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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4.28.선고 2015다201947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5다201947 손해배상(기)

원고피상고인

A

피고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2. 16. 선고 2014나47923 판결

판결선고

2016. 4. 28.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피고 소속 군장학생 선발 담당자에게 원고에 대한 군장학생 선발신체검사 당시 혈소판 수치를 검사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보아 이를 게을리하여 원고를 군장학생으로 잘못 선발한 행위로 인한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즉 원고는 군장학생 선발신체검사 당시인 2009. 12. 30.에도 혈소판 수치가 정상수치보다 낮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 소속 담당자로서는 당시 혈소판 수치 검사를 통하여, 이를 미리 발견함으로써 원고를 군장학생으로 선발하지 아니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는데,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혈소판 수치 검사를 하지 아니한 채 원고를 군장학생으로 잘못 선발하였다가 뒤늦게 원고의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을 발견하여 이를 사유로 원고를 군장학생에서 제적함으로써 원고의 진로 결정에 장애를 초래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가하였으니, 이러한 피고 소속 담당자의 행위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의 요건을 충족한다는 취지이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먼저 군장학생 선발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를 본다.

구 군인사법(2011. 5. 24. 법률 제107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2조 제1항은 '국방부장관은 우수한 군인의 확보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고등교육법 등에 의하여 설치된 각급 학교의 재학생으로서 장교로 임용되기를 원하는 자를 군장학생으로 선발하여 장학금을 지급하고 졸업 후 장교로 복무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3항은 '군장학생의 선발 · 취소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위임에 따라 구 군장학생규정(2011. 7. 19. 대통령령 제2303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는 '이 영은 구 군인사법 제62조 제3항에 의하여 군장학생의 선발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군에서 필요로 하는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제4조 제1항은 '대학장학생은 지원자 중에서 각군에서 실시하는 전형을 거쳐 각군 참모총장의 추천에 의하여 국방부장관이 선발한다'고 규정하며, 제5조 제3호는 '품행·성적 또는 건강이 불량한 자는 군장학생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구 군장학생규정 시행규칙(2011. 8. 1. 국방부령 제7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1항은 '각군 참모총장은 군장학생 지원을 받은 때에는 신체검사와 면접 기타 전형을 실시하여 군장학생을 선발 또는 선발추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군장학생 관련 법령은 국방부장관에게 군장학생 중 대학장학생에 대한 선발권한을 부여하면서 군장학생 선발요건과 절차에 관하여는 포괄적·추상적인 기준과 대강의 절차만을 규정하고 있고, 특히 각군 참모총장이 실시하는 군장학생 선발신체검사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신체검사항목과 방법을 정하지 아니한 채 각군 참모총장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하고 있다. 그리고 국방부장관과 각군 참모총장에게 이러한 군장학생 선발에 관한 권한과 재량을 부여한 주된 취지는 군이 필요로 하는 우수한 장교인력을 확보하는 데 있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기록상 각군 참모총장이 군장학생 선발신체검사에서 지원자의 혈소판 수치를 반드시 검사 ·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의 시행 세칙을 정하였다는 자료는 없다.다.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공무원의 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여기서 '법령을 위반하여'란 엄격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작위의무가 정하여져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인권 존중 · 권력남용금지 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아니하고 위반한 경우를 포함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도 포함한다. 다만 직무행위의 구체적 내용이나 방법 등이 공무원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는 경우 공무원이 구체적 상황 아래 그 인적·물적 능력의 범위 내에서의 적절한 조치라는 판단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때는 공무원에게 그와 같은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 공무원이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침해된 국민의 법익 또는 국민에게 발생한 손해가 어느 정도 심각하고 절박한 것인지, 공무원이 그와 같은 결과를 예견하여 그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아, 그것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여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면 그와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부작위를 내세워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인 법령위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6. 10, 25. 선고 95다45927 판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32132 판결 등 참조).

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피고에 의하여 군장학생으로 선발됨으로써 2010년 3월경 B대학교 군사학부에 입학하여 2012. 2. 16.경까지 재학하면서 합계 약 1,500만 원에 이르는 입학금과 등록금을 장학금으로 지급받는 등 경제적 지원을 받았고, 반면에 그로 인하여 원고의 생명·신체·재산 등에 대하여 어떠한 중대한 위험이 발생하였다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2) 2009. 12. 30. 원고에 대한 선발신체검사를 담당한 피고 소속 군의관은 원고에 대한 체격·시력·혈압·청력 측정, 흉부 엑스선촬영을 통한 검사, 혈액검사(생화학검사, 면역혈청검사, 일반혈액검사를 포함한다), 요검사 등 기본적인 신체검사를 실시하였고, 그 중 일반혈액검사에서는 백혈구 수치, 적혈구 수치, 혈색소 등을 검사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 소속 군의관은 관련 법령이 정한 대로 원고에 대한 신체검사를 실질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원고에 대하여만 혈소판 수치 검사를 하지 아니하는 등 원고를 차별적으로 취급하였다고 볼 자료는 없다.

(3) 당시 원고가 자신의 건강 상태에 이상이 있다고 호소하였다는 자료가 없고 원고에 대한 신체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증세가 보이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 소속 군의관 이 원고의 혈소판 수치에 이상이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거나 나아가 원고가 추후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으로 진단받아 군장학생에서 제적당할 것까지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원고의 혈소판 수치가 정상수치보다 낮다는 사실은 2010. 11. 5. 군장학생 정례 신체검사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부터 약 10개월 전인 선발신체검사 당시에도 원고의 혈소판 수치가 정상수치보다 낮았다고 볼 자료가 없다. 따라서 피고 소속 군의관이 선발신체검사 당시 원고의 혈소판 수치를 검사하였다면 혈소판 수치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5) 피고 소속 군의관은 선발신체검사에서는 원고의 혈소판 수치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였지만 약 10개월 후인 2010. 11. 5. 군장학생 정례신체검사에서는 이를 발견하여 원고에게 알려주었다. 그리하여 원고도 그때부터는 혈소판 수치에 이상이 있고 향후 그로 인하여 군장학생에서 제적될 수도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라.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와 관련 법령의 취지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소속 군장학생 선발 담당자가 원고에 대한 선발신체검사 당시 원고의 혈소판 수치를 검사하지 아니한 채 원고를 군장학생으로 선발한 조치가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부당한 의도나 불합리한 사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므로, 당시의 구체적 상황 아래서 그러한 조치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여 현저하게 불합리한 것으로서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인 법령위반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의 혈소판 수치를 검사하지 아니한 채 원고를 군장학생으로 잘못 선발한 행위로 인한 피고의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조희대

주심대법관이상훈

대법관김창석

대법관박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