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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다73480 판결

[채무부존재확인][공2002.4.15.(152),760]

판시사항

[1] 지급명령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에서의 심리 및 판단에 고려할 사항

[2] 지급명령 청구원인에 대출금에 대한 주채무자로서의 책임뿐만 아니라 연대보증인으로서의 책임도 주장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지급명령은 확정되어도 기판력이 생기지 않아서 그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에는 기판력의 시간적 한계에 따른 제한은 적용되지 않으므로(민사소송법 제521조 제2항), 그 청구이의의 소송심리에서는 그 지급명령에 기재된 모든 청구원인 주장에 관하여 심리·판단되어야 하고, 그 청구원인 주장을 특정함에 있어서는 서면에 의한 일방 심문으로 이루어지는 독촉절차의 특성과 소송경제의 이념을 고려하면서 구체적 사안에 적응하여 지급명령 신청서상의 청구원인 기재를 합리적으로 선해할 수 있는 것이다.

[2] 지급명령 청구원인에 대출금에 대한 주채무자로서의 책임뿐만 아니라 연대보증인으로서의 책임도 주장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피고,상고인

석사신용협동조합의 소송수계인 파산자 석사신용협동조합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동언 외 2인)

피고승계참가인

주식회사 정리금융공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의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소외 1이 1996. 2. 무렵 원고에게 석사신용협동조합의 전신인 춘천신망애신용협동조합(아래에서는 '조합'이라고 한다)으로부터 대출받는 데 연대보증인이 되어 줄 것을 부탁하자, 원고가 이를 승낙하고 원고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및 주민등록등본을 소외 1에게 건네 준 사실, 소외 1은 원고로부터 건네받은 원고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및 주민등록등본을 가지고 1996. 2. 7. 원고를 주채무자로, 소외 2, 소외 3을 연대보증인으로 한 대출신청서 및 차용금증서를 작성하고 조합으로부터 15,000,000원을 대출받은 사실, 원고와 위의 연대보증인들이 그 대출금을 변제하지 아니하자 조합은 1997. 9. 무렵 춘천지방법원 97차(사건번호 1 생략)호로 원고를 상대로 그 대출금 15,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취지의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1997. 9. 8. 그 법원으로부터 지급명령을 받았고 원고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음에 따라 그 지급명령은 1997. 10. 23. 확정되었다는 요지의 사실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나아가, 원고가 소외 1에게 자신을 대리하여 자신을 주채무자로 하여 조합과 대출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수여하였다는 피고의 주장 사실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보아 피고의 대리권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또한, 원심은 소외 1에게는 기본대리권이 있다고 할 것이나, 어떤 사람이 타인의 인감도장과 그 인감증명서를 이용하여 금융기관과의 사이에 그 타인의 명의로 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금융기관이 그 계약체결자가 계약명의자 본인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면 비록 금융기관이 계약체결자에게 계약명의자의 명의로 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더라도 그와 같이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는데, 소외 1이 조합에게 원고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보이며 원고를 주채무자로 하여 대출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금융기관인 조합이 소외 1에게 원고를 대리하여 위의 대출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표현대리 주장을 배척한 후 원고는 위의 대출금채무를 변제할 책임이 없으므로 그 채무의 부존재를 주장하며 위의 지급명령에 기한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지급명령은 확정되어도 기판력이 생기지 않아서 그에 대한 청구이의의 소에는 기판력의 시간적 한계에 따른 제한은 적용되지 않으므로(민사소송법 제521조 제2항), 그 청구이의의 소송심리에서는 그 지급명령에 기재된 모든 청구원인 주장에 관하여 심리·판단되어야 할 터이다 .

그리고 그 청구원인 주장을 특정함에 있어서는 서면에 의한 일방 심문으로 이루어지는 독촉절차의 특성과 소송경제의 이념을 고려하면서 구체적 사안에 적응하여 지급명령 신청서상의 청구원인 기재를 합리적으로 선해할 수 있는 것이다 .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신청에 의하여 지급명령이 나서 확정된 데 대한 이 사건 청구이의 소송에서 원심이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위의 대출금채무에 대한 주채무자로서의 책임만을 주장하였던 것으로 보아 원고의 청구이의를 받아들인 것은 수긍되지 않는다.

기록 중의 증거들에 의한즉, 소외 1은 후배인 소외 2로부터 사업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조합으로부터 7,500만 원을 대출받으려고 하는데 원고의 보증승낙을 받아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자, 대학동기동창인 원고에게 소외 2를 위한 연대보증인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하였는데, 원고는 이를 승낙하고 소외 1에게 자신의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을 건네주었고, 소외 1은 다시 그 서류들을 소외 2에게 건네준 사실, 소외 2는 원고의 인감증명서 등을 이용하여 원고 등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우고 자신을 주채무자로 하여 조합으로부터 7,500만 원을 대출받으려고 하였으나 조합의 대출담당자가 조합의 규정상 소외 2를 주채무자로 하여 7,50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없다고 하면서 대출관계서류에는 형식상 소외 2와 연대보증인이 될 것을 승낙한 사람들 5명을 각기 주채무자로 하여 1인당 1,500만 원씩 합계 5건의 대출을 받는 것처럼 기재하여 두고서 7,500만 원을 대출받으라고 제의하자, 그 제의를 받아들여 원고 등을 형식상 주채무자로 내세우고, 자신이 연대보증인이 되기로 하고, 위의 대출금 1,500만 원에 대하여는 대출관계서류에 연대보증인이 되기로 승낙한 원고를 주채무자로, 연대보증인을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인 소외 3으로 기재한 후 조합으로부터 1,500만 원을 대출받아 이를 사용한 사실을 알 수 있으며, 한편, 피고는 원심에서 답변서와 준비서면을 통하여 소외 2가 위의 대출금의 실질적인 채무자이므로 원고는 소외 2의 연대보증인으로서 위의 대출금 1,500만 원에 대하여 변제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따라서 위의 대출계약 당시 본인 겸 원고를 대리한 소외 2와 조합 사이에는 소외 2가 실질적인 주채무자로서 조합으로부터 금 1,500만 원을 대출받기로 하되, 원고는 소외 2가 실질적인 주채무자로서 조합에 대하여 부담하는 그 대출금채무를 연대보증하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졌고, 다만 대출제한을 회피하기 위하여 대출관계서류에 형식상 원고가 주채무자로서 대출을 받고, 소외 2가 연대보증인이 된 것처럼 기재하여 둔 것으로 보이는 바, 그 경우 원고는 원래 실질적인 주채무자인 소외 2를 위하여 연대보증인이 될 의사가 있었으며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주채무자와 연대보증인의 채무는 내용상의 차이는 없는 것이므로, 위의 대출금 1,500만 원에 대하여는 실질적인 주채무자인 소외 2의 연대보증인으로서 변제책임이라도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그 지급명령의 청구원인에는 그러한 주장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원심으로서는 그 지급명령 청구원인에서 위의 대출금에 대하여 주채무자로서의 책임이 주장되었을 뿐만 아니라 연대보증인으로서의 책임도 선택적으로 주장되었는지와 그 주장이 인정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였어야 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점에 관하여는 전혀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채 원고에게는 위의 대출금에 대하여 주채무자로서의 책임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만으로 위의 지급명령의 집행불허를 구해온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을 누락함으로써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끼친 잘못이 있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기에 이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인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더욱 심리한 후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에 쓴 바와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강신욱(재판장) 조무제(주심) 유지담 손지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