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제27호)]
구 노동조합법 제46조의3 중 단체협약에 위반한 자를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지 여부(적극)
구 노동조합법(1986. 12. 31. 법률 제3925호로 최종개정되었다가 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공포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의 시행으로 폐지된 것) 제46조의3은 그 구성요건을 “단체협약에……위반한 자”라고만 규정함으로써 범죄구성요건의 외피(外皮)만 설정하였을 뿐 구성요건의 실질적 내용을 직접 규정하지 아니하고 모두 단체협약에 위임하고 있어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적 요청인 “법률”주의에 위배되고, 그 구성요건도 지나치게 애매하고 광범위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헌재 1991. 7. 8. 91헌가4 , 판례집 3, 336
헌재 1994. 7. 29. 93헌가4 등, 판례집 6-2, 15
헌재 1994. 7. 29. 93헌가12 , 판례집 6-2, 53
헌재 1997. 3. 27. 95헌가17 , 판례집 9-1, 219
제청법원 부산지방법원 울산지원
당해사건 부산지방법원 울산지원 96고단1591 노동조합법위반 등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심판외 권○섭, 이○균은 노동조합법위반죄 등으로 1996. 6. 29. 제청법원에 각 공소제기되었는바(96고단1591 노동조합법위반 등), 노동조합법위반죄의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피고인들이 울산광역시 소재 ○○○○주식회사에서 개최된 노사협의회에서 1995년도 연말성과급 지급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조합원들을 선동하여 노사간 합의하에 계속적, 관행적으로 실시하여 오던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거부하게 하는 등으로 쟁의행위를 함으로써 위 회사 단체협약 제77조에 규정된 “회사와 조합은 이 협약에서 정하는 단체교섭의 협의에서 해결되지 아니하는 경우 이외에는 쟁의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평화조항을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제청법원은 위 당해사건의 재판계속중인 1996. 7. 30. 위 심판외인들에게 적용될 구 노동조합법 제46조의3에 헌법위반의 의심이 있다고 하여 직권으로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구 노동조합법 제46조의3 중 후단 부분은 단체협약의 지역적 구속결정에 위반한 행위에 관한 것으로서 당해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분명하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노동조합법(1986. 12. 31. 법률 제3925호로 최종 개정되었다가 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공포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의 시행으로 폐지된 것. 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46조의3 중 단체협약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로서 그 규정과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동조합법 제46조의3(벌칙) 제3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체결된 단체협약 (후단부분 생략)에 위반한 자는 1,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4조(단체협약의 작성) ① 단체협약은 서면으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하여야 한다.
2.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와 이해관계기관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벌 구성요건의 실질적 내용을 명령이나 규칙도 아닌 노동조합과 사용자 내지 사용자단체 사이의 근로조건에 관한 계약에 지나지 않는 단체협약에 위임하고 있어 헌법에 천명된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원칙인 법률주의에 위배된다.
(2) 단체협약의 내용은 강행법규나 공서양속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아무런 제한이 없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순히 “단체협약에 위반한”이라고만 추상적,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어 처벌대상행위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그 적용대상이 매우 모호하므로 범죄구성요건이 어떤 것인지 전혀 예측할 수 없으며, 나아가 각 단체협약의 당사자별로 범죄구성요건이 다른 처벌법규가 생기게 되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
나. 부산지방검찰청 울산지청장의 의견
(1) 단체협약은 단순히 근로조건에 관한 계약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개별적·집단적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최상위 자치규범으로서 법규범 내지 법규범에 준하는 법적 성질을 인정받고 있으므로 단체협약을 위반한 경우에 형벌의 구체적 종류와 범위를 명시하여 처벌한다고 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2) 단체협약의 내용은 정형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피적용자인 노사 양측은 각 단체협약 체결의 당사자이므로 충분히 그 내용을 예측, 인식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 해석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단체협약의 내용 및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와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통상적인 가치판단과 보충해석의 방법을 통하여 처벌법규의 보호법익, 금지된 행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배치되지 아니한다.
다. 노동부장관의 의견
(1) 근로자의 권익보호, 노사관계의 안정 및 산업평화의 유지를 위하여 노사 쌍방의 단체협약 준수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바, 단체협약 위반행위에 대하여 채권법상의 강제이행, 손해배상, 해지·해제 등의 방법으로 처리하여서는 단체협약 준수를 기대하기 미흡하므로 단체협약 위반행위를 처벌함으로써 단체협약을 준수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을 위헌이라고 해석하는 경우 단체협약의 준수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이고, 이러한 상황은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불이익을 가져다 주게 된다. 나아가 사용자측의 단체협약체결 거부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인 노동조합법 제46조의2, 제39조 제3호를 사문화할 가능성이 크다.
(3) 단체협약은 그 내용이 개별사업장마다 상이하므로 그 위반내용을 미리 예측하여 구체적인 처벌대상을 획일적으로 정형화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금지되는 행위인 “단체협약 위반” 및 그 처벌형량을 법에 명시하고 다만 구체적 의무사항은 노사간에 자율적으로 결정된 단체협약에 정하도록 규정할 수밖에 없다.
