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집19권 2집 258~269] [전원재판부]
1.선거기간중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방법을 전면 금지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1997. 11. 14. 법률 제5412호로 개정된 것, 이하 ‘공선법’이라 한다) 제109조 제1항 본문 “서신”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선거운동의 자유를 과잉으로 제한하여 위헌인지 여부(소극)
2.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일반인과 부재자 간, 허용매체로 선거운동을 하는 자와 서신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자 간에 부당한 차별을 야기하여 위헌인지 여부(소극)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16조 제1항의 선거운동 기회균등 보장의 요청에 부응하여 서신에 의한 폐해를 방지하고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확보함으로써 선거관계자를 포함한 국민전체의 공동이익을 위한 조치라 할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은 후보자의 경제력의 차이에 따라 선거운동 규모의 차이가 현저하게 날 수 있는 점, 허무인 명의나 차명으로 서신이 작성·발송되어도 이를 단속하거나 제어할 방법이 없는 점, 현실적으로 자필서신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 후보자에 대한 선거비용의 규제만으로는 그 폐해를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 자체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절성이나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것은 선거운동 또는 의사표현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선거운동 내지 의사표현에 있어서의 특정한 수단과 방법에 한정되어 있다. 즉 모든 선거운동방법의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제한이 아니라 특히 폐해의 우려가 크다고 인정되는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방법을 제한하고 그 이외의 방법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의 공정성과 기회균등을 위한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었다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보호되는 선거의 실질적 자유와 공정의 확보라는 공공의 이익은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의 금지라는 기본권의 제한에 비추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이로써 선거운동의 자유 등의 기본권이 전혀 무의미해지거나 형해화된다고 단정할 수 없어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2. 부재자도 공선법 규정에 따라 발송된 선거공보, 선거공약서 등에 의하여 후보자의 재산상황·병역상황·납세실적·전과기록·인적사항 및 후보자가 추진하고자 하는 선거공약 등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점 및 이 사건 법률조항이 보호하려는 공익을 고려하여 볼 때,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이 금지되어 군인 등의 부재자가 선거운동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일부 제약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합리성을 결여한 자의적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누구든지’ 선거기간중 서신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선거운동의 특정한 방법에 대한 제한만을 하고 있을 뿐 그 행위주체에 관하여는 아무런 제한도 가하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선거운동을 하고자 하는 청구인은 위 법률조항에 의하여 누구와 비교하여도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고 있지 아니하다.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희옥의 반대의견
문서는 후보자를 가장 정확하게 알리고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선거운동방법이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공선법은 문서에 의한 선거운동으로서 선전벽보(제64조), 선거
공보(제65조), 소형인쇄물(제66조)을 허용하고 있지만, 어느 것이나 규격과 내용과 횟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그 밖의 문서에 의한 선거운동을 허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충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서신은 상대방에 맞추어 내용과 시기를 선택할 수 있고 서로 주고 받으면서 정보의 적절성과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은 그 효과에 비하여 비용이 저렴하다고 할 수 있고, 그 횟수와 방법과 분량을 제한 없이 허용하더라도 선거의 공정을 해칠 위험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반드시 자필서신으로 제한할 필요도 없고, 컴퓨터, 복사기, 인쇄기 등을 이용한 서신도 제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단지 서신의 내용에 허위사실이 포함되지 않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을 무제한 허용하면 사회경제적 손실이 생기고 경제력의 차이에 따른 선거운동기회의 불균형이 생겨 선거의 공정을 해칠 수 있다고 하지만,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이 그 필요성과 효율성을 무시해도 좋을 만큼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것인지 의문이고, 공선법은 선거운동비용의 총액을 규제하고 있으므로 그 총액의 한도에서 어떠한 선거운동방법을 선택할 것인지는 후보자에게 맡겨도 무방할 것이다. 선거운동비용을 규제하기 위하여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1997. 11. 14. 법률 제5412호로 개정된 것) 제109조(서신·전보 등에 의한 선거운동의 금지) ① 누구든지 선거기간 중 선거권자에게 서신·전보·모사전송 기타 전기통신의 방법을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다만, 개인용컴퓨터·전화(컴퓨터를 이용한 자동송신장치를 설치한 전화의 경우를 제외한다)에 의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③ 생략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되고, 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9조(서신·전보 등에 의한 선거운동의 금지) ① 누구든지 선거기간 중 선거권자에게 서신·전보·모사전송 기타 전기통신의 방법을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다만, 인터넷(광고를 제외한다)ㆍ전화(컴퓨터를 이용한 자동송신장치를 설치한 전화의 경우를 제외한다)에 의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③ 생략
