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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다1828 판결

[채무부존재확인][미간행]

판시사항

공제계약 약관에서 ‘공제계약자, 피공제자 또는 이들의 법정대리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공제자) 및 그 증명의 정도

원고, 피상고인

신용협동조합중앙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소명 담당변호사 전재중 외 2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천지인 담당변호사 유철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가 2008. 7. 25.경 강진신용협동조합과 사이에 화재로 인하여 이 사건 건물들 등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원고로부터 그 손해를 보상받는 내용의 이 사건 공제계약을 체결한 사실, 이 사건 공제계약 약관 제6조 제1호는 원고가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로서 ‘공제계약자, 피공제자 또는 이들의 법정대리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생긴 손해’를 규정하고 있는 사실, 2009. 1. 4. 01:00경 전남 강진군에 있는 이 사건 공제계약의 목적물이 전소된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사실 등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① 이 사건 화재 당시 피고의 경제적 사정이 어려웠고 이 사건 건물들에서의 영업이 폐업 상태여서 피고가 거액의 공제료를 부담하는 이 사건 공제계약에 가입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점, ② 피고가 출입문 열쇠를 관리하던 이 사건 건물들 내부에서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한 점, ③ 피고의 친오빠인 소외인이 강릉에서 운행하던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화재 발생일시 전후로 전남 강진군에 있는 화재현장 부근까지 갔다가 강릉으로 돌아온 왕복 1,000㎞가 넘는 장거리를 운행한 객관적인 기록이 남아 있는 반면, 그 무렵 소외인이 이 사건 차량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도난당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④ 일반건조물방화죄로 기소된 소외인에 대하여 제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는데, 그 무죄 이유는 형사상 소외인의 유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일 뿐 그가 범행에 가담하였을 개연성을 배제하는 취지는 아닌 점, ⑤ 피고가 이 사건 화재 당시 강릉에 머물고 있었는데 이는 일부러 화재현장을 회피하려 했던 것이라는 강한 의심이 드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화재는 피고와 소외인이 공제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공모하여 고의로 일으킨 사고로서 소외인이 그 실행행위를 담당한 것으로 인정된다는 이유로, 원고는 이 사건 공제계약 약관 제6조 제1호의 규정에 따라 면책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공제계약 약관에서 ‘공제계약자, 피공제자 또는 이들의 법정대리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 공제자가 공제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위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고 여기서의 증명은 법관의 심증이 확신의 정도에 달하게 하는 것을 말하며, 그 확신이란 자연과학이나 수학의 증명과 같이 반대의 가능성이 없는 절대적 정확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인의 일상생활에 있어 진실하다고 믿고 의심하지 아니할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을 말하는 것이고, 막연한 의심이나 추측을 하는 정도에 이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다72578, 72585 판결 ,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다56603, 56610 판결 ,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9다94315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들고 있는 그 판시와 같은 사실과 사정들만으로는 피고가 소외인과 공모하여 이 사건 화재를 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나 추측을 할 수 있을 따름이고, 더 나아가 이 점에 대하여 통상인의 일상생활에 있어 진실하다고 믿고 의심하지 아니할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화재 당시 소외인은 60세가 넘은 나이에 폐암으로 투병 중인데도 심야에 강릉에서 전남 강진군까지 왕복 1,000㎞가 넘는 거리를 하루 만에 운전하였다는 것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 소외인이나 피고가 직접 방화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목격자나 범행도구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소외인이 이 사건 화재를 발생하게 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하고, 나아가 피고가 관여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할 아무런 객관적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가 소외인과 공모하여 이 사건 화재를 발생시켰다고 확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이 사건 화재가 피고와 소외인이 공모하여 일으킨 것이라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화재가 피고와 소외인이 공제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공모하여 고의로 일으킨 사고라고 단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공제계약에서의 면책사유 존부에 관한 증명책임 및 그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양창수 이상훈(주심) 김용덕