(4)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에 관하여는 위 울산지청장의 의견과 대동소이하다.
3. 판 단
가. 단체협약의 의의
단체협약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가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합의에 의하여 서면으로 체결하는 협정으로서(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 제34조 제1항), 개별적 노사관계 및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일정기간 노사관계를 안정시키는 기능을 한다.
단체협약에 대하여는 근로자의 보호와 노사관계의 안정이라는 노동정책상의 이유에서 법률로 특별한 법적 효력을 부여하고 있는 바, 단체협약 중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되며(노동조합법 제36조 제1항), 위와 같이 무효로 된 부분 또는 근로계약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은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에 의하게 된다(동법 제36조 제2항).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러한 단체협약의 규정내용의 경중을 가리지 아니하고 이에 위반한 자를 1,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처벌조항으로서, 이에 대하여는 무엇보다도 죄형법정주의의 위반여부가 문제된다. 처벌법규의 실질적 내용을 모두 단체협약에 위임한 것이 아닌지, 또 범죄구성요건이 지나치게 불명확한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나. 죄형법정주의의 의미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라는 말로 표현되는 죄형법정주의는 법치주의, 국민주권 및 권력분립의 원리에 입각한 것으로서 일차적으로 무엇이 범죄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가는 반드시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입법부가 제정한 성문의 법률로써 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이고, 헌법도 제12조 제1항 후단에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을 받지 아니한다.’ 라고 규정하여 죄형법정주의를 천명하고 있는 바, 여기서 말하는 “법률”이란 입법부에서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의미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그리고 현대국가의 사회적 기능증대와 사회현상의 복잡화에 따라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이라 하여 모두 입법부에서 제정한 법률만으로 다 정할 수는 없어 예외적으로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수 없다 하더라도 그러한 위임은 반드시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하여 행해져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고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위임을 한다면 이는 사실상 입법권을 백지위임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 의회입법의 원칙이나 법치주의를 부인하는 것이 되며, 특히 법률에 의한 처벌법규의 위임은, 헌법이 특별히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죄형법정주의와 적법절차를 규정하고, 법률에 의한 처벌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기본권보장 우위사상에 비추어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므로, 그 요건과 범위가 보다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처벌법규의 위임은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
한편 죄형법정주의는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끔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한다고 할지라도 그 점만으로는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결국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어느 정도 명확하여야 하는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각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적 규제의 원인이 된 여건이나 처벌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1991. 7. 8. 91헌가4 ;헌재 1994. 7. 29. 93헌가4 등;헌재 1994. 7. 29. 선고, 93헌가12 ;헌재 1997. 3. 27. 95헌가17 등 참조).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죄형법정주의 위배 여부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벌 구성요건의 실질적 내용을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지 아니하고 모두 단체협약에 위임하고 있어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적 요청으로서 범죄와 형벌에 관하여는 입법부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써 정하여야 한다는 법률주의에 위배된다는 의심이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체협약에…… 위반한 자라는 구성요건과 그에 대한 1,000만원이하의 벌금이라는 형벌을 스스로 규정하고 있어 형식적으로 보면 법률주의의 요청을 충족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법률주의의 요청을 충족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구성요건을 단체협약……에 위반한 자라고만 규정함으로써 범죄구성요건의 외피(外皮)만 설정하였을 뿐이고, 구성요건의 실질적 내용에 관하여는 스스로 아무런 규정을 하고 있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범죄구성요건의 실질적 알맹이, 즉 금지의 실질을 단체협약의 내용에 모두 내맡기고 있는 바, 단체협약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근본적으로 근로조건에 관한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간에 체결되는 계약에 불과하므로 결국 처벌법규의 내용을 형성할 권한을 노사(勞使)에 넘겨준 것이나 다름없다 할 것이다.