공직선거법(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된 것) 제109조(서신·전보 등에 의한 선거운동의 금지) ① 누구든지 선거기간 중 선거권자에게 서신·전보·모사전송 기타 전기통신의 방법을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다만, 인터넷[광고의 경우에는 제82조의7(인터넷광고)의 규정에 따른 광고에 한한다]·전화(컴퓨터를 이용한 자동송신장치를 설치한 전화의 경우를 제외한다)에 의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③ 생략
1. 헌재 1992. 3. 13. 92헌마37 등, 판례집 4, 137, 143
헌재 1994. 7. 29. 93헌가4 등, 판례집 6-2, 15, 28-49
헌재 2001. 8. 30. 99헌바92 , 판례집 13-2, 193
2. 헌재 1997. 10. 30. 96헌마94 , 판례집 9-2, 531
청 구 인 채○신
대리인 변호사 변영철
당해사건 부산지방법원 2004고합314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1997. 11. 14. 법률 제5412호로 개정된 것) 제109조 제1항 본문 중 “서신”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⑴ 청구인은 2004. 4. 2.경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 부산 금정구의 후보로 출마한 청구외 김○준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의 자필 또는 복사서신 730여 통을 부재자투표를 신고한 군장병·전경·의경들에게 우송함으로써 선거기간중 서신을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하였다.
⑵ 청구인은 위 행위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109조 제1항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기소되자(부산지방법원 2004고합314호) 위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같은 법원 2004초기1093호)을 하였고, 위 법원이 2004. 6. 18. 청구인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면서 위 신청을 기각하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109조 제1항 전체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청구인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바는 서신을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부분이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1997. 11. 14. 법률 제5412호로 개정된 것. 그 후 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법률명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서 공직선거법으로 변경되었으나 이 사건 심판대상 부분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하 위 법을 ‘공선법’이라고 한다) 제109조 제1항 본문 중 “서신”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의 위헌 여부로 한정함이 상당하다.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공선법 제109조 제1항 중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포함된 본문 부분은 1997. 11. 14. 법률 제5412호로 개정된 이래 현재까지 개정된 바 없으나, 단서 부분은 아래와 같이 3차례 개정되었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1997. 11. 14. 법률 제5412호로 개정되고, 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9조(서신·전보등에 의한 선거운동의 금지) ① 누구든지 선거기간중 선거권자에게 서신·전보·모사전송 기타 전기통신의 방법을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다만, 개인용 컴퓨터·전화(컴퓨터를 이용한 자동송신장치를 설치한 전화의 경우를 제외한다)에 의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2004. 3. 12. 법률 제7189호로 개정되고, 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9조(서신·전보 등에 의한 선거운동의 금지) ① 누구든지 선거기간중 선거권자에게 서신·전보·모사전송 기타 전기통신의 방법을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다만, 인터넷(광고
를 제외한다)·전화(컴퓨터를 이용한 자동송신장치를 설치한 전화의 경우를 제외한다)에 의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공직선거법(2005. 8. 4. 법률 제7681호로 개정된 것) 제109조(서신·전보 등에 의한 선거운동의 금지) ① 누구든지 선거기간중 선거권자에게 서신·전보·모사전송 기타 전기통신의 방법을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다만, 인터넷[광고의 경우에는 제82조의7(인터넷광고)의 규정에 따른 광고에 한한다]·전화(컴퓨터를 이용한 자동송신장치를 설치한 전화의 경우를 제외한다)에 의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1) 공선법 제109조 제1항은 전화나 인터넷에 의한 선거운동은 허용하면서도 선거비용의 규제와 사생활보호를 이유로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화나 휴대폰 등을 이용한 선거비용이 서신을 이용한 선거비용보다 특별히 적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공선법에 의하여 선거비용에 대한 규제가 가능하다. 또한 걸려온 이상 받을 수밖에 없는 전화와 달리 서신은 읽지 아니한 채 폐기할 수 있으므로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이 전화 등에 의한 경우보다 사생활 침해의 정도가 강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전화나 인터넷과 달리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헌법 제11조 제1항, 제41조 제1항, 제67조 제1항)을 침해하는 것이다.
