고인으로부터 페티딘을 처방하여 달라는 말을 듣고 이를 수락하여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의학적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 피고인을 진료하지 아니하고, 의료업무상의 목적과 무관하게 병원 직원인 E에게 페티딘 100mg을 투약하는 내용의 처방전을 발급한 후 이를 피고인에게 전달하였다.
피고인은 계속해서 같은 날 의료법인 B이 운영하는 F 병원 소속 의사 G에게 전화하여 "마약인 페티딘을 처방하여 달라"라고 말하였다.
G은 같은 날 위 병원에서, 위와 같이 피고인으로부터 폐티딘을 처방하여 달라는 말을 듣고 이를 수락하여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의학적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 피고인을 진료하지 아니하고, 의료업무상의 목적과 무관하게 피고인에게 페티딘 100mg을 투약하는 내용의 처방전을 발급하였다.
이를 비롯하여 피고인은 그때부터 2017. 10. 14.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3,161회에 걸쳐 위와 같은 방법으로 의료법인 B이 운영하는 병원 소속 의사들과 공모하여 합계 794,200mg의 폐티딘을 투약하는 내용의 처방전을 발급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2인 이상의 서로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대향범에 대하여는 공범에 관한 형법총칙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도6287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의사인 D, G 등이 피고인에게 피고인 명의 또는 타인 명의로 마약인 페티딘을 투약하는 내용의 처방전을 발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의사인 D, G 등이 피고인에게 마약인 페티딘을 기재한 처방전을 발급한 행위와 피고인이 위 D 등으로부터 처방전을 발급받는 행위는 대향범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3) 그런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4조 제1항 제3호는 "마약류취급자는 그 업무 외의 목적을 위하여 마약을 기재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60조 제1항 제4호는 위 조항을 위반한 자에 대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위와 같은 치방전을 발급받은 상대방을 처벌하는 규정이 따로 없는 점에 비추어 업무 외의 목적을 위하여 마약을 기재한 처방전을 발급받은 자에 대하여는 공범에 관한 형법총칙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을 업무 외의 목적을 위하여 마약을 기재한 처방전을 발급한 행위로 인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
4)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을 업무 외의 목적을 위하여 마약을 기재한 처방전을 발급한 행위로 인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대향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사실오인,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2. 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위 2. 다. 항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재판장 판사 강혁성
판사 황민웅
판사 박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