물론 단체협약의 구체적 내용을 일일이 범죄구성요건으로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곤란할지도 모르나 적어도 처벌법규인 이상 단체협약의 내용 중 그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가하고자 하는 사항을 최소한이나마 특정하여 이를 명확히 규정하였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러한 노력없이 단지 막연히
“단체협약……에 위반한 자”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이에 대하여 단체협약은 단순히 근로조건에 관한 계약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개별적·집단적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최상위 자치규범으로서 법규범 내지 법규범에 준하는 법적 성질을 인정받고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법률주의에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으나, 죄형법정주의가 지니고 있는 법치주의, 국민주권 및 권력분립원리의 의미를 고려할 때, 무엇이 범죄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가를 입법부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써 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은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므로 설사 단체협약에 법규범적 성격이 있음을 부인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이를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시할 수는 없으므로 그러한 주장은 받아 들일 수 없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단체협약……에 위반한 자”라는 구성요건은 지나치게 애매하고 광범위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또 다른 요청인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단체협약……에 위반하기만 하면 구성요건이 충족되게 되는데, 단체협약이란 것은 그 체결의 주체, 방식, 효력에 관하여만 노동조합법 제33조, 제34조에서 규정하고 있을 뿐 그 내용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따라서 개별적 및 집단적 노사관계의 모든 사항에 관하여 노사는 자율적으로 특별한 제약없이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것이어서(단체협약은 조합활동, 임금 및 퇴직금, 근로시간, 휴가, 산업안전 및 재해보상, 인사, 교육 및 복지후생, 단체교섭, 노동쟁의, 경영협의 등 노사간에 문제되는 사항을 폭넓게 다루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단체협약에 위반하는 행위란 전혀 특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그 범위가 넓고 단체협약 위반행위의 처벌 가능한 범위가 이렇듯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므로 과연 처벌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하기 어려워 죄형법정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예측가능성을 전혀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으로 단체협약에……위반한 행위라 하지만 단체협약의 내용이 이렇듯 광범위하고 다양하므로 그 위반행위의 성격이나 경중, 가벌성의 정도도 다를 수밖에 없다. 단체협약에는 임금, 근로시간 등과 같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직결되는 내용을 비롯하여 인사, 노동쟁의 등과 같이 노사관계에 관한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는 반면, 사소한 절차규정과 같은 지엽적인 내용, 나아가 법원의 해석·적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추상적이고 불명료한 내용도 포함될 수 있고, 심지어는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부당한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단체협약에…… 위반한 행위라 하더라도 그 경중과 가벌성의 정도는 현격히 다를 수 있는 것인데도, 이를 가리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가형벌권 행사의 정당성과 형평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또한 법원, 검찰 등의 법집행기관으로 하여금 처벌대상행위나 처벌대상행위자를 자의적으로 선별하여 법을 집행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법집행상의 공정성마저 해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단체협약의 내용은 정형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피적용자인 노사 양측은 단체협약 체결의 당사자이므로 충분히 그 내용을 예측, 인식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도 주장할 수 있겠으나, 정형화되어 있는 것은 단체협약의 내용이 아니라 단체협약이 다루는 사항 내지 대상에 불과하다 할 것이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단체협약의 내용은 대단히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므로 비록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당사자라 할지라도 노사양측, 특히 개별 근로자들이 모두 단체협약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까지 숙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또 이를 요구할 수도 없는 것이므로 이러한 주장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할 것이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체협약에 위반한 자를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법규인 바, 이 조항은 1974. 1. 14. 선포된 “국민생활의 안정을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 제21조의 내용을 같은 해 12. 24. 법률 제2706호로 개정된 구 노동조합법에서 입법화한 이래 벌금액의 변동 이외에는 내용상의 변화없이 존속하여 왔다.
입법당시의 입법취지는, 단체협약을 강제적으로 준수하도록 하여 근로자의 권익보호, 노사관계의 안정 및 산업평화의 유지를 꾀하겠다는 데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당시의 노사현실, 근로자나 노동조합의 지위 등에 비추어 그 입법의 취지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노사간의 자치법규인 단체협약 위반행위 그 자체를 형벌로써 제재하는 이러한 입법례는 그 유례를 찾아 보기 어렵고, 노동관계법의 전체적인 체계에 비추어 볼 때에도 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보장하고 있고, 노동조합법 제4장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면서 권리를 침해받은 근로자의 구제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단체협약의 핵심적 부분이라 할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한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하여 이 법률에 의하여 소위 강행적, 직접적 효력이 부여되
어 있어(노동조합법 제36조) 처벌과 관계없이 단체협약 그 자체로써 이를 관철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노사현실이 아직 노사간에 대등한 교섭력과 지위가 확보되어 있지 아니하고, 또 노동조합이 민사책임의 한 쪽 당사자가 될 만큼 사회적, 경제적으로 완전히 성숙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울 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다른 선진입법례와 마찬가지로 단체협약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노사 상호간에 민사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단체협약의 규범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며, 잠정적으로 국가가 형벌로써 개입한다 할지라도 단체협약 위반행위 중 진정 형사처벌이 불가피한 중요한 사항을 특정, 정형화하여 구성요건상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의 요청을 만족시키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은 방법으로라도 단체협약의 준수를 강제하지 아니한다면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불이익을 가져다 주게 된다는 주장도 있으나, 노사 양측을 가리지 아니하고 위반한 당사자를 처벌하고 있는 데다가, 벌금 상한액 1,000만원이란 것은 근로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겠으나 사용자에게는 별다른 위협적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근로자 보호라는 입법취지와는 정반대의 역효과를 낳을 우려도 없지 아니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체협약의 실효성 확보라는 목적에만 치우쳐 별다른 실익이 없는데도 노사간의 자율적 영역에 국가가 형벌을 수단으로 개입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그러한 주장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할 것이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 재판관 김 용 준
재판관 김 문 희
재판관 이 재 화
재판관 조 승 형
주 심 재판관 정 경 식
재판관 고 중 석
재판관 신 창 언
재판관 이 영 모
재판관 한 대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