또한 군인·전의경 등 부재자들은 전화와 인터넷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봉쇄되어 있고 서신만이 유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이다. 이와 같이 부재자들이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서신마저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부재자들을 일반 유권자에 비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다.
(2)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헌법 제21조 제1항), 선거운동의 자유와 기회균등보장(제24조, 제25조, 제116조 제1항)을 침해하는 것이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1) 서신은 전화·인터넷보다 통상 그 매체에 정보내용을 수록하고 이를 전송하는데 있어 자원적·시간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비용과 노력이 더 많이 소요된다고 보이는 점, 서신은 수신자 입장에서 이를 선택적으로 거부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발신자 중심의 일방적·비교섭적 기술 속성을 띠고 있음에 반하여, 전화·인터넷은 수신자가 그 수신을 선택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기술 속성이 있어 발신자와 수신자 쌍방 간의 상호적·교섭적 통신매체가 될 수 있다(이는 사생활 보호의 면에서도 허용매체의 상대적 우월성의 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 매체는 차이가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서신을 전화·인터넷과 차별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운동의 수단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을 뿐 선거운동의 대상인 군인·전투경찰 등의 부재자와 일반 유권자를 구별하여 규제하고 있지는 아니하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권자의 의사형성의 자유에 대한 폐해 방지를 위하여 일정 매체에 대하여 제한을 가하는 것으로 그 외에 달리 효과적인 수단을 상정하기 어렵고, 그 제한은 선거운동 또는 의사표현의 내용 그 자체나 모든 선거운동방법의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제한이 아니라 선거운동 내지 의사표현에 있어서의 특정한 방법, 즉 특히 폐해의 우려가 크다고 인정되는 서신·전보 등에 의한 선거운동방법에 관한 부분적인 제한에 불과하며, 군인 등 일정 부재자에 대하여는 투표안내문 발송 시 후보자정보나 공약 등이 기재된 선거공보와 선거공약서 등을 동봉하여 후보자나 선거운동 정보에 대한 접근 기회를 보장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운동의 자유 내지 선거권자의 의사형성의 자유를 과잉금지원칙이나 본질적 내용의 침해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제한한다고 할 수 없다.
다.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
서신·전보 등은 선거권자가 이를 선택적으로 수령하거나 거부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선거운동을 강요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를 대량으로 제작하여 무차별적으로 배포·게시하거나 후보자를 비방하는 내용이 게재되어 유포되면 선거분위기가 공명선거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과열·혼탁 양상으로 흐를 수 있음에 반해, 전화나 인터넷은 선거권자가 이를 선택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이 있어 서신 등에 비해 선거과열 등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선거운동 방식을 차별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그 이외 부분은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와 대체로 같다.
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의 의견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와 대체로 같다.
3. 판 단
가. 선거운동의 자유와 제한
선거를 통한 국민의 주권행사는 주권자인 국민이 자기의 정치적 의사를 자유로이 결정하고 표명함으로써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고 이러한 정치적 의사와 판단을 가지고 참정권을 행사하기 위하여는 공개적인 선거운동의 자유와 기회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헌재 1992. 3. 13. 92헌마37 등, 판례집 4, 137, 143). 이러한 선거운동의 자유는 널리 선거과정에서 자유로이 의사를 표현할 자유의 일환이므로 표현의 자유의 한 태양이기도 하는바, 특히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선거과정에서의 선거운동을 통하여 국민이 정치적 의견을 자유로이 발표·교환함으로써 비로소 그 기능을 다하게 된다 할 것이므로 선거운동의 자유는 헌법에 정한 언론ㆍ출판ㆍ집회ㆍ결사의 자유 보장 규정에 의한 보호를 받는다(헌재 1994. 7. 29. 93헌가4 등, 판례집 6-2, 15, 28-29).
그러나 민주적 의회정치의 기초인 선거는 공정하게 행하여지지 않으면 아니된다. 즉 금권, 관권, 폭력 등에 의한 타락선거를 막고 무제한적이고 과열된 선거운동으로 말미암아 발생할 사회경제적 손실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국민의 진정한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하여는 선거의 공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선거의 공정 없이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거의 자유도 선거운동의 기회균등도 보장될 수 없기 때문에 이같은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하여는 어느 정도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가 행하여지지 아니할 수 없다. 다만 이는 곧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셈이 되므로 기본권제한의 요건과 한계에 따라야 하는바, 결국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법률로 제한할 수 있되, 그 경우에도 선거운동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내용은 침해할 수 없는 것이다(헌재 2001. 8. 30, 99헌바92 , 판례집 13-2, 193).
나. 과잉금지원칙의 위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서신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함으로써 청구인을 포함한 국민들에게 보장된 선거운동의 자유 내지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바, 선거운동은 국민주권행사의 일환일 뿐 아니라 정치적 표현의 한 형태로서 민주사회를 구성하고 움직이게 하는 요소이므로 그 제한입법에 있어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비례원칙에 따른 엄격한 심사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선거운동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 준수하여야 할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1) 입법목적의 정당성
공선법은 제58조 제2항에서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편 선거운동에 있어서의 공정성을 위하여 제59조 내지 제118조에서 선거운동에 금력 등에 의한 부정을 유인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억제하고 후보자 간의 실질적인 기회균등을 기할 수 있도록 선거운동의 주체, 기간, 방법 등에 대하여 일정한 제한을 가함으로써 자유로운 선거와 공정한 선거라는 두가지 입법목적을 위하여 상호보완적인 규정들을 두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후보자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는 선거의 현실에서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을 허용할 경우 인쇄서신·복사서신·대필서신·자필서신 등이 그 종류와 양을 가리지 않고 작성·발송됨으로써 초래되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예방하고, 후보자가 타인을 대량으로 고용하여 서신을 대신 작성하도록 하는 등 후보자들 간 경제력의 차이에 따른 선거운동기회의 불균형과 불공정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서신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헌법 제116조 제1항의 선거운동 기회균등보장의 요청에 부응하여 위와 같은 폐해를 방지하고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확보함으로써 선거관계자를 포함한 국민전체의 공동이익을 위한 조치라 할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2) 방법의 적절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주체·시간·태양을 불문하고 서신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물론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은 후보자 등이 선거권자에게 개인적인 서한 형태로 후보자의 공직적합성을 진솔하면서도 자유롭게 알릴 수 있어 선거에 있어 후보자와 선거권자 모두에게 효과적인 정보전달수단이 될 뿐 아니라, 서신을 자필서신(自筆書信)으로 제한한다거나 선거비용의 엄격한 규제에 의하여도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상당하지 않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은 후보자의 경제력의 차이에 따라 선거운동 규모의 차이가 현저하게 날 수 있는 점, 허무인 명의나 차명으로 서신이 작성·발송되어도 이를 단속하거나 제어할 방법이 없는 점, 현실적으로 자필서신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 후보자에 대한 선거비용의 규제만으로는 그 폐해를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 자체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절성이나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침해의 최소성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것은 선거운동 또는 의사표현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선거운동 내지 의사표현에 있어서의 특정한 수단과 방법에 한정되어 있다. 즉 모든 선거운동방법의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제한이 아니라 특히 폐해의 우려가 크다고 인정되는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방법을 제한하고 그 이외의 방법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 따라서 후보자는 선전벽보, 선거공보, 선거공약서 등 공선법에서 허용되는 선거운동방법을 통하여 선거권자에게 자신을 충분히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고 있고, 일반 선거권자들도 인터넷·전화 등을 통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의 공정성과 기회균등을 위한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었다 할 것이다.
(4)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보호되는 선거의 실질적 자유와 공정의 확보라는 공공의 이익은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의 금지라는 기본권의 제한에 비추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5) 소결론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이로써 선거운동의 자유 등의 기본권이 전혀 무의미해지거나 형해화된다고 단정할 수 없어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평등원칙 위배 여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므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차별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바, 선거운동의 기회균등원칙도 일반적 평등원칙과 마찬가지로 절대적이고 획일적인 평등 내지 기회균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근거 없는 자의적 차별 내지 차등만을 금지하는 것이다(헌재 1997. 10. 30. 96헌마94 , 판례집 9-2, 531).
우선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선거권자 중 ‘인터넷이나 휴대폰에 의한 정보취득이 가능한 일반인’과 ‘서신에 의한 정보취득만이 가능한 군인·전의경 등 부재자’ 간에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재자도 공선법 규정에 따라 발
송된 선거공보, 선거공약서 등에 의하여 후보자의 재산상황·병역상황·납세실적·전과기록·인적사항 및 후보자가 추진하고자 하는 선거공약 등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점 및 이 사건 법률조항이 보호하려는 공익을 고려하여 볼 때,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이 금지되어 군인 등의 부재자가 선거운동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일부 제약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합리성을 결여한 자의적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허용매체로 선거운동 하는 자’와 ‘서신으로 선거운동 하는 자’ 간에 부당한 차별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누구든지’ 선거기간중 서신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선거운동의 특정한 방법에 대한 제한만을 하고 있을 뿐 그 행위주체에 관하여는 아무런 제한도 가하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선거운동을 하고자 하는 청구인은 위 법률조항에 의하여 누구와 비교하여도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고 있지 아니하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희옥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희옥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거운동의 자유를 합리적 이유도 없이 제한하는 것이어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헌법은 국민주권주의와 함께 대표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들이 대표자를 선출하여 국가권력의 행사를 위임한다. 선거는 국민들이 주권을 행사하여 대표자를 선출하고 국가권력의 행사를 위임하는 절차이다. 선거는 주권자의 의사가 정확히 반영되도록 실시되어야 한다. 선거 후보자에 관한 정보가 선거권자에게 충분히 제공되어야 하고, 선거권자가 선거에 관한 의사를 올바로 결정하고 제대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후보자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알리는 선거운동의 자유가 충분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후보자의 기회균등이나 선거의 공정성을 위하여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국민주권의 올바른 행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방법과 한도 안에서 하여야 한다.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후보자에 관한 정보의 제공이 제한되어 선거권자가 올바른 후보자를 선택하기 어렵게 된다. 선거권자가 후
보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선거하게 되거나, 새로운 후보자에 대한 홍보가 제한되어 이미 알려진 후보자에게 유리한 선거로 된다면, 국민주권의 위임을 의미하는 선거의 기능을 올바로 구현시키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서신의 방법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을 왜 금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문서는 후보자를 가장 정확하게 알리고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선거운동방법이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공선법은 문서에 의한 선거운동으로서 선전벽보(제64조)·선거공보(제65조)·소형인쇄물(제66조)을 허용하고 있지만, 어느 것이나 규격과 내용과 횟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그 밖의 문서에 의한 선거운동을 허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충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서신은 상대방에 맞추어 내용과 시기를 선택할 수 있고 서로 주고 받으면서 정보의 적절성과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은 그 효과에 비하여 비용이 저렴하다고 할 수 있고, 그 횟수와 방법과 분량을 제한 없이 허용하더라도 선거의 공정을 해칠 위험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반드시 자필서신으로 제한할 필요도 없고, 컴퓨터·복사기·인쇄기 등을 이용한 서신도 제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단지 서신의 내용에 허위사실이 포함되지 않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을 무제한 허용하면 사회경제적 손실이 생기고 경제력의 차이에 따른 선거운동기회의 불균형이 생겨 선거의 공정을 해칠 수 있다고 하지만,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이 그 필요성과 효율성을 무시해도 좋을 만큼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것인지 의문이고, 공선법은 선거운동비용의 총액을 규제하고 있으므로 그 총액의 한도에서 어떠한 선거운동방법을 선택할 것인지는 후보자에게 맡겨도 무방할 것이다. 선거운동비용을 규제하기 위하여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서신에 의한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주심)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